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네 왜 오피스au 안먹냐... 광고캠페인 같이 준비하면서 눈맞는 두사람 로지컬아니냐

쇼호쿠기획 영상제작부터 온오프라인 마케팅까지 전부다 하는 중형 광고대행사인데 대기업 산왕전자에서 출시 예정인 신제품 광고 캠페인 같이 해보자고 연락오는거. 업계1위 산왕전자가 우리한테 왜 연락을? 세상에 찌든 송태섭 프로(4년차) 일단 해킹메일이라고 의심하고 보는데 채치수 부장 지금이 기회다 하면서 짐 바리바리 싸들고 산왕갈듯. 무슨 신제품인지 시기느 언제인지도 거의 안 알려줘서 대기업놈들 재수없네 하며 툴툴거리면서 산왕감. 그래도 나름 대기업 만나러 간다고 정장 자켓입고 밑에는 청바지, 좋아하는 나이키 조던 신고 가방 한쪽 어깨에 걸치고감. 치수부장은 존나 칼정장 입고 갈거다. 

도착하자마자 으리으리한 건물에 한 번 기가 죽는거. 어떤일로 오셨나요? 안내데스크에다가 메일 보냈던 마케팅1팀 최동오 대리랑 미팅잡혀있다고 하면 키 185의 건장한 체격의 칙본이 잘생긴 남자가 헐레벌떡 내려오겠지. 카키색 니트입고 슬랙스 입은 옷차림임. 일찍 오셨네요, 오시는 길이 멀지 않으셨나요? 사실 존내 멀다. 산왕전자 본사랑 쇼호쿠기획이랑 차타고 1시간 반 걸림. 채부장 노련하게 멀지 않았습니다, 하하 하면서 채치수입니다, 하고 최동오 대리랑 악수함. 태섭이도 옆에서 삐딱하게 서있다가 최동오대리가 손 내미니까 송태섭 프로입니다, 하고 고개만 살짝 숙임. 저희 회의실로 가실게요. 최동오 대리가 익숙하게 로비로 데려가는데 뭔놈의 건물이 엘리베이터도 끝이없이 있어. 여기 진짜 대기업 맞네. 태섭이 눈 커져서 건물 둘러보는데 최동오대리 그거 눈치채고 저희가 최근에 사옥을 재정비해서요 하고 알려줌. 엘리베이터타고 가면서 최동오대리가 브리핑을 간략하게 해주는거지. 메일에 자세한 내용을 적지 못해서 죄송하다, 신제품 출시 일정이나 스펙이 계속 변동되고 있어서 저희도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웠다. 그래도 연락한 대행사는 쇼호쿠기획뿐이다, 제안서에 큰 문제만 없으면 쇼호쿠가 될 거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시라. 쇼호쿠가 최근에 크고 작은 캠페인에서 눈에 띄긴했다만 산왕전자같은 대기업이 내정할 정도로 잘한건 아닌데 송태섭 또 의심 많아지겠지. 왜요? 반항하듯이 물어보면 채부장 식겁해서 이눔이! 하고 태섭이 뒤에서 주먹 한대 꽁함.

죄송합니다, 송프로가 최근에 야근이 많았어서.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저희 캠페인 총괄 담당자가 꼭 쇼호쿠랑 하고 싶다고 해서요. 

그리고 그 총괄 담당자는 회의실 세팅하고 있던 이명헌 대리여야함. 동오 왔니뿅. 시원한 유리창에 햇살이 내리쬐는 회의실 안에는 짙은 일자눈썹에 그보다 더 인상적인 도톰한 입술을 가진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겠지. 왼손 약지에는 반지를 끼고 있고. 약간 하늘빛이 도는 와이셔츠 입었는데 위에 단추는 두어개 풀은 차림일거임. 그리고 그 옆에는 키가 더 작은 남자가 셔츠에 넥타이까지 꽁꽁 싸매고있음. 김낙수대리임. 

안녕하세요, 캠페인 담당자 산왕전자 무선단말기파트 마케팅1팀 이명헌대리입니다...뿅.
뿅?
이명헌 대리 고새를 못 참고 뿅뿅 붙이면서 명함 건네줘서 태섭이 좀 당황해야함. 잘생긴... 도라이? 가 첫인상일거다. 송태섭 눈썹이 짝짝이된 거 발견한 최동오대리가 이 친구가 좀 독특해서요, 일은 잘하니까 걱정마세요. 라면서 안심시켜줌. 서로 명함 주고받고 김낙수 대리가 엄청 두꺼운 서류 뭉치를 두 사람 앞에 놔두겠지.

회의는 이명헌 대리 주도로 진행되겠지. 이번에 출시되는 신제품은 야마오 워치 3세대고 헬스케어 부문을 강화했다고. 심박수체크가 훨씬 정교해졌고 마찬가지로 운동량, 칼로리소모도 정교해져서 이걸 소구포인트로 잡게된다. 그 외 기타 스펙은 지금 설비쪽과 조율하는 중이고 가격은 대강 xx만원~xx만원 구간인데 아직은 미정이다. 이건 윗선에서 컨펌이 아직 안 났다. 희망하는 캠페인 시기는 앞으로 5달 뒤인데 사실 시간이 별로 없다. 제품 목업은 나왔지만 모델컷 촬영부터 해야할거다. 당장에 모델도 안 정해졌는데 모델은 우리가 지금 스포츠선수 에이전시 통해서 섭외중이다. 윗선에서 오프라인 팝업스토어 일정은 픽스해놔서 촉박하지만 이때 일정 맞춰서 무조건 해야한다, 등등... 존나 TMI같네. 암튼 얘기를 듣고나니 일해야하는 분량도 너무 많고 쇼호쿠 인력으로 다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음. 그래서 채부장도 송프로도 허허 하고 있는데 이명헌대리가 회심의 한 말을 하는거. 

캠페인 총 예산은 xx억입니다.
...예...?

이거 우리 회사 작년 연매출에 맞먹는데? 채부장 입 쩍 벌리고 송프로 눈썹은 더 짝짝이가됨. 계산빠른 송프로 바로 머릿속에서 계산기 두드리는데 이거 온 사방 벽에 LED깔고 온갖 미디어아트로 다 도배를 해도 돈이 남음 존나남음. 이건 해야하는 장사임. 그렇지만 너무 좋아서 달려드는척하지말자, 이놈들이 어떨지 모르니까. 예산은 나쁘지않아보이네요. 송프로 기선제압한답시고 별거아니라는듯 말하고서는 펜 내려놓고 이명헌 대리 쳐다봄.

근데 왜 저희죠? 아까 최동오 대리님께서 말해주셨는데 이명헌 대리님이 저희랑 하고싶다고 하셨다구요.

그런 말을 했냐뿅? 이명헌대리가 최동오 대리 바라보면 최동오대리는 이거 비밀로 해야하는 거였냐면서 의아하게 보겠지. 이명헌대리 말을 고르다가 별 거 아니라는 투로 말할거다. 지난 번 해남그룹 호텔체인 쇼케이스 잘 봤습니다뿅. 거기 본부장(tmi : 이정환)과 아는 사이인데 쇼호쿠가 잘한다고 칭찬해서요뿅. 

역시 세상은 학연 혈연 지연이라고, 해남그룹 호텔 캠페인은 실무자였던 전호장 사원놈과 막내사원 백호가 존나게 싸웠으면서도 꽤나 잘된 프로모션이었음. 명확하고 납득할만한 이유가 나오니까 송프로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경계를 조금 풀었음. 우선 주어진 정보로 제안서부터 써달라고 요청하겠지. 근데 제안서 일정이 존나 촉박함. 삼주만에 xx억짜리 제안서를 써오라는거. 아니, 장난하세요? 송프로 다시 눈썹 작짝이돼서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사실 광고주님한테 싸가지없게 굴면 안돼서 채부장이 급하게 송프로 막으면서 죄송합니다, 주어주신 일정에 해내보겠습니다 라면서 굽히겠지. 시발 우리는 맨날 을이지 을.. 이러고 있고. 태섭이 태도가 좀 비협조적이니까 낙수랑 동오대리 약간 불만인 거 같은데 이명헌 대리가 고개를 숙이면서 미안하다고 함. 

죄송합니다뿅. 무리하는 일정이라는 걸 압니다뿅. 저희도 최대한 많이 돕겠습니다뿅. 필요한 거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뿅. 

표정은 무표정인데 말투는 정중하고 침착해서 태섭이도 내가 너무 오버했나, 싶어서 바로 숙일듯.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말씀주신 일정 맞출 수 있습니다. 기대해주신 만큼 잘 해보겠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지옥의 제안서 쓰기 일정임... 제안서는 디지털팀 / 오프라인팀 나눠서 하는데 태섭이는 오프라인 담당으로 쓰고 있을듯. 근데 오프라인은 아무래도 장치 예산이 많이드니까 연락할 일이 많음. 산왕 내에서는 디지털이 낙수담당, 오프라인이 동오담당, 그리고 총괄이 명헌대리임. 근데 동오대리한테 연락해도 결국엔 타고 타고 넘어가서 명헌대리한테 물어볼 일이 많겠지. 최동오는 뭘 하는거야? 하는데 사실 동오는 캠페인 때문에 정신없는 이명헌 대신해서 수많은 서류작업 하고있음 ㅠ 불쌍동오.... 

예산은 어떻게 나눌까요? 오프라인에 더 집중해주세요뿅. 디지털 광고 요즘 효과 떨어지잖아요뿅. 좋아하시는 스타일 있으세요? 저희 파트장님은 크고 화려한걸 좋아하세요뿅. LED 많이 설치하시고, 저희가 지난번에 했던 캠페인 팝업스토어 이미지랑 그때 나왔던 피드백 공유드릴게요뿅. 

이명헌대리는 정말 협조적인 사람이었음. 보통 협조적인게 아니라서, 밤 10시에 제안서쓰던 태섭이가 막혀서 카톡으로 질문 남겨놓으면 3분안에 대답이 돌아옴. 대리님 퇴근 안하셨어요? 아직이요뿅. 가만보면 대행사인 나보다 더 일 많은 거 같아. 돈 많이 받겠지. 하면서 이명헌한테 호감도 좀 올라갈 거 같다. 

그렇게 일주일동안 한창 연락하고 있는데 갑자기 새벽1시에 이명헌대리한테 전화가옴. 태섭프로 그때 한창 제안서 작성하다가 한숨 돌릴라고 편의점 간 차라서 뭐지 이사람! 싶어서 급하게 전화받음.

여보세요, 대리님?

죄송해요뿅, 자고계셨나요뿅?
일하고있었어요. 무슨일이세요.
하... 그게... 죄송합니다뿅. 
뭐가요?
섭외하려던 모델이 다 문제가 생겼어요뿅. 
뭐라구요?! 

그리고 아침 9시되자마자 다크서클 짙게 내려앉은 채로 송프로랑 채부장 다시 산왕전자 방문하는데 역시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온 최동오대리가 내려올거다. 섭외하려던 모델이 한 서넛정도 됐는데 한놈은 학교폭력, 한놈은 불륜, 한놈은 원정도박, 한놈은 약물복용.. 돌아버리겠다고. 예비 후보들이라고 딱히 멀쩡한 애도 없다고. 최동오대리 개빡쳐서 씩씩대는데 태섭이 그 포스에 살짝 기가 죽을듯. 회의실에 가니 최동오대리처럼 심각한 표정은 아니지만 다크서클이 눈두덩을 덮어버린 이명헌대리와 침착해보이는 김낙수 대리가 있음.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대리님. 채부장이 명헌대리한테 물어보는데 이명헌대리 고민하면서 아무 말도 못함. 표정은 무표정이긴한데 가만히 보니까 좀 패닉한거 같기도 함. 김낙수 대리는 이러면 안돼, 캠페인 일정 연기해 하면서 명헌대리한테 말하고 있고 동오대리는 파트장 이번에 승진 걸려서 절대 안 미룰거야, 라고 반박함. 별로 알고 싶지 않았던 회사 내부 사정에 채부장 송프로는 외부인이라서 서로 눈치만 봄. 이거 날아간거같죠? 응.... 하면서 둘이 체념하는데 이명헌대리가 송프로 보면서 묻는거지.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뿅?

저, 저한테 물으시는 겁니까?
프로님은 프로시잖아요뿅.
직함만 프로지 저도 겨우 4년차라...
저도 5년차예요뿅. 프로모션은 프로님이 경험이 더 많으실걸요뿅.

저를 믿는 얼굴에 송태섭프로 다시 머리 빠르게 굴리기 시작할듯. 왠지 저 사람의 기대에 부응해주고 싶음. 그도 그럴게 언제 연락해도 대답해주고 시간 딱딱 맞춰서 자료주는 광고주는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비록 일주일만 본 거지만. 

근데 가만보니까 이 세사람 다들 일반인 치고 훈훈한거지. 최동오대리는 확신의 인기많을 남자상이고, 이명헌대리도 다크서클이 짙어지긴 했지만 분위기가 묘하고 가만 보면 정석미남은 아닌데 볼수록 잘생긴 얼굴같음. 게다가 어깨도 넓고, 뭐야 이사람 몸도 꽤 좋을 거 같은데... 송태섭 이명헌하고 죽음의 아이컨택하다가 무의식적으로 말하는거. 사내 모델은 어떠세요?

사내뿅?

이명헌을 보고 말하는건  부끄러워서 눈을 옆에 최동오로 돌린 송프로가 구구절절 설명함. 산왕전자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연예인 급으로 잘생긴 사람이 어디 없겠냐. 동오대리님만 봐도 잘생기셨다. 연예인 xx랑 닮았다. 신선한 모델이 필요하실텐데 기존 모델풀이 다 나가리가 난 건 차라리 잘 된거다, 식상하고 언제든지 문제가 터질 수 있다. 근데 회사 안에서 뽑으면... 아 물론 그분들은 귀찮으시겠지만 그래도 사내 이미지 제고도 되고 회사 제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테니 괜찮을거다. 촬영 디렉팅은 어렵겠지만 그건 우리가 감독을 잘 섭외해보겠다. 송프로 설명하면서도 최대한 이명헌 대리랑 눈 안마주치려고 할듯. 저사람 보고 이 생각한거 들킬까봐.

지가 무슨 말을 한 건지도 모른채로 주절거리고 나니까 앞에 앉은 산왕 대리 세사람이 송프로를 쳐다보고 있음. 그러더니 최동오 대리가 잠시만요, 하더니 셋이 잠깐 회의실 밖으로 나옴. 그래봤자 유리 파티션이라서 뭘 하는지 다 보이기는 하는데 얼굴 표정들이 점점 밝아짐. 무슨 우성? 이런 이름도 나오는 거 같음. 좀 있다가 세 사람이 들어오는거. 

좋습니다, 프로님. 
예?
사내 모델로 해볼게요. 서너명이면 충분히 모을 수 있어요.

최동오대리 완전히 개운해진 얼굴로 송태섭에게 악수청함. 근데 악수청한 동오 대리 손에도 반지가 있겠지. 태섭이 아 뭘 이런걸 가지고.. 하면서 악수하면서 보는데 가만보니 이명헌대리랑 같은반지같음. 어라? 싶은거. 근데 옆에 김낙수 대리 드물게 웃고있는데 그 사람도 같은 반지 끼고있음. 차이점은 그 두사람은 오른손에 끼고 있다는거?

회의한지 삼일후에 다시 산왕에서 쇼호쿠기획한테 미팅 요청함. 모델 정해졌는데 카메라 괜찮을지 보러 와주시라고, 이건 여러분들이 잘 하시잖아요. 맨날 불려가는 채부장하고 송태섭 보면서 대만과장은 걔들은 우리랑 계약서 지장도 안 찍고 뭐라는거야! 라면서 짜증냄. 그래도 이런 일에 보통 먼저 짜증내고 안 참는게 송태섭인데 태섭이는 그냥 잠자코 참고 있겠지. 산왕에 도착하니 이번에는 회의실이 아니라 회사 체력 단련실로 감. 출근룩으로 오면 감이 안 오실 거 같아서 그친구들한테 운동복 입고 오라고 했대. 일처리 하나는 진짜 깔끔하네, 송태섭 속으로 감탄했겠지.

그리고 체력단련실에가니 뭔 키가 다들... 이렇게들 크세요... 싶은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음. 제일 먼저 무선단말기 설비담당이라는 신현철 대리. 딱 붙는 회색 티셔츠에 츄리닝 바지 입고있는데 전문 운동선수인줄 알았음. 채부장도 키가 큰데 거의 맞먹는거 보고 이사람 뭐야 싶겠지. 다음으로는 자주 본 최동오대리. 동오대리는 운동복 셋업으로 입었는데 이사람 그냥 아디/다스 모델이잖아. 그 옆에는 늘씬한 여자분이 하나 있고, 맨 마지막에 존나 잘생기고 키 큰 남자가 하나 몸 풀고 있음. 정우성 사원임. 산왕 마케팅팀 대리들 태섭이가 사내모델 얘기하자마자 정우성이다, 정우성이해야한다, 정우성이 안하면 죽여버린다, 이랬음ㅋㅋㅋㅋ 

이명헌 대리님은 안하세요?

태섭이 뇌를 거치지 않고 정장 차림인 명헌대리한테 물어볼듯. 사내모델은 이명헌 생각하고 말한거였으니까. 명헌대리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저요뿅? 하는거. 갑자기 다들 태섭이랑 이명헌을 주목하는데 송태섭 뭔가 부끄러운 마음에 뒷걸음질 치면서 손사레칠듯. 아, 아뇨 아뇨... 대리님도 어울리실 거 같아서 생각을... 저는 총괄이니까요뿅. 명헌대리가 당연하게 말하는데 송태섭 맞네, 하면서 납득할듯.

명헌이형이 했어도 어울렸을텐데요~ 

목소리까지 잘생긴 정우성이 명헌대리 뒤로 가서 어깨에 고개를 올리고 치댐. 모델 하나 더 늘리고 명헌이형도 하면 안되나요~ 쇼호쿠가 있다는 걸 전혀 의식 안한다는듯 이명헌 대리한테 장난치는데 그거 본 송태섭 조금 심기 불편해져라. 일하러 왔는데 뭔 장난질이야. 

회사에서는 형 아니고 선배뿅.
아 맞당.
똑바로 해뿅. 못하면 갈아치울거야뿅.
넵 알겠슴당! 

두 분 친해보이시네요? 송태섭이 좀 짜증난다는 듯이 말하니까 친절한 동오대리가 설명해주기도 전에 우성이가 먼저 나섬.

저희 대학교 선후배거든요~ 같은 과 같은 동아리!
맞아요, 아는 사이라서 금방 모집됐어요. 저, 이대리, 신대리, 김대리, 정사원 다 같은 학교거든요.
...동아리도 같이 하셨어요?
농구요! 명헌이형은 포인트가드~ 그때 형 진짜 빡셌는데, 그쵸 동오형.
우성아, 회사에서는 선배라고 부르라니까 ^^ 

태섭은 알 수 없는 소외감과 미묘한 동질감을 느꼇음. 이사람도 농구를 했다고? 나랑 포지션도 같네. 태섭이가 말 없이 가만히 쳐다만 보고 있으니 명헌대리가 다시 와서 고개 숙이고는 죄송합니다뿅, 사과함. 저 친구가 회사에서 제일 잘생겨서 데려오긴 했는데 잘 못하면 바로 바꿀게요뿅. 사람들 구성을 보니 활달하고 자신감 넘치는 정우성 사원이 모델로 나와주면 좋을 거 같긴 한데 심기는 계속 불편함. 명헌이형, 아니 선배~ 하면서 부르는 것도 좀 꼴보기가 싫음. 게다가 어라.. 자세히보니 저놈도 같은 반지를 끼우고 있잖아? 그것도 이명헌이랑 같은 위치에. 

됐습니다. 일 더 만들지 말죠.

까칠하게 대꾸하고 모델들 세심하게 체크하겠지. 런닝머신 뛰는 모습도 보고, 농구를 했다니까 점프해서 슛하는 모습도 보고. 하나 하나 체크하는데 정우성이 이명헌에게 치대는 모든 순간에 짝짝이 눈썹이 되는 송태섭. 근데 사실 이명헌은 동오형한테도 치대고 현철이형한테도 깝치고 낙수형도 귀여워하는데 송태섭 눈에는 이명헌한테 치대는 모습만 보이는거겠지. 

그렇게 제안서 어찌저찌 통과되고 캠페인 본격적으로 시작하는데 모델컷 촬영할때 확인하러온 이명헌 대리한테 방방 손흔드는 정우성보고 계속 신경 거슬림. 쟤는 왜 자꾸 이명헌대리한테 형이라는거야, 회사가 노는곳인줄 아나(아님 모두한테 형이라고 하고 있음 ㅠ) 그리고 이명헌 대리 눈치도 귀신같아서 그거 빨리 알아차려라. 같이 일하기 불편하려나 싶어서 우성이한테 주의주면 정우성 힝구하는데 그게 더 신경 거슬리는건 모를듯. 태섭이 우성이한테만 더 엄격해져서 정우성이 농구 포즈하는데 거기서는 무게중심 더 낮추라는 말하는거 보고 프로님, 농구했어요뿅? 물어보면은 네, 저도 포인트가드. 하고 대답하는 송태섭에 이명헌도 동질감을 느끼겠지. 송태섭은 촬영 하면서도 아 이명헌이 저기 있었으면 어땠을라나... 잘했을거같은데.... 하면서 혼자 생각하다가 아 시발 나 지금 무슨생각하냐 광고주님한테 하면서 찬물 샤워하고 다음날 감기걸림. 

캠페인 준비하는 기간 내내 밤늦게 전화하고 메일 주고받으면서 나중에는 태섭도 뿅대리님 이라고 부르고 명헌은 썹프로님, 이라고 부르는 사이로까지 발전하는거. 모델 기용이 기깔나게 잘돼서 사람들 주목도도 높고, 산왕에 왜 모델들만 다니냐고 사람들 반응도 좋고 그럴거다. 팝업스토어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올 거 같아서 준비하던거 계속 바꾸고 바꾸고 경호인력도 부르고 마지막까지 산왕도 쇼호쿠도 밤 새가면서 행사 준비함. 대망의 팝업스토어 쇼케이스 전날 둘이 같이 그간 산왕에서 해온 팝업 중에서 제일 잘 뽑혔다고 평가받는 장치들 점검하면서 이제 드디어 내일이네요, 하고 감회가 새로워하고 있겠지. 

뿅대리님 내일 뒤풀이와요?

팝업은 한 달 반 정도 열리지만 쇼케이스날이 제일 바쁘니까 그날 쇼호쿠랑 산왕이랑 뒤풀이 일정 잡혔겠지. 산왕에서 쏠거라고 낙수가 식당도 예약해두고 미리 메뉴도 받아둠. 

내일은 못가요뿅. 
헐. 내일도 야근?
화요일 아침에 보고해야하니까 바쁘겠죠뿅.

대기업은 보고가 많네.... 태섭이 아쉬운듯이 입맛 다시는데 오늘이 아니면 바쁜것도 지나가고 연락할 일이 줄어들 테니까.. 왠지 오늘이 아니면 안 될 거 같아서 명헌 대리 떠봄. 이번주 지나면 야근은 덜하시겠네요. 그렇겠죠뿅. 대리님 야근 너무 많이하시는 거 아녜요? 애인한테 차이겠다. 그러면 명헌대리 즉답하는거. 애인없어요뿅. 

죄송요. 반지가 있길래,
우정반지뿅. 농구부였던 친구들 다 하고있어요뿅.

근데 우정반지를 왜 왼손약지에 끼고 계신데요, 라고 말을 하려던 송태섭의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건지 명헌대리가 먼저 선수치는거.

애인 없는 사람은 왼손약지에 껴요.
...아 네, 그러시군요.
알고싶었던 거 아녔나뿅?

명헌대리 그러고 한 번도 안 보여준 시원한 입매로 웃으면서 허리에 팔 올릴듯. 이 사람 뭐야 시발 설마 눈치 챈....

내일 10시 쯤 끝날거예요뿅.
뭐가요?
야근이요뿅.
그래서요
2차는 나랑 가지?

이명헌이 날린 회심의 한 방에 송태섭 넉다운임. 모레도 일해야지 무슨 2차예요. 여유로운척 하면서 모르쇠하려는데 달달 떨리는 손 주머니에 꽂아넣은거 이명헌은 다 봤음. 그럼 내일 봐. 뿅 떼고 말하니까 그나마 남았던 마지막 장벽까지 와르르 무너져내려서 송태섭 쇼케이스 전날에 한 숨도 못자고 밤 꼴딱 새고 감. 하루종일 현장 뛰어다니고, 최대한 이명헌 안 마주치려고 온갖 바쁜 일은 다 도맡아하고, 어딘지 긴장돼서 밥도 못 먹고 화장실에는 헛구역질만 몇 번 하러 가고, 밤에는 뒷풀이 끌려가서 에라 모르겟다 하고 만취해서는 9시 50분부터 전화오려나 안오려나 하시발 모르겠다 하고 10시 10분에 집가려다가 전화가 마침 울리겠지.

뭐, 뭐요!! 하고 받으면 썹프로, 형이랑 한 잔 해줘, 라는 어퍼컷에 크리티컬히트 맞음.

다음날 이명헌 손가락에 반지 오른손 약지로 옮겨짐. 




명헌태섭 슬램덩크 

 

[Code: e8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