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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5 04:22
"갑자기 무슨 소리야?"
"아니 꿈을 꿨는데 내가 커다란 복숭아를 들고 있었거덩. 근데 그 복숭아를 섭섭이가 가져갔어! 왜 가져간 거야?"
"꿈에서 가져갔다며~ 진짜로 가져간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넘어갈 일이 아니야, 섭섭군!"
"어? 그거 설마,"
"백호야, 그거 언제 꾼 꿈이냐?"
"만만군이 그걸 왜 물어?"
"언제 꿨냐니까?"
"몰라! 3일 전인가?"
"태섭아, 일어나."
"네? 갑자기요?"
"우리 먼저 가봐야 할 것 같다. 미안."
"만만군, 섭섭군, 어디가?"
"괜찮아. 조심해서 들어가."
"뭐야, 안경선배!"
"들어가라."
"고릴까지 뭔데!!"


뭐냐면 백호가 대태의 태몽을 꿔준 거임.... 백호나 태섭이는 주변인이 대신 태몽을 꿔준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을 것 같음. 그래서 투닥투닥할 주제로 가볍게 넘기는데 이 둘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이게 태몽인지 알겠지. 특히 대만이는 더.

대만이가 가야겠다길래 백호를 제외하고 다들 별말없이 보내주고 여전히 어리둥절한 태섭이한테는 집에 가는 길 차 안에서 말해주겠지. 태섭아, 너 임신한 것 같다. 내 몸을 형이 어떻게 아는데요? 백호가 얘기한 복숭아 꿈, 그거 태몽이야. 임신했을 때 꾸는 꿈. 그 말에 태섭이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돌려 창문을 보겠지. 그 행동에 덜컥 심장이 내려앉은 것 같은 대만이었지만 그래도 태섭이가 먼저 말하길 기다렸음. 그러나 집에 도착할 때까지 차 안에는 침묵만 내려앉았지.

집에 도착해서도 태섭이는 여전히 창문만 보았고 안전벨트도 풀지 않았고 그러니 대만이도 내리지 않고 태섭이만 보고 있었어. 잠깐을 그렇게 있었나, 태섭이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입을 뗐음.


"...만약 진짜 임신이면 어떡해요."
"네가 하자는대로 할게."
"형은 어떡하고 싶어요."
"난 네가 우선이야, 태섭아. 네가 하고싶은대로 하면 돼."


그러자 태섭이가 대만이를 향해 몸을 돌렸음.


"나를 빼고 얘기하라니까요? 온전히 형의 생각이 어떤지가 궁금한 거에요."
"나는... 낳았으면 좋겠어. 너랑 나 사이의 아이면 나는 정말 행복할 것 같아, 태섭아."
"진심이에요?"
"정말로 그래."
"...나도 같은 마음이에요."
"어?"
"나 임신 맞아요. 오늘 확인했고, 나중에 말해주려고 했는데 백호 녀석이 먼저 선수칠 줄은 몰랐어요."
"뭐? 진짜 임신이야? 잠깐만, 왜 나중에 얘기하는데?"
"형이 원하지 않을까봐요."
"야, 너는...! 하, 아니다, 그래도 말해줬으니까 됐어. 그래, 그거면 됐다. 그럼 우리 진짜 엄마아빠 되는 거야?"
"네, 애기아빠."


애기아빠. 이 네 단어가 이렇게 달콤했나. 대만이는 너무 행복해서 눈앞의 사랑스러운 태섭이를 당장 끌어안아야했지. 얼른 자신의 안전벨트를 푼 다음 태섭이 것도 풀어선 온몸으로 태섭이를 감싸안았음. 태섭이는 그 품에서 이마를 기댔지.


"형이 나 많이 도와줘야돼요."
"당연하지."
"나 좀 겁나요."
"나도 겁나. 우리 둘 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잖아. 그래도 같이 하면 괜찮을 거야."
"형이 그렇게 말하니까 좀 안심되네."
"불안할 때마다 안심시켜줄게."
"네. 그건 형이 잘하는 거니까 의심 안 해요."


태섭이가 대만이 품에서 빠져나오면서 두 쌍의 눈이 마주쳤고 자연스럽게 얼굴이 가까워지겠지. 그렇게 차에서 껴안고 입 맞추길 반복하다가 겨우 내려서는 대만이가 태섭이를 뒤에서 안고 집으로 들어갈 거임. 붙어서 걷느라 뒤뚱거리면서도 태섭이 배 위에 얹어진 네 개의 손은 떨어질 줄 몰랐음. 어느 때보다 행복하게 웃으면서 들어가는 대만태섭이겠지.

아 그리고 복숭아 꿈 답게 대만태섭 첫째는 딸이었음. 태섭이 닮은 귀염둥이 쪼푸 딸이 태어나서 대만이 한동안 딸 얼굴만 봐도 울었을 것 같음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