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s://hygall.com/540034341


※ 날조주의 공식충돌주의
※ 스포츠계 존나게 알못주의 완전히 내맘대로 설정 주의 










에이지, 에이지! 흑... 제발, 아읏, 에이지...흑, 흐윽, 큭..아흐,으,읏!


흑...흐읏.......

아.......










* * *




어느덧 시계는 새벽 한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마키는 우선 모두를 각자의 숙소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카와타도 센도도 루카와도, 결론이 날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겠다고 버텼으나 후지마가 버럭 버럭 소리를 지르며 양떼 몰아내듯 죄다 밖으로 내쫓았다. 마지못해 신발을 신으면서도 특히 부루퉁한 포워드들을 두고 마키는 우리끼리 마음대로 결정하지 않을 테니 일단 잠을 자라며 달래었다. 아주 만약, 후카츠 없이 올림픽 일정을 달리게 된다면 ㅡ 지금은 한 명 한 명의 컨디션이 그야말로 절실한 때였다.

모로보시만이 마키와 함께 남아 후카츠를 살피러 간 미츠이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다른 사람은 다 내쫓아 놓고서 본인은 기어이 돌아가지 않고 소파에 웅크린 채 선잠에 든 후지마를 보며 마키가 한숨을 푹 쉬었다.



"켄지, 켄지."

"....자잖아. 왜."

"너도 네 방 가서 자."

"싫다. 나 없으면 무슨 일이 있을 줄 알고..."



마키가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도 전력이야, 켄지. 주장 대리로 명령하는 거니까 빨리 숙소로 돌아가."



후지마가 슬쩍 눈을 떠 마키와 시선을 맞추었다.



"너 이제 식스맨 아니야. 후카츠가 안 되면 너도 출장 많아진다. 상황 판단 냉정하게 해."



마키 신이치가 후지마 켄지에게 이런 목소리로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소이치로나 노부나가는 아마도 깜짝 놀랐을 터다. 잠시 마키와 눈싸움을 하던 후지마가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네 말이 맞아. 상황 판단 냉정하게 해야지. 죄다 없는 사이에 후카츠에게 손 대지 않겠다고 하면 가겠어."

"넌 나를 그런 형편없는 남자로 보고 있나, 켄지?"

"넌 형편없지 않지만 알파는 형편없을 수도 있지."



후지마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마키와 모로보시는 둘 다 새삼스러운 눈초리로 후지마를 쳐다보았다.



"...넌 베타였지, 후지마."

"난 알파의 성욕이란게 어떤 건지 느껴본 적 없어서 모르지만. 그게 잘못된 판단을 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



후지마는 리그 데뷔 이래, 팀 안에서든 밖에서든 아주 가끔 마주치곤 했던 오메가 선수들이 어떻게 몸이 망가져 갔는지 기억했다. 시합이 끝나고 나면 그 흥분감을 이기지 못하고 본능에 사로잡혀 경기장 복도에서든 탈의실에서든 어두운 계단에서든 육욕적인 정사를 벌이는 치들이 종종 있었다. 그러나 스포츠 업계의 잔인한 점이란, 이곳에 몸을 담은 알파의 수가 오메가의 수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었다. 당장 영광의 시대를 이룩한 이들 중 오메가는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적다는 사실부터가 그러했다. 오랫동안 두각을 드러낼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오메가 선수들은 이성을 잃은 수많은 알파들과의 정사로 빠르게 망가졌다. 그 짐승 같은 교미가 과연 전부 합의된 정사였을까.

아마도 존재했을 셀 수 없는 위협들을 딛고 마침내 정점에 이르기까지, 오메가인 후카츠 카즈나리가 얼마나 초인적인 인내와 절제로 스스로를 지켜왔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신이치. 모로보시."

"...."

"나는 너희들의 오래된 친구고 항상 너희들을 아끼고 사랑한다."

"...."

"하지만 지금 이거 하나만큼은 물어볼 수밖에 없겠다."



후지마는 두 알파 메일의 눈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후카츠를 갖고 싶은 마음이 진심으로 조금도 없냐."








* * *






 후캇상. 이제 내 것이 되는 거죠.

 형은 내 거야.

 나밖에 가질 수 없어.

 절대 아무에게도 안 줘.









* * *







"그야 당연한 거 아닌가요."



부엌 쪽에서 난데없이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불이 꺼진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기지개를 펴고 있었다. 키가 굉장히 커 보였다. 후지마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누구야? 캄캄한 한밤중에 조명이라곤 세 사람이 있는 거실의 주황빛 무드등 뿐이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인영이 저벅저벅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의자에 한쪽 다리를 올리고 앉아 있던 모로보시가 팔걸이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마키는 여차 하면 던져버릴 심산으로 천천히 옆을 더듬어 손에 잡히는 아무 물건을 꽉 쥐었다. 그 남자가 불빛 아래 쑥 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세 분은 아직도 안 자요?"



센도 아키라였다.

하아. 후지마와 모로보시가 동시에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마키는 긴장이 풀린 얼굴로 이마를 짚었다.



"센도, 분명히 방에 가라고 했을 텐데?"

"잠이 와야 말이죠. 이대로 가봤자 어차피 못 자요."

"...어떻게 들어온 거야?"

"어, 형 몰랐어요? 선수촌 숙소들은 다용도실 쪽에 전체 방하고 쭉 통하는 통로들이 있거든요. 불나서 선수들 다 죽으면 곤란하니까 탈출구 만들어 놓은 게 아닐까요."

"너는 무슨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냐."



센도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미츠이상은 왔어요?"

"아직."

"근데 솔직히 뾰족한 수 없어요, 지금. 정면돌파 말고는."



후지마가 고개를 홱 돌려 센도를 노려보았다.



"그 정면돌파라는 게 후카츠를 여기 있는 알파들이 다 박아야겠다는 뜻이냐?"

"어우, 그렇게까지요. 다 할 필요 있나요. 아까 모로상도 말씀하셨지만."



센도가 후지마의 어깨를 두드리더니 성큼성큼 소파로 다가와 팔짱을 끼고 털썩 주저앉았다. 다리가 길어 오금이 소파에 닿지 않고 붕 떴다.



"몇 명만 하면 돼요. 강력한 알파 몇 명만."

"아까 미츠이가 말했잖아. 그러면 큰일 날 수도 있다고."

"그냥 막 하기만 하면 큰일나겠죠. 미츠이상 말대로 알파도 쓰러질걸요? 하지만 마키상도 모로상도 알파니까 한번 잘 생각해보세요. 지금 후카츠상은 수습 안 되는 사이클의 열기운을 해소하면 되는거에요. 그러니까 알파 몇 명이 그 기운을 나눠서 몸에 담고 없애주면 돼요."



후지마는 얼른 이해를 하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모로보시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다급하게 물었다.



"다 본딩을 하자는 거야?"



마키의 표정에 충격이 스쳤다. 센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본딩이 깨졌으니까, 다 본딩을 해서..."

"그건 안 돼."



마키가 단호하게 센도의 말을 끊었다.



"후카츠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그런 짓을 하면 몸이 고장나."

"그러니까 강력한 알파만 골라서 들어가야죠. 본딩 했다가 다시 풀 때까지 알파가 노팅만 하지 않으면 되는 거잖아요."

"그게 되겠어??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약 먹고 컨트롤하면 그게 왜 안 돼요."

"센도."



후지마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낮게 가라앉은 그의 목소리는 그가 꽤나 화가 났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너 아까 들어오면서 뭐라고 했냐."



센도가 팔짱을 풀었다. 마키와 모로보시가 센도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야 당연한 거라고?"



뭐가 당연하다는 거야.

센도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떠올랐다.



"갖고 싶어요. 가드."



센도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주먹을 꾹 쥔 마키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당연한 거 아니에요? 에이스라면 당연한 감정 아닌가? 그걸 물어보는 것 자체도 이상해요. 두 분은 가드이자 에이스였으니까 잘은 모르시려나? 난 루카와의 말에 백 퍼센트 동의해요. 나였으면 논의고 뭐고 다 됐고 그냥 들어갔을 거야. 마키상이랑 후지마상은 몰라도 모로상은 제 말 이해하죠?"



후지마가 모로보시를 향해 무섭게 고개를 돌렸다. 모로보시는 꼭 어딘가 한 대 얻어맞은 사람 같았다.



"제 말 이해하죠? 그러니까 모로상이 들어갈 사람으로 나랑 마츠모토상, 루카와를 고른 거 아니에요?"

"....난....난 후카츠를 가지기 위해서 그런 제안을 한 건 아냐."

"나도 마찬가지에요. 나라고 욕심 백 퍼센트로 이런 말 하는 건 아니니까. 첫번째는 농구니까요. 농구 아니었음 이런 생각도 안 했어요. 후카츠 상 어떻게든 구해서 올림픽 무대 설 수 있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하잖아요.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사와키타 에이지 불러와요?"



모로보시가 숨을 들이켰다.



"그 자식 지금 정확히 어딨는지 아는 사람 누군데."

"...."  

"난 사실 사와키타 에이지가 본딩 알파라는 말 들었을 때. 엄청 놀랐는데. 곰곰히 생각할수록 그보다 더 납득 가는 상대가 없더라고요."



센도가 허공을 바라보며 입꼬리 한쪽만 올려 허, 하고 웃었다.



"당연하지. 그 입장이면. 나라도 후카츠 카즈나리를 가져."



센도가 천천히 눈을 굴려 마키를 쳐다보았다. 마키는 어딘가 괴로워하는 표정이었다.



"마키상, 솔직히 제 말 뭔지 아주 모르지 않잖아요."

"...그만해라, 센도."

"후카츠상 같은 가드가 있으면 스코어러로 뛰고 싶단 생각 한 번도 안 해 본거 아니잖아요."

"그만하라고 말했다."



마키의 커다란 손이 위협적으로 그를 향했다. 센도가 입을 다물었다. 주장의 자리는 후카츠에게 주었지만, 바로 그 아래인 부주장의 위치에 있는 데다 카나가와의 제왕이라고 불렸던 만큼 마키의 위압감은 어딘가 특별한 데가 있었다. 특히 같은 카나가와 출신들에게는 더욱 그랬다.



"...보아하니 아직도 싸우고 있는 모양이구만."



후지마가 소리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조금 전 센도가 나타난 것처럼 부엌에 카와타와 마츠모토가 서 있었다. 모로보시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 통로는 나 빼고 다 알고 있는거냐?"

"나도 센도한테 들어서 알았다."



카와타가 거실 바닥에 철퍼덕 엉덩이를 떨어뜨렸다. 마츠모토는 심란한 표정으로 그 옆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그래서. 아직도 결론이 안 났나."

"카와타. 무리한 부탁인 줄은 알지만.."



마키가 문장을 다 끝마치기도 전에 카와타가 고개를 저었다.



"어려울 거야. 평소에도 연락이 잘 되는 녀석이 아니야. 설령 연락이 바로 돼서 여기까지 날아온다고 해도 비행기로만 열여덟 시간 걸리는 거리야. 이러고 벌써 하루가 지나서 예선이 모레잖나."

"...그래서 불러도 못 온다고 한 거군."



후지마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것도 그렇지만 본딩이 깨졌다면 부르기도 조금 그렇고."



마츠모토가 말했다. 마키가 고개를 들었다.



"카와타. 그 전에도 한 번 이런 일이 있었다고 했지."

"그래."

"그 때도 그런 방법으로 구했다고 했지."

"그래."



카와타는 그러나 마키의 말을 막았다.



"내 생각엔 지금 똑같은 방법을 쓰는 건 좋지 않아."

"왜죠?"



물은 것은 센도였다.



"지금 이 상황에. 알파 몇 명이 본딩 했다가 풀어서 사이클을 정리해주는 것 말고 더 좋은 방법이 있나요?"

"본딩을 했다 푼다고?"



카와타가 인상을 찌푸렸다.



"....위험해. 그런 건."

"나도 그렇게 말했다."

"그럼 본딩 안 풀고 내가 가지고 있으면요."

"뭐?"



마츠모토가 센도를 쏘아보았다. 센도가 말을 이었다. 이제는 약간 지겨운 기색이었다.



"일단 맺고 나서 푸는게 위험할 것 같으면 내가 가지고 있으면 되잖아요. 나중에 해결은 후카츠상이랑 둘이 하든가 하고."

"너 이 새끼, 후카츠한테 그렇게 손댈 생각 하지 마, 센도!"



마츠모토가 으르렁거렸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마츠모토를 한 팔로 제지한 카와타가 침착하게 말했다.



"방법론이야 알겠지만 우선 후카츠가 위험해질 수 있어서 반대고. 그리고 만에 하나 시도를 한다 해도 본딩은 후카츠가 거부하면 성립이 안 돼."

"히트사이클인데 오메가가 알파의 본딩을 거부할 수 있다고?"



센도 대신 모로보시가 물었다. 그의 얼굴은 어딘가 몹시 혼란스러워 보였다.



"후카츠는 할 수 있어."



카와타 대신 마츠모토가 대답했다. 카와타도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말했잖아. 전에 한 번 이런 적이 있었다고. 그 때도 후카츠는 본딩을 거부했어."

"그럴 리가 없어."



모로보시의 성난 목소리가 쩌렁쩌렁 거실을 울렸다. 놀란 마키와 후지마가 모두 그를 돌아보았다.



"....뭐가 그럴 리 없다는 거지?"



카와타가 다소 당황한 듯 물었다. 모로보시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주황및 무드등에 비친 그의 얼굴은 무시무시해 보였다.
모로보시는 좌중을 한번 휘 둘러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아주 낮고 조용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난 바스켓 에이가 왜 국대 소집을 거부하는지 알아."



센도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남들 앞에서 절대 말 못할 이야기였고,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왔어. 후카츠는 전혀 모르고 있으니 그 일은 내가 죽을 때까지 비밀로 간직하자고 생각했어. 자존심 강한 녀석이니까. 아무리 오메가들이 종종 겪는 일이라고 해도 후카츠 카즈나리는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모로보시?"

"후카츠가 본딩을 거부할 수 있다고 했지, 카와타?"

"...."

"그렇다면 바스켓 에이는 후카츠의 본딩 알파일 수 없어."



모로보시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는 얼굴로 짓씹듯 말을 내뱉었다.





바스켓 에이는 후카츠를 강제로 안았다고.






















안 돼! 카즈나리, 카즈나리! 정신 차려!!




미츠이의 고함소리가 멀리서 숙소를 울렸다.












우성명헌
사와후카
명헌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