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1776
2023.05.07 01:55

딱히 이어지지 않는 이전: https://hygall.com/541140049

--------------------------------------------------------------------------------------------------------------------------------------------
재생다운로드
루스터행맨

R


자신은 상실이 익숙한 남자였다. 인생사가 타고나기를 그랬다. 어려서는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조금 커서는 목숨을 맡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대부에게 거절당했으며, 이후에는 동료를 잃었다.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대부가 왜 제가 이 직업을 가지는 것을 반대했는지를 알 법도 했다는 생각이 문득 들은 것은 이미 중위를 달고 난 이후였다. 좋은 대학을 나와 수병까지 했었으니 꽤 늦은 이해였다. 파일럿을 하고 싶어서 4수까지 해놓고 대부와 의절까지 해놓고서. 이제 와서 다른 직업을 고를까 고민한다니, 누가 듣던 간에 웃기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으리라. 파병지는 더욱 극한이었다- 정밀타격을 전공했기 때문에 제가 떨어트리는 포탄은 대부분이 작전 지시대로였음에도 민간인 사상자는 반드시 따라왔다. 내가 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고 믿었는데, 과연 그랬을까? 매너리즘이 자꾸만 자신을 잡아먹었다. 바닥부터, 머리까지.

아이는 대답 없이 고개를 위로 올렸다- 그리고 입술에 맞닿는, 제 체온보다 훨씬 차가운 온도. 맞닿은 눈, 같이 뛰는 심장. 네가 원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과 같을까, 아니면 나만의 착각일까? 미친 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되물었다. 나랑 자고 싶어? 마주한 청포도빛 눈이 감겼다 다시 떠오르며 어둠 속에서도 그 빛을 자랑했다. 그 주인은 별 말 없이 다시 고개를 올려 제 입술을 가져다댔다. 그렇게 이루어진 첫날 밤, 금빛 머리가 제 앞에서 손짓 한 번에 잡힐 듯 아지렁이를 피어내며 흔들렸다. 길을 잃어도 이것만 쫓아오면 된다는 것처럼. 

후회할텐데. 하는 말에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후회해도 괜찮아, 너만 후회하지 않는다면. 포탄이 스치고 지나간 제 다리는 제대로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태라고 했다. 그래도 직통으로 맞아 그대로 숨진 제 상관이나,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은 행보관에 비하면 훨씬 운이 좋았다는 소리를 듣기에 자신은 지나치게 절박했다. 그래서 요청을 거절했다, 내가 제대로 파일럿으로 복귀하지 못한다면 그에게 남는 것은 의병제대를 당한 애인이 있다는 흠집뿐이었다. 이 보수적인 집단에서 그것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애초에 명백했다- 그래서 너를 놓을 수밖에 없었다. 너는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하니까. 그리고 동시에 느낀 것이다- 이 직업은 지나치게 위험하구나.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람이구나. 내가 겪었던 상실을 너에게도 주고 싶지는 않았다.

H


결혼에 대한 환상? 그런 것은 어린 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특히 저처럼 꽤 괜찮은 집에서 태어나서, 부모님이 서로만을 쳐다보는 화목한 가정 사이에서 살아간다면 그런 환상 같은 것이 없을 수가 없었다. 형들도 그렇게 화목한 가정을 이루었고, 제가 가진 대부분의 환상은 가족을 통해 입증되었다. 성장도, 직업도, 결혼도, 하다못해 아이나 노년까지도. 세러신이라는 이름을 달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가져온 삶이 익숙했으며 또 당연했다- 하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알아야 하는 것은 교육도 안전도 아니라, 환상이 늘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깨달음이었어여 했다.

파병생활은 각오한 것보다도 훨씬 심각했다. 폭격을 맞아 추락해버린 제 동료, 군번줄조차도 회수하지 못한 다른 부대원, 바닥에 쓰러진 민간인들. 정확한 위치에 포탄을 떨궜음에도 반드시 민간인 사상자가 따라왔다. 다들 그게 어쩔수가 없는 희생이라고만 말했다. 구역질 나는 환상이었다, 내가 그린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같이 텐트를 쓰던 제 동료가 죽은 날 캠프의 한쪽 구석에서 토악질을 했다. 자꾸만 신물이 올라와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눈을 감아도 자꾸만, 자꾸만- 자신이 어떻게든 틀어막았던 그의 상처가, 떠나기 직전의 그 눈이 생각나서. 

이봐. 괜찮아?
   
누군가가 제 등을 두어번 두드려댔다. 물 좀 줘? 꽤 익숙한 콧수염이 제 앞으로 들이밀어지고, 남자가 제 쪽으로 물을 들이밀었다. 파병은 처음이야? 그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자 그가 어깨를 주물러주었다. 괜찮아. 금방 익숙해져. 금방 익숙해진다니, 무엇이? 남자는 제 의문스러운 눈길에도 별 대답 없이 차갑게 식은 제 손을 여러번 문질러주었다. 혼자 잘 수 있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세러신 중위지? 내 텐트는 네 텐트 바로 옆이야. 브래드쇼 중위고. 나도 동료가 본국으로 떠나서 지금은 혼자 쓰니까, 필요하면 찾아와.

대답 없이 고개를 두어번 끄덕여주자 남자가 어깨를 툭툭 치고 지나쳤다. 들어가도 될까요? 별도 뜨지 않던 새까만 어둠 속, 그의 텐트를 두드린 것은 어떻게 보면 필연적이었다. 눈을 감아도 동료가 앞에 있었고, 눈을 떠도 동료가 앞에 있었다. 그럼 눈을 떠도 동료가 옆에 있으면 되는 게 아닐까? 동료라도 같은 사람이 아니었으므로 제정신이라면 생각할 수 없는 대답이었지만 - 누군들 그 참혹한 잔상 앞에서는 제정신일 수 없었다. 문을 열어준 남자 - 브래들리 브래드쇼 대위- 가 자신을 텐트 안으로 들였다. 침대가 하나뿐이라 같이 누워야 하는데 괜찮아? 고개를 끄덕여주자 남자가 조금 옆으로 비켜주었다. 꿈에 차마 잊을 수 없는 그 모습이 다시 나타나서 헉헉거리며 우는 자신을 끌어안은 남자 덕분에 눈을 뜨면 제 앞에 동료가 있다는 것이 현실로 다가왔다- 그래서 창피한줄도 모르고 반쯤 울면서 남자의 너른 품에 몸을 묻었다. 남자는 별말 없이 자신을 쎄게 끌어안아주었다. 그게, 그와 자신의 첫만남이었다. 

*

뭔가 이 둘은 파병지에서 만나서 열렬히 사랑했던 게 잘어울림... 4수까지 해서 왔는데 결국엔 자기가 하고 있는 그 일에 매너리즘이 오고 만 루스터와 + 첫 파병에서 동료가 눈앞에서 죽고 바로 그 날 결국 파병지에서 처음 만난 루스터에게서 온기를 나눠받는 행맨 둘은 그렇게 사랑에 빠졌을 것 같은데 루스터가 부상으로 먼저 본국으로 송환되고 연락이 끊기면서 둘은 원하지 않게 헤어짐

미국에 돌아온 행맨은 연락하고 싶어하는데 부상을 입은 루스터는 자신이라는 흠집을 남기기 싫어서 둘은 재결합 못함
그러다가 결국 미라클 미션으로 탑건에서 만났는데 독기 올라서 돌아온 군만두와 회복해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루스터가 만나서 YOU LOOK GOOD을 날리며 플러팅을 조지게 해버리고... 둘은 결국 다시 결합하는데 또 싸섹싸섹하다가 애를 임신하고 말듯ㅋㅋㅋ 그리고 발닦개가 되어 푸아그라를 구하러 날라다니게 된다... 파파세러신한테 엽총 맞을 각오(!)까지 하는 루스터와 다행히 행맨이 징징대서 총까지는 안맞은 루스터...
그래도 뭔가 이 둘은 그 모든 고난을 거치고 결국에 끝은 해피엔딩이었습니다~ 가 잘어울리는 커플임

------------------------------------------------------------------------------------------------------------------​​​​​​​-------------------​​​​​​​--------------

재생다운로드
프리츠예일 

P

브리검 레녹스를 죽였던 그 날, 그는 항의하듯이 제 방안에서 며칠을 꼬박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거의 일주일이 지나고서야- 제 서재에서 극적인 만남이 이루어진 참이었다. 도대체 내 뭐가 그렇게 갖고 싶었니. 나는 너에게 한참 모자랐는데. 내가 가진 건 네가 다 가졌잖아. 그는 조용히 서재 의자에 앉은 제 무릎 위로 올라와, 고개를 올려 제 입술에 차가운 낙인을 남겼다. 내가 왜 당신을 갖고 싶냐고? 그냥, 당신이라서. 그러나 입밖으로는 낼 수 없었다- 그가, 다시 속삭였기 때문에. 내 껍데기라도 괜찮다면 가져가, 이제 이게 전부니까. 그가 브리검 레녹스를 사랑했다는 것을 알았다. 다만 그 사랑이 너무나도 강하고 독약 같아서 그의 속을 전부 태워내 껍데기만 남길 줄은 몰랐을 뿐. 그에 대한 제 마음이, 언젠간 자신에게도 결국에는 그러할 것이라는 것도.

비가 죽어라 내리는데 그는 망할 3층 침실 창문에 앉아 텅 빈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보기만 했다. 의사는 그걸 몽유병 증세라고 했다. 처음에는 자다 일어나 방을 헤메는 정도였는데, 점차 복도로, 1층으로, 그리고는 이제-. 저러다 떨어지는 게 아닐까, 안절부절 못하는 제가 미치도록 혐오스러웠다. 정원의 풀밭에 몸을 붙이고 선 자신과, 공중에 떠 있는 그는 꽤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 같았다. 비가 억수같이 내려서 얼굴에 흐르는 것이 눈물인지조차 모르겠는 시점, 몸이 온통 비로 젖는 것은 전혀 가늠되지조차 않았다. 내가 더 강했더라면, 내가 당신을 덜 사랑했더라면. 당신이 죽든 말든 신경 쓰지조차 않았을 텐데. 제기랄, 나는 당신을 갖고 싶은데도 이런 방법밖에는 생각해낼 수가 없어. 제발, 내려와요, 예일. 위험하잖아. 그를 로건이라고도 부를 수 없는 자신이 너무나도, 역겨워서. 내가, 그를 로건이라고 불렀던 유일한 남자를 죽여버렸으니까. 

원하면 어디서 아이 낳아와도 된다는 말이야.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나는 아이를 못 낳으니까. 파티장에서 들은 말이 꽤 기억에 남았는지 그가 제 품에서 웅얼거렸다. 얼굴을 흘낏 올려 굳은 표정을 보고 당황했는지 뒷말을 늘이다 못해 온통 잡아먹었다. 그래봐야 할 말은 뻔했다. 다들, 아이가 있어야 한다고 하니까. 가문을 이어야 한다고 하던가. 개소리 하지 말라고 해요, 난 아이 필요 없어요. 선생님만 있으면 되는데. 그가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 사실이었다. 난 못되먹은 놈이라 누군가랑 애정을 나눌 수가 없거든. 제가 가장 갖고 싶은 것의 몸을 타고난 아이인들 사랑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내가 오롯하게 쥐고 있고 싶은 건 당신뿐이란 말이야. 그러니까 그때 알았어야 했는데, 그때 죽여버렸어야 했는데.

Y


결혼이라. 그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은 꽤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사모님, 이거 한 번 걸쳐보시겠어요. 거대한 아발론 저택으로 불려들어온 상인들이 자신들이 가져온 모든 것을 눈 앞에서 흔들어댔다. 제 인생에 한 번은 써볼 일이 있을까 싶은 물건들, 억만금을 주고서도 구할 수 없는 최고급 뿐. 사고 싶은 건 다 사요. 아이가 제 앞에 카드를 내려놓았다. 이걸로 안 되면 달아놓고. 넌 내가 얼마나 쓸 줄 알고 그래? 그 말에 그는 그저 조용히 웃으며 차가운 입술을 뺨에 붙일 뿐이었다- 선생님 정도 먹여살릴 생각 없이 결혼하자고 했을까요. 그래서 더 헷갈렸다. 너는 나를, 사랑하기라도 해? 뱀이 벌이는 꽤 그럴듯한 사랑 흉내가 제 눈앞에서 정신없이 펼쳐졌다. 역겹게도. 

머릿속이 윙윙 울려대고 속이 뒤집혔다. 제발, 다 꺼져줘- 다른 건 아니었다, 그저 속이 역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로건, 아파? 따듯하게 잡히는 손이 코앞에 있는 것 같은데 손에 잡은 비석은 한없이 차가웠다. 제가 헤아릴 수 없는 고통에 잠들지 못하고 엉엉 우는 날이면 껴안아주던 품이 여전히 따듯했는데, 이제는 그 품이 너무 차가웠다. 좀 더 작고 훨씬 말라서 그런가. 결혼하자는 말을 그날 하다니, 일생에서 가장 따듯해야 할 몇 안 되는 그 말조차도 차가운 것이 꼭 녀석다웠다. 웃기지, 결혼하자고 한 건 사실 네가 처음이 아닌데. 언젠가는 레녹스라는 성을 달고 교외의 작은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상상을 했었다. 아이를 입양할 수 없다면 강아지라면 족하겠지. 브리검 네가 있다면야, 무엇이든. 하다못해 비슷한 여자를 만나 아이에게 제 성을 물려주는 생각도 했었다. 아발론이라는 차가운 이름을 달게 생긴 지금으로써는 한낱 봄날의 꿈일 뿐이었지만. 구역질을 하기 시작한 것은 그때쯤이었다.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 납작한 배 안에, 네 생명이 들었구나.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손이 덜덜 떨렸다. 

미안해, 나는 너를 사랑했던 걸지도. 제 손을 잡고 있는 빌리의 손에 힘이 들었다. 아, 빌리 아발론. 내 죽이고 싶은 원수이자 사랑하고 싶은 남자. 나 죽으면 다른 사람 만나, 용서할게. 그게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최초이자 최후의 용서였다. 그 모든, 억겁의 시간에서. 아이는 잘 키워줘, 내가 세상에 남은 마지막 흔적이야. 이 아가의 이름은- 무언가 입을 뻐끔거렸는데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왤까, 왜일까. 말해주고 싶은데, 내가 생각했던 아이의 이름- 아이의 이름은- 윌리엄*이라고.멀어지는 의식 속으로 빌리가 흐느끼는 것이 들렸다. 네 울음소리를, 내가 다시 들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어렵겠지, 세상이 온통 암흑인걸. 미안해, 빌리- 브리검이 나를 기다려. 빌리,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 오랜 시간의 끝에서, 결국에는?

*빌리는 윌리엄의 애칭

*
반대로 프리츠예일은 뭔가 집착+도망의 클리셰가 진짜 잘어울림 재벌집 아들과 일반인으로 예전에 우연찮게 만나서 프리츠만 예일 좋아하고 예일은 프리츠 좀 동정하는 관계였을 것 같은데 (연애는 확실히 아닌..) 이때도 도망가버린 예일 따라 입대한 프리츠 

근데 예일은 이미 복좌기 파트너 하버드랑 결혼까지 약속한 연애중이라 질투한 나머지 예일을 강제전역 시키고 잡아뒀는데도 맘대로 안 되니까 결국 질투에 미쳐 하버드를 죽여버리고 만 프리츠.. 그리고 딱 그 날 예일은 모든 걸 포기해버리고 프리츠는 그 날 프로포즈를 갈김 결국 인형처럼 빈 껍데기만 붙잡고 칼 끝을 걷는 연애를 했는데 임신인 걸 알아버린...뭐 그런 거. 원래 예일은 크게 아팠던 적이 있어서 아이는 못 낳을 거란 소리 들었는데 프리츠가 성공해버림;; 그만큼 많이 붙어있기도 했고 
이때 예일이 정서적 신체적으로 너무 약해져 있어서 프리츠는 아이 낳지 말자고 했는데 간만에 생기가 돌아온 예일이 정말 낳고 싶어해서 결국 프리츠가 져줌 자기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근데 결국 아이 낳다가 죽어가는 예일 보면서 후회하는 프리츠와 죽어가면서 결국 하버드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죽어가는 예일
다만 예일도 프리츠를 사랑하지 않은 건 아닐 듯 결국엔 애증이랄까
왤케 애네 둘은 망사 of 망사가 잘어울리지 뭐 저러다가 아이는 잃고 예일은 살아돌아와서 결국 둘이 잘 붙는 것도 좋고.,. 예일만 죽고 아이만 살아돌아왔는데 예일이 남긴 일기에 손글씨로 아이 이름은 윌리엄이라고, 빌리가 아이를 사랑해줄까. 라고 적어놔서 프리츠가 반쯤 미쳐버리는 것도 좋음... 뭔가 프리츠는 괴롭히는 맛이 있어 

*
쓸 때는 오 그럴듯해 했는데 모아놓고 보니까 개망작 그자체군;;;; 

루스터행맨 프리츠예일

 

[Code: 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