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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4 12:31

우성태섭

약 태섭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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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짤 참고함






 

정우성은 농구를 좋아하지만 패션도 좋아하고,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며, 칭찬도 좋아한다. 그래서 우성이는 시간이 날 때쯤 인터넷 기사를 둘러보면서 제 이야기를 보는 걸 즐겨했음. 아, 인터뷰 사진 왜 하필 이런 거 쓴거야? 눈이 이상하게 떠 있잖아. 오, 이 사진은 좋다. 내 프사해야지. 좋은 말이 써있으면 어깨를 으쓱이며 뿌듯해하고, 나쁜 말이 써져있으면 뽀루퉁한 얼굴로 기자의 이름을 외웠다. 이제는 그래도 훌쩍이며 울지는 않았다.

그렇게 인터넷 기사를 서핑하던 어느날, 우성은 이상한 웹사이트에 흘러들어가게 됨.

[우성지미 케미 개쩔어]

그리고 이상한 게시물. 이건 또 뭐야? 어쨌든 자신의 이름이 있으니 우성이가 그 게시물을 클릭해봄. 그리고 우아악! 소리 지르면서 눈 씻으러 화장실로 직행했다. 악, 내 눈! 눈물까지 찔끔 흘리면서 벅벅 닦으며 아까 읽었던 내용을 지워버리려 애썼음. 우엑, 나랑 지미가 왜 락커룸에서 그렇고 그런 짓을 하는 건데? 멘탈 좋은 우성이도 이번만큼은 골이 띵하게 아팠다..

팬들이 선수끼리 친하게 붙어있는 걸 좋아한다고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걸 직접 보게 된건 차원이 달랐다. 무엇보다 우성이는 태섭이와 사귀는 사이었음. 내가 왜 귀여운 애인을 두고 인터넷에서 지미랑 허리를 꺾으며 그런 짓을 해야하는 건데..? 나의 매력이 엄청나서 인가. 내 탓이군. 젖은 얼굴로 스스로의 헤어나올수 없는 매력에 탄식하며 거울을 보던 우성이의 눈이 한순간 반짝였다.

잠깐, 그러면 나랑 태섭이 이야기도 있지 않나?

기겁하며 화장실에 들어갔던 때와는 달리 헐레벌떡 신나게 나온 우성이 다시 인터넷을 검색했음. 이름을 붙여쓰는 이유가 있겠지? 벌써 커플링 조합을 눈치챈 우성이가 우성태섭을 검색했다. 그리고 결과는..

[검색결과 : 0건]

엥...? 뭐야. 왜 없어. 혹시 몰라서 태섭이만 검색해봤다. 그러자 줄줄 뜨는 게시물에는 제잌태섭, 빌리태섭, 리암태섭, 별의 별 놈들이 따라붙어나왔음. 경기 도중 친근하게 붙어있거나, 연습 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휴일에 잠깐 만나는 모습 등등이었는데 사진을 어떻게 찍은 건지 아주 찰딱 붙어서 누가 봐도 그렇고 그런 사이~처럼 보이는 놀라운 필터 사진들이 주루룩 떴음.. 주로 태섭이가 덩치 큰 놈들 사이에 있다보니 가깝게 얼굴을 수그리거나, 품 안에 덥썩 들어오거나 하는, 인터넷에서 유명하게 떠돌던 커플짤과 같았다.

우성이는 바로 태섭이에게 전화 걸음. 몇번의 신호음 끝에 태섭이가 왜? 하며 전화 받자마자 우성이가 울먹이며 소리지름.

너 어떻게 날 두고 다른 놈들이랑 붙어있을 수가 있어!

뭔... 미쳤니?

갑작스럽게 바람 피워서 애인에게 추궁당하는 송태섭.. 그러나 태섭이는 바람 피운 적도 한눈 판 적도 없어서 억울하기만 했다. 울지 말고 이야기 해봐. 아니다, 바로 갈게. 그렇게 태섭이는 편의점에 치약 사러 나갔다가 5분만에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음. 도대체 잠깐 나간 5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그리고 현관 문에 우뚝 서서 울망울망한 주먹밥에게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마른 세수를 하는 송태섭... 하 이 애새끼 어쩌면 좋지..

야, 그건 다 망상이야. 진짜가 아니라 날조하는 거라고.

그렇지만 네 애인은 난데..

그러는 너는 앞뒤로 바쁘네. 여기 봐라, 노아우성, 우성레오. 아주 골고루 나오는데.

그런 거 보지 말라고!

훌쩍이며 인터넷창을 다 끄면서 입술을 비죽비죽 내미는데, 웃기기도 하고 귀여워서 태섭이가 우성이 볼에 뽀뽀나 해줌. 그제야 훌쩍이던 코를 멈추는 정우성.. 이게 애인인지 아들인지.

나랑 진짜로 사귀는 건 너잖아. 뭐가 그렇게 신경 쓰여? 귓볼을 살살 매만지는 손길에 삐죽거리던 우성이의 입술도 그제야 쏙 들어감. 그렇지만.. 웅얼거리는 소리를 내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저보다 작은 품으로 파고 들어 꼬옥 안자 어휴, 한소리 하면서도 마주 끌어안아주는 태섭이.. 

하지만 그건 그거고 우성이에게는 너무 충격이었음. 아니.. 이렇게 같이 동거도 하고, 매일 붙어다니고, 휴일마다 그렇게 사진이 찍히는 데 어떻게... 0건? 우성태섭이 제로데스? 이까 눈에 불을 켜고 인터넷을 읽어보니 둘은 같은 동향인이라 친하다, 라는 식으로만 끝나고 둘을 커플 이상으로 보지 않았다. 우리가... 커플로 보이지 않는다고? 이건 말이 안 된다. 우성이가 마음을 다잡고 번쩍 고개를 들자, 태섭이가 짝눈섭을 찌푸렸음.

너 또 뭔 이상한 생각 하지?

키스한 사진 올릴래.

해 봐. 네 앞니 날려줄게.

우씨.. 그럼 뽀뽀라도.

입술 쥐어 터지고 싶어?

귀를 죽죽 잡아당기자 우성이 눈에 또 눈물이 찔끔 나옴. 아, 왜 다 안된대! 소리쳤으나 우성이도 알았음. 동양인에 게이 커플이라니 이것저것 신경쓸게 많겠지. 태섭이는 그런 거에 신경쓰지 않는 것 같더라도 혼자 헛구역질하는 놈이니까, 공개적으로 연애를 알리지 않고 아는 지인들끼리만 아는 사이였음. 

살짝 시무룩해진 우성이를 바라보던 태섭이가 결국 한숨을 푹 쉬더니 말했다. 

입술 들이대는 거 말고는 봐줄게.

..어? 진짜?

선 지켜서 해.

진짜지!

가벼운 스킨십 외에는 허락하지 않던 태섭이가 그렇게 말하지 우성이가 신나 벌떡 일어났음. 솔직히 태섭이도 검색 결과가 0이라는 거에 아주 조금은 신경쓰였기 때문.. 아니, 나랑 애랑 그렇게 건조해보이나? 몰라서 다행인데 알아주지 않으니 조오금 마음이 꽁기한 이상한 기분.. 특히 앞뒤로 바쁜 인터넷 속 정우성을 보자니 솔직히 조금 마음에 들지 않기도 했음. 그래서 결국 이상한 허락을 해버리고 말았다. 우성이가 맑은 눈을 반짝이며 주먹을 쥐었음. 검색 결과 100건, 아니 미국 세계 최고로 나오게 해주겠다며 결심함.

 

 

우성이의 인스타에 하루가 멀다하고 폭탄맞은 것처럼 사진이 마구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태섭이랑 딱 달라붙어있는 사진들이... 예전에는 그냥 태섭이와 놀러간 장소나, 농구하는 모습, 식당에서, 풍경이나, 아니면 태섭이가 웃기게 하품하는 모습(이건 맞고 지웠다), 아니면 주로 우성이 셀카 사진이 위주였는데 갑자기 럽스타처럼 우성이와 태섭이가 함께 있는 사진이 올라왔음.

누가 봐도 둘만이 있는 개인적인 공간에서 주먹밥처럼 찰싹 달라붙어있어 둘만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데, 뭔가 아무리 친해도 이렇게까지 붙어 있나? 에이, 많이 친한 가보네. 하는 애매하고 아슬아슬한 선의 경계선의 사진들이었음. 

소파에 나란히 앉아 어깨동무하는 사진. 일부러 로맨스 영화를 같이 보면서 과자를 서로 먹여주는 사진으로 골랐는데, 반응은 그저 사이 좋네~ 였다.

부엌에서 에그스크램블 만들고 있는 태섭이의 뒤에 우성이가 딱 붙어서 백허그한 사진. 복슬복슬한 태섭이 머리 위에 턱 올리고 허리를 간지럽히며 찍은 사진이라 그런지 태섭이의 짝눈썹이 하늘로 바짝 솟아있었다. 그런데 반응은 얘네 장난치는 거 귀엽다~ 였다.

소파에서 자고 있는 태섭이를 같이 꽉 끌어안고 셀카찍은 사진. 아주 온몸을 꽁꽁 묶어 애착인형처럼 안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반응은 둘이 정말 친한가봐~ 였다.

아니.. 도대체 왜? 도대체 왜냐? 우성이는 이해할 수가 없었음. 사람들의 쓸데없는 인종차별과 넓은 마음 덕분에 다른 오해가 생기지 않았다. 이게 무슨 열린 교회의 닫힌 문인가... 사람들의 반응도 문제였지만, 가장 문제인 건 따로 있었다.

태섭이가 우성이와 사귄다는 걸 지인들에게만 알렸는데, 그건 북산 부원들에게도 포함이었다. 우리 태섭이가 정우성이랑 사귄다고..? 그 빡빡이? 재수없는 놈? 싸가지? 북산들은 정우성의 이야기만 나오면 날카로워졌다. 태섭이 네가 좋아한다니까 뭐 우리가 뭐라 할 건 없는데~ 그런데 쟤 왜 눈 저렇게 뜨냐? 어디서 눈을 동그랗게 떠? 태섭이처럼 반으로 떠라. 하고 우성이에게 시비걸기가 취미였다. 그렇다.. 정우성은 처가살이, 아니 북산살이를 당하고 있었음.. 심지어 산왕 선배들조차 어째서 너랑 사귀는 거지..? 송태섭이 아깝다뿅, 같은 소리나 들었다. 아니 정말 내가 어때서! 

어쨌든 우성이를 마음에 안 들어하는 북산이, 우성이 올린 인스타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들어할리가 없었다. 뭐냐? 지금 둘이 사귄다고 티 내는 거냐? 어이가 없네. 사귀는 건 너겠지만 가장 친한 건 우리다! 질 수 없다는 듯 북산들의 인스타에 태섭이와 함께 찍었던 사진들을 고등학생때부터 탈탈 털어 올리기 시작했음... 같이 라면 먹으러 갔던 백호와의 사진, 아이스크림을 함께 먹던 대만이와의 사진, 집중해서 공부하는 준호와의 사진, 치수의 어깨에 턱을 올리고 월간 농구 잡지를 같이 보는 사진, 심지어 고양이 사진 딱 하나 올리고 몇년간 사진 올리지 않던 태웅이 조차 태섭이 허벅지 베고 자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심지어 명헌이도 저번에 일본에 놀러왔을 때 같이 태섭이랑 찍었던 사진을 올렸다. 선배 당신마저!

이 쏟아지는 떡밥에 동인들만 신나 허겁지겁 퍼먹었다. 먹을 게 너무 많아서 우성이의 인스타는 이미 잊혀진지 오래였다. 고등학생의 송태섭이라니! 그것도 다른 사람들과 다 친하다니! 원래 대놓고 친하게 보이는 것보다는 미묘한 거리감과 과거사가 있다면 동인은 더 환장한다. 그렇게 사와료 검색어는 올라갈뻔했으나 여전히 제로데스, 였다.

 


 

정우성, 성인, 포지션은 포인트가드, 현재 바닥에 대자로 누워서 우는 중. 물 마시러 나왔던 태섭이가 한심하게 내려다보았다.

그게 그렇게나 울 일이야?

인기 많은 송태섭은 아무것도 몰라..

나만 너 좋아하지, 하고 훌쩍이는 소리에 태섭이가 짝눈썹을 찍 울리는데, 우성이가 계속 말함.

내가 제일 널 좋아하는데. 너도 날 제일 좋아하잖아. 나랑만 뽀뽀하는데. 짜증나. 질투 나. 내 애인이라고.. 중얼중얼 이어지는 소리에 태섭이는 결국 웃었음.

정우성, 나 봐. 옆에 쪼그려 앉아 우성이의 손을 툭툭 치자, 우성이가 삐진 듯 팩 고개 돌림. 어어, 나 안 볼거야? 나중에 볼래. 나중에 언제? 눈에 붓기 좀 빠지면. 꿍얼꿍얼하는 목소리에 태섭이는 그저 입꼬리만 올리며 우성이의 손을 주물주물함. 그 와중에 우성이도 따라서 태섭이의 손을 꽉 맞잡았다. 결국 이렇게 치댈 걸 뭐 저러나. 태섭이가 두 손으로 우성이의 손을 꼭 잡았다.

사진 하나 더 찍어서 올릴래?

됐어, 그래봤자 다들 사이좋다고만 생각할 걸..

그래? 그러면 이렇게 찍어보는 건 어때. 

우성이의 손가락에 차가운 감촉이 들었다. 부은 눈을 번쩍 뜬 우성이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은빛의 링이 약지에 반짝이며 자리잡고 있었다. 그건 태섭이의 손가락에도 똑같았다. 입을 쩍 벌린 주먹밥을 바라보며 피식 웃은 태섭이가 우성이의 손바닥 위에 얇은 목걸이 체인도 함께 올려주었다.

연습할 때는 목걸이로 쓰던가 해. 그러니까... 너 또 왜 울어? 아니, 야, 울지마. 아이고, 이 울보야. 그만 울라니까? 그렇게 좋았어? 뚝 하라니.. 으읍.


 

 

그날 우성이의 인스타에는 눈이 퉁퉁 부은 채로 태섭이와 뽀뽀하며 손을 활짝 피고 커플링을 자랑하는 사진이 올라왔음. 충격적인 소식에 사와료 검색어가 치솟으며 미국 세계 최고는 아니지만 어쨌든 엄청나게 타올랐다. 이제 사와료는 제로가 아니었다.

 

 

 

 

 

 

 

 

 

 

슬램덩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