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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6 18:45
대만이 졸업하기도 전 일단 프로포즈부터 하고보는 태섭이.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 일사천리로 결혼까지 끝내고 잠시간 신혼을 즐기지만 태섭인 졸업하고 느바 가게 되고...
태섭이 보내고 첫 한두달은 통신요금 폭탄에 놀라지만
차츰차츰 요금 절약하는 스킬 터득해 가며 전화기 붙들고 살거같다.
보통은 시합이나 연습일정으로 바쁜 태섭이가 시차랑 대만이 스케줄 계산하고 먼저 전화 걸지만 드물게 대만이로부터 연락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엔 대만이가 걸었어.




액정에 뜨는 여보♡란 이름에 태섭은 누워 있던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네, 송태섭씨네 여보입니다.
"자기야."

태섭이 뭐라 말을 하기도 전 대만이 말을 가로챘다.

- 내가 왜 전화했을까요, 송태섭씨?

아, 무섭다.
자신과 결혼한 뒤 자신에게 심각하게 화가 나면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해 존댓말을 쓰기 시작한 대만의 버릇을 알고 있는 태섭이 자기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심지어 대만이 왜 화를 내는지 이유까지 알고 있기에 더더욱 식은땀이 난다.

"자기야, 잘못했어."

최대한 애교섞인 목소리로 사과하자, 전화기 너머로 살짝 늦게 긴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자기야, 정대만."
- 태섭아. 여보.

착 가라앉은 대만의 목소리에 태섭이 입을 다물자, 다시 한 번 한숨이 흐른다.

- 왜 말 안 하고 숨겼어.
"미안, 이것저것 처리하느라 바빴어."
- 웃기시네. 거짓말 적당히 하세요.

칼같이 자르는 대만의 태도를 보아하니 이미 뭔가 아는 모양이다.

- 왜 나는 네 남편이면서 네 부상 소식을 매스컴을 통해 들어야 할까요?
"아니 그게..."
- 태웅이랑 백호랑 정우성까진 그렇다 칩시다. 이해할게요. 같이 거기서 뛰니까. 그런데 준호랑 치수도 알더라고요? 윤대협은 여보 소식을 어떻게 나보다 먼저 알았을까요? 내가 왜 여보 코뼈 부러져 수술했다는 얘길 이명헌한테 들어야 하는지 설명 좀 해 보세요.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거리가 없다.

"미안해."
- 어머니랑 아라한테도 아주 철저하게 입막음하셨던데. 내가 연락하기 전까지 나한테 너 다쳤다고 연락 안 하셨어. 나한테 왜 그래? 나한테 각서 썼던 거 기억 안 나요?
".....납니다."
- 뭐라고 썼을까.

태섭은 죄인이 다 돼서는 허공 앞에 무릎꿇은 채 전화기를 귀에 바싹 가져다 댔다.

".....나한테 무언가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정대만에게 알린다."
- 그래. 그런데 어떻게 했죠?
"......입 다물고 비밀로 했습니다."
- .....진짜, 자꾸 이럴래?

대만의 목소리에서 눈물이 묻어나자 태섭이 간절하게 전화기를 붙들고 하소연을 시작했다.

"형 걱정할 거 생각하니 도저히 말을 못 꺼내겠더라. 자기 저번에 나 발목 접질렸을 때도 펑펑 울며 나 보러 가겠다고 팀 일정 다 취소하고 미국 간댔다가 팀에서 징계받았다면서."
- 그럼 걱정되는데 어쩌라고.
"그래, 그래서 형한테 비밀로 하라고 신신당부했어. 윤대협은 아마 백호나 태웅이 중 한 사람에게 전해들었을 것 같고, 단나는 백호랑 자주 연락하니 백호가 말한 거 같고, 준호 선배는 단나에게 들었겠지. 이명헌은 정우성 통해 알게 됐을 거고. 내가 거기까진 입단속을 못 했.."
- 야!!

대만이 버럭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태섭은 순간 전화기를 귀에서 떼었다 다시 댔다.
씩씩대는 숨소리가 들린다.

- 너언... 너느은!! 입단속? 또 나만 모르게 하고, 나만 바보 만들려고? 나 너랑 결혼했어. 이젠 어머님도 아라도 아니고 내가 네 첫번째 가족이야. 너 책임질 사람이고. 네 법적 보호자라고!! 그런데 왜 나만 소외시켜? 나만 못된 놈 만드는데?
"아냐, 여보가 왜 못된 놈이야."
- 나만 몰랐잖아아... 아무 것도 못 해 주잖아!!
"정대만, 울지 마. 내가 잘못했어."

우는 게 보고 싶지 않아 필사적으로 숨긴 건데, 결국엔 또 울리고 말았다.
연신 미안해, 잘못했어 하고 사과하자 서럽던 울음이 살짝 잦아든다.

- 아팠지, 태섭아.
"아냐, 나 괜찮아."
- 뼈가 부러져 놓고 어디가 괜찮아아....
"진짜 별 거 아니래. 나 입원도 안 했어. 여기 집이야. 영상통화로 돌려서 보여 줄까?"
- .....됐어.

잠시 동안의 공백 뒤로 대만이 코를 훌쩍이며 말을 이었다.

- 너 다친 거 보면... 더 속상할 것 같아.
"응, 미안해. 내 몸 다 자기 건데 관리 소홀히 해서 미안. 그런데 나 정말로 괜찮아."
- ....그 꼴 해서는 시합은 또 이겼더라.
"어. 나 그 날 최다 어시스트 기록했어."
- 장하다 송태섭. 역시 내 남편 최고다.

이제 좀 꽁한 게 풀린 것 같은 응석 섞인 대만의 목소리에 태섭도 한시름 놓으며 무릎을 꿇고 있던 불편한 자세에서 다리를 쭉 펴고 편히 앉았다.

- 지금은 어떤데.
"부러진 거 잘 맞췄고, 콧등 살짝 찢어져서 붓고, 그 주위 멍든 거 말곤 멀쩡해."
- 우리 여보 볼 건 얼굴밖에 없는데, 그 잘난 얼굴에 상처나서 어쩌냐.
"금방 아물 거야. 걱정하지 마요."

다정한 태섭의 목소리에 잠깐 울컥한 것처럼 입을 다물었던 대만이 투정섞인 음성으로 말했다.

- 또 그래 봐라. 진짜 이혼서류에 도장 찍는다.
"정대만 고객님, 구매하신 상품은 이미 구매 기간이 오래되어 반품, 교환 및 환불이 불가합니다."
- ...그럼 A/S라도 보낼래. 너 너희 집에 가서 반성 좀 하고 다시 배워 와.
"어우.. 저희 송아라 기사님이 손이 좀 험해서요, 섣불리 보내게 되면 여보네 자기 고쳐지는 게 아니라 싹 다 망가져서 와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전화기를 붙들고 큭큭대고 웃다가 마주할 수 없는 얼굴 대신 전화기에 연신 쪽쪽 뽀뽀를 남긴다.

"우리 자기 보고 싶다."
- 나도 너 보고 싶어.
"형 우느라 진빠졌겠다. 좀 쉬어요."
- 그래, 너도 늦었으니 쉬어라. 자.
"끊어요."
- 너 먼저 끊어.
"아냐, 형 먼저 끊으세요."




이런 식으로 누가 먼저 끊느냐 가지고도 한 30분은 통화 늘어지고, 그렇게 끊고 나서도 아쉬워서 뜨끈한 전화기 붙들고 저장해 둔 지난 사진들 찾아보며 웃고 그리워하는 태섭대만 보고싶소

슬램덩크 태섭대만 태대 료미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