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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8 19:03
Chapter 1. The Boy Who Lived


근래에 해포 뽕차서 다시 읽는 김에 원서로 조금씩 읽어보고 있는데 nn년만에 다시 보니까 예전이랑 느낌이 좀 다른 것 같음

맨 처음에 더즐리 부부 얘기로 시작하는데 이 부분이 너무 좋았음... 머글 입장에서 평범한 일상에 조금씩 이상한 것들이 눈에 띄는데(지도를 읽는 고양이, 망토를 두른 이상한 사람들 등) 그 조그만 요소들이 주는 어떤 위화감, 뭔가 비일상의 느낌, 내 주변에서 뭔가 내가 모르는 신비한 일들이 진행되고 있는 듯하면서도 공포스럽다기보다는 흥미진진한 그 분위기를 이 작가가 너무 잘 조성함. 1장을 읽고서 그 다음 장을 읽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음...

그리고 예전에 봤을 때는 더즐리 부부가 그냥 별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까 별난 사람들이라기보다는 좀... 되게 전형적인 중산층 스테레오타입인 듯했음. 규범 안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면서 규범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그 생활과 자기 위치에 만족하고 자부심도 가지고 있고, 그러면서 그 틀 밖에 있는 외부세계에 대해서 굉장히 배타적이고, 우월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두려워하는... (실제로는 중산층이라는 것도 애매한 개념이고 비슷한 사회경제적 조건에 있는 사람들이어도 그 안에서 각자 사바사라고 생각함. 그냥 '스테레오타입' 얘기하는거.)

독자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일들(표지판 읽는 고양이, 대낮에 날아다니는 부엉이들, 망토를 두르고 무리지어 다니는 사람들) 마주할 때마다 더즐리 씨는 이런거 지나칠 정도로 극혐하는 모습 보이는데 그 과민반응하는 모습이 예전에는 되게 우스꽝스럽고 웃겼단 말임. 이 사람이 중요하지 않은 인물이어서 작가가 그냥 웃긴 성격의 캐릭터로 만든 줄 알았음. 근데 지금 다시 보니까 그게 뭔지 알 것 같음... 이 사람은 '정상(normal)' 규범에 굉장히 집착하는 인물이고 그걸 벗어나는 걸 되게 두려워하는 것 같음. 근데 이게 작품 안에서 우스꽝스럽게 묘사되어서 그렇지 사실 살다보면 이런거 많이 보게 되고 생각해보면 나 자신에게도 이런 부분이 없지 않은 것 같음. 더즐리씨는 그걸 극대화한 캐릭터인 거고... 

더즐리씨가 중역으로 일하는 회사가 드릴 회사인데 하필 드릴인 것도 캐릭터에 너무 어울리고ㅋㅋㅋ 더즐리가 망토 두른 사람 같은 뭔가 특이한 걸 봤을 때 되게 기분나빠 하면서도 별 것 아닌 이상한 것으로 치부하고 바로 다시 실질적인 일들(드릴 수주 등)로 생각 돌리는 그 심리묘사도 너무 이 캐릭터다웠음. 빨리빨리 단정짓고 판단하고 넘겨버리는 데 익숙한 사람. 

1장에서 묘사된 주요 인물들이 크게 다섯인데(버논 더즐리, 페투니아 더즐리, 덤블도어, 맥고나걸, 해그리드) 다들 너무 외모 묘사랑 그 캐릭터랑 찰떡이었음. 사실 예전에 읽을 때는 인물의 외모든 배경이든 뭔가를 '묘사'하는 부분이 좀 지루하고 별 감흥을 못 느꼈는데, 지금 이렇게 흥미롭게 느끼는 건 그간에 살면서 어떻게 보면 내 안에 스테레오타입들이 쌓여서 그런 것 같기도 함. 이를테면 긴 목과 짧은 목이 각각 주는 인상, 그런 외모가 주로 어떤 성격의 캐릭터들에게 부여되는지, 뭐 그런 것들에 대해 알게모르게 학습해왔기 때문에.

프리벳 가에 각자 등장하는 묘사도 덤블도어랑 맥고나걸은 각자 신비롭게 조용히 등장하는데 해그리드는 하늘에서 바이크 타고 우당탕탕 등장하는 것도 너무 어울리고ㅋㅋㅋㅋ 해리 두고 갈 때 그 큰 덩치로 훌쩍이는 묘사도 너무ㅋㅋㅋㅋ 해그리드 넘 사랑스러운 캐임...

다시 읽으면서 소소한 재미도 있었음. 예를 들면 이상한 하루를 보낸 더즐리 씨가 그날 저녁 뉴스를 보는 게 그 날 하루의 이상함에 쐐기를 박는 장면인데 영국 곳곳에 나타난 그 이상 현상을 보도하는 캐스터 이름이 '맥거핀(McGuffin)'임ㅋㅋㅋ 그리고 번역본 볼 때 다들 볼드모트 이름 부르는거 두려워해서 '이름을 부를 수 없는 그 사람'이라고 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그거 원래 표현이 'You-Know-Who'였다는 것도 처음 알았음ㅋㅋㅋ 

암튼 다시 보니까 예전에는 안 보이던 것들도 보이고 다르게 느껴지는 것들도 있고 재밌었음... 결론은 해포 짱





묺 해포
   


 
2023.02.08 19: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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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You-know-who는 나중에 혼왕에서 쌍즐리네 가게에 U-no-poo 언어유희로도 써먹어서 ㅋㅋ 확실히 원서로 보면 번역으로 살리기 어려운 재미가 있는 것 같음
[Code: f907]
2023.02.08 19:32
ㅇㅇ
모바일
아 ㄹㅇ ㅋㅋ
[Code: 0cfe]
2023.02.08 19:34
ㅇㅇ
모바일
맞아 갠적으로 느끼는 해포의 제일 큰 매력이자 다른 판타지 대작들과의 차별점이 현실에 반 걸친 세계관이라 진짜 있을법하다는 점인데 그게 젤 잘 사는 부분이 저 버논의 기묘한 하루로 소설을 시작한다는 부분인 거 같음 ㅋㅌㅋ
[Code: 138c]
2023.02.10 11:22
ㅇㅇ
이런 상세한 후기 개조아
[Code: d5e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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