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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6 19:47


관광객. 당연히 많지. 여긴 미국이고 지금 이 장소는 자유의 여신상이 가장 멋들어지게 잘 보이는 곳이니까. 당장 고개 돌리면 사진 찍는 관광객들을 여럿 더 볼 수 있었음. 근데 얼굴 아는 관광객은 너 뿐인데. 혼자서 찍어보겠다고 애쓰고 있는 사람도 너 뿐이고. 우성은 저가 빤히 쳐다보는 덕에 엉거주춤 멈춰있는, 그 예전 북산의 7번에게 손을 내밀었음.

"내가 찍어줄게."

내밀어진 손을 보고 7번이 눈썹을 까딱거리는 게 보임. 뭐야 얘, 하는 그런 생각 중일지도. 그래도 우성에게 카메라를 넘겨주긴 함. 하나둘셋, 김치-. 하는 말에 7번이 피식 웃더니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었음. 그럼그럼, 사진 찍을 땐 김치잖아. 어쩐지 속 시원한 느낌에 우성도 슬쩍 웃음이 나.
촬영 후 드르륵 필름을 감으면서 카메라 필름이 10장 넘게 남아있는 걸 확인한 우성은 땡큐,하는 담백한 인사와 함께 다가온 7번에게 카메라를 돌려주는 대신 손목을 잡아 끌었음. 더 찍자, 남았네. 저기 어때. 7번의 예? 하는 바보 같은 반응은 굳이 신경 안 써도 뭐. 되지.
저기요 정우성씨 괜찮은데요; 오 내 이름 기억하네? 그래 넌 모를거고. 알려줘. ...송태섭. 으응, 태섭이. 덕분에 이렇게 좀 얼렁뚱땅이긴 해도 통성명도 했는 걸. 

그 날 아무튼 여러가지로 별난 날이라고, 우성이 집으로 향하면서 생각함. 이 물 건너 땅에서 얼굴 아는 동향의 사람을 우연히 본 것도 웃긴데. 원래 친했던 마냥 별로 어색하지도 않았던 것도 웃기고. 떨떠름해하면서도 저기 서 보라는 둥의 말을 또 다 따라주는 송태섭도 웃겼지. 아, 그런데 번호도 주소도 아무것도 교환을 안 했구나. 다니고 있다는 학교도, 얼핏 나온 얘기라 이름도 안 물었고. 이러면 다시 보긴 어려우려나. 약간 아쉽긴 하지만 뭐...어쩔 수 없지. 우성은 그냥 하루 짜리 인연이었나보다, 했음.





그런데 참 또 별난 일이지. 그렇게 끝날 하루 짜리 인연이 아니었던 건가봄. 3주 정도 지났을 때 쯤 잡힌 연습 경기의 상대팀에 태섭이 있지 뭐임. 오, 이거 좀 안 맞는 비유지만. 좀 로맨스영화 같은데? 태섭이라면 질색할 생각을 우성은 잘도 했음.
아무튼 기왕 또 이렇게 만난 거 흐지부지 되면 아까우니까. 우성은 경기 전에 팀원들 양해를 구하고 상대팀의 태섭을 찾아 갔음. 어, 그런데 저를 본 이 쪽 팀 사람들 반응이 좀 요상함. Oh, you! 라며 아는 척 하는 놈도 있고. 우성을 가리키며 호들갑스럽게 태섭을 흔들어대기도 하고. 휘파람을 불더니 만나서 반갑다며 대뜸 하이파이브를 권하는 놈까지, 도통 이해가 안 됨. 태섭은 그냥 귀찮아 죽겠다는 반응일 뿐임. 급기야 잘해보라는, 또 이해 안 되는 말을 하면서 우르르 자리를 비켜주기까지 함.

"뭐야? 나 지금 하나도 이해 안 돼. 다 모르는 애들인데? 왜 저래?"
"하...잠깐만 있어봐."

큰 한숨이 섞인 말 이후에, 태섭은 제 짐을 뒤적거려 찾아낸 뭔가를 내밀었음. 어...사진이네. 내 사진. 어? 나? 우성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또 떴지. 아직 말로 하지도 않았는데 질문할 걸 알았는지 태섭이 먼저 대답을 해줌. 그 날 1장 남았길래 찍어본거라고. 인화까지 했는데, 전화번호도 주소도 안 받아서 줄 방법이 도통 없었다는 거야. 그래서 혹시나 또 그렇게, 오늘처럼 이런 식으로 우연히 만날지도 모르지 싶어서 들고 다녔대. 근데 그걸 팀원들이 어쩌다 발견을 했대. 생각해봐, 가방에 고이 넣고 다니는 다른 사람 사진. 그게 가족은 아니래. 그럼 다들 뭘로 추측하겠어.
송 네 첫사랑이야? 전애인? 아니라고? awww 저런, 짝사랑이네. 얘들아! 송 짝사랑 중이래!!!!! 태섭의 반박은 그 누구도 듣질 않더라는 거야. 

"....푸흡."
"뭘 참냐, 웃어. 나도 웃겨 죽겠다."

태섭의 허락에 우성은 와하핰하고 맘껏 웃었음. 사진이 많이 구깃한 게, 자기는 잘 넣어다녔는데 저 자식들이 지들끼리 돌려본다고 난리쳐서 그렇게 됐다는 비하인드까지 있었음. 진짜 사진으로 패스 연습이라도 한 꼴임. 아...근데 언제 찍었대. 전혀 몰랐네. 음료를 마시면서 어딘가 보고 있는 모습인데...태섭의 팀원들이 소설 한 편 쓰면서 놀려먹은 게 납득이 될 것도 같았음. 이거 너무 몰래 찍은 구도잖아. 우성은 사진 속의 순간이 언제였나 생각하면서 자연스레 그 날을 머릿속으로 더듬게 됨. 꽤 재밌었지, 사진 찍는 거. 송태섭은...동생 때문에 찍는 거라고 했던가.

"야 송태섭, 사진 기사 또 안 필요해?"

"...또 하게?"
"너한테도 좋잖아."
"넌 뭐가 좋은데."
"재밌지."
"별.... 뭐 그러든가."


우성이 네 팀원들한테는 짝사랑 상대랑 데이트 약속 잡았다고 자랑하라며 덧붙였더니, 태섭은 키득거리면서 같이 웃어놓곤 한 대 때려버렸음. 뭐야, 억울해.










대충, 이런 사진 동호회 결성 같은 만남이 두 사람의 미국에서의 시작이었음.

우성은 지난 주에 맡긴 네번째 일회용 카메라의 인화 사진을 찾아오면서, 이제 그냥 카메라를 장만할까..하는 생각도 하기 시작했지. 찍다보니 재미도 붙였고, 뭣보다 사진을 찍는 것도 재밌지만 역시 인화된 결과물을 구경하는 게 진짜 재밌는 거 아니겠음. 이번엔 또 어떤 얼떨결의 끝내주는 사진이, 또 어떤 엉망진창의 사진이 있을까 기대하는 그런 거. 그래서 이따 저녁에 만나기로 한 태섭에게 넘겨 줄 사진을 따로 빼놓기도 할 겸, 차에 탄 우성은 우선 봉투에서 사진을 꺼냈음. 우와. 오늘은... 첫 장부터 의외의 결과물이 있네.

그러니까, 찍고 싶은 멋진 풍경이 있었고. 어떻게든 생각한대로 태섭과 함께 담아주려고 이리저리 움직여댔었지. 그러고 있는 저를 보던 태섭이 깔깔 웃었던 그 순간이다. 야, 너 지금 자세 엄청 개그야. 성의도 몰라주고 놀리는 소리에, 그럼 너의 못생긴 사진을 건져주겠다며 대충 셔터를 눌러댔던 마지막 사진이었던 거 같은데.

"...잘 나왔네."

정말이었음. 의도와는 너무나 다르게, 초점도 선명하지 않고, 가장자리엔 탄 부분이 있는데도. 태섭의 웃고 있는 얼굴이...어....음....괜찮았음. 우성은 머리에 떠오르는 멋쩍은 감상을 아껴놓고 그 사진을 태섭의 동생 아라에게 갈 쪽으로 빼뒀지. 뭐, 이 때는 그럴 생각이었으니까.


그랬는데, 조금 나중에. 태섭과의 약속 장소에 도착한 우성은 따로 빼 둔 사진을 챙겨 내렸다가, 몇 걸음 안 가서 다시 차로 돌아와버려. 주섬주섬 봉투를 열어서 사진 한 장을 도로 뺐지. 맞아, 첫 장에 있던 태섭의 사진이야. 또 한 번 사진을 보고나니 멋쩍음에 아꼈던 감상이 이번엔 툭 튀어나왔음. 웃는 거 예쁘구나, 얘.
자기가 찍은 사진인데 왜 이렇게 훔치는 기분인지 모를 일이었지만. 그래도 우성은 그 사진이 갖고 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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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글의 두 놈 얘기 뇌절이라고 보면 됨....
고증 그런 거 모름 내 필요에 의해 다 조작되고 있음....
슬램덩크 우성태섭

 

2023.02.26 20: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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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센세
[Code: ae81]
2023.02.26 20:13
ㅇㅇ
모바일
ㅁ뭐야 나 이거 꿈이야? 꿈 아니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ㅁㅊ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센세가 또 오시다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엉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 오늘 죽어도 여한 없긴한데 센서 어나더 봐야하니가 죽진않을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으앙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웃는 얼굴 예쁘다고 사진 챙기는 우성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존나 간질간질하다고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엉 센세 ㅠㅠㅠㅠㅠㅠ와조서 고마어 ㅠㅠㅠㅠㅠㅠ크흐유ㅠㅠㅠㅠㅠ
[Code: ae81]
2023.02.26 20:1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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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제 행복한 우성태섭 보고싶어서 읽고 잤는데 오늘 센세가 오시다니 진챠...너무 좋다..ㅠㅠㅠㅠ내일 혐요일이라서 기분 개더러웟는데 센세땨무네 엄청 행복해졋어...사랑해 센세...ㅠㅡㅠ
[Code: ae81]
2023.02.26 20: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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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가 어나더를 들고왔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 시리즈 정말 좋아하는데 어나더까지....행복해서 이제 아무것도 필요없어짐 뇌절좋아 더해줘ㅠㅠㅠㅠㅠㅠ
[Code: 2dcf]
2023.02.26 21: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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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할 수 없음 추천할 수 없음 추천할 수 없음 추천할 수 없음 추천할 수 없음 추천할 수 없음 추천할 수 없음 추천할 수 없음 추천할 수 없음 추천할 수 없음..... 미친... 차에서 내렸다가 다시 타서 태섭이 웃는 사진 빼는 우성 진짜 ㅠㅠㅠㅠㅠㅠ 센세 사랑해 우리 평생가자 제발 억나더ㅠㅠㅠㅠㅠㅠㅠ
[Code: f773]
2023.02.26 23: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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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칮미칮미친미친;;;;;센세존나이건미쳤다그사진들이이거였구나아미친도랏다진짜미쳤다이게바로사랑의시작인거지어후센세뇌절해조그냥막아무소리나해도좋아센세받아먹기알아서할게어우흥분해서띄어쓰기도안돼우성태섭행복사랑해ㅠㅠㅠㅠ
[Code: ac2f]
2023.02.26 23: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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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이건 황금같우 갓글이야 뇌절이라니 이건 보배라고 난 그저 탭댄스추는 계란이라서 불만이 없어 센세 뇌절을 계속해줘ㅠㅠ 나는 농구공 골대처럼 3점슛 넣을수있게 열어놓을게 계속 골 넣어줘ㅠㅠㅠ
[Code: 7200]
2023.02.26 23: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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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달달하고 아련하고 어딘다 모르게 붙잡고 싶은 복잡 미묘한 느낌이 드는 글인데 센세가 주신 링크을 누르고 제목이 뜨는 순간 소릴 꽥 지름 ㅠㅠㅠㅠ 아라의 시선으로 본 둘이 너무 예뻤는데 ㅠㅠㅠㅠㅠㅠ 아 이런 외전을 ㅠㅠㅠㅠㅠㅠ나 넌무 행복하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ee82]
2023.02.26 23: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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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에게 보내는 사진이 성의가 있어진 그 시점을 보고 있다는 게 ㅠㅠㅠ 감격 ㅠㅠㅠ 그리고 아라에겐 흔들린 우성이의 사진이 우성이에겐 흔들린 태섭이의 사진이 당사자들 모르게 간직되고 있을 생각하면 ㅠㅠㅠㅠㅠ 그 셔터를 누른 당사자는 알아 그 사진이 찍힌 순간의 감정을 우성이는 그 태섭이와 함께했던 시간을 가지고 싶었던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 ۝ ༎ຶ༽
[Code: ee82]
2023.02.26 23: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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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후 미친다 내센세!!!!
[Code: f20a]
2023.02.27 03: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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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처음이 이랬구나ㅠㅠㅠㅠㅠㅠ 마음이 너무 간지러워
[Code: 6b08]
2023.02.27 05: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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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wwwwwwwwww이게 시작이구나 나 방금 태섭이네 팀원 됐잖아
[Code: 11fd]
2023.03.02 12: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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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ㅜㅜㅜㅜㅜ센세 어나더 주셔서 복습왔는데 진짜 로맨스 영화같다 ㅠㅠㅠㅠㅠㅠㅠ 하아 두근두근 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c7c5]
2023.03.02 12:50
ㅇㅇ
와센세 이거뭐야 엄청 담백하고 시크한데 벌써 청춘느낌나.. 봤다 벌써 대작이다
[Code: 0784]
2023.03.20 14: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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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1편인줄 알고 정주행 희희 하던 붕붕이는 갑자기 더 큰선물을 받게 되는데.....센세 사랑해 이거 전편이 있었구나 이거 자체로도 존나 재밌고 설레고 다하지만 이전 내용도 읽고 올게 헉헉
[Code: 59ba]
2023.08.15 23: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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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뭐야 왜 설레지 왜 내가 자꾸 두근거리지ㅠㅠㅠㅠㅠㅠㅠ아 좋다 센세ㅠㅠㅠㅠ
[Code: 8d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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