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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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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오인씹을 더한ㅇㅇ

예로부터 오메가는 예쁘게 커서 잘난 알파한테 시집가는게 제일이라했다. 미치에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날고기는 천재들이 모였다는 명문대에서도 차석을 차지하고 있는 미치에다를 설명할 수 있는 여러 수식어들 사이에서도 '학교에서 제일 예쁜 우성 오메가'라는 호칭이 제일 먼저 미치에다의 이름 앞에 붙었으니까. 억울할법도 하지만 당사자인 미치에다는 그렇지 않았다. 억울해하기에 미치에다의 앞에 놓여진 현실은 빡세기 짝이 없었으니까. 수석 전액장학금을 번번이 놓쳐버리는탓에 졸업도 전에 학자금 대출이라는 빚 방석에 나앉아버린데다 알바비 봉투는 받는 족족 사업에 도전했다가 맹렬히 말아먹었다는 아빠에게 건네야했다.

남들보다 조금 더 어둡고 축축한 현실에 놓인 미치에다는 억울하다고 울기보다는 제 타고난 미모와 형질에 두뇌까지 더하는 편을 선택했다. 졸업하자마자 해외로 떠나 제 발목을 묶는 집안도, 이 망할 인권의 사회도 전부 벗어나는것, 그것만이 미치에다의 꿈이고 희망이였으니까. 그런데.

"뭐라고요?"

"하....하지만 나도 속은거야! 이번엔 정말 노다지 사업이라고 했다고!"

"전에도 진짜 좋은 사업이라고 하셨죠! 저저번에도요!"

"정말 미안하다 슌....너한테는 입이 백개라도 할 말이 없구나"

"....그래서 이번엔 얼마인데요. 얼마로 갚으면 되는데요."

"그....그게....실은..."

미치에다는 신따위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지않고서야...

'너를....회장님의 두번째 아내로 원한다더구나.'

더 바닥이란 없다고 생각한 제 인생을 내핵까지 쳐박아버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테니까.

엘레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왁자지껄한 소리를 들으며 미치에다는 저 산만한 분위기가 제가 수업을 듣는 강의실이 아니길 바랐지만 강의실에 가까워질수록 시끄러워지는 목소리들에 미치에다는 한숨을 내쉬었다. 미치에다가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요란법석을 떨던 이들 사이에서 일순 정적이 일었다.

'와아 미치에다군은 오늘도 예쁘네'

'쟤야? 사이토선배가 5년 사귄 애인 차버리고 매달렸다는애가'

'그 애인분이랑 결혼까지 생각했었다는데...대체 어떻게 유혹했길래...'

'근데 미인이긴 진짜 미인이다...성형도 하나도 안했다는데...'

동경 또는 호기심 또는 경멸. 어떤 시선들이든 아랑곳하지않고 발걸음을 옮긴 미치에다가 아무도 앉으려하지않는 맨앞자리에 앉아 전공서를 펼치고나서야 강의실은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메구로 선배!그럼 오늘 진짜로 밥 사주시는거죠?약속하셨어요?!"

그제야 소란 속의 중심이 된 이를 발견한 미치에다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메구로 렌, 미치에다보다 5살이 많은 선배인 그는 미치에다와는 딱 정반대의 인생을 살고있었다. 우성 알파라는 어딜가든 우대받는 형질부터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이 아닌게 없는 착장도 그렇고 복학한것도 뭐 어디 유럽쪽인가에서 살다왔다는 얘기를 들어보면 집안 재력도 상당한 듯 했다. 그럼 계속 거기서 눌러살것이지 왜 다시 일본으로 돌아와서는 제가 장학금도 못 받게 떡하니 수석자리를 버티고있단 말인가. 미치에다는 짜증이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수업 끝나면 다같이 가자."

"에에?다같이 가는거였어요?"

"다같이 맛있는거 먹으러 가면 좋지-가게 이름이랑 주소 타츠한테 보내놓을테니까 끝나면 다같이 와."

"네!!!"

"미치에다. 너도."

...?메구로의 마지막 말에 강의실에는 다시 한번 정적이 일었다. 엎드려있다가 고개를 들어올린 미치에다 역시 제가 잘못 들은걸 들었냐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정작 메구로는 더없이 여유롭게 웃고있었지만 말이다.

"저요?"

"우리 과 애들 다 사주는거니까 너도 와야지. 맛있는거 사줄게."

"말씀은 감사하지만 제가 아르바이트가 있어서요."

"하루 정도는 쉬어도 되지않겠어?"

"네, 않아요."

단호하게 거절하고는 다시 전공서 책장을 넘기는 미치에다에 주변이 술렁였다. 메구로 렌을 저렇게 거절하는 이는 아마 미치에다뿐이였을테니까. 그런 미치에다를 가만히 바라보던 메구로는 아쉽네. 하고 작게 중얼거리며 어깨를 으쓱할뿐이였지만 말이다.

"학교를 그만두라뇨?"

"그...회장님께서는 아내와 함께 여유로운 생활을 동경한다고 하시더구나. 생활비,품위유지비 역시 섭하지않게 주신다고하니..."

오메가면 오메가답게 집에나 곱게 쳐박혀서 살림이나 하면서 트로피 역할이나 잘하라는 소리를 돈이라는 가장 값비싼 포장지로 잘 감싸놓은 소리에 미치에다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 거지같은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이악물고 공부한건데, 다 소용없었구나. 어떻게든 늪으로 빠지는구나 오메가라는 존재는. 그리고... 미치에다 슌스케의 인생은.

"안녕 미치에다."

미치에다는 세상에서 제일 상큼하게 웃고있는듯한 메구로를 빤히 쳐다봤다.

"시험은 잘봤어?"

잘봤겠냐? 내가 지금 얼굴도 모르는 노인네 첩으로 팔려가게 생겼는데. 미치에다는 목 끝까지 울컥 차오르는 분노를 꾹 눌러참고는 얼굴에 인위적인 미소를 띄웠다.

"잘보고말고할게 있나요 평소대로 봤죠 뭐.선배는 시험 잘 보셨나봐요."

"그래보여?"

"표정 보니까 시험 되게 잘보신것같아서요."

"하하 딱히 그런건 아니였는데. 이번 시험 되게 어려워서 헷갈리는 문제들도 많았거든."

얼씨구? 저래놓고 또 수석 장학금 홀랑 채가거면서! ...하긴 이제와서 그게 무슨 소용이겠어. 어차피 학교도 그만두게 생겼는데. 장학금을 누가 받던....이제 나랑은 다 상관없어질 일인데.

"무슨 일 있어? 표정이 너무 안 좋은데."

"아니요...아무일도요."

"점심은 먹었어?"

그말에 미치에다는 시계를 확인했다. 아 그러고보니 시간이 벌써....1시부터 또 시험 있는데...시간 애매하니까 편의점에서 대충 먹고 들어가야겠다.

...고 생각한 미치에다는

"선배는 대체 왜 따라 오신거에요?"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제 옆자리를 차지한 메구로를 흘겨보았다. 못마땅해하는 시선이 제법 따가울법한데도 메구로는 예의 그 여자애들남자애들 할것없이 '상큼하다'고 평가받곤 하는 미소를 지어냈다.

"어차피 같은 강의실인데 같이 들어가면 좋잖아."

"점심 드셨다면서요."

"실은... 교수님이랑 식사자리였거든. 너무 긴장해서 제대로 먹지도 못했어. 긴장 풀리니까 이제야 배고프다"

헤에...메구로 렌이 긴장도 할수있는 사람이였나. 미치에다가 실없는 생각을 하며 삼각김밥을 벗겨낼때였다.

"서....선배..."

"응?왜 불러?"

"지금 뭐하시는거에요?"

미치에다는 메구로의 컵라면을 보며 경악을 숨기지 못했다.

"소스랑 후레이크를 지금 넣으시면 어떡해요! 못살아!"

"컵라면 이렇게 하는거 아니야?"

"그건 라면이구요!이건 볶음소바잖아요!"

"그건 뭐가 달라?"

"다르죠! 이거는 면부터 익히고 소스는 맨나중에 넣는거라구요!"

"아아....그렇구나..."

"왜 그러세요 진짜 컵라면 처음 먹어보는 사람도 아니고."

"처음 먹어봐."

"네..?"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컵라면 먹는거 봤을때는 만들기 쉬워보였는데 진짜로 먹어보려니까 생각보다 어렵네."

"하아 정말...자요, 제거 드세요."

"아니야 나 이거 먹을게, 이건 이거대로 괜찮아보이는데."

"먹어보면 전혀 안 괜찮을껄요?됐으니까 드시라고요. ....삼각김밥 까는법은 아세요?"

"알...껄..?"

"...이리 주세요. 까드릴테니까."

"하하...뭔가 부끄럽다."

진짜 도련님도련님했지만 이건 뭐 거의 왕자님 수준이네. 자기도 모르게 풉 웃어버린 미치에다를 가만히 바라보던 메구로가 입을 열었다.

"미치에다, 내일 오전시험 끝나면 나랑 점심 먹으러 갈래?내가 사줄게."

선배가 왜요? 미치에다는 저도 모르게 뾰족하게 튀어나갈뻔한 대답을 삼켜내고는 메구로를 쳐다보았다.

"아아 그게...전에 후배들 데리고 맛있는거 먹으러 갔을때 미치에다만 못 먹었잖아."

다정도 병이다 병. 미치에다는 속으로 비웃음을 보내고는 입을 열었다.


"신경써주시는건 감사하지만 선배랑 밥먹는건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일거에요."

"음?"

"저 내일 시험 끝나고 자퇴서 내러가거든요."

담담하게 뱉어지는 미치에다의 말에 여유로운 미소를 띄고 있던 메구로의 얼굴이 빠르게 굳었다. 왜..?

"무슨 일 있어?"

"결혼해요."

"누구랑?그보다...너 애인 있었어?"

뭘 저렇게까지 놀라...?

"애인이라뇨, 얼굴도 몰라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랑 결혼을 하겠다고? 그것때문에 학교까지 그만두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말도 안되죠. 그런데 세상에는 다양한 사정을 가진 사람들이 있거든요."

"나한텐 말할수없는 사정이야?"

선배라서 말 안하는 사정이에요. 선배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못할 사정이니까. 속으로 조소한 미치에다는 삼각김밥을 베어물었다. 제가 삼각김밥을 세입이나 씹어삼키는 동안 라면에 손댈 생각이 없어보이는 메구로를 흘긋 쳐다본 미치에다는

"왜 안드세요? 아...혹시 나무젓가락 뜯는법 모르시는거에요?"

하고는 손수 메구로의 나무젓가락을 갈라 손에 쥐어주었다.

"얼른 드세요, 불면 맛없어요."

가방을 챙긴 미치에다가 입을 열었다.


"그동안 감사했어요 선배."

"미치에다."

"오늘 삼각김밥이랑 라면도 잘먹었습니다."

미련없이 편의점을 나서는 미치에다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메구로가 싱긋 웃으며 미치에다를 불렀다. 같이가-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간 미치에다를 반겨주는것은 고급 승용차들이였다. 성질 급한 영감같으니, 내일 퇴학서 낸다니까 그걸 못참고 쳐들어온거야? 집안으로 들어서자 양복을 입은 사내들 앞에서 쩔쩔 매고있는 가족들의 얼굴이 보이자 미치에다는 울컥 짜증이 치밀었다. 슌..! 뒤늦게 아들을 발견한 어머니가 미치에다의 이름을 부르자 사내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미치에다를 바라보았다.

"....아드님이십니까?"

"네, 저애가 저희 아들 슌스케에요."

사내들 중 가장 높아보이는 이가 미치에다에게 다가왔다.

"처음 뵙겠습니다. 황실 비서실장 이마다 케이스케라고 합니다."

"미치에다 슌스케입니다. 그런데...황실 비서실장님께서 저희 집엔 무슨 일로..."

"황태자전하의 명으로 늦은 시각에 급하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미치에다 슌스케님."

메구로 렌 황태자전하께서 보내신 청혼서입니다.

[그동안 베일에 쌓여있던 황실 후계자가 오늘 발표되었습니다. 메구로 이치로 황제폐하께서는 긴급 황실기자회견을 개최, 차기 후계자로서 메구로 렌 황태자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고 합니다. 영국에서 후계자 수업을 마치고 극비로 귀국한 메구로 렌 황태자는 현재 국내 A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재학중으로 알려져있으며...]

뭐...?


메메밋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