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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23:25
박철은 비오는날 누굴 마중나가본 역사가 없음. 누가 마중나와준적도 없고. 애인이 있어도 마찬가지고 뭣보다 일단 자기자신이 비 맞는것도 신경쓰질 않음. 근데 또 성격이 그렇다보니 애인한테 무신경하다고 서운한 소리 듣는거임. 뭐 그 이후엔 비가 오는 날엔 의무적으로 애인 마중나가고 그랬겠지. 양호열 만나면서도 그랬음. 사귄건 아니고, 처음엔 오해로 시작한 거긴 한데. 근데 점점 바뀌는거 보고싶다.



박철이랑 양호열이랑, 시장 앞이며 빠칭코 앞이며 오며가며 얼굴 익혔다고 눈이 마주치면 슬쩍 눈썹 까딱이는 정도로 아는척하는 정도는 됐음. 양호열은 시장 초입에 있는 베이커리 겸하는 카페 알바, 박철은 그 블록 돌아서 골목에 들어서면 보이는 아는사람 정비소 직원. 양호열이 지나갈때면 박철은 공기에서 버터 냄새가 나는것 같음. 쟤는 볼때마다 그거 닮았네... 뭐더라... 쿠키맨인가...(진저브레드맨임) 단내난다. ㅇㅈㄹ하겠지. 양호열은 박철이 보이면 기름냄새... 생각하면서 괜히 자기 스쿠터 키 만지작거림. 내 스쿠터 한번 봐준다고 했는데 언제 가지, 속으로 생각하겠지.




그러다 어느 비오는 날에 양호열 자기 마음 깨닫는거 보고싶다.

양호열이 알바하는 카페 유리창에 빗방울 떨어지면 아 우산 없는데 어쩌지 싶음. 맞고 가야하나... 추운데... 쩝 입맛 다시면서 앞치마 벗어두고 점장한테 꾸벅 인사하고 돌아섰음. 근데 카페 앞에, 박철이 타이밍 좋게도 우산을 들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던거야.

어, 박철이다.

그 생각 들면서 유리문에 언뜻 비친 자기 얼굴 보는데 평소의 알바 끝나서 피곤에 지친 표정이 아니고 반가움이랑 설렘이 뒤섞인 표정인거야. 양호열 심장 쿵 떨어지고 얼른 손등 슬쩍 깨물어서 얼굴 가렸으면 좋겠다.

뭐지? 나 왜... 왜이러지?

애써서 무심한 표정 가장하고 양호열 가게문 밀어 열었음. 딸랑 하는 소리에 박철 별 생각없이 힐끔 쳐다봄. 근데 양호열이랑 눈이 마주치니까 자기도 눈썹 쓱 밀어올리더니 여어. 이럼.

"지금 마치냐"

그렇게 인사까지 하면 진짜 나 기다린것 같잖아. 그런거면 좋겠다, 나 마중나온거면.

빼도박도 못하게 자기 마음 자각한 양호열 아 ㅅㅂ 망했다 싶어서 고개 푹 숙임. 나 지금 얼굴 빨개졌나? 박철이 아까 내 표정 봤나? 아니겠지? 심장 빠르게 뛰는데 박철이 훌쩍 가까이 다가와서 슬쩍 쓰고있던 우산 아래에 호열이 넣으면 심장이 뛰다못해 멈출거같겠지.

"우산 없냐?"
"..없을 수도 있지 왜 시비냐"

일부러 삐죽하게 말하는데 박철 못들은척 턱 슬슬 긁더니 가자, 이럼.

"됐어 무슨... 이정도는 맞고가도 돼."

"그래? 그럼..."



박철 장난기 돋아서 우산 슥 빼면 양호열 빗줄기에 좀 젖음. 진심이냐는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양호열 머리카락이 살짝 젖어들어가는게 비맞은 새끼고양이같아서 박철 좀 애틋해질듯. 쬐그만게 까칠하기는. 헛기침한 박철 모르는척 다시 우산 기울여줌. 양호열도 그냥 말없이 박철 우산 아래서 천천히 걷겠지.

근데 사실 박철도 자기 발견한 양호열 표정 시시각각 바뀌는거 다 보고있었으면 좋겠다. 처음엔 왜저래 싶었는데 나중엔 무슨 의미인지 깨닫고, 자기 좋아하는거 다 티 나는 양호열이 뒷골 당기게 귀여워서 나 망했네 저 과자소년한테 반했네... 싶겠지. 그날 손도 안 대고 집앞에 얌전히 데려다줘놓고 그 다음날도 그 다음다음날도 비 핑계로 양호열 데리러 가는 박철 보고싶다. 양호열은 계속 가게에 우산 두고 나오고. 집에 가는동안 둘다 어깨 젖는 부분 점점 줄어듦.

그리고 그 다음다음다음날엔 비도 안 왔는데 가게 앞 서성거리는 박철 때문에 퇴근하던 양호열 아하하 웃더니 폴짝 뛰어서 박철 목에 팔 감고 끌어안았으면 좋겠다ㅋㅋ


철호열 연애하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