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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7 02:58
머릿속으로 한자 한자 적어보고도 믿기지가 않아서 벤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상황에 맞지 않는 웃음에 맞은편에 앉아있던 허니가 흠칫 몸을 떨었다. 겨우겨우 달랬더니 다시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해졌다. 벤은 습관대로 허니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침대 해드에 연결되어있는 수갑때문에 허니에게 손끝하다 닿지 못하고 멈춰섰다. 그 모습을 보곤 허니는 기어이 다시 눈물을 떨구기 시작했다. 벤은 답지않게 현실을 회피하며 다시 현 상황을 분석했다.

현재 자신의 상태는?      납치 및 감금

범인은?                      일주일 전에 청혼을 받아준 약혼자가

이유는?                      내가 허니를 사랑하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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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봐. 내가, 뭐?"

"사랑이 시거써어어흐어어어엉˚‧º·(˚ ˃̣̣̥⌓˂̣̣̥ )‧º·˚"

벤은 이제 슬슬 저 깜찍한 머리에 어떤 깜찍한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해 환장할 것 같았다.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 부대의 사신이 어떻게 하루종일 집에서 글만 쓰느라 평균 여자보다도 연약한 허니 비에게 납치 당할 수 있었을까? 답은 간단했다. 벤 밀러가 허니를 미친듯이 사랑해서 눈치도 못챘다. 

"이번에는 스릴러야? 무서운건 싫다더니."

"어어ㅓ어엉어엉언제왔어↗?!?!"

오늘도 작은 손으로 무언가를 끄적이던 허니는 어느틈엔가 나타난 벤이 뒤에서 껴안자 파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평소와는 다른 반응에 벤이 눈을 내리깔고 허니를 봤다. 눈을 맞추지도 못하는게 숨기는게 있는 모양이었다. 연애초기에는 이럴때마다 허니를 펑펑 울릴 정도로 몰아붙였던 벤이었지만 그것도 3번이면 충분했다. 벤의 눈에만 더없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허니는 인간관계에 서툴고 혼자지내기 좋아하는 집순이라, 바람은 커녕 친구 하나 못만드는 사람이었다. 벤 이외의 사람이 다가오면 겁먹은 햄스터마냥 움츠러들고 자기 집으로 도망친다. 허니가 곁을 허락한 유일한 인간은 벤 뿐이다. 그리고 그런 허니가 벤에게까지 말하지 못하는 것은 소설에 관한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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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구의 남자를 들어올리는 법이라..."

"키는 문짝만하고, 덩치는 곰만할거야. 맞지?"

벤의 두꺼운 팔 안에 갇힌 허니가 체념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허니가 벤과 만난 이후부터 허니의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은 벤이었기에 당연한 말이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몇번이고 등장시켜놓고 왜 매번 이렇게 부끄러워하는지 벤은 잘 이해가 되질 않았지만, 그런 허니도 좋기 때문에 어깨를 으쓱이고 말았다. 대신 벤은 허니의 책상 위에 쌓여있는 쓰잘데기 없는 책들을 한손으로 밀어서 전부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전문가가 여기 있는데 장황하게 늘어뜨린 활자따윈 방해일 뿐이다. 

"그래서, 왜 납치하는데?"

"그, 그게.... 남자가.... 바람을 펴서..."

"원한인가?"

"워, 원한까진 아니구! 사랑해서, 여자는, 계속 사랑했는데..."

그게 원한이 아닌가 싶지만, 섬세한 작가님의 표현을 이해할리 없으니 벤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지금은 그것보단 벌써 감정이입을 했는지 눈물을 글썽거리는 허니를 달래는게 우선이었다. 벤은 어느샌가 필수품이 된 아주아주 부드러운 손수건으로 허니의 눈물을 톡톡 닦아주었다. 울먹거리는 얼굴과 헐떡이는 숨결이 전날 밤일을 떠오르게 했지만, 벤은 그냥 마른침만 한번 삼키고 말았다. 저번에 작업실 책상 위에서 했다가 원고가 날라가버리는 바람에 우울증 직전까지 갔던 허니를 기억했기에 벤은 딱 한시간만 참기로 했다. 허니를 적당히 토닥여준 벤은 허니가 적어둔 개요를 보고 전문가의 시선으로 분석했다.

"너처럼 작은 애가 무슨수로 날 옮기겠어, 그것도 목격자도 안만들고."

"아니, 내, 내가 납치하려는 계획이 아닌데..."

"가둬둘거라며, 스스로 오게 만들어야지."

"... 오게 만들어?"

"뭐, 간단하게 약속장소를 준비해둔 케이지로 한다던지."

저 작은 머리로 무슨 상상을 했는지 허니는 곰곰히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컴퓨터에 벤이 말했던 추가사항들을 적어내리기 시작했다. 한문장을 쓸때마다 멈칫거리며 벤의 눈치를 봤지만 벤은 익숙하게 넘겼다. 허니가 소설을 쓰는 것을 구경할때마다 항상 그랬기 때문이다. 대신 벤은 허니가 작업을 빨리 끝내도록 중간중간에 있는 구멍난 고증들을 전문가의 입장에서 조언해줄 뿐이었다. 얼추 납치감금 계획이 세워지고, 벤의 인내심이었던 1시간이 딱 지나자마자 벤은 바로 허니가 적어내리던 글을 저장해두고는 허니를 번쩍 안아들었다. 갑작스레 바뀐 시야에 허니가 작게 비명을 질렀다. 물론 그 비명도 곧 벤이 집어삼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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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집을 벌써 샀어?"

"그, 어쩌다보니...."

"이 주소로 가면 되지?"

"으응...."

그렇게 말했지만 이미 문을 연 후였다. 제법 큰 주택에 벤은 살짝 주위를 둘러봤다. 마을 외각이라 사람들 눈에도 잘 띄지 않고 조용했다. 사람이 많은 곳을 싫어하면서도 치안때문에 중심가에서만 살던 허니였는데, 이제 남편이 생겼으니 괜찮다는 건지. 벤은 속으로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고 피식 웃었다. 그리고 습관처럼 퇴로부터 살펴봤다. 창문이 좀 적은 것 같지만 군데군데 통창이 있으니 괜찮았다. 저격수를 고려한다면 너무 창이 많은 것도 좋지 않았다. 물론 그 창들도 2층은 전부 커튼이 쳐져있었지만. 전에 살던 집도 작업실은 저래서 벤은 이번에도 눈치채질 못했다. 그저 허니의 위치를 확인했을 뿐이다.

허니가 키를 주진 않았지만 벤은 아무렇지 않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미 허니가 집을 구한다고 몰래 꼼지락 거릴때부터 키를 복제해둔 후였다. 허니는 이제 벤이 어떤 문이든 열고 나타나는 것에 신경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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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벤은 지하실부터 차근차근 살펴봤다. 정말 햄스터라도 됐는지 지하실에는 각종 먹을거리가 가득했다. 전쟁이 나도 이리로 피신하면 될 것만 같았다. 허니가 좋아하는 초코바가 한가득 쌓인 곳 옆에 벤이 좋아하는 과자가 같이 쌓여있는 것을 보고 벤은 슬쩍 미소짓고 다음 구역으로 넘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간 창고에는 각종 공구와 굵은 로프 그리고 갖가지 수갑이 놓여있었다. 이미 본 기억이 있던 물건들이다. 요즘 쓰는 스릴러 소설의 자료용인 소품들이었다. 물론 허니는 벤 몰래 샀다고 생각했지만 허니의 배달내역서는 전부 벤에게 들어간다. 

지하실의 수색을 마친 벤은 차근차근 1층을 살펴본 후 곧바로 2층의 나머지 방들로 향했다. 벤의 사랑스러운 연인은 소설을 쓰느라 어디서 주워들은 것만 산더미라 이런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본인은 몰래 훔쳤다고 생각하는데, 벤이 자기 소지품이 없어진 것을 눈치 못챌리가. 정찰을 마친 벤은 총을 숨기고 간단히 씻 은 후 설레는 마음으로 안방의 문을 열었다. 예상대로 벤의 커다란 티 한장만을 걸친 허니가 티의 끝부분을 만지작거리면서 벤을 기다리고 있었다. 결혼식은 커녕 혼인신고서도 아직 못썼는데, 잔뜩 설레서 준비했을게 눈 앞에 선했다. 

벤은 답지않게 부드럽게 키스하며 허니를 새 침대 위에 눕혔다. 부끄럼쟁이인 허니가 오늘따라 적극적이기에 더 그랬다. 몇 안되는 귀중한 순간인데 천천히 감상하고 싶었다. 벤은 옷 위로 허니의 가슴을 몇번 주무르다 원피스가 된 자신의 티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 상태로 멈췄다. 전에 벤이 선물했던 속옷과 똑같는 거였다. 분명 그 때 벤이 입혀주고 그대로 다시 찢어버리는 바람에 두번 다신 안입겠다고 선언했었는데. 벌써 잔뜩 달아오늘 허니가 색색 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벤이 그 상태로 굳어있자 허니가 떨리는 손으로 벤의 양 뺨을 작은 손으로 감쌌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와 입을 맞췄다.

"사랑해."

이 시점에서 벤의 이성은 끊겼다.

















허니가 움찔 거리던 시점에서 이미 벤은 잠에서 깨어있었다. 같이 일어날까 고민하던 벤은 일단 눈을 감고있기로 했다. 이쁜짓까지 할 정도로 허니가 바라던 일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미 매트리스 틈에 숨겨져 있던 분홍색의 퐁실퐁실한 천으로 감싸진 수갑을 본 후였기에 대강 짐작은 하고 있었다. 어디서 또 이상한거 보고 따라한 거겠지. 

새벽까지 너무 괴롭혔는지 허니의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평소였다면 한참동안 침대를 굴러다닐 허니는 끙끙거리면서도 힘겹게 손을 들어올려 벤의 손목에 준비해둔 수갑을 채웠다. 그런데 손 하나 채우고 기력이 다했는지 그대로 다시 침대에 쓰러졌다. 기어이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 벤은 감고있던 눈을 떴다. 원하는대로 전부 해줄테니 일단 좀 쉬었다가 하자고 말하려 했다. 이 상태로 했다간 허니가 버티질 못할테니까.

하지만 벤과 눈이 마주친 허니는 침대에서 튀어오르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깜짝 놀라더니 이내 펑펑 울기 시작했다. 순간 몸부터 뛰쳐나가려던 벤은 수갑에 막혀 덜컹거렸다. 그럴수록 허니의 울음소리는 더 커졌다. 벤은 침대와 수갑중 어느쪽을 부숴야 허니가 덜 울지 고민했다. 그리고 그 찰나의 시간에 허니의 고해성사가 벤의 귀에 꽃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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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 사랑해서 미아내(´•ω•̥`)"

"뭐?"

"먼저 사랑한다고 한 너가 나쁜거야!!˚‧º·(˚ ˃̣̣̥⌓˂̣̣̥ )‧º·˚"

벤은 너무 황당해서 이젠 말조차 나오질 않았다.
















가렛너붕붕
벤밀러너붕붕
 
2023.03.17 03:03
ㅇㅇ
학학 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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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7 03:05
ㅇㅇ
모바일
허니 뭘 보고 식었다고 생각한건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존나 귀엽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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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7 03:15
ㅇㅇ
어떻게 이런 제목이..?하고 왔다가 함-박웃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f30a]
2023.03.17 03:19
ㅇㅇ
모바일
허니 커엽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랑에 눈멀어서 한 번 당하신 전직 델타포스 요원님이 이제 깜찍한 허니 어떻게 요리할지 너무 기대된다 센세 ٩( ᐛ )و 
[Code: 5336]
2023.03.17 03:26
ㅇㅇ
모바일
아니 허니는 어디서 사랑이 식었다고 생각한거야ㅋㅋㅋㅋㅋㅋ물고 빨고 난리구만은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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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7 07:01
ㅇㅇ
모바일
ㅋㅋㅋㅋㅋㅋㅋ아 ㅋㅋㅋㅋㅋㅋㅋ귀여워죽것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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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7 07:56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ㄱㅇㅇㄱㅇㅇㄱㅇㅇㅠㅠ제목이랑 상반돼서 더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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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7 08:16
ㅇㅇ
모바일
아니 너무 귀엽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1ad9]
2023.03.17 08:22
ㅇㅇ
모바일
마 벤밀러 즐기고 있냐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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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7 09:02
ㅇㅇ
모바일
우리센세 천재다!!! 센세 사랑해
[Code: b3fa]
2023.03.17 09:18
ㅇㅇ
모바일
연애초엔 몰아부치다가 안정적으로 변하니까 식었다고 느꼈나?ㅋㅋㅋㅋㅋ 진짜 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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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7 09: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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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자나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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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7 13:37
ㅇㅇ
모바일
존커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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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7 16:03
ㅇㅇ
모바일
분홍털달린 플레이용 수깁이면 벤 못잡아둘텐데ㅋㅋㅋㅋㅋㅋㅋ 걍 잡혀준거많앜ㅋㅋㅋㅋㅋ
[Code: d36d]
2023.03.17 17:37
ㅇㅇ
모바일
미친 존나 귀엽넼ㅋㅋㅋㅋㅋㅋ벤 납감이라니 개좋닼ㅋㅋㅋㅋㅋㅋ
[Code: ba19]
2023.03.17 20:35
ㅇㅇ
모바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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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8 12:57
ㅇㅇ
모바일
아따 여기가 맛집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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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0 23:02
ㅇㅇ
모바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1b8c]
2023.12.26 22:17
ㅇㅇ
모바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귀엽고 웃기고 다하네 ㅋㅋㅋㅋㅋㅋㅋ 벤은 환장하겠닼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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