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편: 1/1-2/2/3/4/5/6/7/8/9/10/11/12/13
일상: 첫키스 데이트 첫날밤 재도전1
신혼: 신혼0 신혼1 신혼2 신혼3 신혼4
오메가버스: 1/2
수인세계관: 1/2/3/4/5
호그와트
동양황궁물: 1/2/3/4/5/6-1/6-2
인어공주: 1 / 2 / 3
형제: 1 / 2/ 3 / 4
오늘도 품 안에 있는 사직서를 낼까 말까 수십번 고민하던 제리가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음. 아무도 없는 쓸쓸한집은 적막하기 그지없었지. 불을 킨 제리는 넥타이를 푸르며 쇼파에 아무렇게나 가방을 던져뒀음.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제리가 쇼파에 앉았음. 오랜만에 영화나 한 편 볼까 고민하던 제리는 집 구석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것을 봤음. 제 눈이 잘못 된 것인가 의심하던 제리가 천천히 티비 옆 구석으로 다가갔음.
".... 이게 뭐지?"
"찌이이이익ㅡㅡ!!!"
집구석에 왠 골든햄스터 한마리가 꼬물거리고 있었음. 작은 몸에서 나왔다고는 믿기 힘든 우렁찬 소리에 제리도 화들짝 놀라 손을 거두었지. 현관문과 창문은 항상 착실하게 닫아두고 가는데, 도대체 어디로 들어온걸까? 제리는 일단 햄스터를 덥썩 잡아들었음. 손 안에서 작은 생물이 파들거리는게 느껴졌지. 햄찌가 비명을 지르며 버둥거렸음. 그러거나 말거나 제리는 빈 손으로 창문을 활짝 열었음. 그러자 눈보라가 창문으로 들이쳤음. 갑작스런 찬바람에 제리도 햄찌도 오들오들 떨었음. 제리는 손 안에서 동그랗게 몸을 말고 웅크리고 있는 햄찌를 바라봤음. 지금 날씨에 밖으로 내보냈다간 얼어죽는 것은 확정이었지.
"하..."
드르륵- 탁
결국 한숨을 쉰 제리가 창문을 닫았음. 제리는 여전히 햄찌를 손에 쥔 채로 쓸만한 것이 있나 돌아다녔음. 그러다 구석에 버려두던 피크닉용 바구니를 발견했지. 사은품으로 받았던 것이었음. 안에 부드러운 천도 깔려있으니 딱이었지. 제리가 바구니의 뚜껑을 열고 햄찌를 내려놨음. 발이 바닥에 닿자마자 햄찌는 바구니 구석에서 몸을 웅크리고 바들바들 떨었음. 그 모습을 조금 보던 제리는 부엌에서 아몬드 봉투를 들고왔음. 제리는 바구니 구석에 아몬드를 한주먹 쌓아뒀음. 경계심이 없는 편인지, 구석에서 눈치를 보던 햄찌는 슬금슬금 가더니 아몬드를 먹기 시작했지.
"그것만 먹고 가."
알아듣지도 못할텐데. 속으로 제 행동에 피식 웃은 제리는 작은 접시에 물을 담아 아몬드 옆에 뒀음. 잔뜩 먹고 목이 막히기라도 했는지 햄찌는 물도 벌컥벌컥 잘 마셨지.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그냥 짜증났는데 잘 먹는 모습을 보니 또 귀여워보였음. 단단하게 싸여진 바구니도 아니니 숨쉬는데 문제도 없을 터였음. 그래서 제리는 바구니의 뚜껑을 닫고 방으로 들어갔음. 그리고 침대 위에 눕고 눈을 감았지.
주말 아침에도 칼같이 제시간에 일어난 제리는 밤새 마른 목을 축이고는 거실 테이블에 올려진 피크닉 바구니를 바라봤음. 컵을 내려둔 제리가 피크닉 바구니의 뚜껑을 들어올렸음.
"찌이익ㅡ!"
".... 알겠어, 닫을게."
뚜껑을 닫은 제리는 아침을 준비하기 시작했음. 오늘의 아침도 팬케이크였지. 이 근처를 돌아다니며 저 햄찌의 주인을 찾아봐야하니 든든히 먹어둬야했음. 그렇게 변명하며 제리는 접시 위에 팬케이크 산을 쌓아뒀음. 반은 메이플 시럽에 절여먹을 거고, 반은 초코시럽에 담가먹을 거였음. 미리 꺼내둔 시럽들을 보며 제리가 행복하게 팬케이크 산을 들고 뒤를 돌아봤음. 그리고 마치 자기 자리라는 듯이 식탁에 앉아있는 햄찌를 보고는 깜짝 놀랐지.
"어떻게 나온거지?"
햄찌가 고개를 돌려 제리의 질문에 답을 피했음. 제 상상이 지나치다고 생각한 제리는 일단 접시를 내려놓고 햄찌를 다시 돌려놓으려 했지. 그런데 햄찌가 접시를 내려놓자마자 팬케이크에 돌진했음. 식겁한 제리가 곧바로 잡아올렸지만 이미 팬케이크를 뜯어먹은 후였지. 째끄맣던 햄찌가 먹이주머니에 팬케이크를 한가득 집어넣어서 볼이 빵빵해졌음. 시럽을 뿌리기 전인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음.
"뱉어, 빨리!"
햄찌를 들어올린 제리가 손가락으로 햄스터의 볼과 입을 쿡쿡 찔렀음. 고양이나 강아지정도라도 됐으면 억지로 입을 벌렸을텐데, 너무 작으니 잘못 만졌다간 턱이 나갈 것만 같아서 도리어 손을 쓰질 못했음. 그러는 사이에 햄찌는 팬케이크를 꿀꺽 삼켜버렸지. 통통했던 볼살이 홀쭉해지자 제리의 낱빛도 같이 사라졌음. 이 근처에는 동물병원도 없는데. 두 손으로 햄찌를 쥐고 갈팡질팡하던 제리는 다급하게 붕팔이에게 전화를 걸었음. 언듯 들었던 기억으로는 붕팔이가 햄스터를 키웠던 적이 있다고 했었거든.
"붕팔씨 혹시 햄스터가 팬케이크를 먹어도 괜찮은가요!?"
"....예? 어, 당장 죽지는 않을걸요? 근데 팀장님 햄스터 키우세요?"
잠깐 제리가 잠이 덜 깬게 아닌가 했던 붕팔이는 제리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는 고개를 젓고 대답했음. 직장상사가 주말아침에 갑자기 전화해서 다급하게 햄스터에 대해 물었는데도 붕팔이는 친절하게 전화를 받아줬음. 심지어 자기는 이제 안쓰는 물건들이라며 케이지를 비롯한 햄스터용품들까지 줬지. 자신을 키울 생각이 없다고 제리는 말했지만, 임시보호를 할 때 까지만 이라도 필요한 용품들이라며 붕팔이가 제리에게 떠넘겼음. 하는 수 없이 제리는 차를 타고 붕팔이네 집으로 갔지.
"그런데 지금 햄스터는 어디에 두고 오신거에요?"
"아, 피크닉 바구니에 넣어뒀더니 탈출하더라고요."
"원래 햄스터가 탈출의 신이에요."
"그래서 락앤락에 넣어뒀어요."
"...... 예?"
".... 숨구멍은 만들어 뒀어요."
원래도 갈 생각이었지만, 붕팔이의 재촉에 제리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음. 제리가 이것저것 한아름 안고 집에 도착하자 테이블위에 있는 락앤락에 갇힌 햄찌가 소리를 지르며 제리를 맞이해주었지. 햄찌주제에 앙칼지게 울며 발을 구르는 모습이 마치 온몸으로 화난 것을 표현하는 사람 같았음. 제리는 햄찌가 얼마나 화내거나 말거나 붕팔이가 해줬던 설명대로 차근차근 케이지를 설치하기 시작했지. 제리가 구석에서 무언가를 뚝딱거리고 있으니 햄찌도 궁금했는지 작은 락앤락 통에 딱 붙어서 제리를 관찰하고 있었음. 제리는 흘긋 뒤를 돌아봤음. 누가 찌부시켜두지도 않았는데 벽에 납짝꿍하게 붙어있는 햄찌를 보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지.
"궁금해?"
"찍찍! 찍!"
말을 알아듣고 긍정하는 것처럼 보였음. 락앤락 통을 손끝으로 건들여보던 제리는 햄찌가 생각보다 똑똑할지도 모르겠다고 속으로 생각했음. 마지막으로 간단하게 손을 보자 금새 케이지가 완성됐음. 드디어 제리가 햄찌를 넣어둔 락앤락의 뚜껑을 열었음. 그리고 붕팔이에게 배운대로 조심스레 손을 내밀어봤지. 제리의 손이 들어오자 구석으로 몸을 구겨넣던 햄찌는 제리의 손이 가만히 있자 슬금슬금 다가왔음. 햄찌는 탐색하듯이 열심히 제리의 손의 냄새를 맡았음. 손끝에 촉촉하고 아주 작은 코가 느껴지자 제리는 간지러워 웃음이 나왔지. 한참을 그러던 햄찌가 아주 조심스럽게 제리의 손바닥 위에 올라갔음. 제리는 두 손으로 조심스레 햄찌를 감싸안고 들어올렸지.
"착하네."
"찍찍."
제리가 손가락 하나로 아주 조심스럽게 햄찌의 등을 쓰다듬었음. 제리의 손길이 마음에 드는지 햄찌는 제리의 손가락이 등을 훑고 지나갈때마다 점점 녹아내렸지. 몇분도 지나지 않아 햄찌는 늘어진 찹쌀떡이 되어서 제리의 손바닥 위에 퍼졌음. 그 귀여운 모양새에 살풋이 웃은 제리가 햄찌를 조심히 케이지 안에 내려두었지. 액체마냥 흘러내리던 햄찌는 새로운 환경에 놓여지자 다시 뽈뽈대며 돌아다니기 시작했음.
"마음에 들어?"
"찍찍!"
저절로 올라간 입꼬리가 낯설어 제리는 제 얼굴을 더듬어봤음. 그러는 사이에 집이 마음에 든 햄찌는 열심히 땅굴을 파며 놀고 있었지. 순식간에 더러워진 햄찌는 나름대로 열심히 그루밍을 하더니 배고파졌는지 먹이그릇에 다가갔음. 제리는 조금 긴장하며 밥그릇 앞에 선 햄찌를 바라봤음. 나름 좋은 사료로 사왔는데 입에 맞았으면 좋겠거든. 다행히 햄찌는 사료가 마음에 들었는지 잘 먹었음. 사료 몇개를 집어먹던 햄찌는 커다란 아몬드 조각을 먹이주머니에 넣기 위해 노력했음. 각을 잡기 위해 몇번을 넣었다가 뺐지만 이내 안들어간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몇입 먹고 집어넣었지. 먹이주머니 한가득 아몬드를 집어넣어서 순식간에 또 볼이 빵빵해졌음. 햄찌는 그러고 호다닥 은신처로 들어갔지. 급수기가 제대로 작동되는 것까지 확인한 후에야 제리도 다 식은데다 옆구리에 구멍까지 난 팬케이크를 먹을 수 있었음.
아침이었지만 결국 늦은 점심이 되어버린 팬케이크를 먹고나서 제리는 이곳저곳에 수소문을 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음. 붕팔이는 제리에게 받은 햄찌사진을 본 후, 털이 깨끗한 것을 보면 키우던 누군가가 버린게 아닐까 의심이 든다고 말했음. 이 햄찌가 저 작은 발로 해봤자 얼마나 멀리 가겠음. 그러니 만약 잃어버린거라면 금방 주인이 나타나야 정상이었지.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사실상 주인이 없는 것은 확정이었음.
제리는 열심히 세수하고 있는 햄찌를 바라봤음. 햄스터는 유기되어 길거리에 버려지면 일주일도 버티기 힘들었음. 어떻게 들어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리의 집에 들어온 것이 이 햄찌에게는 천운이었지. 고민하던 제리는 결국 거하게 한숨을 쉬고는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기로 했음. 사실 이미 붕팔이에게 이것저것을 받아온 시점부터 거의 확정사안이었지만 본인만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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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는 느끼한 햄스터가 느끼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광고를 샅샅히 살폈음. 한번 들이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적당히란 제리의 사전에 존재하지 않았음. 지금은 붕팔이에게 받아온 간이 케이지가 있지만 제리네 햄찌는 골든 햄스터였기 때문에 저 케이지는 조금 작았음. 다다익선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었지. 제리의 방의 거의 반정도 차지할 정도로 커다란 수조가 금방 도착했음. 물론 수조 뿐만 아니라 수십포대의 베딩용 가지각색의 톱밥과 유기농으로만 만든 갖가지 고급 사료도 배달되었지.
차피 방은 잠만 자는 용도이고, 취미는 거실에서 즐기고, 일은 서재에서 하면 된다고 타협한 제리는 침실에 햄찌용 수조를 설치하기 시작했음. 골든 햄스터용이라고 해도 굉장히 넓었지만, 좋은게 좋은거지 뭐. 투명하고 커다란 수조를 설치한 제리는 이제 베딩을 깔기 시작했음. 무조건 최고로 좋은 것들만 엄선해서 푹신할 정도로 베딩을 깔아준 후에 한쪽 구석에 모래놀이용 놀이터와 화장실도 설치해두었지. 한쪽에는 코코넛 피크와 코코넛 베딩 구역도 따로 만들어 두었음.
마지막으로 커다란 쳇바퀴까지 설치하니 모든게 끝났음. 제리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낮잠을 자고있던 햄찌를 조심스레 들어올렸음. 자다깨서 눈을 꿈뻑거리던 햄찌는 코코넛 배딩위에 놓이자마자 화들짝 놀라서 주변을 살펴봤지. 자주 환경이 바뀌니 힘든것이 아닌가 제리가 걱정했음. 그러나 제리의 걱정이 무색하게 햄찌는 다시 열심히 몇배는 더 넓어진 집을 살펴보러 다녔지. 모래구역에서 열심히 모래놀이를 하는 햄찌를 보니 제리는 행복해졌음.
시간가는줄도 모르고 햄찌만 보던 제리가 어두워진 방을 그제서야 눈치채고 시계를 봤음. 세상에 벌써 잘 시간이었지. 햄스터는 야행성이니 이대로 둬도 괜찮을 터였음. 불을 끈 제리는 침대위에 누웠음. 누워서 천장을 보던 제리는 몸을 옆으로 돌려 햄찌수조를 바라봤음. 햄찌는 락앤락에 있을 때처럼 투명한 벽에 딱 붙어서 제리를 바라보고 있었지. 귀여운 모습에 제리는 저절로 푸스스 웃음이 나왔음.
"나는 먼저 잘게."
"찍찍"
"잘자."
얼마지나지 않아 눈이 감기고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음. 햄찌는 볼이 찌부될 정도로 제리가 자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지. 한참이 지나도 제리가 움직이지 않자 햄찌가 쳇바퀴 근처로 가다갔음. 그리고 그 커다란 쳇바퀴를 저 작은 팔힘으로 열심히 돌리기 시작했지. 제법 큰 소리가 나도 오랜만에 깊게 잠이 든 제리는 전혀 눈을 뜨질 못했음. 제리가 완전히 잠에 든 것을 확인한 햄찌는 볼주머니에 꿍쳐뒀던 왕건이 아몬드 두개를 야무지게 먹고 준비운동을 하기 시작했지.
제리가 보면 기함을 할 정도로 햄찌는 인간처럼 준비운동을 했음. 팔벌려뛰기에 앉았다가 일어나기, 심지어 마지막에 심호흡까지 야무지게 했지. 준비운동을 마친 햄찌가 맨들맨들한 벽에 작은 발을 뿁 하고 올렸음. 홈도 없는 미끄러운 투명한 벽인데도 햄찌는 능숙하게 벽을 타고 올라갔음. 제법 높은데도 손쉽게 수조의 끝부분에 도착한 햄찌는 그대로 방바닥으로 폴짝 뛰었음. 그러나 땅에 닿은 발은 햄찌의 것이 아니었지.
창문으로 달빛이 들어왔음. 건장한 금발의 성인남성이 나체로 제리의 방 한가운데 서서 잠에 든 제리를 내려다보고 있었지. 햄찌였던 남자는 제리의 침대 앞에 쭈그려 앉아 턱을 괴고 고른 숨을 쉬는 제리를 관찰했음. 웃는 얼굴도 그랬지만, 편히 미소까지 짓고 자고 있는 얼굴은 무척이나 남자의 취향이었지. 남자는 한숨을 푹 쉬고는 햄찌의 손과는 달리 커다랗고 투박한 손으로 흘러내리는 제리의 머리를 조심스레 뒤로 넘겨주었음.
자리에서 일어난 남자는 뒤를 돌아봤음. 그대로 나가려고 했지만,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커다란 수조가 눈에 밟혔지. 새것들로 반짝반짝 빛이나는 수조를 내려다보던 남자는 울상이 되어서 머리를 짚었음.
"어쩌지...?"
레이디버그 / nn세 / 햄스터수인 / 제리한테서 정보 빼내려다 납감당함.
그때그때 생각나는것들 쓰다보니까 중구난방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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