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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1 03:23
근데 무자각 플러팅을 날리는 쪽이 문덕이인 거
아직 즙요사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날의 문덕이가
바람소리가 거센 밤이나 구름이 껴 별도 달도 보이지 않는 밤이면 무서움에 떨며 잠 못 이루고 즙요사의 관원을 불러대는 후조한테 답답한 황궁 생활이 아닌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겠지. 호쾌한 무술까지 재연해보이면서 요괴잡는 장면을 흉내내기도 하고 순찰하러 다니는 마을 이야기도 하고 멀리 산이나 호수에 가서 봤던 아름다운 풍경도 이야기하고 그러겠지. 말주변은 없어도 열성을 다해 이야기하는 문덕이한테 후조는 빠져들었음. 그리고 문덕이는 말미에다가 항상 이 말을 하는 거지. 신이 항상 폐하 곁에 머물면서 폐하께서 원하시는 대로 모든 걸 바치겠다, 항상 폐하를 지키고 폐하가 편안하고 기쁘게 지내실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할 거야. 문덕이는 순수한 충심으로 한 말이지만 후조는 그 말을 하던 배문덕을 자기 전마다 떠올릴거야. 문덕이의 반짝이던 눈빛과 사르르 풀어지던 미소, 그리고 말의 내용을 곱씹어보면서 자기에 대한 특별한 애정과 관심이 있다고 결론짓겠지. 그리고는 후조 혼자 문덕이한테 내외하다가 원망하다가 부끄러워하다가 홀딱 빠져버림. 그리고 문덕이가 관례를 치르고 나면 후궁으로 들이면 어떨까 하고 상상하겠지. 그렇게 후조는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근데 문제는 배문덕의 다정함이 다른 이에게도 같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음.
문덕이는 명문가 출신에다가 수련의 수준이 탁월해서 고관대작 가문의 사건에 빠지지 않았음. 그렇게 해서 인연을 맺게 된 인물들이 제법 있었지. 태후의 조카인 화무사나, 군주의 독자인 제형이 대표적인 인물이었음.
화무사와는 궁에서 만나게 되었지. 태후를 알현하러 온 화무사는 화원에서 순찰을 돌던 배문덕을 마주쳤어. 태후는 문덕에게 수고한다며 의례적인 인사를 건넸고, 배재상에 대한 안부를 물었지. 문덕은 태후의 말에 성심성의껏 답변하며 모처럼 뵈었으니 요기를 물리치는 법력을 담은 옥패를 드리겠다며 태후에게 옥패를 바쳤지. 태후는 흡족해하며 자기가 아끼는 조카를 위해서도 만들어줄 수 있는지 물었음. 문덕은 무사에게 한 달 후에 찾아뵙겠다고 했음. 무사는 그때까지만 해도 별 생각 없이 가볍게 감사를 표한 뒤, 그 일을 대수롭지 않게 잊었지. 그리고 한 달이 지나서, 배문덕에게 기별을 받았을 때 무사는 다시금 그 일을 떠올림. 그리고 다음 날 배문덕이 화부를 방문했을 때 무사는 연무장에서 활쏘기 연습을 하고 있었음. 시종이 배문덕의 방문을 고했을 때 무사는 활을 내려놓다가 실수로 활시위를 잘못 튕겨서 손을 다치게 됐지. 문덕이는 시종의 뒤에 있다가 무사가 다치는 걸 보고 바로 달려가 무사의 상처를 살폈지. 문덕이는 시종에게 깨끗한 천을 가져오게 했어. 시종이 떠난 뒤 문덕이는 품에서 늘 가지고 다니는 약을 바른 뒤, 간단한 주술을 외웠음. 무사는 빨갛게 달아오른 귀를 느끼며 문덕이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음. 예기치 않게 다쳐서 놀란 것도 있는 데다가 굳은살이 잡혀 투박하면서도 가늘고 작은 손이 제 상처를 조심조심 매만지는 손길에 긴장이 돼서 그런지 심장이 빠르게 뛰는 듯했지. 거기다가 청량하지만 화한 느낌을 주는 연고가 상처를 덮은 느낌이 짜릿했음. 거기다가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가 낯선 언어로 주술이 되어 흘러나오는 게 뭐랄까, 기이하면서도 묘하게 안심이 되는 듯했지. 뭐라 정의할 수 없는 느낌에 무사는 문덕의 얼굴을 홀린 듯 바라보고 있었음. 문덕은 치료를 마치고, 무사와 눈을 맞추더니 웃어보였음. 그리고는 품에서 옥패를 꺼냈지.
“태후마마께서 말씀하셨던 옥패입니다. 요기를 물리치는 주술을 담은 것이니 패용하시면 벽사의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연고도 함께 두고 갈 터이니 몸을 잘 챙기십시오.”
그리고는 공손히 읍하고 떠났음. 무사는 문덕이가 다녀간 일이 오히려 요괴를 만난 것마냥 느껴졌음. 시종이 천을 가져와서 상처를 감싸줄 때마저도 무사는 옥패를 쓰다듬고만 있었지. 그리고 며칠 후부터는 연고가 떨어졌단 핑계를 대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즙요사를 찾아가는 무사의 모습을 화부의 사람들도, 즙요사의 관원들도 보게 됐지.
하지만 무사는 문덕을 쉽게 만날 수는 없었지. 왜냐하면 문덕은 제국공부에 불려갈 일이 생겼기 때문이었음. 제국공부는 독자인 제형의 과거를 앞두고 온갖 준비에 여념이 없었어. 그중에는 제형의 합격을 기원하는 기도가 빠지지 않았지. 제형의 모친인 군주는 태후에게 부탁해서 즙요사의 법사가 제국공부에 머물며 기도하는 것을 허락받았음. 그리고 태후가 추천한 법사는 배문덕이었음. 그렇게 문덕은 제국공부의 별채에 머물게 되었음. 문덕은 제국공부 곳곳을 돌며 진언을 외우고, 별채에 꾸린 법당에서 벽사진경의 의식을 행했음. 매일 새벽과 깊은 밤 목욕재계를 하고 나쁜 기운을 쫓는 기도를 한 후 제국공 부부의 염원을 담은 부적을 쓰며 태후와 화무사에게 준 것과 같은 옥패를 만드는 것이었지. 그렇게 일 주일쯤을 보낸 어느 밤, 문덕은 목욕재계를 하고 법당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음. 가벼운 욕의만 걸친 채로 걷던 문덕의 앞에 수려한 공자가 나타났지. 처음 얼굴을 보게 됐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분명했음. 제형이었지.
“즙요사의 법사 배문덕, 공자를 뵙습니다.”
문덕의 인사를 받은 제형 역시 예를 표했지. 문덕은 인사를 마치고 법당으로 들어갔음. 제형은 법당으로 사라진 문덕의 뒷모습을 잠시 좇았다가, 제 처소로 돌아갔음. 잠깐의 마주침 후, 어느덧 시간이 흘러 한 달을 채우게 되었음. 문덕은 마지막 새벽 기도를 올린 후, 제국공 부부와 제형 공자가 있는 자리에 배석하게 됐지. 한 달여 간의 의식과 관련된 군주의 물음에 문덕은 조곤조곤 막힘없이 답했고, 군주는 드물게 흡족해하는 웃음을 띠며 문덕을 칭찬했음. 문덕은 겸양을 표시한 후, 가져온 상자를 열어 보였음. 문덕이 한 달 내내 애써서 만든 옥패와 부적이었지. 문덕은 상자를 제형에게 건네며 합격과 건강을 기원하는 덕담을 하고, 자리에서 물러났음. 제국공은 배 재상 가문을 칭찬하며 그 아들 배문덕이 저렇게 훌륭한데 일찍 출가하지 않았다면 제형의 좋은 벗이 되어 서로 조정에서 지지가 되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지. 이후 제형은 과거에 급제해 관직을 제수받고, 조당에 들며 궁에 출입할 때 종종 배문덕을 마주하게 됨. 그러면서 제형은 문덕에 대해 점점 저도 모르게 이런저런 것들을 알게 되었음.
제형이 갖고 있는 문덕에 대한 첫인상은 사실 좋지 못했음. 목욕을 마치고 나와 물기어린 얼굴을 하고, 욕의가 얇아 달빛에 비쳐 다 드러난 몸선이 법사라기보다는 요괴에 더 가깝다는 인상을 주었음. 게다가 군주의 위엄 앞에서도 청산유수와 같은 말솜씨를 뽐내는 걸 보고 요사스러운 자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나라의 녹을 먹는 관원인데 아무리 태후의 명이라도 제 직무를 소홀히 하며 권력자의 사적인 일에 동원된 것을 꺼리지 않는 듯한 모습이 탐탁지 않았음. 그러나 궁에서 마주치는 문덕의 모습은 너무 반듯한 데다가, 간혹 요괴와의 전투에서 부상을 당한 채로 조회에 참여하는 모습은 제가 보기에도 안쓰러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할 일을 성실하게 하는 모습에 제형은 저도 모르게 문덕에게 마음이 쏠리게 됐음. 부친인 제국공이 전에 했던 문덕에 대한 칭찬도 떠오르면서, 제형은 문덕과 벗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됨. 그래서 제형은 예전에 받았던 옥패를 꺼내 문덕에게 살펴 달라고 하면서 친해져 볼 생각으로 즙요사를 방문했는데, 먼저 와서 문덕에게 치근덕대는 화무사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다 받아주고 있는 문덕을 보고 알 수 없는 서운함과 배신감에 말도 제대로 걸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고 말았음. 그리고 몇 날 며칠을 배문덕에 대한 생각으로 괴로워하다가 문득 깨닫겠지. 그리고는 온갖 귀한 선물을 문덕에게 보냄. 문덕은 왜 제국공부의 공자가 저한테 이런 선물을 보내는지 모르겠어서 퇴궐하는 제형을 붙잡고 즙요사로 초대함. 그리고 그때부터 제형은 옥패며 부적이며 조정의 일이며 즙요사에 관한 것까지 온갖 질문을 퍼부으며 매일같이 문덕을 찾아오게 됨.
그렇게 문덕은 공무 외에도 화무사와 제형의 방문, 황제의 부름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빠서 정신없겠지. 몸도 마음도 바쁘고 힘든데 그 와중에 모두에게 친절하고 성의를 다해서 대접하느라 저도 모르게 모두의 애정과 집요한 관심을 받는 문덕이.. 그렇게 한 발짝씩 늪으로 걸어들어가는 문덕이 좋다..
문덕이는 제가 뭘 했는지도 모른 채로 모두의 애정과 관심 속에서 서서히 말라가는 거 ㅂㄱㅅㄷ
룡백 후조문덕 무사문덕 제형문덕
아직 즙요사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날의 문덕이가
바람소리가 거센 밤이나 구름이 껴 별도 달도 보이지 않는 밤이면 무서움에 떨며 잠 못 이루고 즙요사의 관원을 불러대는 후조한테 답답한 황궁 생활이 아닌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겠지. 호쾌한 무술까지 재연해보이면서 요괴잡는 장면을 흉내내기도 하고 순찰하러 다니는 마을 이야기도 하고 멀리 산이나 호수에 가서 봤던 아름다운 풍경도 이야기하고 그러겠지. 말주변은 없어도 열성을 다해 이야기하는 문덕이한테 후조는 빠져들었음. 그리고 문덕이는 말미에다가 항상 이 말을 하는 거지. 신이 항상 폐하 곁에 머물면서 폐하께서 원하시는 대로 모든 걸 바치겠다, 항상 폐하를 지키고 폐하가 편안하고 기쁘게 지내실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할 거야. 문덕이는 순수한 충심으로 한 말이지만 후조는 그 말을 하던 배문덕을 자기 전마다 떠올릴거야. 문덕이의 반짝이던 눈빛과 사르르 풀어지던 미소, 그리고 말의 내용을 곱씹어보면서 자기에 대한 특별한 애정과 관심이 있다고 결론짓겠지. 그리고는 후조 혼자 문덕이한테 내외하다가 원망하다가 부끄러워하다가 홀딱 빠져버림. 그리고 문덕이가 관례를 치르고 나면 후궁으로 들이면 어떨까 하고 상상하겠지. 그렇게 후조는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근데 문제는 배문덕의 다정함이 다른 이에게도 같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음.
문덕이는 명문가 출신에다가 수련의 수준이 탁월해서 고관대작 가문의 사건에 빠지지 않았음. 그렇게 해서 인연을 맺게 된 인물들이 제법 있었지. 태후의 조카인 화무사나, 군주의 독자인 제형이 대표적인 인물이었음.
화무사와는 궁에서 만나게 되었지. 태후를 알현하러 온 화무사는 화원에서 순찰을 돌던 배문덕을 마주쳤어. 태후는 문덕에게 수고한다며 의례적인 인사를 건넸고, 배재상에 대한 안부를 물었지. 문덕은 태후의 말에 성심성의껏 답변하며 모처럼 뵈었으니 요기를 물리치는 법력을 담은 옥패를 드리겠다며 태후에게 옥패를 바쳤지. 태후는 흡족해하며 자기가 아끼는 조카를 위해서도 만들어줄 수 있는지 물었음. 문덕은 무사에게 한 달 후에 찾아뵙겠다고 했음. 무사는 그때까지만 해도 별 생각 없이 가볍게 감사를 표한 뒤, 그 일을 대수롭지 않게 잊었지. 그리고 한 달이 지나서, 배문덕에게 기별을 받았을 때 무사는 다시금 그 일을 떠올림. 그리고 다음 날 배문덕이 화부를 방문했을 때 무사는 연무장에서 활쏘기 연습을 하고 있었음. 시종이 배문덕의 방문을 고했을 때 무사는 활을 내려놓다가 실수로 활시위를 잘못 튕겨서 손을 다치게 됐지. 문덕이는 시종의 뒤에 있다가 무사가 다치는 걸 보고 바로 달려가 무사의 상처를 살폈지. 문덕이는 시종에게 깨끗한 천을 가져오게 했어. 시종이 떠난 뒤 문덕이는 품에서 늘 가지고 다니는 약을 바른 뒤, 간단한 주술을 외웠음. 무사는 빨갛게 달아오른 귀를 느끼며 문덕이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음. 예기치 않게 다쳐서 놀란 것도 있는 데다가 굳은살이 잡혀 투박하면서도 가늘고 작은 손이 제 상처를 조심조심 매만지는 손길에 긴장이 돼서 그런지 심장이 빠르게 뛰는 듯했지. 거기다가 청량하지만 화한 느낌을 주는 연고가 상처를 덮은 느낌이 짜릿했음. 거기다가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가 낯선 언어로 주술이 되어 흘러나오는 게 뭐랄까, 기이하면서도 묘하게 안심이 되는 듯했지. 뭐라 정의할 수 없는 느낌에 무사는 문덕의 얼굴을 홀린 듯 바라보고 있었음. 문덕은 치료를 마치고, 무사와 눈을 맞추더니 웃어보였음. 그리고는 품에서 옥패를 꺼냈지.
“태후마마께서 말씀하셨던 옥패입니다. 요기를 물리치는 주술을 담은 것이니 패용하시면 벽사의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연고도 함께 두고 갈 터이니 몸을 잘 챙기십시오.”
그리고는 공손히 읍하고 떠났음. 무사는 문덕이가 다녀간 일이 오히려 요괴를 만난 것마냥 느껴졌음. 시종이 천을 가져와서 상처를 감싸줄 때마저도 무사는 옥패를 쓰다듬고만 있었지. 그리고 며칠 후부터는 연고가 떨어졌단 핑계를 대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즙요사를 찾아가는 무사의 모습을 화부의 사람들도, 즙요사의 관원들도 보게 됐지.
하지만 무사는 문덕을 쉽게 만날 수는 없었지. 왜냐하면 문덕은 제국공부에 불려갈 일이 생겼기 때문이었음. 제국공부는 독자인 제형의 과거를 앞두고 온갖 준비에 여념이 없었어. 그중에는 제형의 합격을 기원하는 기도가 빠지지 않았지. 제형의 모친인 군주는 태후에게 부탁해서 즙요사의 법사가 제국공부에 머물며 기도하는 것을 허락받았음. 그리고 태후가 추천한 법사는 배문덕이었음. 그렇게 문덕은 제국공부의 별채에 머물게 되었음. 문덕은 제국공부 곳곳을 돌며 진언을 외우고, 별채에 꾸린 법당에서 벽사진경의 의식을 행했음. 매일 새벽과 깊은 밤 목욕재계를 하고 나쁜 기운을 쫓는 기도를 한 후 제국공 부부의 염원을 담은 부적을 쓰며 태후와 화무사에게 준 것과 같은 옥패를 만드는 것이었지. 그렇게 일 주일쯤을 보낸 어느 밤, 문덕은 목욕재계를 하고 법당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음. 가벼운 욕의만 걸친 채로 걷던 문덕의 앞에 수려한 공자가 나타났지. 처음 얼굴을 보게 됐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분명했음. 제형이었지.
“즙요사의 법사 배문덕, 공자를 뵙습니다.”
문덕의 인사를 받은 제형 역시 예를 표했지. 문덕은 인사를 마치고 법당으로 들어갔음. 제형은 법당으로 사라진 문덕의 뒷모습을 잠시 좇았다가, 제 처소로 돌아갔음. 잠깐의 마주침 후, 어느덧 시간이 흘러 한 달을 채우게 되었음. 문덕은 마지막 새벽 기도를 올린 후, 제국공 부부와 제형 공자가 있는 자리에 배석하게 됐지. 한 달여 간의 의식과 관련된 군주의 물음에 문덕은 조곤조곤 막힘없이 답했고, 군주는 드물게 흡족해하는 웃음을 띠며 문덕을 칭찬했음. 문덕은 겸양을 표시한 후, 가져온 상자를 열어 보였음. 문덕이 한 달 내내 애써서 만든 옥패와 부적이었지. 문덕은 상자를 제형에게 건네며 합격과 건강을 기원하는 덕담을 하고, 자리에서 물러났음. 제국공은 배 재상 가문을 칭찬하며 그 아들 배문덕이 저렇게 훌륭한데 일찍 출가하지 않았다면 제형의 좋은 벗이 되어 서로 조정에서 지지가 되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지. 이후 제형은 과거에 급제해 관직을 제수받고, 조당에 들며 궁에 출입할 때 종종 배문덕을 마주하게 됨. 그러면서 제형은 문덕에 대해 점점 저도 모르게 이런저런 것들을 알게 되었음.
제형이 갖고 있는 문덕에 대한 첫인상은 사실 좋지 못했음. 목욕을 마치고 나와 물기어린 얼굴을 하고, 욕의가 얇아 달빛에 비쳐 다 드러난 몸선이 법사라기보다는 요괴에 더 가깝다는 인상을 주었음. 게다가 군주의 위엄 앞에서도 청산유수와 같은 말솜씨를 뽐내는 걸 보고 요사스러운 자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나라의 녹을 먹는 관원인데 아무리 태후의 명이라도 제 직무를 소홀히 하며 권력자의 사적인 일에 동원된 것을 꺼리지 않는 듯한 모습이 탐탁지 않았음. 그러나 궁에서 마주치는 문덕의 모습은 너무 반듯한 데다가, 간혹 요괴와의 전투에서 부상을 당한 채로 조회에 참여하는 모습은 제가 보기에도 안쓰러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할 일을 성실하게 하는 모습에 제형은 저도 모르게 문덕에게 마음이 쏠리게 됐음. 부친인 제국공이 전에 했던 문덕에 대한 칭찬도 떠오르면서, 제형은 문덕과 벗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됨. 그래서 제형은 예전에 받았던 옥패를 꺼내 문덕에게 살펴 달라고 하면서 친해져 볼 생각으로 즙요사를 방문했는데, 먼저 와서 문덕에게 치근덕대는 화무사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다 받아주고 있는 문덕을 보고 알 수 없는 서운함과 배신감에 말도 제대로 걸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고 말았음. 그리고 몇 날 며칠을 배문덕에 대한 생각으로 괴로워하다가 문득 깨닫겠지. 그리고는 온갖 귀한 선물을 문덕에게 보냄. 문덕은 왜 제국공부의 공자가 저한테 이런 선물을 보내는지 모르겠어서 퇴궐하는 제형을 붙잡고 즙요사로 초대함. 그리고 그때부터 제형은 옥패며 부적이며 조정의 일이며 즙요사에 관한 것까지 온갖 질문을 퍼부으며 매일같이 문덕을 찾아오게 됨.
그렇게 문덕은 공무 외에도 화무사와 제형의 방문, 황제의 부름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빠서 정신없겠지. 몸도 마음도 바쁘고 힘든데 그 와중에 모두에게 친절하고 성의를 다해서 대접하느라 저도 모르게 모두의 애정과 집요한 관심을 받는 문덕이.. 그렇게 한 발짝씩 늪으로 걸어들어가는 문덕이 좋다..
문덕이는 제가 뭘 했는지도 모른 채로 모두의 애정과 관심 속에서 서서히 말라가는 거 ㅂㄱㅅ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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