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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1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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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케니는 초면에 낯가리는 편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가까워지면 부끄러움을 많이 탔다
. 낯선 사람이나 친하지 않은 사람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볼지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케니의 바운더리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케니는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들이 하는 말에 신경을 많이 썼다. 파트너로 지낸 얼마 안 되는 기간 동안 케니는 테리에 대해 오히려 무신경했다. 그의 평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테리가 갑자기, 매우 뜬금없이 버거를 먹자고 했던 어제 이후로, 테리는 케니의 마음속에 그 누구보다도 강렬하게 훅 들이닥쳤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엔 허덕이며 따라가는 케니지만 사랑에 빠지는 속도만큼은 초고속이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테리가 다시 방으로 돌아오는 소리가 들려 케니의 고개가 절로 문 쪽으로 돌아갔다가 그 상태로 얼어버렸다. 불 켜지 않은 방이었기에 망정이지. 얼어붙은 채로 커다란 눈만 깜빡이다가 뒤늦게 너무 오래 쳐다봤다는 사실을 깨닫고 재빨리 시선을 거뒀다. 테리는 그런 케니는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았다. 물론, 자기 집이니까 샤워하고 나체 활보하는 것쯤이야 자기 자유겠지만. 테리는 케니가 벗어놨던 가운을 맨몸에 걸치고는 또다시 아까처럼 킁킁댔다.

 

와 복숭아 냄새.”

 

케니가 입고 그대로 잠들었던 가운이라 그새 냄새가 밴 모양이었다. 이불을 턱 끝까지 올린 케니가 눈알만 데구르르 굴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잠이 올락 말락 했는데 테리 때문에 다시 잠이 달아났다. 이 순간이 너무 어색하고 부끄러웠다. 그냥 차라리 다시 잠든 척할걸. 후회하며 베개에 거의 파고들 듯 머릴 기댔다. 테리가 침대 끄트머리에 걸터앉더니 케니를 돌아봤다.

 

토끼 네가 나 깨웠으니까 책임져.”

, 무슨 그런..!”

 

상상도 못 한 테리의 억지에 케니가 황당해서 말도 채 끝맺지 못했다. 테리가 눈썹을 까딱 까닥하며 웃어 보였다.

 

맞잖아 깨운 거. 중간에 깨면 잠 못 잔단 말이야.”

아니 그건! 형사님이 악몽 꾸는 거 같아서 깨워드린 거잖아요!”

그거나 그거나.”

 

........말이 안 통했다. 케니는 대체로 순둥한 성격이지만 이런 황당한 상황은 참지 못하고 화르륵 불타올랐다. 억울하지만 인정하자면, 도발하기 쉬운 성격이었다. 어느새 반쯤 일으켜 앉은 몸으로 케니가 팔짱을 척 꼈다.

 

형사님 어렸을 적 엄마 말 되게 안 들었죠.”

 

하지만 케니의 고발에 피식 웃는 테리의 표정이..... 정말로 미묘했다. 진짜 웃겨서 웃는 것도 아니고, 비웃는 것도 아닌. 심지어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뭐야....

 

그랬을까? 엄마가 있어 본 적이 없어서 그건 모르겠다.”

 

순식간에 세상에서 가장 나쁜 놈이 된 케니가 당황해서 입을 벙긋했다가 할 말을 잃고 얼른 다물었다. 아니, 저렇게 말하면... 테리의 너른 등이 한없이 쓸쓸해 보였다. 안절부절못한 생각 끝에 케니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뭐... 어떻게 책임지면 되는데요!”

 

뭔가 음흉한 대답을 돌려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케니의 말에 테리가 놀란 얼굴을 했다가 다시 피식 웃었다. 이번엔 좀 더 그다운 미소여서 케니의 마음이 조금 놓였다.

 

안아줘. 잠들 때까지.”

 

그는 별 생각 없이 한 말일 수도 있는데 저 말조차 케니의 가뜩이나 말랑말랑한 심장을 초콜릿 퐁듀처럼 녹아내리게 했다. 난 전생에 닭이나 펭귄이었을까. 왜 자꾸 따뜻하게 품어주고 싶지. 짧은 자아 성찰 후 케니가 테리에게 두 팔을 활짝 벌려 보였다.

 

오늘은 내가 선심 쓴다!”

 

가증스럽게 커다란 몸을 한껏 접은 테리가 케니의 팔 안으로 몸을 구겨 넣었다. 품에 넘치게 찬 테리를 끌어안고 케니는 들키지 않으려 고개를 뒤로 뺀 채 심호흡을 했다. 심장이 터져 죽는다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 그런 케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테리는 케니의 어깨와 목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는 더운 숨을 연거푸 내쉬었다.

 

 

케니는 쏟아지는 햇살을 피해 도망치고 또 도망쳤다. 그러다가 커다란 동굴을 발견하고는 잘 됐다고 생각했다. 동굴 속으로 몸을 피신시키는데 그 동굴이 뭔가 딱딱하면서도 말캉하고, 시원하면서도 따뜻하게 케니를 감쌌다. 눈꺼풀을 찌르는 햇볕으로부터는 벗어나 다시 어둡고 아늑해졌다. 기분이 좋아져 저도 모르게 콧소리를 내며 동굴 속을 더 파고드는데-

 

“...토끼야.”

“....?.....”

 

뭐지. 이 귀에 익은 목소리. 토끼를 왜 여기서 찾아. 동굴에서 토끼를 왜...하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케니는 눈을 부릅떴다. 처음엔 눈앞에 있는 게 뭔지도 모르고 손으로 더듬거리기까지 했다. 머리 위로 거센 콧바람이 느껴져 고개를 들었다가,

 

뜨합!”

 

괴물이라도 마주친 것처럼 케니가 몸을 뒤로 빼...려고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등허리에 단단하게 둘러진 팔 때문이었다. 게다가 케니 역시도 한 손을 테리의 가슴팍에 얹어놓은 상태였다.

 

부드럽게 깨우려고 했는데 애가 기겁을 하네.”

 

약간 빈정 상한 얼굴로 테리가 궁시렁댔다. 그러면서도 케니를 안은 팔은 치우지 않아 케니가 꿈틀대며 그의 팔을 잡아떼려 했다. 팔 무게가 이렇게 무거울 수 있는 건가. 보아뱀이 몸통을 감싼 것처럼 꼼짝을 안 했다. 몇 번 더 눈을 깜빡여 잠을 완전히 밀어낸 케니가 이번엔 지그시 힘을 주어 손으로 그의 가슴을 밀어냈다. 안 밀릴 줄 알았는데 테리가 쓰윽 뒤로 물러나더니 대자로 천장을 보고 뻗었다.

 

아침에 이쁜 얼굴 보면서 눈 뜨니까 기분이 너무 좋네.”

 

기분이 너무 좋다면서 테리가 이불 속으로 다시 손을 집어넣는데 그 손의 목표가 어디인지 짐작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 광경에 또 한 번 식겁한 케니가 몸을 슬금슬금 뒤로 물리다가 그만 침대 밖으로 둔탁한 소릴 내며 떨어지고 말았다. 다리에 감겨있던 이불까지 같이.

 

케니! 괜찮아?”

 

놀란 테리가 일어나 앉았고 망신살 뻗친 케니가 바닥에 얼굴이 짜부라진 상태로 다급하게 소리쳤다.

 

! 그냥 거기 계세요!”

 

 

주말 아침이었지만 오전 근무가 있는 케니를 테리가 다시 데려다 줘야 했다. 케니가 매서운 속도로 고개를 도리질했지만, 테리는 가뿐하게 케니의 거부 의사를 거부했다. 대신 케니의 차가 주차된 주차장에 내려주는 거로 합의를 봤다. 조수석 대신 뒷자리에 가방을 끌어안은 채로 앉은 케니를 연신 룸미러로 훔쳐보던 테리가 그것도 성에 차지 않는지 운전 중에 몇 번이나 뒤돌아봐 케니가 또 기겁을 했다.

 

, 이 테리 먼로 인생에 획을 그었다.”

 

주차장에 도착해서는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으며 테리가 갑자기 심각해진 얼굴로 분위기를 잡았다.

 

무슨 획이요.”

 

문을 열려고 손을 뻗던 케니가 묻자 테리가 그냥 고개를 저었다.

 

순진한 토끼는 몰라도 돼. 6시에 끝나지? 그때 다시 여기로 와.”

왜요?”

네가 그렇게 찬양한 팬케이크 먹으러 가자.”

 

미친...... 황당함에 케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녁에 팬케이크는 무슨 팬케이크야. 역시 상식이라고는 없는 사람. 배고파서 그런지 열이 좀 나고 심장도 빨리 뛰는 것 같았다. 케니는 가방끈을 쥔 손에 힘을 주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땐 제 차로 가요. 나 이 차 안 탈 거야.”

 

케니의 결연한 선언에 테리가 피식 웃었다.

 



테리케니 슼탘

2023.03.11 23: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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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내센세 기다렸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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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1 23: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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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내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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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1 23: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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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니 너무 귀여워 진짜로 아무것도 모르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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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1 23: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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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쉑 케니같은 애는 처음이구나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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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1 23: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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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ㅂ 내센세오셨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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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1 23: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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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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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1 23: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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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개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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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1 23:21
ㅇㅇ
ㅁㅊ내센세입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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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1 23:34
ㅇㅇ
토끼 안잡아먹고 돌려보낸 테리 인내심에 존경 ㅋㅋㅋㅋㅋㅋ 케니 저래놓고 또 덥썩 테리차에 탈거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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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1 23: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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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테리케니 로코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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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1 23:4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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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먹자는 말 한마디에 훅ㅋㅋㅋㅋㅋ 케니 너무 귀여운거 아니냐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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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1 23:4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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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니가 벗어놓은 복숭아냄새나는 가운 걸치는 테리 와 너무 고자극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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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1 23: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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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얘네 너무 귀엽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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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1 23: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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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니 저녁에 무슨 팬케이크냐고 속으로 투덜대놓고서는 냅다 수락해버리는거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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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2 00: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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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사귀네 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썸이 아니야 그지 내말이 맞는거 같지 ㅋㅋㅋㅋ 아니 센세 나 기다리다 목 빠지는 줄 ㅠㅠㅠㅠㅠㅠ 기린 될 뻔했잖아 하지만 올거라는 걸 믿고 있었다고ㅠㅠ 케니가 테리 품어주는 거 계속 계속 보여줘 ㅠㅠㅠㅠㅠ
[Code: eba2]
2023.03.12 00: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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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케니장인센세ㅠㅠㅠㅠㅠㅠㅠ
[Code: 208e]
2023.03.12 00: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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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왜 이렇게 유죄야 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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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2 00: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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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둘이 존나 달달연애하잖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존좋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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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2 00: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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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2 00:16
ㅇㅇ
달달연애 더해줘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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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2 00: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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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 센세 기다렸다구요ㅠㅠㅠ 오늘도 존잼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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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2 00: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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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ㅋㅋㅋㅋㅋ진짜 케니 너무 귀엽겠다 ㅋㅋㅋㅋ
[Code: ccd3]
2023.03.12 00: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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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아아아앙ㅇ미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케니 진짜 조오오오오오오온나 귀엽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자꾸 좋은데 싫은척하기 힘들지 케니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테리쉑 너무 품어주고싶게하네진짜ㅠㅠㅠㅠㅠㅠ케니가 무슨힘이 잇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펜케이크 먹으러가자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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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2 00:55
ㅇㅇ
얘들아 계속 연애해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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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2 03: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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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니는 전생에 닭이나 펭귄이었나 보다…졸귀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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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2 03: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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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니 이제보니 순진토끼가 아닌거 같은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존나 요망
[Code: 8588]
2023.03.12 03: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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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가 토끼한테 마구 휘둘리고 있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8588]
2023.03.12 07:16
ㅇㅇ
케니 머릿속 무슨일이야ㅋㅋㅋㅋㅋㅋ존나 엉뚱하고 귀엽잖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a8d4]
2023.03.12 07: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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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니 괜히 엄마 이야기 꺼냈다가 당황해하는거 ㅠㅠㅠ 마음 약하고 순둥한거봐 ㅠㅠㅠㅠㅠ 케니가 테리 안고 잠들었다가 아침엔 테리 품에서 잠깨는 케니 간질간질하고요 ㅠㅠㅠ 테리쉑 아침부터 플러팅이.. 하다가 우당탕 짜부라진 토끼에 빵터짐 ㅋㅋㅋㅋㅋㅋㅋ 저녁에 무슨 팬케이크냐고 머릿속은 궁시렁대면서 입으로는 수락하는 토끼케니 존나 커여워 죽겠다 진짜 ㅋㅋㅋㅋㅋ
[Code: ca4f]
2023.03.12 07: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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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먼로 인생에 획을 그은 케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케니 인생에도 테리같은 사람은 처음일 것 같은데 서로의 인생에 획을 그으면 결혼해야되는 법 있다 애들아... 결혼으로 책임져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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