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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9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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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봐도 되는 전편? ts 설정만 이어짐




짧고 굵은 역사를 자랑하는 북산고 여자 농구부에는 후배자석이 둘 있었는데 하나는 2학년 송태섭, 다른 하나는 3학년 정대만이었음


먼저 송태섭은 1학년때만 해도 존재감이 뚜렷하지 않더니 농구부 활동이 활발해진 2학년 초, 1학년을 주축으로 한 팬클럽이 생기면서 기다렸다는듯이 인기가 폭발했겠지 커다란 농구가방을 메고 체육관을 오가는 길에는 태섭이를 보려고 선 1학년생이 늘상 있었음

다만 혼자 있는걸 즐기는 태섭이의 성격을 알아서 팬들도 멀리서 지켜보고 가끔 책상서랍이나 캐비닛에 간식을 두고 조용히 사라졌을거임 그러다 가끔 마주쳐서 얼굴 빨개진 1학년생이 언니 너무 멋있고 예뻐요..!! 하면 송태섭은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너도 예뻐,라고 다정히 말하고 슥 웃어주겠지 그럼 그 기억 하나로 태섭이의 팬들은 1년내내 행복할둣


태섭이는 교복 규정을 더럽게 안지키기로도 유명한데 제일 먼저 눈에 띄는건 치렁치렁한 자연곱슬 머리였을거임 죽어도 자르긴 싫은지 평소엔 그 숱 많은 머릴 하나로 질끈 묶고다녔음 그 아래로 보이는 커다란 링귀걸이도 당연히 교칙 위반이었음 경기때 말곤 빼는 법이 없었겠지 구불거리는 머리칼 사이에 반짝이는 귀걸이가 워낙 화려한 태섭이의 외모랑 잘 어울려서 태어날 때부터 제 것이었던양 느껴지겠지

남들 다 메고다니는 교복 리본도 자기는 싫다고 옆학교 남자 동급생의 교복 상의를 뺏어서 줄여 입고다녔음 검은 남자 동복 상의에 맞춰서 검정 하복치마를 입고 다니는게 송태섭에겐 옷의 계절감보단 간지가 더 중요하구나 하는걸 여실히 보여줬겠지
얼핏 보면 다른 학교 학생처럼 보이는건 둘째치고 여학생이 남학생 교복을 줄여 입는 것만큼 파격적인건 또 찾기 어려웠음 걸리면 혼날 것 같지만 이쯤 되니까 쌤들도 아이고..우리 태섭이는 농구 말고 연예인해라..하고 넘어갔겠지 평소 행실이 워낙 올바른 태섭이라 가능한 일이었음



3학년 정대만은 또 다른 느낌이었는데 태섭이가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반짝이 요정같다면 대만이는 자기가 그렇게 달고다니는 포1카리같은 사람이었음 장난스럽고 다정한 성격에 걸맞게 길쭉하게 뻗은 자세는 교정한 것마냥 늘 곧았고, 늘 깔끔하게 치고 다니는 중단발이 잘 어울렸음 실은 1학년때 있었던 무릎 부상탓에 오래 재활을 해야했고 그때문에 등을 펴고 다니는게 습관이 돼서였지만, 그렇게 깊은 속사정을 아는 사람은 농구부 뿐이었겠지

대만이는 사실 팬클럽이라고 부를 사람은 영걸이 뿐이라 대외적인 인기는 같은 농구부의 태웅이나 태섭이에 비하면 많지 않아 보였어 하지만 그건 보기에만 그럴 뿐.. 대만이때문에 속앓이 하는 사람들이 학년마다 수도 없이 많았음 어쩔수 없는 일이었지 정대만은 자각 못하는 습관적 유죄인간이니까..

한번은 정대만이 학교 밖 문구점에서 같은 교복을 입은 학생을 발견하고 저기, 이거랑 저거중에 뭐가 더 좋은거야? 하고 물어본 적이 있었어 워낙 유명인사인 대만을 먼저 알아본 학생이 부끄럼을 뚫고 열심히 설명해줬는데 가만히 듣던 대만이 학생의 이름을 물어보겠지 ㅇㅇ이요..! 대답하자마자 정대만은 특유의 해사한 미소를 지으면서 고마워, ㅇㅇ이 진짜 친절하다 기억할게 했겠지 심장이 쿵쾅대서 겨우 네! 하고 대답하면서도 후배는 돌아서자마자 잊어버리겠거니 했어
근데 며칠 뒤 체육시간이 겹친 대만이가 운동장 저 끝에서 손을 휘저으며 ㅇㅇ아 안녕! 하고 인사했고 그날부로 대만이한테 인생 바치는 불쌍한 영혼이 하나 또 늘었겠지 이미 드글드글해서 하나 늘어나는거야 뭐 티도 안났지만..


하여간 이런 겉모습 차이때문에 사람들은 대만이랑 태섭이가 잘 안맞을거라고 예상했어 말랑하고 즉흥적인 대만이가 단단하고 독립적인 태섭이랑 어울릴 리가 없다고 생각했겠지 이런 둘 관계에 대한 궁예는 팬심을 타고 과열돼서 태섭이 팬이랑 대만이 팬이 첨예하게 대립하기까지 했음
태섭이 악개한테 대만이는 청초한 이미지를 어떻게든 이용해서 태섭이가 싫어할 장난치고 어그로끄는 공주병이었고 대만이 악개한테 태섭이는 그깟 장난 하나 못받아주고 무릎 다친 선배한테 기어오르는 건방진 녀석이었겠지

그렇게 서서히 팬심싸움이 감정싸움되고 각자 우리언니 괴롭히지 마라!!!하면서 투닥투닥 싸우던 그 때, 여느 때처럼 간식 조공하려고 연 정대만의 캐비닛에서 한 장의 사진이 발견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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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태섭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