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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4 20:39
갑작스러운 말의 돌발행동으로 낙마한 황후마마 아이고.... 이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바로 황제폐하한테 보고해야 하지만 무서워서 일단 태자전하한테 고하겠지 이제 성년식을 막 치루신 분이라 뭘 모르니 대충 넘어갈 줄 알았던 소년일 줄만 알았는데 멍청한 놈들은 지금 자리를 비운 황제를 대신해 누가 섭정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처진 눈썹 치켜 올리며 어머니는 무사하시냐 묻고 어떤 처치를 취했는지 듣고 나서야 표정이 싸늘해지겠지 늙은 말이 미쳤나 보냐고 횡설수설한데 그 말은 얼마 전 내 막내아우의 첫 승마 연습 때 쓰였던 말이 아니더냐 나의 첫 말이기도 했다고 절대 사람을 떨어뜨리는 법이 없는데 대체 어떻게 낙마하게 된 거냐 날카롭게 추궁하는데 호랑이 피하려다 독사 만났다고 어쩔 줄 모르며 죽여주십사 승마장을 잘 살폈어야 하는데 감히 이 나라 지존의 하나뿐인 반려이자 황자들의 모후를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자기 죄를 목숨만 살려주십사하고 머리 조아리겠지 이런 한심한 녀석들한테 신경 집중하기도 짜증나고 마음 좋은 어머니는 이들을 용서해주자 하겠지만 황후의 몸을 다치게 한 건 대단한 죄니까 그냥 코를 자르고 곤장과 귀양으로 끝내겠다는 자비로운 형에 그들은 안심하겠지... 황제폐하였으면 능지행이니까



곧장 아바마마한테 고해라 내 먼저 가서 살피고 있으마 가장 빠른 파마를 다음 해 곧 성년인 2황자의 경험을 위해 원정을 나간 황제에게 보내고 황급히 황후궁으로 달려가는 이 나라 1황자이자 황태자겠지 의녀들이 뛰어다니고 탕약 냄새가 물씬 나지만 다행히 황후마마께서 건강체인 덕에 뼈가 상한 곳도 없으시고 약간의 찰과상은 최대한 흉이 안 남게 조치하겠다 잠깐 정신을 잃으셔서 의식을 찾게 하는 향을 피우고 있다는 설명에 황자는 안심하겠지 내 얼마 전 고서를 봤는데 이 약재가 좀 더 어머니 체질엔 맞지 않을까 아무래도 북방 쪽 혈통이시니까 삼대 왕의 건강을 책임 진 머리가 희끗한 초로의 어의와 지식을 나누는 황자는 감탄을 자아내게 했지 형니임... 하나.. 아니 어마마마 괜찮을까 젖살이 오동통한 어린 동생을 품에 안아 올릴 때도 고작 귀양을 보냈냐고 나라면 목을 벴을 거라고 씩씩거리는 3황자에게 조용히 하라 나무랄 때도 그저 침착하기가 그지없었지 다만 흐으음... 황후마마께서 낮게 신음하며 움직일 땐 어쩔 줄 몰라 하는 게 영락없는 아이긴 했지


화려한 침대에 늘어진 빨강머리 따스한 회안의 눈동자를 굴리며 센도? 해사하게 웃는 어머닌 사랑스러웠지만 오죽 정신이 없으시려니 센도는 맞긴 하지만 어머니가 찾는 센도는 아닐거라며 웃던 황자는 여기가 어디야? 내가 왜 여기 있지? 하는 활기찬 목소리에 놀라겠지 근 이십 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살아왔던 곳을 알아보지 못하는 모습에 가뜩이나 불안했던 어린 4황자는 그 애는 형제들이랑 나이차가 제법 났고 잉태하셨을 당시 찾는 음식도 판이해 이번엔 공주일거니 빨강머리 까지는 몰라도 혹시나... 잔뜩 기대에 부풀었던 아버지를 좌절시킨 아이였지만 그만큼 예쁨만 받고 자란지라 엄마... 울먹울먹 어염의 말투를 숨기지 못하고 손을 뻗는데 야속하게 아가야 아직 시집도 못간 처녀한테 그러면 안 돼! 아씨 여우가 봤으면 난리 났겠네 너무나 밝은 목소리에 얼음처럼 차가워 진 공기에 황태자는 우선 아우들을 밖으로 내보내려 했지만 성질이 누굴 닮았는지 쉬이 참지 못하는 3황자가 여우가 누굽니까 대 놓고 발끈해서 황태자는 아우의 입을 틀어막으려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으음? 내 정혼자 별명인데 그나저나 너는 누구야? 너 센도 그 녀석 동생이야? 형제 같은 거 없는 걸로 알았는데


무거웠던 공기를 황제폐하 납시오, 단 한마디와 함께 분위기를 바꿔버리는 무게감 있는 발소리 과연 나라 제일의 기수답게 먼 길을 달려왔음에도 지친 기색 없이 그만 물러가 보거라 하오나 아버님... 3황자의 괄괄한 성미도 머리를 쓰다듬는 걸로 단숨에 안심시킬 거야 센도? 어느 세계를 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순진무구한 눈동자는 낯선 인물을 보고 있지만 동요 없이 하나쨩 많이 아팠어? 이제 괜찮아? 묻는 걸 보면서 황태자는 쉽사리 발이 떨어지지 않았을 거야




그리고 몇 칠 내도록 황후궁에선 우는 소리만 났겠지 싫어.. 하지마... 나는 네 것이 아니라고... 돌려보내 달라고 이러지 말라고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는 애원... 나이 든 상궁들은 과거의 일이 떠올라 몸서리쳤지 황태자는 어린 동생의 울음처럼 자기도 울고 싶었지만 섭정은 냉정해야 했기에 그 애는 군사를 통솔하느라 뒤늦게 돌아온 동생을 맞았지 어머님은 괜찮으셔? 세간에서는 황태자가 황제를 제일 닮았다지만 아직 성년도 안 된 애가 그 많은 군사를 잡음 없이 통제하는 것은 범상치 않았지 벼락이 눈앞에서 떨어져도 태연할 것 같은 성격이야 그렇게 사실은 2황자가 제일 황제와 닮았다는 것은 황태자는 부정하지 않았어 천둥벌거숭이 같은 어린 3황자나 아직 코나 흘리는 4황자와 다르게 그 점은 한 살 차이라 동년배처럼 자란 아우에게 퍽 의지하게 만들었지 그 애는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 제 나이대로 돌아와 동생에게 푸념했지만 그 애는 덤덤했지



뭐 뻔하지 지존인데, 원하는 것은 무조건 가졌겠지
..나도 예상은 했어 그렇지만 정혼자가 있다잖아... 싫다잖아.. 너 하나쨩 저런 표정 본 적 있어?
세월이 약이라는 말도 있잖아 지금은 어머니도 아바마마를 사랑할 거야 좋게 생각해야지 뭐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인한 기억 이상은 금방 돌아온다 하더라고 너무 걱정 말자
.....
형은 마음이 너무 좋아 정말 좋은 황제가 될 거야



어쨌든 그 애는 고작 섭정 황제가 저리 건재한데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되어 있었어 한숨을 푹 쉬고 나무칼을 집어 들었고 에에 나 방금 돌아왔는데 으휴 대련 귀신 하면서도 착실하게 자기 무기를 쥐었지 쉽게 내주지 않는 빈틈을 파고들었는데 바로 받아 치는 게 아버님을 제외한 그 애의 유일한 호적수였지 원정은 어땠어? 뭐 그냥 그랬지 일격을 받아내는 동생에게 이번에야 말로 그 빌어먹을 반역자 루카와 세력을 쳤어야 하는데 하필... 다시 군량을 체크해야겠다고 머리 아프네 웃는 황태자에게 사실 나 혼자라도 가서 치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하도 말려서 말야 철없는 소리에 형답게 동생의 패기를 꾸짖었어 그래도 제1 대장군이었던 자야 그러니 그 만큼 세력이 커진 거지 아버님이나 나 아니고서야 상대하긴 만만치 않을 거야 앞으로도 나서지 마 고작 한 살 차이인데도 엄하기까지 해 하하 웃는 2황자였지 형 손에 그 사람 피를 묻힐 수 없는데... 중얼거렸다 응? 아 아니야~ 황태자는 종아리를 걷어차는 역습에 이 자식이! 하하 그렇게 흑발의 두 소년은 오랜만에 황자의 굴레에서 벗어나 즐겁게 놀았지



하나쨩 나 서운했어.... 아이고 아기씨... 아무리 말려도 꽃까지 들고 총총 달려 황후궁으로 문안 인사를 온 그 애는 환대를 받았지 보드랍고 통통한 뺨에 얼굴을 부비며 미안미안 머리 쿵 해서 아파서 그랬대 용서 해 줄 거지? 뽀뽀 해주면 다 나을 거 같은데 환하게 웃는 어마마마의 얼굴에 어린 것은 좋아가지고 연신 입을 댔고 까르르 행복하게 웃는 백호를 보다 이만하면 됐다 아서라 제법 묵직하네 아직도 아기인 줄 알고... 말은 그렇게 하고 대협인 4황자를 제 품에 안고 간질간질 뽀뽀해서 까르르 아이를 잔뜩 웃게 하고는 밖에 연통했지 아기씨 그만 돌아가셔야죠 마저 공부를 하셔야 해요 달래는 손길에 응! 힘차게 하나.. 아니 어마마마 아빠마마 소자 가 볼게.. 습니다! 아직 짧고 통통한 팔다리를 씰룩이면서 갔고 대협인 아무래도 저 애는 공주로 태어났어야 했다고 참아왔던 웃음을 터트렸지 왜 귀엽기만 한데 으 머리야 얼마나 잔건지 모르겠네 너 우리 아들한테 다 떠맡긴 건 아니겠지? 과로한다고 걔 아직 열여섯인데 백호의 잔소리에 그 정도 정무는 열여섯은 다 한다고 나도 그랬었는데 속으로만 생각하고 이크 알았어 이따 봐 키스하고 간 대협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 그만 다 물러가라 혼자 쉬겠다고 그 넓고 화려한 궁에서 조용히 눈물 뚝뚝 흘리는 백호겠지 아이들은 죄가 없다지만 한 번도 저 놈을 좋아해 본 적이 없어... 싫어.. 증오스러워 제발...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황제인지 모르고 마주쳤던 센도가 지나가는 길목에 얼씬도 안 하고 싶지만 이미 너무 늦은 일.... 내가 뭐라고... 다 가진 놈이.. 왜 반역 같은 건 하고 그래.... 그 사지로 내몰렸던 전쟁에서도 살아 돌아왔으면 제발 잊고 잘 살아줬으면 좋겠다만 낙마는 끔찍하게 아팠지만 잠시 너와의 혼인 준비로 행복했던 그 때로 돌아가서 좋았어... 몇 십 년 전 그날처럼 지독하게 유린당했지만 괜찮아 몇 번이고 떨어지지 그 애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네가 전쟁에서 돌아오면 이름 짓겠다던 그 아이는 저만큼 커버렸는데.... 너무너무 예쁘고 착하고 똑똑해.. 신기하지 똑똑해.. 여우 너랑 다르게.... 어머니 무슨 일이세요 아직도 아파요? 대협의 옆에서 정무를 잔뜩 배우다가도 백호에게 달려오는 그 아이.. 대협은 방금 전까지의 다정함은 어디가고 서늘하게 황태자의 뒷모습을 바라봤고 백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고 아니라고 어서 아버지 곁으로 돌아가라고 다독이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그런 거... 태웅이가 빨리 와도 파국이고.. 뭐 그런 거 참 좋네....






센하나
루하나 태웅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