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게임 하다가 늘 그렇듯이 좋아하는 사람 있냐 이런 질문 나오는데 절대 이런자리에서 하는 게임에서 진실이나 속내 얘기 안 할 것 같던 행맨이 웬일로 발그레해진 볼 하고는 취해서 어...있어...하고 대답해서 다들 뒤집어지는거 보고싶다. 다들 뭐야뭐야뭐야 행맨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진짜 정말?? 하면서 테이블 두드리고 난리가 나는데 정작 행맨은 취해서 테이블 위로 쓰러짐. 하필 코요테 없어가지고 행맨 고삐 잡아줄 사람도 없고 말려줄 사람도 없고 뒤치다꺼리 해줄 사람도 없어서 곤란했는데 아까부터 묘하게 조용해진 루스터가 자기가 데려다 준다고 나섬. 나머지들이야 당연히 고맙고 거절할 이유도 없어서 그럼 둘이 잘가~ 하고 최소한의 의리로 택시 잡아줌.




루스터 행맨 들쳐업고 자기 관사로 돌아오는데 생각할수록 빡침. 자기는 언감생심 말도 제대로 못 붙여보고(행맨이 먼저 어그로 끌었다는건 생각 못 함) 생명의 은인인데 대접도 제대로 못 하고 있는데 뭐? 걔는 나 안 좋아해? 시발 굴러들어오는 복을 걷어차네 누군지는 몰라도 시발 행맨 눈에서 눈물 뽑으면 가만 안 둬 하면서 부들거리면서 행맨 침대에 내려놓음.
더운지 끙끙 거리면서 셔츠깃 잡아 뜯는데 루스터 워워 하면서 단추 하나씩 풀러줌. 안에 입은 이너 티셔츠만 남기고 위에 근무복은 벗겨서 잘 개어놓는데 뭐가 또 불만인지 끙끙거림. 목이 마른가 싶어서 물을 떠와서 어깨 살살 흔들면서 깨우는데 그러다가 딱 눈이 마주침. 초점 나간 초록색 눈이 몽롱하게 깜빡여서 홀린듯이 쳐다봄. 근데 행맨이 갑자기 베시시 웃는거임. 뭐야 얘 술주정 웃는거야? 그런거였어? 술 좀 많이 맥여볼걸 그랬나 하고 두근두근하고 쳐다보는데




"헤....루스터다아....."


하고 픽 픽 웃는거임 뭐야 왜 날 보고 이렇게 웃어? 얘 술주정이 사람 보고 웃는거야? 하면서 심란한 마음으로 침대 머리맡에 앉아서 물 컵 내밀어주는데 컵 받아들 생각은 안 하고 또 생글생글 웃고 있음. 진짜 보는 사람 심장 떨리는데 그런거 알지도 못 하면서 왜 이렇게 예쁘게 웃냐고....좀 억울할 지경임.



브래드쇼오오. 하고는 제 손 볼에 가져다대고는 눈 감고 따뜻하다 이러고 있는데 이젠 좀 울고 싶어짐. 맨 정신에 절대 하지 않을 행동 알콜 들어갔다고 해주는데 눈 앞에 누가 있는지 제대로 인식도 못 하고 있는것 같음. 브래드쇼, 루스터 부르면서 하는 행동이 평소랑 너무 매치가 안 되잖아. 아침에 일어나서 기억 나면 머리 쥐어뜯으면서 후회할텐데 제이크 행맨 세러신의 존엄을 위해서 지금이라도 말려줘야 하는거 아닌가 vs 이런 기회는 흔치 않다 즐길 수 있을 때 즐기자 두 자아 치열하게 싸우는데 결국 전자가 이김. 장난에 장단 맞춰줬다가 내일 다 기억하고 나면 그것도 이상함. 너 왜 나 안 말렸냐 하고 점수 깎이기 싫음.


"너 술주정 장난 아니다. 취하면 눈 앞에 있는게 누군지도 몰라보네."


동료의 선에서 최대한 할 수 있는 부드러운 제스처인 머리 쓰다듬기 좀 하다가 불 꺼주고 나가는데 루스터는 몰랐겠지 행맨 제정신 똑바로 박혀있고 취해서 발음은 좀 씹히는데 필름 끊기는 타입 아닌거. 술기운 빌려서 좀 치대봤는데 루스터 귀찮은 기색도 없이 물 가져다 주고 상의 벗겨주고 이불 덮어주고 머리 쓰다듬어 주고 불 꺼주고 다 해줘서 행맨 마음만 심란해짐.
둘이 서로 쌍방인데 몰라서 간 보느라 삽질만 더 커질듯




루스터행맨 루행 텔러파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