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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6 03:08






"원온원해요"

어제도 그제도 들어서 데자뷰인가 싶었지만 현실이겠지. 농구공 통통 튀기는 태웅이 앞에선 대만이는 그날따라 곤란한 표정으로 미안하다고 함. "왜요" 일말의 텀도 없이 태웅은 받아쳤지. 잠시 말을 고르던 대만은 단단한 모래바닥을 몇번 운동화 앞코로 후벼 파다가 말할거야. "매일 늦으니까 엄마가 의심해." "농구 한다고 하면 되잖아요" "내가 신뢰도가 떨어진다."

대만이가 이를 보이며 웃어보이고는 발걸음을 옮겼어. 내일 보자 라고 인사까지 착실하게 하고 집으로 걸어가는데 어딘가로 걸어갔던 태웅이가 슝하고 자전거 탄채로 나타남.  뭐지 싶어서 쳐다보니까 뒤에 타래. 괜찮다고 하면 집에 갈 줄 알았는데 자전거에서 내리더니 두손으로 핸들을 쥐고 옆을 나란히 걷기 시작함. 정대만 머리속에 물음표가 가득해짐. 

"어디 가?"
"밥 먹으러요"

아 친구랑 약속있는데 이쪽 방향이구나. 물음표가 느낌표로 변했지. 뭐 가는 길도 심심했겠다 이런 저런 이야기하면서 갈거야. 최근 산왕애들 폼봤냐 미치지 않았냐, 새로 들어온 1학년 애들 중에 실력 괜찮은애 있냐. 없다고? 그렇게 매몰차게 말하지 말고. 근데. 

"근데 태웅아 여기 우리집인데"
"알아요"

이야기하다 어느새 집앞에 다다랐는데도 태웅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 니가 왜 우리 집에? 라는 의문을 가질 새도 없이 자전거를 고이 집 앞 문 옆에 세워둔 태웅이 곧장 초인종 누름. 





원래라면 분명 나오지 않았어야할 반찬인데 몇개가 추가된 것 같은 느낌이 들겠지. 아버지는 오늘 야근이신거 같고 집에는 엄마 혼자였음. 대만이 엄마는 깜짝 놀랐어. 대만이가 같이 다니는 애 중에 이렇게 말끔하고 멀쩡하고 잘생긴애가 있었다니. 그동안 길에서 우연히 봤던 대만이 주변 애들 좀 무서웠거든. 걱정도 되고 대만이 아빠도 엄청나게 혼내서 집안 분위기도 안좋았지.

"한 그릇 더주세요"
"태웅 학생은 밥도 잘먹네"
"맛있어서 그래요"

대만은 아까부터 수저만 쥐고 밥이 입에 안 넘어감. 서태웅이 이렇게 넉살이 좋은 이미지였나 싶을거임. 그러다가 깨달음. 서태웅은 다른 학교 애들이랑도 곧잘 이야기하고 주말에 만나서 농구하기도 하고. 묵묵히 밥먹는 태웅을 바라보던 대만이 엄마는 냉장고에서 과일도 꺼내 씻기 시작했지. 

"대만이는 학교에서 어때요?"
"엄마 얘 내 후배야"
"씁 그럼 엄마 걱정 시키지나 말던가"

자존심은 구겨지는데 반박할 말은 없겠지. 2년간 본인이 오죽 화려했어야지. 목을 울리며 속만 썩이는데 태웅이가 간결하게 답함. 존경하는 선배라고. 대만이 뭔가 찡함. 대만이 엄마도 감격한 눈치였지. 진짜 우리 아들이 예전으로 돌아왔구나 싶어서 눈물도 살짝 고일거야. 그동안 부모님도 마음고생 엄청했겠지. 대만이 만큼.

"같이 농구하면 재밌어요"

앞에 놓인 포도를 똑똑 따먹으면서 하는 태웅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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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온원해요"
"미안 오늘 하필 친구가 부탁한게 있어서"

정대만은 과거에 친구가 많았고, 2년간의 방황으로 같은 반 친구들과 멀어졌지만 갱생하면서 다시 잘 어울리고 있었지. 오늘은 같은 반 남자애가 미팅에 나와줄 수 있냐고 사정사정을 해서 가는 길이였어. 북산 농구부의 모습을 보고 타학교 팬도 늘어났거든. "너 온다고 해야 여자애들 온다니까" 정대만은 그말에 기분이 좋았져서 넙죽 수락했음. 

"선배가 가면 인기가 많겠네요"
"그렇지? 뭐야 너 또 왜 따라왔어"
"들어가요"

태웅은 대만보다 앞서서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갔음. 카페 밖에서도 내부가 술렁이는 것이 느껴질 정도겠지. 정대만은 속으로 좀 궁시렁거릴거야. "태웅이 나타나면 아무래도 주인공은 정해진거 같은데." 예상은 슬프게도 적중했지.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곧장 그 무대의 주인공이 되었어. 여학생들의 관심은 전부 서태웅에게로 쏠렸지. 정대만은 남학생들 사이에 앉아 그들에게 시달려야했어. "우리 그냥 나가도 아무도 모를거 같은데" 서글픈 목소리와 함께 남학생들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지.

"태웅아 너도 미팅 관심 있었어?"
"3학년에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어?"

쏟아지는 질문들에 묵묵부답이던 서태웅은 앞에 놓여진 푸딩 그릇을 순식간에 비우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어. 그러더니 남학생들의 투정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정대만의 팔을 휙 잡아 들었지.

"대만 선배는 농구로 바쁘니까 이런데 초대하지 말아주세요." 

뭐라고 제대로 반박도 못하고 단어들을 내뱉으며 뒷걸음질로 질질 끌려가는 정대만 모습을 다들 바라보기만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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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온원해요"

대만은 잠시 자기가 같은 타임라인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면서 날짜가 표시되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봤어. 아니구나. 그럴리 없지. 고개를 끄덕였음. 

"야 너 때문에 내가 우리반 애들한테 얼마나 미안했는지 아냐"
"미팅보다 농구가 재밌잖아요"
"그건 맞는데..."

작게 한숨을 쉰 대만은 자신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헤집었어. "오늘은 영걸이네랑 밥 먹기로 했어." "어디서요?" "사거리에 있는 패스트 푸드점" 또 따라오려나 싶었는데 고개를 끄덕인 태웅이는 뒤로 물러났지. 또 따라올 줄 알았는데 안 따라오니까 좀 의외라고 생각하면서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는데 자전거를 탄 서태웅이 옆을 빠르게 슝 지나갈거야. 아니겠지 싶으면서도 방향을 보아하니 사거리였어. 가벼웠던 발걸음은 전력 질주로 바뀌었음.

아니나 다를까 패스트 푸드 점 앞에는 서태웅 자전거가 놓여있겠지. 정대만이 헉헉거리면서 도착했을 때 서태웅은 유리문을 열고 나왔어. 

"농구해도 된대요"
"헉..헉..뭐?"

목에서 피맛이 날 정도로 전력 질주한 정대만이 숨을 몰아쉬면서 가게 통유리 안을 보니까 영걸이네가 손을 흔들고 있었어. 반가움의 인사가 아니고 잘 가라는 인사. 숨도 부족하고 뭐가 뭔지 모르겠는 정대만이 간신히 허리를 펴자마자 서태웅이 잡아당겼어. 엉겁결에 자전거 보조석에 앉게 된 정대만이 당황하는 사이 서태웅은 잡은 팔을 자신의 허리에 둘렀지. 

"꽉잡아요"
"뭘?"
"놓치면 떨어져요"

그러더니 그대로 페달 밟아서 날라감.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것 같은 속도감에 뒤로 몸이 휙 젖혀진 정대만의 팔을 서태웅이 고쳐 잡았어. 떨어질거 같은 느낌에 대만이 두 팔로 태웅의 허리를 단단히 잡은 걸 확인하고 나서 이어폰 한쪽을 어깨 너머로 건넸지. 반응이 없어 몇번 손짓을 하고 나서야 정대만은 허리를 잡은 한손을 놓고 이어폰을 받아 자신의 귀에 꽂았어. "제가 좋아하는 노래예요" 서태웅이 말했지만 바람 소리에 실려 정대만은 듣지 못했지.  


-


"원온원해요"
"넌 질리지도 않냐"
"오늘도 어디 가요?"
"없다. 없어. 가자" 

서태웅은 공을 손가락으로 굴리면서 정대만의 뒤를 따라갔어. 날이 제법 쌀쌀해져서 찬바람이 들었는지 앞서 걷던 정대만은 어깨를 살짝 부르르 떨었음. 이곳 저곳 나타나는 태웅이 때문에 대만의 하루 일과 마지막은 언제나 농구가 되었지. 사실 싫지는 않았어. 오히려 좋기도 했지. 이제 정말로 한가지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 

갑자기 웃음이 났어. 열심히 따라다니면서 자신의 주변을 훼방놓기도 한 서태웅인데 그 모습이 귀엽다는 생각이 드는거야. 대만이 엄마도 태웅이 또 밥 안먹으러 오냐고 하고 같은 반 애들도 태웅이 또 미팅 안하냐고 물었지. 주변인들에게 자신과 태웅은 1+1 이나 다름없었음.  

"요즘 내 주위에서 너 모르는 애가 없어."
"그래요?"
"가족에, 친구에, 같은 반 애들에..."
"그렇네요"
"그래, 완전 내 세상이 전부 너로 변한거 같다니까"

말해놓고 어 뭔가 이상한데 싶어서 정대만이 목덜미 쓸었음. 방금 이거 좀 고백 멘트같지 않았나 싶은거야. 그런 생각이 드니까 뭔가 간질간질하게 느껴짐. 요즘 서태웅이랑 같이 있던 시간도 엄청 많기도 했고. 너무 많이 봐서 정든거라기엔 이상한 기분인거야. 에이 모르겠다 싶어 머리카락을 목에서 정수리로 거꾸로 헤집은 후 뒤를 딱 돌았는데 서태웅이 눈짓과 동시에 들고 있던 공을 던졌음. 

"저도 그래요"

손에 착 감겼던 공이 그대로 바닥에 뚝 떨어져서 데굴데굴 굴렀어. 눈을 데굴데굴 굴리는 정대만과 다르게 서태웅은 표정도 안변하고 가볍게 뛰어와서 굴러가는 공을 잡았음. 그러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가자면서 앞장서서 걸어가니까 대만이만 괜히 머쓱해짐. 역시 잘못들었다 싶어서 괜히 먼지 묻지도 않은 무릎 몇번 털고 일어나서 대충 "말이 좀 이상했지? 얼른 들어가서 농구나 하자" 하는데 서태웅이 "제 세상은 항상 선배로 가득했어요" 해서 확인사살 하는거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