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41032787
view 1468
2023.05.05 01:55

느와르au, 타싸 업로드 有
우성명헌

 

 

조직 간부 아들인 이명헌이 어디선가 정우성 주워와서 키우고 있는 설정. 이명헌·김낙수는 중학생, 정우성은 초등학생.
이명헌·김낙수는 산노 학원이라는 일본 사립 병설형 중고일관교 중 최고 명문 학교 재학 중.


 

하루는 명헌이 현장에 우성이를 데리고 갔는데, 우성이의 실수로 꼭 잡아야 했던 중요한 인물을 놓치고 말았다. 현장 총 책임자인 이명헌과 함께 현장에 있던 조직원들 몇 명이서 상황을 보고하러 간부의 저택을 찾았다. 어쨌든 중요한 인물을 놓쳤으니 책임자인 명헌이 대표로 깨졌다. 간부가 아무리 이명헌 친아버지라도 임무의 실패 앞에서는 자비가 없었다. 이만 해산하라고 했을 때 쯤에는 이명헌 머리통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한 시간 내내 명헌이 혼나는 걸 옆에서 지켜본 낙수가 명헌이를 부축해서 간부의 방을 나왔다. 

 

대충 연회장 쪽으로 피신한 다음 만신창이가 된 이명헌을 테이블 위에 앉혔다. 다행히 낙수가 의료에 해박해서 간단한 응급조치 정도는 해줄 수 있었다.

 

"아야! 아, 쓰…. 살살 좀 해라. 빌어먹을 노인네가 오늘따라 아픈 데로만 골라서 조져가지고."

"너가 오늘따라 어르신께 존나게도 깝치더라."

"야. 낙수야. 나 머리 몇 바늘이나 재봉할 것 같냐."

"바늘이 아니고 재봉틀로 박아야겠는데."

"이런 씨… 아, 우성아."

 

연회장의 불빛이 안 닿는 어두운 공간에서 가냘픈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세히 보니 열 살 남짓 어린아이의 실루엣이 보였다.

 

"형아…"

 

목소리의 주인공은 형이 자신을 부르자 조금 더 앞쪽으로 다가왔다. 연회장의 불빛이 우성이의 형상을 살짝 비췄다. 낙수가 우성이 쪽을 흘끗 바라보고는 명헌의 상처를 마저 소독했다.

 

"이 시간에 왜 안 자고 나와있어, 상꼬맹이가. 들어가서 자라니까."

"아… 오늘 알림장 검사를 못 해줬구나."

"…뭐?"

"알림장 검사. 어어. 괜찮아, 우성아. 가방 갖고 이리 와용."

"알림장이 뭔지는 나도 알아. 근데 그 검사를 왜 너가 하는데."

"내가 우성이 보호자니까."

 

우성이 제 란도셀을 품에 안고 어둠 속에서 나와 모습을 드러냈다. 이명헌이 좋아하는 미드나잇 네이비 컬러의 란도셀이었다. 란도셀을 꼭 안은 채 덜덜 떨면서 한 발자국씩 천천히 연회장 테이블로 다가왔다. 명헌의 상처들이 충격적인 모양이었다.

 

"형… 미안해요. 이거 나 때문에…"

"?뭐가 우성이 때문이라는 거지용."

"내가 그 때, 트랩을 제대로 설치해놓지 않아서… 그 사람이 도망가는 바람에 형이 혼난 거잖아요."

"쪼그만 게 인과관계는 귀신같이 잘 알고 있- …아! 왜!"

 

명헌이 비교적 멀쩡한 다리로 낙수에게 발길질을 했다. 낙수의 말을 듣자 우성이 더 시무룩해져서는 눈가에 눈물까지 맺혔다. 명헌은 소리를 내지 않고 입 모양으로만 '넌 이따 죽었다'고 낙수에게 으름장을 놓은 뒤 우성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그런 거 아니야. 그리고 그 새끼 아마 뭔 짓을 해놨어도 도망갔을 걸용? 처음에는 누구나 실수해용. 나는 우성이 나이 때 더 심했어용."

 

거짓말. 김낙수는 속으로 생각했다. 태어나기를 이 바닥에서 태어난 놈이다. 이명헌은 정우성 나이 때 훨씬 더 어려운 일도 프로페셔널하게 처리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단 한 번의 실수조차 용납한 적 없다. 아까 어르신이 더 역정을 낸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주어진 모든 임무를 깔끔하고 완벽하게 수행하는 이명헌이 최근 들어 현장에 웬 꼬맹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계획에 자꾸 차질이 생기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르신의 명령에는 언제나 의문도 의심도 갖지 않고 절대 복종했던 이명헌이, 애새끼는 그만 갖고 놀고 버리라는 말에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강하게 거부했다. 

 

'애기가 현장에 익숙하지 않아 다소 서툴렀을 뿐입니다. 제가 잘 가르치겠습니다. 똑똑한 아이라 한 번 가르치면 다시는 같은 실수 반복하지 않을 겁니다.'

 

이명헌의 사람 꿰뚫어보고 판단하는 능력은 어르신도 신용하는 편이었지만, 지금 당장 우성이는 너무 어리고 방해만 될 뿐이었다.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아들이 그렇게 강경하게 나오니까 한 번 니 멋대로 키워보라며 우성이 일은 결국 어르신이 먼저 포기해버렸다.

 

"진짜요…?"

"그럼용. 우성이는 기대 이상으로 아주 잘해주고 있어용. 앞으로 훨씬 더 잘 할 거예용. 나만큼이나."

"나 얼른 그렇게 될게요…!"

"기특해용. 형이 많이 부족하니까, 얼른 자라서 도와줘용. 그러려면 일단 학교 생활을 성실하게 해야된다고 했지용? 알림장 한 번 볼까용."

 

우성이는 표정이 한층 밝아진 채로 란도셀을 열고 공책을 꺼냈다. 3학년 3반 정우성. 이라고 또박또박 써진 글씨체가 귀여워 낙수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꼬맹이 3반이야? 턱을 괴면서 장난스럽게 말을 걸었다. 네. 3학년 3반 13번이에요. 그리고 꼬맹이 아니에요. 우리 반에서 제일 커요. 우성이 뾰로통한 얼굴로 대답했다. 우리 우성이 키도 크고 농구도 잘해용. 명헌이 알림장을 확인하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우성이 체육복이랑 줄넘기 챙겼어용?"

"네. 챙겼어요."

"수학 숙제는 다 했어용?"

"네… 다 했어요."

 

우성이 약간 망설이며 대답했다.

 

"근데 대답이 왜 시원치않아용."

"다 했는데… 어려워서 못 푼 것도 있어요."

"책 꺼내봐용. 이 형한테 물어보면 돼용. 얘 산노 학원 전교 1등이라 수업료도 면제예용."

"아, 뭔데! 싫어!"

"ㅋㅋㅋ쫄?"

"난 징징대는 애새끼 가르치는 거 적성에 안 맞아."

"우리 우성이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애야. 가르치는 걸 영광이라고 생각해."

"...터진 대가리를 꿰맬게 아니고 주둥이를 봉인해야될 것 같은데."

"우성이랑 친하게 지내. 친절하게 대해줘."

 

명헌이 낙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목소리를 저렇게 깔 때는 부탁이 아니고 명령이라는 뜻이었다. 하아… 저렇게 나오면 어쩔 수 없지. 낙수는 한숨을 한 번 쉬고 우성에게 손짓했다. 야, 꼬맹이. 책 가져와 봐. 우성이 긴장한 표정으로 책을 들고 낙수 옆에 가서 앉았다. 명헌이 말대로 우성이는 이해력이 아주 좋고 응용력도 뛰어났다. 어디서 이런 걸 주워왔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낙수였다. 명헌이는 설명을 듣고 문제를 푸는 내내 눈까지 내려오는 앞머리를 넘기는 우성을 바라보다 불쑥 말했다.

 

"그러고보니 우성이 머리 잘라야겠구나. 앞머리가 눈을 너무 찌르네용. 이러면 눈 나빠지는데, 안 답답했어용?"

"…조금이요."

"이러면 잘생긴 얼굴도 다 가리잖아용. 내일은 꼭 자르고 와용."

"네, 형아."

"형아가 내일은 좀 바빠서… 우성이 혼자 가서 머리 예쁘게 잘라주세요, 말할 수 있겠어용? 원장님이 우성이 워낙 좋아하시니까 잘해주실 거예용."

 

우성이 어깨가 약간 움츠러들었다. 그럴만도 했다. 이명헌과 김낙수를 비롯한 정성구, 최동오, 신현철 모두 그 바버샵의 단골이었기 때문에 원장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덩치가 워낙 크고 근육도 살벌해서 낙수가 한 번은 당신 진짜 바버(barber)맞아? 하고 물어본 적도 있다. 성격이 무뚝뚝하고 말수도 적은 편이었는데, 유독 우성이만 예뻐했다. 잘생긴 도련님 왔냐면서 답지않게 간식도 챙겨주고, 커트만 해주래도 포마드 스타일링까지 완벽하게 세팅해주었다.(포마드는 원장님 사심이니까 돈 안 낼 거예용) 하루는 현철이가 왜 우성이만 예뻐하냐고 묻자, 우성이는 예의바르고 잘생겼는데 너희는 싸가지 없고 안 잘생겼잖아. 라고 해서 다같이 맞는 말이네. 하고 개빠르게 납득했었다. 하지만 정작 우성이는 원장님을 무서워했다.

 

"네. 할 수 있어요."

"착해라. 우리 애기 다 컸네."

 

명헌이 우성이 머리를 쓰다듬자 우성이 황홀한 표정으로 형을 바라보았다. 아, 그렇지. 명헌이 의자에 걸려있던 재킷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지갑 안에 들어있는 빳빳한 10,000엔 단위 지폐 여러 장을 세보지도 않고 한꺼번에 꺼내 우성의 손에 쥐어주었다.

 

"이걸로 머리 예쁘게 자르고 까까도 사먹어용."

"우와… 이건 너무 많아요."

 

형이 쥐어준 돈이라 이도 저도 못하고 우성은 지폐를 쥔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

 

"형이 우성이가 너무 기특하고 사랑스러워서, 주고 싶어서 주는 거니까 받아용."

"…사랑... 해서."

"우성이가 언제, 어디에 있건 뭘 기억하라고 했지용."

"명헌이 형의 충견… 이라는 거요."

"옳지. 똑똑해용. 앉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성이 의자에서 내려가 개처럼 앉은 자세를 취했다. 옆에 있던 낙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손."

 

개처럼 앉아있던 우성이 오른손을 내밀어 명헌의 오른손 위에 얌전히 올렸다. 

 

"형한테 뽀뽀하고 싶어?"

"으응…"

"누가 허락도 없이 낑낑대랬어."

"…"

"참아. 기다려."

 

우성은 얌전히 앉아 명헌의 허락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참기 힘든지 울상이 되고 호흡이 거칠어졌다.

 

"이리 와."

 

명헌이 인심 쓰듯이 말하자 우성의 표정이 확 밝아지면서 명헌에게 뛰어들었다. 명헌의 무릎 위에 올라타 마주 보고 앉은 채로, 목에 팔을 두르고 입을 맞췄다. 김낙수 이번에는 진심 소리지를 뻔했다. 이건 미쳤어. 이명헌 이 미친 새끼. 뜯어말릴 새도 없이 입술은 짧게 떨어졌다. 우성아, 좋아? 응… 너무 좋아요. 우성이 누구 거야? 명헌이 형 거요. 아이, 똑똑하다. 숙제 다 했으면 들어가서 잘까용? 네, 형아. 안녕히 주무세요. 우성이 다시 한 번 명헌의 볼에 가볍게 입 맞추고는 낙수에게 깍듯이 인사한 뒤, 란도셀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낙수는 그 후로도 한참이나 표정을 구기고 있었다. 방금 전 벌어진 일에 대해 대체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지 신중하게 골랐다.

 

"너네 존나 이상해. 알아?"

"뭐가."

"너무 다 이상해서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를 모르겠는데."

"귀엽잖아. 아직은 강아지지만 잘 키우면 훌륭한 사냥개가 될 거야."

"…쟤 사람이야."

"알아. 그래서 옷도 입혀주고 학교도 보내주고 공부도 시키잖아."

"적당히 갖고 놀아. 아직은 애기라 뭘 모른다지만 나중에 물린다."

"걱정마. 주인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법도 가르치고 있으니까."

"…또라이 새끼. 난 간다."

 

김낙수는 이 공간에 1초라도 더 머물고 싶지 않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연회장을 빠져나왔다.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신던 도중, 아까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개 목걸이와 목줄을 발견했다. 뭐지. 이 집에는 개가 없는데… 라고 중얼거리자마자 바로 이 개 목걸이의 주인이 누구일지 추리하고 말았다. 어린아이 목 사이즈에 맞게 조절된 개 목걸이에는 [ 정우성 ] 이라고 써진 네임택도 달려있었다. 아, 씨발 진짜 미친 또라이 새끼. 낙수는 완전히 질린다는 얼굴로 저택을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