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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2 13:17
1 쿠게누마 해변에는 붉은 호랑이가 산다https://hygall.com/536279773



태웅이가 재활중인 백호랑이를 거의 전담케어하는 동안 북산 농구부도 백호맞이 준비를 하고 있었음. 복귀 시점에 따라 윈터컵 예선은 우리끼리 해도 결승엔 꼭 같이 간다는 각오가 넘쳐흘렀지. 사람일때 "난 천재 강백호니까!"하면서 자신감 넘치던 백호가 자기 수인형이 아기 붉은 호랑이인걸 잘 보여주려고 하지 않는 이유를 알고 그날 농구부가 다 울었거든. 우리 막내 아기 백호랑이는 왜 이렇게 아프게 살아왔을까? 이제는 정말 이름처럼 꽃길만 밟게 해주고싶었지.



"백호 수인유치원 다닐때 수인형이 아기호랑이였는데 지금도 그렇다는건 심리적인 문제인거래요. 제가 해동중때 수인센터에 백호 데리고 상담간적 있었어요."


백호군단이 농구부와 백호 문제를 상의하고 있었지. 지금까지 호열이가, 백호군단이 왜 그렇게 백호를 감싸고 돌았는지 이해가 되었지.

"유치원때 백호 친구들은 소동물들이 대부분이어서 백호가 아기호랑이로 있으면 학부모들이 항의하고 그랬대요. 백호도 아기였는데 우리 애가 무서워할거라고. 백호가 그때부터 제일 싫어하는게 자기가 큰 호랑이로 자라면 다들 자기를 무서워할거라고 믿어서 성체로 자라지 못하는 거랬어요. 엄마가 그렇게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마저 돌아가시고 백호한테 큰 호랑이여도 괜찮다는 믿음을 주는 존재가 없는게 문제였어요. 백호 빨간머리랑 수인형으로 시비 붙으면 저희는 그래서 안 참았어요. 농구부, 특히 서태웅, 책임질 수 없으면 여기서 그만 둬. 백호는 상처가 너무 많다."

태웅의 눈빛과 호열의 눈빛이 매섭게 얽혀들었지.

"가벼운 마음인 적 없어. 얼마든지 커져도 내가 책임진다."

백호가 네 품 안에서 커지면 우리는 널 인정한다. 백호 안에는 상처만 있는게 아니고 사랑도 많으니까 너희가 짝이라면 우리는 축복해줄거야. 호열이가 내민 손을 태웅이 세게 쥐었지. 백호에게 소중한 친구들이면 태웅에게도 귀한 친구들인거지. 백호랑이는 결핍이 아니라 사랑 속에서만 자라게 그날 체육관에서는 결의가 넘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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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아, 여기서 뭐해. 밥도 요즘 다 안먹고, 무리해서 재활하니까 살이 빠지지. 죽고 싶냐?"

백호는 재활중에 키가 크고 살은 엄청 내렸지.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면서도 무리를 하고 있으니 태웅이 훈련을 마치고 재활원에 오면 잔소리부터 하니까 숨어있는 속내를 다 알았지만 두고볼 수는 없었지.

"...나 키 커서 이제 아기호랑이 아니잖아. 수인돼도 귀엽지도 않은데 너 있는데서 호랑이 되는거 싫어. 가라. 이제 오지마."

백호가 농구공 위에 앉아서 쓸쓸하게 말했지. 여우가 무서워서 움찔할만큼 자란 호랑이로 변해서 그걸 확인하면 너무 슬플것 같아서. 태웅이에게 아기 백호랑인 채로 안겨다녔던 기억마저 슬퍼지지않게 여기서 정리하는게 맞는거 같았지. 백호 안의 가까스로 열린 사랑이 닫히려고 해.

"웃기지마. 내 손으로 먹이고, 산책시키고, 재웠는데 커지면 행복한 거 아니야? 그건 건강하고 자연스러운건데 왜 걱정을 하고 있어? 멍청아, 너는 내 마음을 하나도 몰라. 너 내 호랑이 아니야? 평생 넌 내껀데 어딜 빠져나가려고 해?"

농구공 위에 앉은 백호가 백호랑이가 되어 끼잉 울었지. 공에서 미끄러지기 전에 태웅이 안아들고 자기 목에다 백호랑이 앞발을 감아주고 엉덩이를 받쳐서 꼭 안아줬지.


"살이 빠지니까 컸는데도 별로 무겁지가 않잖아. 병실에다 도시락 갖다뒀다. 남기면 죽는다. 내 호랑이가 잘 자라도 언제든지 안아줄 수 있게 나도 클거다. 너랑 나 190 넘긴지 한참된거 몰랐냐? 멍청한 내 호랑이, 잘 자라서 내가 얼마나 너를 예뻐하는지나 감당해."

아기호랑이 티를 갓 벗은 백호랑이가 태웅의 목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흘려서 태웅이 얼굴을 들게 하고 눈에다 뽀뽀를 해줬지. 나 없는데서 몰래 울면 가만 안둬, 죽는다.

"야, 뽀뽀는!! 학교 등교 같이 하고! 하교 같이하고! 분위기 있는 곳에서 100일 기념으로 하는거야! 이 변태여우가!"

백호랑이가 늘씬한 백호로 변해서 태웅의 품 안에서 날뛰는걸 태웅이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흥미롭게 보고있었지. 진짜 얘는 왜 이렇게 멍청하고 사랑스러울까. 나만 좋게.

"시끄럽다, 멍청이."

태웅이 자기 저지를 열어서 백호를 품에 가두면서 단단히 안고 키스했지. 지금은 키스부터 하고, 재활원 나가면 다 해줄게. 너 하고 싶었던거 내가, 나만 해줄거야. 내 멍청호랑아. 호랑이일때도, 사람일때도 태웅의 심장은 제 백호랑이한테만 뛰겠지. 사랑이 다시 열리고 키스의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





















"백호야, 재활 종료, 농구부 복귀를 환영한다. 기다렸다, 우리 호랑이!!"

제법 커진 백호랑이가 농구부로 복귀했지. 당연히 네 발로 걸어서 들어올 수 있는걸 코트 미끄러워서 다치면 안 된다고 태웅이가 안고 들어왔지. 다들 '서태웅, 저거저거 자기 호랑이라고 소유권 주장이랑 자랑하려고 저러는거잖아. 나도 백호랑이 쓰다듬을 줄 아는데!'이러면서 속으로 절규했겠지.


"백호야, 너 재활할 동안 북산도 리빌딩했다. 이거 봐."

전국대회도 진출했고, 북산왕전 이후에 지원금이 늘어나자 태섭이와 치수 신구 주장 중심으로 고심해서 결정했겠지. 부원들이 갑자기 다 뒤를 돌아서 저지를 보여주는데 등 뒤에 붉은 호랑이가 수 놓아져 있는 거야. 우리는 붉은 호랑이팀이야, 이제! 호열아, 영걸아, 그거 이제 걸어봐라! 백호군단과 영걸즈가 비장의 현수막도 공개했지.


[우리 붉은 호랑이는 강하다!]

북산은 이제 마스코트도 있고, 슬로건도 있고, 잘 자란 진짜 붉은 호랑이도 있었지. 태웅이 백호를 내려주자 백호가 왕발로 슬로건을 가르키면 웃었지. 중식이가 태웅과 백호의 저지도 챙겨주자 백호가 자기 저지 위의 붉은 호랑이 위에 앉아서 어흥 하는데 다들 귀여워서 어쩔 줄을 몰라했지. 아, 좋아한다! 백호 좋아서 엉덩이 들썩들썩해!! 귀 움직이는거 봤어?? 꼬리 완전 신났어!! 백호가 자기 저지 위에 한바탕 구르면서 신나하는걸 몰려들어 쓰다듬어주려고 하자 태웅이가 눈을 번뜩이며 "쓰다듬는 척 하다가 배 주물거리면 나랑 무박 2일 왕옹왕이인 줄 알아요."하면서 경계를 했지. 지꺼라고 아주 눈 사나워진거봐. 백호랑이는 저렇게 의젓하구만!! 붉은 백호랑이 털을 복복 쓰다듬으면서 북산즈가 행복하게 울다 웃었지. 우리 붉은 호랑이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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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컵 예선이랑 결선에 북산의 파이팅 퍼포먼스는 눈길을 끌었는데 산왕전이 끝나고 코트에서 기절해있던 그 작은 붉은 아기호랑이가 의젓하게 자라서 농구부원들이 만든 원 속에서 포효하자 다들 달려들어서 "우리 붉은 호랑이는 강하다!"외치는걸 흥미롭게 지켜보았지. 저 호랑이, 북산 그 10번이야. 재활하고 더 강해져서 왔대. 멋지다! 북산! 강백호! 백호랑이 잘해라!! 응원이 쏟아져서 백호랑이가 행복해하자 태웅이 꽉 끌어안고 이마 한가운데다 키스를 해줬지.

"네가 있어서 우리들은 강해. 나는 강해질 수 있어."

사랑받고, 응원받고, 잘 자란 백호랑이가 태웅의 백호로, 북산의 강백호로 무사히 돌아왔지. 내년 북산의 신입생들 중에 붉은 호랑이가 멋있어서 들어왔다는 후배들이 늘어나 태웅의 눈초리가 사나워져서 북산은 호랑이보다 여우선배가 더 무섭더라는 후문이 들려오는건 내년의 일이었지. 우리 붉은 북산 호랑이들은 강하다!!





루하나
슬램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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