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기가 왔든 롱디 때문이든 헤어진지 좀 됨. 서로 애인도 있지만 친구처럼 지내는데 술 먹고 실수로 붙어먹는 거 왜케 어울리냐. 먼저 깬 쪽이 설마..설마..아니겠지...이런 심정으로 고개 돌리는데 아니기는 개뿔 붙어먹은 거 맞음. 기억이 좀 희미하긴 한데 어제 전남친이랑 붙어먹은 거임... 미친놈...애인도 있는 새끼가 지금 전남친이랑 떡친 거임? 하고 욕지거리 좀 하다가 이제 어떡하지....? 하는 사이에 전남친이 깨버림. 으악! 자기 얼굴 보자마자 못볼 꼴 봤다는 듯 비명 지르는놈..아니 정대만임. 송태섭은 좀 짜증났겠지. 이상하게 기분이 나쁨.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정대만이 깼으니 서로 없던 일로 치자고 말함. 형, 우리 둘다 실수잖아요. 그...그렇지. 그냥 이건 원나잇이에요. 그런 걸로 치자고. 뭐?! 워...원나잇?! 너 미국에서 그런 짓도 하고 다녔냐?! 정대만이 얼굴이 시뻘게져서 막 말까지 더듬음. 아씨, 그런 적 없....아니 일단 우리가 서로 전남친이고 애인있는 상태인 게 더 중요한 거 아니에요? 그...그렇지. 그러니까 우리 둘만 입 다물면 된다고. 알아들은 거 맞아요? 어...엉.... 송태섭의 재촉에 고개를 여러번 끄덕이는 정대만이 미덥지는 않지만 일단 서로 상대방이 있으니 없던 일로 치기로 하는거...


근데 당시엔 기억이 좀 흐릿했는데 점점 기억이 나기 시작하면서 둘 다 미치겠는 거 보고싶다... 흔적만 없었으면 안 잤다고 우겨볼 수나 있지 송태섭이 어찌나 많이 씹어놨는지 몸이 완전 엉망임. 으, 완전 입질을 해놨네... 이러면서 질린다 질려, 하면서도 괜히 예전에 만났을 때 생각도 나고 괜히 싱숭생숭해지는 정대만... 송태섭도 마찬가지겠지. 이제는 기억조차 흐릿한, 오래전에 안아 봤던 몸 따위가 생생하게 떠올라서 괜히 한발 빼고 나왔을 거임. 둘 다 전남친이랑 붙어먹은 충격에 현타오는데 그날 서로 애인이름 부르면서 붙어먹은 거 생각나서 그래도 다행히 마음이 남은 건 아니구나 하고 안심할 듯. 근데 처음에만 그랬지 중간부턴 서로인거 다 알고 붙어먹은 거는 필사적으로 모른 척함. 아 지친다 암튼 삽질 좀 하다가 서로한테 아직 마음 남은 거 확인하고 다시 이어지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