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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2 04:24
무작정 도쿄에서 제일 먼 곳까지 왔다. 기차를 타고 오는 동안은 아무 생각도 없었고, 기차에서 내린 다음에도 생각이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역에서 나와 걷다가 제일 먼저 눈에 보이는 여관에 들어갔다. 관광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파리만 날리던 여관의 주인이 마치다를 바라보는 눈빛이 음흉한 걸 봤지만 그래도 손님인데 무슨 짓을 하려나 했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순진했고 이 세상은 온통 썩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방문을 잠그고도 혹시나 해서 별도로 있던 걸쇠까지 걸어놨는데 마치다는 한밤중에 문이 덜컥거리는 소리에 잠을 깨야 했다. 여관주인이 마스터키로 문을 열고 들어오려다 걸쇠 때문에 막히자 낮게 욕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동안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문을 노려보고 있던 마치다는 여관주인이 걸쇠를 풀려고 하는지 문을 몇 번 여닫다가 다시 문을 닫고 사라지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던 방에 누군가 불쑥 들어오려는 일을 한두 번 겪은 게 아니었으나 그때마다 환멸스러운 건 여전했다. 그러나 그 환멸에도 익숙해진 지 오래라 이제 꽉 닫혀 있는 문을 바라보는 마치다의 눈은 냉담하기만 했다. 다음 날 마치다는 자기가 전날 밤 마치다의 방에 들어가려고 했던 걸 혹시 알아챘는지 마치다의 눈치를 살피는 여관주인과 시선과 마주치지도 않고 또 무작정 여관을 나와서 걸었다.
모든 게 지긋지긋했다. 사람도 지긋지긋하고 세상도 지긋지긋했다.
여관을 나와서 걷다 보니 바다 위로 다리가 아주 길게 뻗어 있었다. 다리 끝에는 높은 등대가 세워져 있는 섬이 보였다. 등대를 구경하고 싶은 것도 아니었는데 그 다리 위로 걸어간 것 역시 충동이었다. 다리 위를 한참 걷다가 난간에 기대서 바다를 내려다보자, 방파제를 때리며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계속 밀려왔다 쓸려나가는 파도의 세찬 움직임이 눈을 사로잡았다. 그래서였다. 난간을 넘어서 뛰어내리겠다거나 하는 생각은 없었다. 10살도 안 됐을 때 부모님을 잃고 2년간 돌봐주던 할머니까지 돌아가신 뒤 어떻게든 아등바등 살아보려고 애쓰던 세월이 20년이 넘었는데 그 긴 세월 해 왔던 노력을, 얼기설기 어떻게든 쌓아 온 삶을 모두 내던지고 낯선 땅으로 도망친 건 더 버틸 힘이 없어서였지, 죽고 싶어서는 아니었다. 죽고 싶은 생각도 안 들 정도로 정말로 아무 생각도 없어서 한참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자, 뒤에서 차가 멈추는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라? 소라!"
마치다는 이곳에 아는 사람이 없으니 주민들이 지나가려는 것이리라. 그래서 계속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자, 그 사람의 목소리가 가까이 다가왔다.
"소라, 또 여기까지 나와 있었어?"
소라가 이름인가. 마치다가 무심코 하늘로 시선을 옮기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의 따뜻하고 커다란 손이 마치다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소라, 바다가 뭐래?"
마치다가 돌아보자, 남자는 눈을 커다랗게 뜨더니 머쓱하게 웃었다.
"아, 죄송합니다. 제 정ㄹ... 직원인 줄 알았어요. 옆모습이 많이 닮아서."
마치다가 괜찮다는 말 대신 고개를 조금 숙였다가 다시 바다로 시선을 돌리자, 남자는 마치다와 거리를 좀 두고 난간에 기댄 채 같이 바다를 내려다봤다. 그렇게 얼마쯤 내려다보고 있자, 가벼운 바람이 불어왔다. 바다 바로 옆인데도 소금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상쾌하고 시원한 바람이 좋아서 마치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자, 다시 옆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과 좋아하세요?"
마치다가 잠깐 망설이다가 고개를 돌리자, 남자가 씩 웃었다. 마치다는 아무런 대답을 안 했는데도 남자는 개의치 않는지 다시 말을 이었다.
"사과파이는 좋아하세요?"
"안 먹어봤습니다."
식사가 제공되는 회사면 아무리 맛이 없어도 반드시 구내식당을 이용했고, 회사에서 식사가 제공되지 않으면 최대한 저렴한 식비로 밥을 먹었다. 디저트 같은 건 편의점에서 싸게 살 수 있는 빵 같은 것 말고는 먹어본 적도 없었다. 마치다의 대답을 들은 남자는 산뜻하게 웃었다.
"그럼 제가 만든 파이 좀 드셔 보실래요? 요즘 사과파이에 빠져서 매일 사과파이만 만들었더니 이제 제 정ㄹ... 제 직원들은 안 먹으려고 하거든요."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는 걸 꺼리는 마치다가 고개를 끄덕인 건 지금까지 20여년간 어떤 의미로든 마치다를 멋대로 휘두르려고 하는 이들에게서 자주 보던 눈빛이 이 남자에게선 안 보였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마치다가 고개를 끄덕이자 더 환하게 웃더니 다리의 도로 위에 세워 둔 트럭 쪽으로 갔다.
"그럼 같이 가시겠어요? 저기 등대 옆에 있는 여관이 제 여관이거든요. 금방 만들어 드릴게요."
이미 만들어 둔 파이인 줄 알았는데 이제부터 만들어야 하는 모양이었다. 얼마나 걸리려나. 파이 굽는 시간 따위 알 리 없는 마치다는 잠깐 멍해졌지만 곧 아무 말 없이 트럭 조수석에 올라탔다. 남자는 운전을 하며 자기 이름이 스즈키 노부유키라고 소개했고, 트럭 대시보드 위에 놓여 있던 명함도 한 장 건네줬다. 명함 위에는 등대 여관, 사장 스즈키 노부유키라는 이름과 여관의 전화번호만 간략히 적혀 있었다.
"사과나무를 몇 그루 심었는데 요즘 딱 수확철이거든요. 그런데 근처 과수원들에 조언을 얻고 잘 한다고 했는데 심고 보니까 신 맛이 강한 품종이더라고요. 그래도 아주 아삭하기도 하고 파이를 만들 때 설탕이 꽤 들어가니까 사과파이를 만들기엔 딱 좋은 품종이라고 해서 도전해 봤는데 정말 맛있어요."
"과수원하는 이웃들이 일부러 잘 팔리는 사과 품종을 알려줬나 보네요. 경쟁자 생기는 게 싫어서."
하하 웃으며 사과파이 맛을 기대하라고 하고 있던 여관 주인은 마치다의 건조한 비아냥에 잠깐 웃음이 멈췄으나 곧 다시 웃었다. 대신 이번에는 즐거운 웃음소리 대신 조금 허탈한 것 같은 웃음소리가 섞여 있었다.
"뭐, 제가 잘못 기억했을 수도 있고요."
글쎄다. 남 잘 되는 거 못 보고 어떻게든 나만 잘 살려는 사람들은 널리고 널렸으니까. 추근덕거리는 회사 상사를 거절했다가 앙심을 품은 상사의 주도로 횡령 누명을 쓴 게 바로 얼마 전이었던 마치다의 얼굴에는 창 밖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바다와 만의 풍경에도 별 다른 감흥 없이 냉소만 떠올라 있었다.
이름이 등대 여관이라길래 예스러운 전통 여관 같은 걸 생각했던 마치다는 눈 앞에 우뚝 서 있는 건물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안쪽은 어떤지 몰라도 밖에서 보기엔 통나무집처럼 나무껍질이 그대로 붙어 있는 통나무들이 가지런하게 쌓여서 외벽을 구성하고 있었고 무슨 덩굴식물이 보기 좋게 타고 올라간 벽에는 나무 덧문이 달려 있는 창문도 어딘가 투박하면서도 또 세련되게 박혀 있었다. 방마다 테라스에 제법 높게 자란 나무들이 테라스와 테라스 사이에서 가림막처럼 사생활을 보호해 주고 있는 것도 근사했다. 알프스 산 속에 있으면 어울릴 것 같은 이 아름다운 통나무집은 의외로 면적이 굉장히 넓어서 옆으로 쭉 뻗어 있고 창문의 위치로 보아 층고도 꽤 되는 것 같은 4층 건물이라 건물이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였는데도 위압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등대 여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마치다는 장난스럽게 팔을 쭉 뻗는 여관주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여관주인은 마치다의 아연한 눈길을 못 알아챈 건지 씩 웃으며 여관의 문을 열었다. 안쪽에는 꽤 넓지만 정감가게 꾸며진 안락한 로비가 보였다. 마치다가 옷가지 몇 벌과 오래된 노트북 하나만 들어 있는 가방을 맨 채로 로비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자, 여관주인이 여관 로비 뒤쪽에 있는 문을 열었다.
"여기로 나가시면 온천물을 끌어다 놓은 족욕장도 있고, 숲 안에 산책로도 있으니까 둘러보고 계세요. 여관 소유의 숲을 구분하는 울타리가 있으니까 숲 깊이 들어가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으니 안심하시고요. 혹시 등대를 보고 싶으시면 정문으로 나가셔서 오른쪽으로 난 샛길을 따라가면 보실 수 있어요. 혼자서는 올라가실 수 없는데, 올라가 보고 싶으시면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딱히 등대에 올라가고 싶은 생각은 없어서 뒷문 밖으로 보이는 푸른 숲에 시선을 두고 있자, 여관주인이 마치다를 보며 빙긋 웃었다.
"가방 거추장스러우시면 맡아 드릴까요?"
"아... 네."
어차피 옷이랑 낡은 노트북밖에 안 들어 있어서 가방을 건네주자 여관주인은 가방을 로비 카운터 뒤쪽에 있는 커다란 캐비넷에 넣고 잠근 후 열쇠를 건네줬다.
"산책도 하고 족욕도 하고 오세요. 사과파이 맛있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마치다는 싱그럽게 웃는 여관주인에게 고개만 까딱하고 여관 뒷문으로 나가 숲으로 들어갔다. 먹고 사는 게 바빠서 산림욕이나 그런 건 말만 들어봤지만 왜 사람들이 숲에서 힐링을 한다는지 알 것 같았다. 숲의 공기는 정말 청량하고 시원해서 숲을 걷는 것만으로도 버석버석하던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숲의 산책길을 한참 걷다 보자 여관주인이 말한 족욕장인지 돌을 자연스럽게 쌓아서 꽤 널찍하고 깊은 수로를 파 놓은 게 보였다. 손을 살짝 담가보자, 온천수라는 말이 사실인지 물이 따뜻했다. 손가락을 살랑살랑 간지럽히며 지나가는 물을 느끼고 있던 마치다는 족욕장 옆 선반에 가지런하게 배치돼 있는 바구니와 수건을 꺼내와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지를 둥둥 걷었다. 벗은 양말을 바구니에 담아 놓고 족욕장에 발을 담그자 발 끝에서부터 따뜻함이 온몸으로 퍼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시원한 바람과 따뜻한 물을 즐기며 앉아 있자, 어디선가 하얀 고양이가 살랑살랑 다가왔다. 고양이는 마치다의 옆에 앉아서 고개를 기울이며 파란눈으로 마치다를 빤히 바라봤다. 고양이가 낯선 사람을 보고도 도망치지 않고 얌전히 있어서 마치다도 고양이와 눈을 마주보고 있었다. 대부분의 고양이는 아깽이 시절에만 눈이 파랗다던데. 파란눈이 너무 예뻐서 빤히 쳐다보다가 참지 못하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
그러자 고양이의 눈동자가 커다래지더니 자박자박 더 다가와서 앞발로 바닥을 짚고 있는 마치다의 손을 툭 건드렸다. 아까까지만 해도 낯선 사람을 관찰하듯 바라보더니 인사를 해 주자 다가온 고양이의 눈에 호기심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길고양이가 보일 때마다 츄르를 나눠주느라고 없는 살림에도 늘 주머니에 츄르를 넣고 다니기 때문에 지금도 주머니에 츄르가 세 개 들어있었지만 여관 부지 안을 멋대로 돌아다니는 걸 보면 여관주인이 돌보는 고양이인 모양인데 함부로 주면 싫어할지도 몰랐다. 그래서 츄르를 만지작거리기만 하던 마치다는 장난을 치고 싶은지 마치다의 손을 툭툭 치는 고양이의 앞발을 톡 건드렸다.
"너 여기 사니?"
고양이는 고양이인지 젤리를 만지게 해 주지는 않았지만 발등이나 다리를 건드리는 건 개의치 않는 듯 마치다가 다리와 발등을 톡톡 건드려도 화를 내지 않고 계속 톡톡 마치다의 손을 건드리며 장난을 걸어왔다.
"넌 이름이 뭐야?"
그러자 고양이 대신 마치다의 뒤쪽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소라입니다."
마치다는 어딘가 익숙한 이름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소라? 아까 직원 이름이 소라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마치다가 여관주인을 흘긋 바라보며 묻자 앞치마를 매고 있는 여관주인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라가 데리고 온 고양이라서요. 자기 이름을 붙이더라고요."
그럼 고양이를 부를 때마다 자기 이름을 부르게 될 텐데? 고양이에게 '케이타, 밥 먹자', '케이타, 화장실 갔다왔어? 잘했어', '우리 케이타 밥 맛있게 먹었어?' '우리 예쁜 케이타' 이런 말을 하는 상상만 해도 간지럽고 민망한데 만나본 적 없지만 소라라는 그 사람도 참 특이한 사람이다 싶었다. 하지만 반려동물에게 제 이름을 붙이는 게 금지된 행동도 아니고 그럴 수도 있는 일이긴 해서 마치다는 깊은 물을 바라보는 기분이 들 정도로 맑고 파란눈과 다시 눈을 마주쳤다.
"소라."
"냐-"
파란눈과 흰털의 고양이는 난청일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봤던 마치다는 자기 이름에 울음소리로 반응하는 소라를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다행이네. 소라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고양이는 사랑받아 마땅한 기적의 존재지만 귀가 안 들리는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난청이라고 버림받지는 않을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길냥이가 돼 버린 유기묘들이나 길댕이가 돼 버린 유기견들을 많이 본 마치다는 반려동물을 버리는 사람들을 정말로 혐오했다. 그런 자들은 마치다의 뿌리깊은 인간불신증과 인간혐오증을 더욱 강화해 주는 쓰레기들이었다.
"혹시 츄르 줘도 되나요?"
소라를 바라보면서 물어봤는데도 여관주인은 제게 하는 말이란 걸 알았는지 경쾌한 목소리의 대답이 바로 들려왔다.
"츄르가 고양이들이 좋아한다는 간식 그건가요? 전 안 줘 봤는데 소라가 먹으면 줘도 됩니다."
"소라라는 분의 고양이 아닌가요?"
소라의 집사도 아니면서 단언하는 게 조금 그래서 다시 묻자, 여관주인은 성큼성큼 다가오며 대답했다.
"소라가 데리고 왔는데 공동양육 중이거든요."
"그럼..."
마치다가 주머니에서 츄르를 꺼내서 봉지 끝부분을 찢어낸 다음 소라의 입 앞에 대 주자, 소라는 냄새를 맡아보더니 혀를 내밀어 조금 맛을 봤다. 마치다가 끝부분을 눌러서 조금씩 밀어올려주자, 소라는 고양이답게 정신없이 츄르를 먹기 시작했다. 언제 보더라도 사랑스러운 모습이라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자 순식간에 츄르를 다 먹어치운 소라가 마치다에게 조금 더 다가오더니 앞발로 다시 마치다의 손을 툭 건드렸다. 마치다가 손을 내밀어서 조심스럽게 귀 옆을 긁어주자 얌전히 머리를 대 주고 있는 게 너무 귀여웠다. 그렇게 한참 소라의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고 있자, 열어놓은 문 사이로 안에서 알람소리가 들렸다.
"파이가 완성됐네요. 따뜻할 때 드세요."
소라를 쓰다듬고 따뜻한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있는 지금이 편안했지만, 파이를 맛보여 준다고 초대받은 거라 생각없다고 할 수는 없어서 마치다가 미적거리며 발을 닦고 일어서자, 여관주인은 여관 뒤쪽 정원에 있는 테이블을 가리켰다.
"오늘 날도 좋으니까 밖에서 드시죠. 여기서 기다리세요."
마치다가 소라의 머리를 마지막으로 쓰다듬어주고 타박타박 테이블로 다가가는 뒷모습을 보고 있던 소라가 '냐아' 조용하게 울자, 메아리인지 숲 쪽에서 마치 대답 소리처럼 '냐앙'하는 소리가 들리고 곧바로 바람이 불어와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동안 따뜻하게 데워진 마치다의 몸을 시원하게 감싸고 지나갔다. 마치다가 뒤를 돌아보자, 혀를 내밀어 앞발을 핥고 있던 소라가 마치다에게 인사하듯 다시 작게 '냐아'하고 울고는 총총 숲 쪽으로 사라졌다.
곧 여관주인이 파이를 들고 나왔기 때문에 서둘러 손을 씻고 테이블로 다가가던 마치다는 알아채지 못했지만, 소라가 다가간 숲 쪽에서는 잎이 무성한 나뭇가지가 드리운 짙은 그늘 속에서 녹색 눈을 가진 검은고양이 한 마리와 소라와는 달리 금색 눈의 흰 고양이 한 마리, 그리고 각각 검은색 털, 갈색 털, 새하얀 색의 털을 가진 동물 세 마리가 눈을 빛내며 마치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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