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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5 22:08
친구가 알려준 말에 백호가 직접 태웅이한테 가서 여우 너 어제, 그러니까... 여자랑 있었냐? 하고 물어보면 좋겠다. 그 사람과 바람을 폈다거나 각별한 사이거나 하는걸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그치만! 신경쓰이긴 하잖아. 근데 서태웅 강백호 얼굴 한번 보더니 그냥... 뭐... 애매하게 대답함. 이게 아닌데? 싶겠지. 뭐 동생이라던지 우연히 만난 팬이었다던지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는데 이건 대체 무슨 대답이야. 여자랑 있었던 건 맞아? 맞아. 허억! 당황한 백호는 뭔가 그 이상 묻지를 못했음. 서태웅이 뭐라고 대답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이 이상 가면 혹시 위험한건가? 수업 종이 마침 울렸음. 서태웅이 먼저 나중에 얘기하자고 백호를 보내고 책상에 엎드리면 좋겠다. 그리고 속으로 웃었으면.


이런거구나. 강백호가 질투해서 자기 앞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마조마 하고 있는 것이 썩 괜찮았음. 아깐 백호의 얼굴을 보자마자 가슴이 빠듯해 졌겠지. 퉁명스러움과 당혹과 걱정이 섞인 얼굴. 다시 떠올리는 게 즐거웠음. 여자라고 해서 처음엔 뭔가 했어. 그냥 길을 물어보길래 가르쳐준거 뿐인데. 그게 그렇게 이야기가 퍼져 뛰어오다니. 서태웅은 배부른 여우처럼 눈을 감았음. 보이지 않는 꼬리가 살랑거리는 거 같기도했어.

항상 질투하고 조바심 내는 건 본인이었겠지. 뭐 그리 친구가 많은지. 특히 그 양호열이라는 애는 강백호랑 어떤 사이길래 뭐만 하면 여긴 호열이랑 가봤고 저건 호열이랑 해봤대. 한번만 더 그놈 이름을 올리면 일대일 게임을 안해주겠다고 하니 입을 합 다문 건 좀 귀여웠음.

서태웅은 나중에 수업이 끝나 체육관에서 만나면 그때 말 해주면 되겠지 하고 있겠지. 강백호 울고불며 여우자식이 이젠 내가 싫은가봐 먹고 버리려는 건가봐 하며 갖은 오버를 떨면서 비련의 주인공 마냥 친구들을 구워 삶고 있는 거는 모르고 있었음. 나중에 삐진 강백호를 달래기 위해 되도않은 노력을 하는 서태웅을 볼 수 있어서 농구부만 신나하겠지.



태웅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