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타 시골에서 대대로 농사 지으며 여서부터 여까지가 다 우리땅이다 하는 부농의 장남 신현철

첫인상은 덩치 크고 무서운 시골 아재 같지만 알고 보면 섬세하고 다정하고 서울가서 대학공부까지 다 마치고 온 엘리트 농촌 청년
요새 누가 힘들게 농사 그리 짓나 기계가 얼마나 잘 나오는데, 요새 누가 쌀만 하냐 유행타는 작물들 자기가 먼저 들여와서 시험 농사 짓고 동네 어르신들 물건 팔기 힘들어할까봐 자기가 온라인 스토어 개설해서 '아키타 현철이네 유기농 ㅇㅇ'이런 식으로 연결해서 파는 배운 농촌 총각

부모님 잘 모시고 동생 현필이는 운동 시켜 프로 농구 선수하게 함. 자기는 서울서 자연대 공부했지만 나랑 같이 연구실에 남아 토끼같은 논문과 여우같은 특허를 만들어보지 않겠느냐는 지도 교수님의 팥차를 정중히 거절하고 가업 잇는다고 고향으로 내려온 박사까지 딸 뻔 했어 배운 남자 신현철.

대학 다닐 때도 인상만 험악하고 알고보면 다정남에 섬세하고 센스도 넘치고 유머도 있고 똑똑하고 매너 좋고 해서 대시도 엄청 받아서 연애도 해보았겠지 근데 고향 내려오기전에 정리함.

하루하루 농촌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던 신현철 총각 앞에 어느 날 서울에서 직장 생활 하다가 때려치고 내려온 얼굴 허여멀건 이명헌 보고 싶다.
얼굴이 허여멀건 하니 어디서 왔소, 동네 어른들이 물으니 서울에서 왔습니다. 서울서 뭐하다 여 왔소 물으니 회사 다니다 사표내고 쉬러 왔습니다. 이 말만 딱하고 어디 허름한 집 달세 내고 들어와서 삼. 동네 사람들 하고 딱히 교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뭔가 농사를 짓는것도 아니고 일을 하러 다니는 것도 아니고 아침 해 뜨면 그늘 적당한 곳에 앉아 하루종일 들판 바라보며 멍 때리거나 어떤 날은 책 읽거나 어떤 날은 산책하거나 그러면서 지내는 이명헌. 동네 사람들 처음엔 서울서 직장 다니다 짤려서 시골로 왔다, 사기 당해서 빈손으로 내려왔다, 우울증으로 요양하러 왔다 온갖 뒷말 다 들리는데 그런거 신경 안쓰고 제 할일만 하는 이명헌.

여기 앉아 있으면 위험합니다, 서울 양반.
아, 죄송합니다.

이명헌 고개 한번 숙였다 느릿느릿 일어났는데 딱히 갈 곳도 할 것도 없어 잠시 멍해진 상태로 서 있음 그거 지켜본 신현철

젊은 양반이 할 일 없으면 이거라도 해보는게 어떄요? 별로 안 어렵고 시간 잘 가는데
하면서 낮에 땄던 봄나물 한 바구니 안겨주고 다듬는 거 가르쳐줌
이명헌 이런 건 처음 해봐서 몰라도 손 야물고 영리해서 금방 배움
신현철 일 도와줘서 고맙다고 명헌이가 다듬은 나물로 나물 무쳐주고 비빔밥 해서 둘이 같이 점심 먹음 
점심 먹고 명헌이 일당이라며 밑반찬이랑 채소 챙겨줌

다음 날 신현철이 밭에 나와서 작물 살펴보는데 이명헌이 보온병에 커피 담아들고 앉아서 구름 구경하는 중
신현철이랑 눈 마주치자 이명헌 아무 말 없이 보온병 뚜껑에 커피 한 잔 담아줌
고맙다며 받아마시고 다시 일하러 가는 신현철
이명헌 구름 구경하다 신현철 구경하면서 하루 다 보냄


이런 식으로 매일 매일 처연한 눈빛으로 하루 종일 동네만 어슬렁 거리던 이명헌 어느 새 신현철 행동 반경에 들어와서 신현철 구경하고 있음
신현철 모르는 건 아닌데 이명헌 눈빛이나 행동이 함부로 건드리면 사라질 거 같아서 그냥 경계심 안 가질 정도로만 챙겨주고 살펴봄


그러다 좀 친해지고 말 트는 신현철 이명헌 학부는 달라도 같은 대학 출신임

너 그 정도로 공부했으면서 왜 시골 내려와서 농사짓고 있냐
뭐 농사가 어때서 농사가 천하근본일이다 너야말로 시골에는 왠 일이냐
그냥 아무 생각을 하기 싫어서 
왜, 회사 생활하다 진절머리 났냐? 번아웃?

이명헌 아무 대답 못하는데 뭔가 단순 번아웃 아닌 느낌이라 못 물어보는 신현철


한 번은 현철이네에서 농사지은 쌀로 담은 막걸리 내리는 날인데 명헌이가 아침부터 찾아옴 나 일 끝나고 막걸이 한 병만 주라고
명헌이한테 막걸이 내리는 일 가르쳐주면서 불끈불끈 걷어붙인 팔로 막걸리 내린다고 통 들고 나르고 짜고 누룩 섞고 하는데 그거 보면서 이명헌 눈 못 떼겠지. 신현철도 마찬가지. 뽀얗고 처연하게 생긴 미인이 별로 이런 일 안해본 하얀 손으로 자기랑 같이 막 막걸리 짜고 뽀얀 쌀뜨물에 뽀얀 손 담기는 데 안그래도 촉촉한 피부 더 촉촉해 보이고...그날 일 마치고 둘이서 달밤에 현철이가 부친 파전이랑 삶은 수육해서 막걸리 한잔씩 먹는데 명헌이는 현철이가 솥뚜껑 같은 손으로 막걸리 사발 들어다 마시는 목울대 보면서 파전 잘근잘근 씹고 현철이는 희뿌연 달빛아래 말간 명헌이 얼굴이랑 술기운에 달아오른 목덜미 보면서 막걸리 들이킴

술 좀 들어가고 그러니까 둘 다 좀 풀어지기도 하고 자꾸 서로 쳐다보느라 분위기 이상해지는 거 돌릴려고 이말저말 막 할 듯 그러다가 얘기하겠지 명헌이 사실 시골 내려온 게 전 직장에서 사내연애 하던 남자가 결혼 약속한 여자 있는데 양다리 걸치고 있었다는 거. 업계 매출 1위 기업에서 개발자 하던 이명헌 자기 남친 잘되라고 자기가 막 소스도 주고 코딩도 봐주고 그랬는데 남친은 자기 결과물만 쏙 빼먹고 상여금 타고 팀매출 1위 찍어서 승진하고 그 돈으로 결혼 준비함 그거 다 알고 나니까 화가 나는걸 넘어서 인간에 대한 환멸과 자신에 대한 회의 때문에 사표 쓰고 도망치듯 연고도 없는 시골로 내려온 이명헌. 여기는 자기 아는 사람 아무도 없고 할 일도 없으니까 그냥 하루하루 죽은 듯 시간 보내면서 그렇게 의미없이 지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에 들어온 현철이 덕분에 몸도 움직이고 먹는 것도 좀 사람답게 챙겨먹고 말도 하고 움직이다 보니 잡생각도 사라지고 그러면서 사람 꼴 갖춰가고 있었을 듯.

이야기 다 듣고 나니까 자기가 기가차는 신현철. 그러면서도 네가 쉬고 싶으면 얼마든지 쉬다 가라, 내가 옆에 같이 있어 주겠다. 사람이 살다보면 예상치 못한 일이 많이 생기고 사람 때문에 상처도 받지만 사람으로 이겨내는 거다. 이런 말 하면서 다정하게 명헌이 등 쓸어주는데 명헌이 오랜만에 느껴보는 사람 손길에 기어이 울음 터트림. 현철이 솥뚜껑 같은 손으로 등 쓸어주고 커다란 팔로 안아주는데 그게 그렇게 위안이 되었겠지 그렇게 달빛 아래에서 부둥켜 안고 한참 울다 잠든 이명헌. 그 다음날 눈 떠보니 자기는 현철이 침대에 자고 있고 현철이는 바닥에 이불깔고 구겨져서 자고 있음. 아침에 현철이가 끓여주는 해장국 먹고 오늘 장 서는 날이다 나랑 읍내가서 막걸리 납품하고 맛있는 거 먹고 오자 하는 현철이. 현철이가 모는 트럭 타고 읍내 가서 막걸리 납품하고 현철이가 명헌이 좋아하는 커피 사주고 농촌에서 지낼 때 입기 좋은 옷들 이런 거 사주고 할 듯. 아키타 시내에서 유명한 경양식집 가서 같이 함박 썰고 오는 둘. 여기 나랑 현필이 졸업식 하거나 생일 때마다 왔던 데다 막 이런 말 해줌. 서울가니까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던데 이상하게 이 집 맛이 생각나더라-하는 현철이. 명헌이도 현철이 말에 고개 끄덕이면서 칼질함.


아키타 특산물이 쌀도 있고 아키타 포도로 만든 와인도 있음 현철이네도 현철이가 서울서 배워오고 이탈리아까지 가서 기술 배워와서 와이너리 운영함, 부농 신씨네. 명헌이 현철이 안내 받아서 와인 저장고 가보고 깜짝 놀랄듯. 여기 한 번 들어갔다 길 잃으면 못 나오겠네용. 말투가 바뀌었네? 원래 이렇게 말해용. 여기와서 까먹고 있었어용. 바닥 조심해라 미끄러진다. 명헌이가 발 잘못 딛어 휘청하니까 솥뚜껑 손으로 명헌이 뽀얀 손 잡아 에스코트 해주는 이명헌. 신현철 알고 이러는거면 진짜 여우에용 모르고 이러는 거면 고소감이에용 이러면서도 현철이 손 놓기 싫어서 끝까지 잡고 감.

기계도 있지만 발로 밟아 숙성하는 와인도 인기 있어서 둘이 같이 들어가 포도 밟는 이명헌이랑 신현철
AI가 있는 시대에 비효율이에용, 근데 재미는 있네용
이상하게도 이거 더 좋아하는 사람들은 더 좋아하더라고

인기 있음 당연함 홍보용으로 신현철이 포도 밟는 사진 올려놔서 그럼 근육이 오르다 못해 성난 장딴지로 포도 밟는 사진이 썸네일임 


포도 밟다가 나오는데 명헌이 발 미끄러져서 휘청거리는 거 현철이가 재빨리 팔 뻗어 잡아줌 넘어지는 건 막았는데 신현철 품에 홀라당 안긴 이명헌 안그래도 현철이 몸 좋은 거 아는데 이날 포도 밟느라 옷 다 젖었죠 근육 펌핑되어 있죠 신현철 젠틀해서 명헌이 안 넘어지게 붙드는데 매너손이죠 자기도 180인데 자기 하나 받쳐주는 거 일도 아닌 194죠 거기다 바짝 붙어 있는데 명헌이 쩌는 꿀벅지에 뭔가...뭔가...뭔가가 닿아용 그게 뭔지 아는데 물어보면 안 될 거 같아용 도대체 신현철은 왜 와인 밟으러 오면서 바지에 장비를 넣어왔나용 

현철이 명헌이 민망해할까봐 일으켜주고 씻으러 가자며 저장고에서 와인 좋은 거 두 병 챙겨 나옴 한 병은 현철이거 한 병은 명헌이거 


명헌이 옷에서 술냄새 나용 이대로 가다간 취하겠어용 이러니까 현철이가 그럼 여기 작업실에 샤워실이랑 갈아입을 옷 여벌 있다며 여기서 씻고 가자고 함 둘 다 씻고 나왔는데 명헌이 촉촉하니 젖은 피부에 현철이 옷 걸치니 오버핏 되어서 조금만 숙여도 허벌 가슴팍 다 보이죠 근데 현철이 옷이 허리가 안 맞아서 바지를 못 입었죠 하의실종이죠 신현철 고개 숙이는 이명헌 뒷태 보고 잠깐 흠칫하다 이명헌 앞으로 걸어나오는데 오마이갓 앞으로 나오니 허벌 앞섶에 가슴팍 다 보이죠 이런 눈을 어디다 돌려야 하나요 이런 x발 이쁘면 이쁘다고 말을 해줘야 할 거 아니야 속으로 괜히 이명헌 욕만 하고 있죠 신현철은 막 씻고 나와서 웃통 까고 바지만 입고 있죠 근데 근육이...근육이 미쳤어요 돌덩이야 이명헌 저거 보면서 미친 옷도 안 입고 어딜 둘만 있는 곳에 돌아다니나용 저거 고소감이에용 저걸 저렇게 보여주는 게 어딨나용 만지지도 못하게 할거면서
근데 이명헌 현철이 앞에서 저도 모르게 한 번 만져보고 싶네용 이딴 마음의 소리 튀어 나오니까 현철이 아무렇지 않게 솥뚜껑 손으로 명헌이 양손 자기 상완근에 올려줄 듯 등판 쓰다듬으면서 근육 만져보다 둘 다 막...눈에 불꽃이 튀죠 그 날 그렇게 신현철 바지 속에 있던 장비 확인한 이명헌

슬램덩크 현철명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