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3850
2023.04.09 00:07
같은 팀에서 뛰는 송태섭이랑 정대만 하도 붙어다녀서 팬들이 쟤들 전생에 무슨 집안 반대로 헤어진 연인 이냐고 놀릴 듯.

둘 다 팬서비스 잘해주는 선수로 유명한데 성격이 하도 달라서 스타일도 다르겠지.

송태섭은 일단 눈치만렙이라 처신 잘하는 걸로 유명할 듯. 송태섭 내로라하는 선수니만큼 팬이 워낙 많아서 퇴근길이면 구단 클럽 하우스 앞에 팬들 우르르 서 있는데 개중에 좀 무리한 부탁하거나 무례한 발언하는 사람들도 몇 있겠지. 그러면 한명한명씩 사인해주다가 자연스럽게 그 사람 무시하고 넘어가거나, 간혹 가다 너무 심하게 저질스러운 발언하는 사람 있으면 슥 한 번 쳐다보는 걸로 입 막아버림. 어쩌다 그런 사람 하나 걸리면 그날 퇴근길 보러 온 팬들 다 같이 기분 상하기 쉬운데 송태섭이 알아서 병먹금 잘해서 금방 잊어버릴 듯. <나 돌덕질 하는데 내 돌이 송태섭처럼 처신하면 소원이 없겠다.> 이거 송태섭 퇴근길 갔다온 사람들 단골 멘트임.

게다가 송태섭 시야가 넓으니까 무리에 못 들어오고 멀찍이 얼쩡얼쩡거리는 팬들 발견 엄청 잘하겠지. 너무 어리거나 아는 사람없이 혼자 와서 사인 받으러 몰려드는 사람들 틈에 못 끼고 멀찍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애들 보면 먼저 다가감. 한번은 중학교 교복 입은 팬이 수줍어서 근처에도 못가고 기둥 근처에 멀찍이 서서 구경만 하고 있는데 사람들 사인해주던 송태섭이 척척척척 걸어옴. 

“사인해줄까?”

놀라서 가방끈만 쥐고 있는 애한테 송태섭이 먼저 물어봄. 학생팬 놀라서 눈만 크게 떴다가 네, 네, 하고 가방 열어서 노트 꺼내주면 사인해주면서 스몰톡 해주겠지.

“혼자 왔어?”
“네.”
“집이 어딘데?”
“ㅇㅇ이요.”
“아. 그럼 지하철 타고 왔겠네?”
“네.”

송태섭 사인 다 하고 노트 돌려주면서 “사진은 안 찍어도 돼?” 하고 묻는 거 누가 동영상으로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는데 태닝이랑 문신도 한 데다 묘하게 반항적인 이미지까지 있어서 내심 날티날 줄 알았는데 어린 팬이랑 얘기하는 말투 너무 다정해서 화제 됨. 그리고 영상 마지막에 그 중학생팬 어깨동무하고 같이 사진 찍어주고 있음.

반면에 정대만은 눈치고자라서 얼결에 레전드 팬서비스 갱신함. 정대만 생일 일주일 앞둔 5월에 맨날 방구석 덕질하던 팬 하나가 처음으로 퇴근길 보러 가는데. 요새 생일에 공주 악세서리 선물해주는 거 유행이니까 다이소에서 공주 머리띠 하나 사감. 정대만 연습 끝나고 퇴근하는 거 기다렸다가 팬들 틈에서 “대, 대만오빠.” 하면서 머리띠 내미는데 정대만 요새 유행하는 밈 같은 거 하나도 몰라서 왜 주는지 모름. 근데 딱 봐도 왕관이랑 리본 달린 머리띠니까 불꽃남자인 자기한테 주는 거라곤 상상도 못함. “엉? 머리띠?” 하고 묻는데 정대만 실물 공격에 당황한 팬이 대답도 못하고 그냥 고개만 끄덕끄덕함. 근데 정대만 얼결에 받아들긴 하는데 머리띠=여자애들하는 거, 여기까지만 생각해서 이거 왜 주지? 해달라는 건가? 하고 생각함. 그래서 요새 애들은 희한한 걸 좋아하는 구나, 하면서 무릎 굽히고 받은 머리띠 그 팬한테 씌워주기 시작함. 

졸지에 머리띠 선물한 팬은 n년 덕질한 교주가 내 코앞에 얼굴 들이밀고 머리띠 씌워주고 있으니까 말도 못하고 부들부들 떨면서 거의 울 기세인데 애가 너무 떠니까 정대만 같이 당황함.

“왜, 왜 울어? 맘에 안 들어서 그런가?”

그러면서 자기가 서툴게 씌워서 그러는 줄 알고 얼굴 더 들이밀고 머리띠 만져주는 정대만. 이젠 그 팬 거의 울음 터지기 직전인데 그때쯤 자기 팬들 사인 다 해준 송태섭이 한심한 얼굴로 걸어옴.

“형 하라고 준 거예요.”

송태섭 그러고 벌벌 떨고 있는 팬한테 그 머리띠 건네 받아서 자기가 대신 정대만한테 씌워줌. 정대만 이게 뭔지 몰라서 “나? 이거 나 쓰라고 준 거라고? 여기 리본 달렸는데?” 하고 있는데 “형 쓰라고 준 거 맞아요. 요새 유행이야.” 하면서 야무지게 씌워주는 송태섭. 그럼 정대만 정수리에 왕관 달고 “와 별 게 다 유행이다.” 하다가 “근데 이건 너한테 더 잘 어울리지 않냐?” 하고 머리띠 벗어다가 송태섭한테 씌워줌.

근데 송태섭 분명히 저번달에 뵤그 매거진 화보 찍고 인마이백 영상 찍을 때 왁스 소개하면서 그랬단 말야. 자기 헤어스타일 예민해서 누가 머리 만지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고. 그래도 광고나 화보 같은 건 어쩔 수 없이 전문가한테 맡기는데 그럴 때 아니고는 방송 나갈 때도 자기가 직접 머리 만진다고. 근데 정대만이 브로콜리 다 망가뜨리면서 머리띠 씌우는 거 얌전히 받고 있음.

팬들 다 왐마야, 하면서 쳐다보는데 정대만 혼자 머리띠 쓴 송태섭 보고 웃겨 죽지.

“아니 이렇게 좋아한다고? 하나 사줘요?”
“어. 이거 진짜 웃긴다. 하나 사자.”

둘이 그렇게 얘기하는 바람에 다음날부터 구단에 도착하는 수많은 공주 머리띠와 기타 공주 물품들. 둘 다 어지간히 팬 많아서 밀려드는 거 감당 못하고 결국 구단 자컨에서 둘이 정중하게 그만 보내줘도 된다고 말하겠지. 자기네 돈 많이 번다고, 이런 데 돈 쓰지 말고 그만 보내주라고. 그 공주 물품들은 구단에서 후원하는 보육원에 선물 보낼 때 같이 보냄. 

그리고 얘네 클럽 하우스 입구에 있는 커피 프랜차이즈에는 다른 지점하고 다르게 <정대만 커스텀> 이란 메뉴를 팜. 복잡한 커스텀은 아니고 그냥 아아메에 헤이즐넛 시럽 4번 추가한 건데 이게 원래는 비공식 <송태섭 커스텀>이었음. 왜냐면 이 커피 전문점에서 일하는 직원이 스느스에 송태섭 매일 출근할 때마다 그냥 아아메 1잔이랑 헤이즐넛 시럽 4번 추가한 아아메 1잔 이렇게 두 개씩 사들고 들어가서. 그게 퍼져서 송태섭 팬들이 송태섭 입맛 손민수한다고 아아메에 헤이즐넛 시럽 4번 추가한 거 먹는 게 알음알음 유행이었는데 어느날 구단 자컨에 송태섭 출근길 영상 뜨면서 그 헤이즐넛 시럽 4번 추가가 송태섭 입맛이 아니라 정대만 입맛인 거 밝혀짐.

송태섭 원래 운동 전에 부스터 삼아 아아메 꼭 마시는 습관 있어서 연습하러 출근할 때마다 그거 사서 들어가는 거였는데 사는 김에 항상 정대만 것도 같이 사던 거였음. 정대만 달달한 거 좋아하고 헤이즐넛 향 나는 초콜릿 좋아해서 한 번 사줬더니 맛있다고 잘 먹길래 그 뒤로 꼬박꼬박 헤이즐넛 시럽 4번 추가한 거 같이 삼. 그 영상 뜬 뒤로 해당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클럽 하우스 지점 한정으로 <정대만 커스텀>이라는 메뉴 팔기 시작함. 

그리고 이 둘 옷장 공유도 심심치 않게 하겠지. 정대만 은근 도련님스러운 구석 있어서 옷 입는 취향도 화려하지 않고 멀끔한 거 좋아함. 근데 패션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가끔가다 ‘뭔 저런 걸...’ 싶은 거 걸치고 나타날 때 있는데 며칠 지나면 그 저런 거 송태섭이 기깔나게 입고 있음. 송태섭 뭘 입어도 까리해서 사람들 다 어디 명품이야? 하는데 아님. 그냥 정대만의 망한 쇼핑 아이템임. 반대로 송태섭이 산 진짜 명품 한정판은 어느날 정대만 애착 운동복 되어 있음. 송태섭 옷이나 악세서리에 관심 많아서 스트릿 브랜드부터 명품까지 두루두루 잘 입는데 한 번은 유명 스포츠 브랜드에서 명품 브랜드랑 콜라보해서 한정판으로 낸 후드티 입고 다녀서 화제 됨. 워낙 몇 장 안 풀려서 구하기 힘든 거라 사람들 다 송태섭 착샷으로 구경했는데. 한 달쯤 지나면 그거 입고 출근하는 정대만 출근짤 심심찮게 뜸. 가끔 가다 후드티 앞판에 뭐 먹다 흘려서 닦은 자국도 있겠지. 팬들끼리 저거 송태섭 꺼 아니야? 그냥 정대만도 산 거 아닐까? 아니 정대만은 저게 얼마짜린 줄도 모를걸? 하다가 송태섭 라방 때 물어보는데 송태섭 자기 꺼 맞다고 대답해줌.

“아. 네. 내 꺼 맞아요. 형이 그거 이쁘다길래 입혔어요.”

그리고 수상할 정도로 서로의 라방에 자주 등장함. 둘 다 리그에서 연봉 1, 2위 하는 선수들인데 당연히 기숙사 생활하는 것도 아니고 각자 번쩍번쩍한 집 따로 있는데 심심하면 같이 있음. “태섭이 놀러왔어요.”, “대만이형 같이 있어요.” 하면서.

정대만 첫 라방은 아예 송태섭 얼굴로 시작함. 왜냐면 정대만 이런 거 할 줄 몰라서. 팬들이 맨날 자기 붙잡고 라방 해달라고 하는데 그게 뭔지도 모르겠고, 설명 들어도 잘 모르겠음. 결국 송태섭한테 sos 쳐서 송태섭이 켜 준 농구선수 정대만 첫 라방. 근데 이제 송태섭 얼굴로 시작하는.

“이제 켜졌어. 인사해요. 사람들한테.”

그러고 송태섭 얼굴 슥 빠지면 카메라 앞에 멀뚱멀뚱 앉아 있던 정대만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함. 그러고 정적. 옆에서 얼굴은 안 나오는데 목소리 잔뜩 웃고 있는 송태섭이 “말을 해요.” 함. 

“말? 무슨 말 해야 돼? 그냥 나 혼자 말하는 거야?”
“아니 거기 채팅 있잖아. 팬분들 쓰는 거. 그거 보고 얘기하는 거예요.”
“......너무 빨라서 못 읽겠어.”

송태섭 “어휴” 하는 소리랑 같이 다시 등장하는데 입만 핀잔이지 얼굴은 웃고 있음. 결국 송태섭 그날 라방 끝날 때까지 정대만 옆에서 채팅 읽어줌.

송태섭 라방 할때도 둘이 으레 붙어 있으니까 사람들 곧잘 <대만오빠랑 같이 있어요?> 하고 물어봄.

“네. 같이 있어요. 형이요? 형 지금 저녁 준비중. 네. 대만이형 요리 잘 하냐고요? 형 요리 잘하지. 카레 데우기, 국 데우기, 햇반 돌리기, 다 잘해. 정종원이야.”
- 야!
“정종원 화났다.”

근데 송태섭 라방 중에 젤 조회수 높은 건 정대만 같이 나오는 거 아니고 정대만이랑 통화하는 영상임. 그날도 팬들이 하도 라방 해달라 그래서 새벽 1시에 30분만 하겠다고 킨 거였는데 갑자기 송태섭 핸드폰으로 전화옴. “아. 잠깐만요. 끄고 올게.” 송태섭 노트북 앞에 앉아 있다가 핸드폰 끄러 침대 맡으로 가는데 액정 한 번 보더니 바로 전화 받아.

“어. 형.”

분명 전화 끄려는 사람처럼 허리 굽히고 핸드폰 집어 들었었는데 전화 받으면서 침대에 걸터 앉는 송태섭. 테이블이랑 침대랑 거리가 좀 있어서 송태섭 표정 세세하게는 안 보이는데 한 손은 전화 받고 한 손은 엄지손가락으로 눈썹 긁으면서 웃는 건 보이겠지. 

“아 진짜? 그랬어?”

대답하는 송태섭 목소리가 너무 달고 몽글몽글해서 괜히 보는 사람이 더 간지러움. 게다가 새벽 1시에 전화 걸려왔는데 이 시간에 무슨 일이냐고 묻지도 않음. 그렇게 한 3, 4분 정대만 얘기 들어주다가 “나? 나 지금 라방중.” 하고 대답함. 정대만이 그럼 끊자고 했는지 송태섭 알았다고 하면서 “네. 끝나고 전화 할게요.” 하면서 전화 끊음. 

그러고 송태섭 다시 화면으로 돌아오는데 이미 “아 진짜? 그랬어?”로 음성 따서 모닝콜 하겠다는 사람만 오백명일 정도로 송태섭 목소리가 너무 달아서 팬들이 기어코 채팅으로 물어보겠지.

“네? 대만이형이랑 사귀냐고요? 하하. 뭐야.”

근데 끝까지 기라고도 아니라고도 안 해주는 송태섭 때문에 지켜보는 팬들만 미치는....   

 
[Code: 3a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