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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5 22:35
대만이때문에 좋아하게 됐으면 좋겠다..


태웅이는 본인도 과묵한 편이고 주변의 소음도 싫어하는 편일 거 같음
집에서도 막내고 친척들 통틀어서도 막내임
태웅이는 본인보다 더 어린 존재를 가족들 안에서는 겪어본 적이 없으니 당연하게도 시끄럽게 재잘대는 어린애들 안 좋아했을듯

막 싫어하는 것까진 아닌데 귀엽다하는 거 이해 못하고 자기한테 말 걸면 귀찮고 굳이 애들이랑 함께 있을 상황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정도?

그러다가 대만이랑 둘이 쉬는 날 동네 농구코트에서 만나서 운동 좀 하다가 아이스크림이나 하나씩 먹자고 걸어가고 있었음 근데 가는 길에 처음 보는 어린애 하나가 훌쩍거리고 있는거

태웅이는 걍 별생각 없이 '아, 어린애가 울고있군.' 하고 말았는데 대만이는 망설임 없이 성큼성큼 걸어가선 울고있는 그 애한테 말을 거는거야
큰 키의 대만이가 다가가자 놀랐는지 애가 와앙 울어버렸는데 정대만 익숙하게 쪼그려 앉더니 미안하다고, 자기 무서운 사람 아니다, 엄마 잃어버렸냐 묻는거
태웅이는 솔직히 좀 귀찮기도 한데 선배가 저러고 있으니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음


암튼 그렇게 대만이가 말을 걸어서 졸지에 꼬맹이 엄마 찾는 걸 도와주게 됐는데 애가 아까 쫄아서 훌쩍대던 애가 맞는지 대만이 손을 꼭 잡고는 자기 집이 어떻게 생겼고 우리 엄마는 누구며 아빠는 어느회사를 다니고 쫑알쫑알 말이 많았음
그래도 애가 다 말하는 통에 대만이가 애 부모한테 연락을 할 수가 있었는데 애가 없어져서 엄마가 경찰서에 신고하고 멀리까지 찾으러간거 차가 막혀서 오는데 좀 걸릴 거 같대

대만이는 괜찮다고 여기 ㅇㅇ동 놀이터 근처니까 여기에 데리고 있겠다고 했지만 태웅이는 좀 부루퉁한거지
간만에 선배랑 단 둘이 학교 밖에서 본건데 좋아하지도 않는 어린애를 보느라 시간이 뺏긴 것 같으니까

그렇게 꼬마애를 데리고 놀이터에서 걔네 부모님을 기다리는데 정대만은 처음 본 애가 어색하지도 않은지 엄청 자연스러움 셋이서(대만이가 하라해서) 끝말잇기도 하고 그네도 타고 미끄럼틀도 타다가 애가 목이 마른지 헥헥대는거
그래서 대만이가 태웅이한테 잠깐 같이 있으라며 요 앞 슈퍼마켓에 마실 걸 사러갔는데 애랑 둘이 있으니 서태웅 아무 말도 안 하겠지
근데 그 꼬마가 그러는거야


"나 형아 조아"


서태웅 그런 꼬마 가만히 쳐다보다가 그냥 고개 다시 돌렸는데 애가 또 물어보는거지


"형아는 시러?"


태웅이 그때 알았음 애가 말하는 '형아'가 정대만이란 거


"...나도 좋아."
"얼만큼?"
"...많이."
"하늘만큼 땅만큼?"
"..응."


제 대답에 뭐가 그리 좋은지 까르르 웃는 어린 아이와 노을이 지는 놀이터로 뛰어 오는 정대만
이마에 땀이 약간 맺히고 양 손에는 음료수를 든 채 웃으며 오는 그 선배의 얼굴은 붉은 노을의 빛을 담아 따뜻하게 반짝였어


대만이 음료수에 빨대를 꽂아 아이한테 내밀곤 태웅이 목에 차가운 포카리를 대주는 거지
태웅이는 그 모든 광경에서 눈을 뗄 수가 없는 거


그리고 얼마 안 가서 아이 부모님이 오셨고 학생들 너무 고맙다며 저녁이라도 사먹으라고 돈을 쥐어주고 가셨음
그 어린 애는 '형아들 안녕~!'하고 손까지 흔들어줌


그렇게 다소 시끌벅쩍한 이벤트가 지나가고서 아주머니가 주신 돈으로 밥이나 먹자며 언덕 길을 걸어 올라가고 있는데 정대만 표정이 유난히 밝아보이는거지
용돈 받은 게 좋은가..?싶었지만 사실 그거때문은 아닌 거 같음


"..뭐가 그렇게 좋아요?"
"응? 아~꼬맹이가 엄마아빠 잘 만났잖아~"
"..."
"너 애들 별로 안 좋아하지?"
"...네."
"풉..그런 거 같았어."
"..."
"싫은데도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


고맙다고 씨익 웃으면서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 주는 정대만...



그날 이후로 이유는 모르겠는데 어린 애들의 시끄러운 재잘거림을 들을 때면 그 날 그 노을지는 저녁, 따뜻한 노을 같고 차가운 포카리 같았던 선배의 미소가 생각나서 괜히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태웅이....






슬램덩크 태웅대만 탱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