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웅이는 사진 찍는 행위에 대해 특별하다거나 필요하다고 생각 해 본적이 없고 백호는 좀 하고 싶긴한데 뭔가 간지럽고 안어울리고 무엇보다 카메라 들었을때 서태웅이 너 뭐하냐 멍청아 그런거 하고 싶어했냐 할거같아서(순전히 강백호 캐해임) 안 할 거 같음
백호 집 부엌쪽 선반에 둘이 같이 찍은 사진이 있긴한데 놀이공원 갔다가 어케 떠밀려서 마스코트랑 찍은사진이야 인화값이랑 액자까지 강매당함 태웅이 와서 그 사진 장식돼 있는거 빤히 봐서 뭐라하기도 전에 3000엔짜리 잖아 아까워서 뒀다!! 이러겠지 태웅이는 별 말 안 함

백호가 그러다보니 태웅이도 강백호 사진 찍는거에 관심없는줄 알겠지 개인 어카운트엔 셀카 잘 안올리기도 했고 다른 사람들이랑 찍은 사진은 많지만 남의 폰으로 찍은거였음 그게 마음에 든다는건 아님 다른 인간들 폰에 강백호 웃는 얼굴이 저장되어 있다는 건 서태웅을 충분히 불쾌하게 만들 수 있음 그러다 백호 집 와서 티비는 틀어뒀지만 신경은 백호 샤워하는 소리에 쏠려 그걸 안주 삼아 저칼로리 맥주 마시는데 백호 핸드폰이 보임 저번에 또 동료선수랑 같이 찍은 사진이 생각나서 이녀석 폰에 그럼 나는 없고 다른 놈들만 수두룩빽빽한건가 싶어지겠지 잠금장치도 없는 폰 여는건 쉬웠고 아무리 연인이라지만 남의 폰을 만지는데 뻔뻔하면 좋겠다 억울하면 강백호에게 자기 폰을 던져줄거임 마음에 안드는 사람 연락처를 삭제하든 폰 시스템을 갈아엎든 강백호가 하고싶으면 하라고 할 셈이야 오히려 그래주면 기쁠거 같았음

메인화면은 기본 바탕화면이겠지 오묘한 색깔의 나선들이 섞여있는 태웅은 갤러리를 찾아 화면을 옆으로 넘겼어 그리고 나타난건 자기 사진임 서태웅이 강백호에게 찍힌적 없지만 찍힌 사진.. 그건 태웅이 광고판넬을 찍은거겠지 높은 건물에 있는걸 밑에서 찍은거처럼 보였음 화질이 그렇게 선명하진 않겠지 조금 놀라서 폰을 쥐고 멍해지는데 다시 본래 목적으로 돌아와 갤러리에 들어감 폴더 정리 하나도 되어있지 않겠지 무슨 지인들이 기르는 반려견 사진도 있고 영양제정보를 모은 이미지를 다운한것도 있음 그리고 좀 더 넘기자 자신의 다른 광고 이미지와 화보사진이 보이겠지 백화점 외부디피를 찍은것도 있었고 브랜드매장도 있었음 방금 본 배경화면이 지금 걸려있는 광고니까 아마 이것들도 이전엔 강백호의 폰 배경화면이었을거임

철컥 문이 열리면서 욕실에서 나온 백호는 수건으로 머리를 털다 말고 태웅을 노려봐 야 너 왜 남의 폰을 보고 있냐! ...멍청이 그렇지만 노려보는 건 태웅도 마찬가지겠지 백호가 뭐야?! 하며 물을 뚝뚝 흘리며 성큼성큼 다가오든 말든 태웅은 백호의 폰을 만지작거렸어 찰칵 셔터음에 백호가 놀람 찰칵, 찰칵 백호가 뒤늦게 폰을 뺏어서 너 뭐하냐... 하겠지 그딴거 말고 직접 찍은걸로 해 백호는 제 바탕화면이 자신이 찍은 태웅의 광고판인걸 보고 얼굴이 빨개졌다가 동시에 태웅의 말의 의미를 알았음 백호가 토독토독 폰을 만짐 아직도 머리끝에 물방울이 맺혀있겠지 야 이게 뭐냐 다시 찍어 백호가 화면 가득 차있는 태웅의 얼빡샷을 내보이며 툴툴거렸어 태웅이 이상하게 찍힌 자기 사진을 보다가 백호를 올려다보겠지 그럼 너도 찍어 같이 찍자 백호는 긍정의 대답같은건 안했지만 태웅의 옆에 털썩 앉으면 좋겠다 좀 더 붙어 니가 더 가까이 와 그런 말이 오고 가면서도 둘은 꽤 오래 핸드폰을 들고 있겠지

그리고 며칠뒤 백호의 인별이 오랜만에 업뎃되겠지 장난스러운 표정의 백호 뒤엔 태웅이 한쪽 눈을 비비며 렌즈를 바라보고 있었고 장소는 누가봐도 침대였음








루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