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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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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다 커서 이제 조혼도 아닌 것 같지만......

고증없음 걍 드문드문 보고싶은것만 있음 호칭 이름 한국어 일본어 섞임ㅈㅇ



아직 우성이 성년 안 됐을 때 명헌이한테 그렇게 고백하고 나서 은근 신체적 접촉 시도 했음 좋겠다..ㅋㅋㅋ 둘이 오랜만에 같이 한낮 시간 보내고 있을 때 책 필사하고 있는 명헌이 뒤로 와서 어깨에 슬그머니 턱 얹는 정우성....명헌이가 말없이 얼굴 꾹꾹 밀어내도 열과 성을 다해서 버팀. 형 나 목 꺾여요 하며 우는소리에 비키면 되잖아, 하면서도 밀던 손 거두는 이명헌 때문에 혼자 속 간질간질해져서 좋아하는 우성이.... 뭐..마을 장 구경을 가든 명절날이든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 명헌이 등 뒤에 서게 되면 우성이 은근슬쩍 형아 허리에 팔 둘러봄... 손 떼 뿅. 조용히 씹어뱉는 형 으름장에도 모르는 척 버티고 있는데 갑자기 형이 고개 훅 돌리고 올려다봄. 떼라고 했다. 그제서야 팔에 힘 스르르 풀려서 떨어져나가는 정우성.. 그게 이명헌 으름장 때문이 아니라 갑자기 가까워진 얼굴에 입술 부딪힐 뻔 해서 혼자 혼이 나간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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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례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첫 아이가 생겼음. 명헌이는 좀 얼떨떨한데 우성이가 진짜 너무나도 기뻐했겠지... 명헌이형이랑 제 사이에 아이가 생긴다는데 얼마나 좋았겠음. 일과중인데도 틈만 나면 명헌이 얼굴 보러 기어들어오고 도통 명헌이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음. 그 얼굴을 기가 막혀 쳐다보다가 한숨 짧게 뱉고 들고있던 책 내려놓으면 기다렸다는 듯 다가와 허리를 폭 끌어 안으며 아직 태도 나지 않는 배에 볼을 대어보곤 했고..



그러나 그렇게 애정을 듬뿍 준 아이는 그 애정을 느껴보기도 전에 몇 달 채우지 못하고 떠나게 되었음. 어떤 큰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음. 그냥 여느 때와 다름 없던 날에 갑작스런 하혈이 있었고 그런 결과에 이른거임. 의원도 별다른 원인을 찾지 못하고 그저 태가 약했던 모양이라고만 했겠지. 명헌이는 자리에 누워 가을이 깊어지는 바깥을 쳐다보았음. 다음 봄이 시작될 때쯤이면 만났을텐데. 뭐가 불편했던걸까, 조금 더 기뻐할걸 그랬나. 기쁘지 않았던건 아니었는데... 명헌은 늘 혹시나, 만약에를 생각하며 들뜨지 않으려 했던 스스로를 생각했음. 명헌의 마음에 크게 자리잡은건 아이가 그렇게 떠났다는 것에 대한 상실감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우성에게 미안한 마음이었겠지. 아이가 생긴 걸 그렇게 좋아했는데 지키지 못했네. 명헌이가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도.



그날 우성이는 누워있는 명헌이의 손을 잡아 한참동안 자기 볼에 대고 있었음. 깊게 숙인 얼굴에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명헌이는 자기 손에 고이는 느낌으로 알았겠지. 아, 울고있구나. 명헌이는 우성이의 눈물이 그렇게도 바랐던 아이가 떠났기 때문인 거라고 생각했음. 그래서 천천히 말을 고르다가, 우성의 볼에 닿아있는 엄지손가락으로 볼을 가만히 매만지며 울지 마, 괜찮아. 라고 할 뿐이었고... 그러나 그때 우성이는 형이 힘들었던 걸까, 자기가 너무 철없이 들떠서, 자기가 너무 생각 없이 귀찮게 굴어서 형을 힘들게 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음. 형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싶었지만 입을 열면 울음이 와르르 쏟아질것같아 그저 속으로 속으로만 삼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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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이를 그렇게 보낸 이후로 명헌이는 애가 쉽게 들지 않았음. 그 사이 일상은 평소처럼 흘러갔고 한해 두해 흐르는 시간 속에서 둘은 부부라는 관계에 익숙해져감. 같이 책을 읽고, 같이 뜰 안을 걷고, 이따금씩 크게 열리는 장을 구경가기도 하고. 공유하는 일상과 시간의 양은 이전과 비슷할지라도 결은 분명히 달랐음. 말없이 손을 잡았을 때 슬그머니 빠져나가던 이전과는 달리 힘을 주어 마주잡아오는 손에 우성이는 가슴 속 어딘가가 뻐근해져 혼자 입술만 깨물었겠지. 허리에 팔을 감으면 자연스럽게 몸에 힘을 풀고 기대어오는 명헌에 심장이 터질듯 뛰었음. 이미 잠자리를 함께 한지가 몇년인데, 고작 그런 몸짓들이 우성에겐 너무나도 크게 다가오는 것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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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이 아버지는 독서를 좋아하는 명헌에게 가능한 한 많은 책을 보여주고 싶어 했음. 명헌이 바라는 책을 새로 구입해주기도 하고 본인이 가진 책을 빌려주기도 함. 명헌은 며칠 전 빌린 책을 들고 아버지한테 향했음. 빌린지가 꽤 됐었는데 요즘엔 우성이랑 있었던 시간이 많아 읽는데 오래 걸려 이제야 돌려드리게 된 터였지.



바깥채에 다다랐을 때, 명헌은 마루 밑에 신이 세 켤레가 놓여 있는 걸 봄. 하나는 아버지 신발이었고 다른 하나는 우성이 신발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손님 신발인 듯 했음. 여태 우성이 조용하다 했더니 손님 맞이에 잡혀간 모양이었지. 어렴풋이 어제 아버지의 사촌형이며 우성에게는 당숙부 되는 손님이 들렀다 간다 했던 말이 생각나서, 이따가 다시 와야겠다 하고 걸음을 돌리려던 때였음. 아직도 손자를 못봐서 어쩌나, 하는 소리는 손님의 목소리인듯 했고.. 명헌은 못 들은 척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발걸음이 딱 붙어 움직이지 않았지. 그게 뭐 대수입니까 형님, 애들이 잘 살면 되는거지. 우성의 아버지가 사람 좋게 은근히 말머리를 돌렸지만 벌써 몇년인데 그래 아직도 소식이 없어. 그 애도 이제 나이가 꽤 찼지 않나, 하는 말에 명헌은 저도 모르게 책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음.



사실 이런 말은 최근 몇 년간 이따금씩 들었던 말이었겠지. 사람들은 남의 말 하기를 좋아했고 이 집안 장손며느리라고 들어온 명헌이는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종친들의 관심거리였음. 저들끼리 수군거리다 명헌이 시야에 들어올 때서야 입을 다물 때도 있었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소리는 들린다는걸 모르는듯이.. 그러나 명헌이 스스로도 그런 말에 잘 휩쓸리는 성정이 아니었고, 우성이와, 이 집 식구들이 좋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수 있었던 거임.



이번에도 그냥 그렇게 넘길 수 있을 줄 알았지. 그러나, 어려울 거 뭐 있나 첩실을 들여, 아니면 내보내고 처를 새로 들이든지. 하는 말은 이상하게도 와서 박히는 것이었고... 당숙! 기어이 방 안에서 노기에 찬 목소리가 났을 때, 겨우 발길을 돌린 명헌은 마악 바깥채 뜰을 빠져나가고 있었음.



겨울과 봄 사이 어디쯤이었음. 명헌은 마루에 앉아 아직은 바람이 찬 뜰을 내려다보았음. 이전에는 굳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한번에 밀려오는 것 같았음. 명헌은 자기가 이 집에서 사는 게 단지 아이를 낳기 위함은 아니라고 여겼지만.... 아무래도 집안 어른들에게는 생각이 다를 터였지. 어렸을적 그렸던 삶은 아니지만 이런 삶도 괜찮다 했던 마음들이 조금 허무해지는것도 같았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잊고 있었던 첫 임신까지 타고 올라갔고, 그때 아무일 없이 낳았다면 어땠을까 까지 닿았을 때쯤 중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옴. 돌아보니 우성이가 들어오고 있었지. 문을 넘어오는 우성의 표정은 무섭게 굳은 채였음. 그러나 명헌을 보고 예상 못한 듯 잠시 멈추었다 이내 곧장 걸어오는 우성은 다시 웃는 낯이었고.. 아직 추운데 왜 나와있어요. 우성이는 명헌 앞에 서서는 장난기 어린 얼굴로 명헌의 어깨를 끌어와 품에 안았음. 나 기다렸어요? 하는 말에 명헌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음. 우성은 명헌이 앞에서 애써 기색을 지우고 있었지. 형, 저쪽 볕좋은데는 벌써 개나리가 피었어요. 봄이 오긴 오나봐요. 우리 이따 산책 가 볼래요? 아, 형이 사준 목도리 하구 가야겠다. 일단 옷을 좀 갈아입고...명헌은 제 머리 위에서 쫑알쫑알 쏟아지는 우성의 목소리를 가만히 듣고있었음. 그 목소리는 꼭 제 이마가 닿아 있는 우성의 가슴께에서 울리는 것도 같았음.



명헌이는 우성이가 저랑 있을때는 늘 솔직하기를 바랐음. 물론 어렸을때부터 봐 왔으므로 속이 다 보이는 우성이 익숙해서 그런것도 있었지만, 장손이 어떤 자린지 알고 있었기 때문임. 이 집에 들어오기 전에는 명헌도 집안의 장손이었으니까. 앞으로 살다보면 스스로를 감춰야 할 일 투성이일텐데 저한테만큼은 그러지 않았으면 했고...그게 설령 저를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명헌은 한참을 그렇게 안겨 있다가 우성의 품에서 벗어나 얼굴을 올려다 보았음. 에이지. 응? 곧장 돌아오는 대답에 웃음이 날 것 같았지.



나는 괜찮으니까 너무 신경쓰지 마.

....네?

아까 아버님 방에서 한 얘기 들었어. 그러려던건 아니었는데..



우성이는 머리를 한대 맞은 얼굴을 했음. 형, 지금... 당황한 얼굴로 명헌을 한참 내려다보던 우성이 고개를 돌리며 턱을 힘주어 물었음. 그리고 몇번 숨을 고르는 듯 하다가 씹어뱉듯 말했지. 들었구나. 그 손님을 내쫓다시피 한 우성은 이 일을 절대 비밀에 부칠 생각이었지. 고작 항렬 좀 높다고 함부로 말하는 사람 때문에 명헌의 속을 어지럽히고싶지 않았음. 그래서 일이 더 커지지 않게 말로만 끝냈던건데.. 우성은 제 판단을 후회했음. 지금같아선 주먹질을 했어도 모자랄 것 같았지. 말을 고르듯 잠시 침묵하던 우성은 두 손으로 명헌의 어깨를 조심스레 감싸고 눈을 맞췄음. 저는 이렇게 분이 치밀어 오르는데 마주보는 명헌의 눈은 너무 고요해 우성은 입술을 깨물 뿐이었고... 형은 왜 괜찮다고 하는거지. 왜 이런 것까지도 괜찮다고 해. 이제 나도 당신을 담을 수 있을 만큼 컸는데. 결국 밀려드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채 입을 연 우성이었음. 뭐가 괜찮은데요. 목소리는 꽉 눌려 있었겠지. 나는 하나도 안 괜찮아.



형이 여기에 그러려고 있는게 아니잖아요. 나는 아이 없어도 상관 없어요. 형이 없으면 다 의미 없어.



근데 그 사람은 꼭 당신이 여기에 애나 낳아주려고 와 있는 사람 취급을 하잖아.. 울음이 목을 울컥 막아와 결국 삼키고 만 말이었지. 한참동안 명헌의 어깨를 잡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던 우성이 느리게 다시 말을 이었음. 나는, 형이 그런거 말고 나 때문에 여기 있는 거였으면 좋겠어. 내가 좋아서 여기 있는 거죠, 그쵸 형.. 그리고 그건 우성이가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불안이었겠지.



처음엔 처음 본 형이 자기 신부라는 게 신기했고, 그 다음엔 저를 챙겨주는 형이 좋았고, 그리고 기억도 나지 않는 어느 순간부터는 형을 보면 가슴께가 울렁였음. 그때쯤부터 우성은 생각했던거지. 아, 우리집에 명헌이 형이 와서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명헌이 형을 만날 기회도, 좋아할 수 있는 기회도 없었을 테니까. 그렇다면 따라붙는 의문이 있었음. 명헌이형은? 명헌은 늘 저한테 차분한 얼굴만 보여줬으니까... 머리를 쓰다듬는 손에는 저에 대한 다정함이 묻어있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의 다정함 속에는 여러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수록 우성이는 명헌이 주는 그 다정이 무엇인지 늘 알고 싶었겠지. 내가 형을 좋아하는 것과 같은 모양으로 형도 나를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내가 던지는 것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형도 나에게 던져주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우성의 오랜 바람이었음.



늘 체에 거른 듯 깊은 속을 보이지 않는 명헌에게서 우성이 그나마 명헌의 심중을 추측할 수 있는 건 그가 저를 떠나지 않고 계속 제 옆에서 저를 받아주고, 쓰다듬어주며 이 집에 머무른다는 것이었겠지. 우성은 어릴 때에도 성년이 되어 혼례를 올렸을 때에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거면 된다고 생각했음. 근데 오늘 그 손님의 말이 기저에 가라앉았던 우성의 불안을 헤집어 버린거지. 형이 여기 머무는게, 형이 나를 받아주는 게 그저 상황에 순응했기 때문이라면, 그냥 그렇게, 집안 대 집안으로 맺어진 인연에 대한 의무 때문이라면. 근데 형은 또 그렇게 덤덤한 얼굴로 그딴 말이 괜찮다고 하잖아.......



에이지. 우성을 달래보려던 명헌의 부름이 무색하게도 그게 어떤 기폭제가 된 마냥 우성이는 억눌린 숨을 뱉으며 명헌의 어깨 위로 무너졌음. 우성의 이마가 명헌의 어깨를 짓눌렀음. 그리고 그렇게 짓눌린 어깨는 머잖아 젖어들기 시작했지. 에이지? 명헌의 손이 우성의 등을 얼른 끌어안아왔음. 그 손이 우성은 새삼 서러웠고.... 형은, 왜 맨날 괜찮아요? 그 말 뜻을 얼른 알아채지 못한 명헌의 손이 멈추었음. 우성은 이제 울고 있었음.



나는, 이럴때 당신이 안 괜찮으면 좋겠어. 당신이 울고불고 나한테 힘들다고 했으면 좋겠어.....처음엔 명헌이를 위에서부터 덮듯이 끌어안았던 우성이는 어느 새 명헌이의 발치에 무너져 그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였겠지. 꼭 옛날 어린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숨을 따라 흔들리는 등을 가만히 쳐다보던 명헌도 결국은 뒤통수를 가만히 쓸어주는 수밖에 없었음. 어릴 때 그랬던 것처럼.



소리죽인 울음이 잦아들고 울음 끝에 숨을 몰아쉬는 등을 가만히 쓸어주던 명헌이 에이지, 하고 입을 열었음. 나 좀 봐. 얼굴을 감싸 일으키려는 명헌의 손길에도 우성은 얼굴을 보이기 싫은듯 꿋꿋이 버텼음. 대신 명헌의 다리를 꽉 붙들어 안아오는 두 팔이 있었겠지. 결국 본래의 목적을 포기한채 다시 그 등에 손을 얹은 명헌이었고... 한참동안 그렇게 숨을 쌔근거리고 있던 우성이 얼굴을 파묻은 채로 웅얼거렸음.



형...나 좋아하는거죠?



내가 형한테 그런 것처럼. 형도. 그쵸? 울음에 잠기고 옷에 묻힌 목소리는 잔뜩 뭉그러진채였음. 그러나 명헌에게는 선명하게 들렸을테지. 명헌은 잠시 말문이 막힌채 우성의 뒷머리만 바라보았음. 저를 좋아하느냐는 우성의 말이 너무나도 새삼스러웠기 때문임. 처음 만났을 때 열 살 남짓이었던 우성이 벌써 이십 대 중반에 가까워지고 있었음. 그 시간동안 둘이 손을 잡고, 입을 맞추고, 서로를 안고, 몸을 맞댄 것은 이제 수를 가늠할 수 없었고 가늠할 필요도 없을 만큼 당연해진 것이었지. 그런데 저를 좋아하느냐는 우성의 질문은 명헌을 마치 다시 성년이 되기 전 그때로 되돌리는 것 같았고...



명헌은 우성에 대한 제 감정을 의심한적이 없었음. 물론 시작은 연정이라 할 수 없었고 절절하게 끓는 감정은 아닐지라도 명헌의 애정은 늘 그곳에서 우성을 향하고 있었음. 그건 하루가 시작되고 끝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것이라 굳이 머릿속에 떠올려 생각하려 했던 적도 없었지. 그리고 그것을 저와 늘 함께 시간을 보내는 우성도 당연히 느꼈으리라 생각했음. 그런데 지금 얘가 그걸 확인받고싶어 하고있는 거임.... 그제서야 명헌은 우성의 불안을 알았지. 제가 드러내지 않으면 상대방은 알 길이 없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었는데도.. 이 애보다 형이기 때문에, 먼저 어른이 되었답시고 속엣말을 삼키다 결국 우성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제 감정을 떠넘겨 왔었던 것임.



그럼 이 애는 언제부터 그걸 견뎌왔을까.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봐도 우성은 늘 저에게 웃는 얼굴로 곧장 다가와 있었기 때문에 가늠할 수가 없었지. 좋아한다고 말하던 얼굴이 떠올라 명헌은 입술을 감쳐물었음. 온몸으로 부딪혀오던 그 말에 저도 그만큼의 답을 줬어야 했는데..



여전히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인 우성은 답을 기다리는 듯 숨소리조차도 내지 않고 있었음. 잠시간 밀려오는 생각들로 명헌의 손이 느려지자 우성이 불안한듯 명헌의 다리를 안고 있던 팔에 힘을 주어 매달려왔겠지. 긴장으로 굳은 몸이 안타까워서, 그 등 위에 얹은 손을 다시 천천히 움직여 쓰다듬던 명헌은 긴 숨을 뱉어냈음. 그리고 마침내 우성의 물음에 나직히 답했음.



응. 좋아해.



그러자 엎드려 있는 몸이 흔들리며 기어이 헛숨이 터졌고.... 명헌은 어쩐지 우성이 좀 어려워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 이 애를 다 아는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라고.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것보다 이 애는 더 크게 자라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조용히 우성을 쓸어주던 명헌은 설움이 가득한 등 위로 천천히 고개를 숙였음. 그리고 이제는 한 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커버린 등에 그늘을 만들며 제 이마를 대었음.



좋아해, 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