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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4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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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섭이의 사람됨을 모르던 대만이네 가족들 입장에서는 솔직히 만지면 깨질까 불면 날아갈까 금이야 옥이야하고 귀하게 키우던 하나뿐인 오메가 자식이 (집안 기준으로) 아무 것도 없는 알파 한 놈한테 꿰여서 아이 갖고 낳겠다는데 얼마나 속상했겠어...

이번 기회에 한 번 호되게 혼내고 살짝 고생시키면 금방 정신차리고 점지해준 알파랑 결혼하겠다고 할줄 알았음. 근데 웬걸?? 애한테서 카드도 돈도 다 뺏어서 쫓아냈더니 당당하게 그 알파한테 감. 그리고는 결혼식도 없이 혼인신고 했어.
어릴 때 어디서 뭔소리를 들었는지 자기는 꼭 세기의 결혼식을 할 거라고 다짐했던 철부지였는데, 저 알파가 뭐가 좋다고 식도 없이 혼인신고 하고 끝내냐고??


우리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 괘씸하게 스스로 고생길로 걸어가? 맘대로 해!! 이런 마인드로 고집부렸던 집안 어른들이었지만, 솔직히 제 소중한 새끼 고생할까봐 몰래 사람붙여서 감시했을 거임. 혹시라도 애가 울거나 후회하는 모습 보이게 되는 순간이 있다면 바로 데려가려고ㅇㅇ

근데 위에서 말한대로 아무 것도 없이 그저 혼인신고로 끝내고 그 알파가 사는 작은 집에 들어갔는데 애가 너무 잘 지내는 거야. 분리수거 하는 날인지 같이 종량제랑 재활용 들고 쓰레기장으로 오는데 뭐가 좋은지 지 남편이랑 꺄르륵 대고 있어.
하루는 남편 따라 손잡고 나와서 같이 백화점도 아닌 근처 마트로 가서 과일이랑 간식 사들고 돌아가.
쉬는 날에도 둘이 손잡고 나와서 근처 공원 산책이나 하지, 외국여행은 커녕 좀 떨어진 교외지역으로 여행 가는 것도 본 적 없어(태섭이가 오픈한지 얼마 안된 센터라서 부지런히 입지 다져야할 때임)

늦은 밤이나 새벽에 집에서 급하게 뛰어나온 남편이 마트 같은 곳에서 뭐 사가지고 들어가는 모습은 종종 보이지만, 대만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은 한 번도 보인적 없어. 임신하고 입덧 때문에 조금 헬쑥해진 것 같긴했지만 눈빛은 언제나처럼 맑고 고왔거든.

난생 처음으로 이전 삶이랑 비교해서 분명 풍족하지 못한 생활을 하고 후회할줄 알았는데, 어느새 대만이 배는 꽤 불러서 만삭에 가까워. 특유의 친화력으로 이웃 주민들하고도 잘 지내는지 이웃들이 반찬도 갖다주고, 아기용품도 물려줘. 좋다고 받은 대만이가 태섭이랑 산책하고 돌아오면서 친구한테 아기 옷 선물 받은 거 자랑도 해. 그러면 태섭이가 사랑스럽다는 듯 쓰담해주고 대만이한테 뽀뽀도 해줘. 그럼 대만이는 좋다고 또 웃지. 이게 행복이 아니면 뭐겠어?



비서에게 대만이 일상 보고받은 정회장님 표정은 좋지 않아. 대만이가 집에서 쫓겨나 자기 알파한테 간게 몇개월... 보고에 의하면 출산일이 얼마 안남았거든. 증손주가 곧 태어날텐데, 괜찮을런지... 며느리(대만이 엄마)는 대만이 낳을 때 꽤 고생했었기 때문에 행여나 대만이도 지 엄마처럼 고생할까봐 걱정이야...
대만이가 다니는 산부인과에서 은밀하게 대만이 컨디션 보고 받고 있어서 큰 문제 없을 거라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만약이라는게 있잖아. 혹시 몰라서 집안이랑 연결되어있는 병원에 미리 이야기도 해뒀어.

그리고 이제는 태섭이에 대한 보고도 받고있어. 대만이가 쫓겨나서 태섭이 집에 들어간 순간부터 정씨 집안은 태섭이의 과거와 현재 상황, 가족 및 주변 인간 관계까지 모두 알아봤지. 어린 시절 부친과 형을 잃고 편모 밑에서 여동생과 함께 자라온 것, 고생은 좀 했어도 부끄러운 일 한 번 해본 적 없는 반듯한 사람인 것, 성실하게 일 배우고 자기만의 가게도 차린 것, 인품 덕인지 주변에 괜찮은 사람 많은 것 등등 말이야.

솔직히 정씨 집안과는 마주칠 일 없었을 다른 세계의 사람이지만, 사람됨 만큼은 괜찮은 것 같았어. 망아지 같이 말 안듣는 제 손주가 사람 보는 건 정확한 것 같았지. 솔직히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대만이한테 한결같은 모습만 보여주는 거야. 근데, 이건 아직 같이 산지 1년도 안되었으니 좀 더 지켜봐야겠지??

증손주가 곧 태어날텐데,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걸까?? 대만이 얘는 진짜 야속하게 할아버지한테 전화 한 번 안하려나?? 잘못했다고 빌 때까지 얼굴 볼 생각 말라고 쫓아낸 거 할아버지 및 부모님임. 잘못했다고 생각 안하는 정대만이 연락을 먼저할 이유가 없었음ㅋㅋㅋㅋ

무튼, 정회장은 비서를 불러. 대만이가 지 신랑 가게에 같이 출근했는지 물어. 만삭에 가까워서인지 집에 있다는 보고를 받음. 정회장이 일어나. 태섭이랑 직원만 있을 센터에 가보자고 해. 대충 차를 벽에 긁고 가서 손님인척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