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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5 14:47
대만이 졸업하고 1시간 반 거리 대학갔는데 북산 일주일에 2번은 방문했음. 표면적인 이유는 스쿼드 얇은 북산애들 같이 연습시켜주고 안선생님에게도 그렇고 여러가지로 부채감이 있어서 갚는거지만 진짜는 태섭이랑 미묘한 썸때문일듯(정대만 대학에서도 존나 인기 많아서 약속 많은데도 태섭이 삐죽삐죽 쑥스러운 표정, 장난스럽게 웃는 표정, 3점슛 넣었을때 화사한 표정 보러 왕복 3시간 투자함)

묘하게 둘이 짝지어 있을때가 많았는데 서로 의식하는건 알고 있고 주장이랑 3학년이라는 이유로 산왕전 이후에 둘이 연습도 많이 하고 하교도 같이 하고 가끔 주말에 만나서 밥도 먹고 쇼핑도 하면서 은은한 썸아닌 썸을 탐

대만이 졸업식 날 두번째 단추 주면서 고백하려 했는데 타이밍이 좋지 않았음. 영걸이네랑 축하하고 치수, 준호랑 눈물 찔끔 흘리다 두번째 단추 사수해서 태섭이 찾는데 잘 안보임. 어미새처럼 1학년 보다듬은 태섭이한테 각인된 새끼처럼 맨날 태웅, 백호 졸졸 따라다니는데 아침에 잠깐 원온원하던 태웅이가 경미하게 부상당해서 우리 에이스 안돼! 외친 태섭이가 같이 병원 갔다 오느라 안보인거임(대만이 섭섭이 나 버려두고 여우놈 챙긴다고 찡찡대는 백호 달래면서 자기도 엄청 서운했지만 부상이니 애써 달랬음) 뒷풀이때나 되서 태섭이가 태웅이 데려와서 같이 밥먹는데 눈치없이 태웅이가 태섭이 옆에 계속 있어서 틈이 안보인거임.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고 몰래 속삭였다가 백호한테 들려서 애들 다 사주고 그 날은 그냥 지나감

로맨티스트, 확신의 MBTI F인 대만이 그냥 고백하긴 싫고 좀 더 계기를 만들자 했던게 자기 생일일듯. 태섭이한테 5월 22일 자기생일 선물은 송태섭 하나면 된다고 멋지게 말하고 그때부터 1일로 할 생각인 정로맨티스트

미리 태섭이한테 5월 22일에 북산 간다고 알림. 태섭이 당연히 대만이 생일 알고 생일때까지 여기 온다구요? 선배 안 바빠요? 얄미운 말만 하지만 기분좋아져 한 톤 높아진 목소리가 못견디게 귀여웠음. 응, 좋은 날 송태섭이 얼굴 봐야지, 선물 같은 거 안 준비해도 된다. 준비할 생각도 없었는데요? 태섭이 선물을 준비하든 준비하지 않든(송태섭이라면...아마 준비하겠지) 정대만이 달라고 요구할 건 송태섭이니까 상관 없긴 했음

근데 5월이 미칠 듯이 바쁜 거임. 대학활동이면 배째라 나는 아싸로 간다 이럴수나 있는데, 중요한 경기땜에 합숙에 집중 훈련에 북산에 갈 시간이 나지 않았음. 감독한테 사정사정해서 5월 22일은 뺐지만 바로 다음날부터 6월까지는 바쁜 일정에 다람쥐같은 애인 생겨도 데이트도 못하겠다고 정대만 미리 괴로워함

이땐 핸드폰도 없어서 연락도 힘들었겠지. 연락 힘들거라고 말했어여했는데 이렇게 힘들지 몰라서 약 3주정도 연락도 못한 대만이일듯. 겨우 5월 22일 되서 머리 세팅도 하고 좀 괜찮은 옷도 입고 북산 찾아가는데 태섭이가 안보임. 자기 반기는 후배들한테 인사하고 달재한테 태섭이 어딨냐고 물어봄. 라커룸에 태웅이랑 상담중이라고 해서 잠깐 생각하다가 나도 같이 상담해주지 뭐, 싶어 라커룸 가서 문 조용히 열었음


난 잘 모르겠어

......제가 싫어요?

아니!! 절대 싫어하지 않아, 그건 아닌거 알잖아
솔직히 네가 왜..그러니까..나는..

.....손 잡아도 돼요?


자신보다 훨씬 작은 손을 가볍게 어루만지는 태웅에 대만이는 눈을 의심했음. 이게 무슨 상황이지? 잘게 떨고 있는 태섭이 손가락 하나 하나를 만지다가 입가에 대는 모습을 보자니 열이 날 것 같았음.


선배...좋아해요, 진심이에요.

응..알아..몇 주 동안 매일 듣는데..

저 더 열심히 농구할게요. 저 좋아해 주세요.


붉어진 얼굴로 아무 말도 못하는 태섭이에 대만이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음. 일부러 문을 크게 열고 닫자 손을 뗀 태섭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대만을 바라봤음. 대만이는 벌떡 일어나 자신에게 다가 온 태섭이를 중간에 맞았음

대만 선배?! 언제 왔어요!

방금 왔지, 징그러운 얼굴 좀 보자 까먹겠어!


보란듯이 태섭의 작은 얼굴을 손으로 감싸는 대만에 미간을 찌푸린 태웅이었지만 조용히 자리에 앉아있었지. 장난스럽게 머리를 만지자 만지지마요! 스타일 망가져! 미묘한 분위기는 사라졌고 케이크 사놨다고 밖에서 애들이랑 기다리라고 말한 태섭이 급하게 사라져 라커룸엔 대만과 태웅이만 남았음


야, 서태웅

웃스

나 송태섭 좋아해. 송태섭도 나 좋아하고.


아마도라는 말은 굳이 붙이지 않았음.


귀엽고 농구도 잘하고 착하니까 네가 이해 안가는 건 아냐. 좋아할 수 있지. 근데 내꺼니까 포기해라. 미안하다.

.....선배가 미안해 할 필요 없어요

뭐?


몸을 천천히 일으킨 태웅이 대만이 옆을 지나면서 작게 말했음


제가 선배한테 오히려 미안한데요.
옆에 있을 사람 저예요.


라커룸을 유유히 나가버린 태웅에 대만인 부들부들 떨렸음
미친 저새끼...언제부터야 씨발..

선배, 케이크 왔어요! 어딨어 이 선배..

밖에서 들리는 태섭의 목소리에 대만은 표정관리를 다시했음. 활짝 웃는 얼굴로 태섭의 옆에 서 생일 축하 노래를 듣고 초까지 후 불자, 만만이 소원 빌었어?라며 물었음

그럼, 나 포기를 모르는 남자잖냐

뭐예요 이선배 또 이러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고 있는 태섭의 어깨를 감싸며 반대편에 있는 태웅을 지그시 보았음.
에이스따위에게 내껄 포기 할까 보냐


대만태섭 태웅태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