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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5 13:01
삼촌이라고 부르지만 어떤 관계도 없는 옆집 아저씨였음. 그렇지만 워낙 어릴때부터 알고 지냈고, 허니네 부모님이 맞벌이로 집을 비워야 하면 프리라이터 기자인 존햄이 대신 봐주고 했어서 허니에게 존햄은 진짜 삼촌이었어. 존햄도 허니를 친조카처럼 생각했고.

그 때문인지 커서도 고민거리가 생기면 허니는 존햄에게 제일 먼저 상담했지. 오늘 같은 일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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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래? 어... 저 삼촌은 잘 모르겠는데......"

썸인줄 알고 지냈던 애가 딴 애랑 데이트를 갔다는 얘기를 들은 존햄은 눈에 띄게 당황했지. 상담이라기에 성적이나 진학 문제일줄 알았지. 이런 거에는 문외한이나 다름 없는 존햄은 말을 더듬으며 허니의 눈치를 봤어. 뭐라 말해줘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자기의 반응이 사춘기 여자애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건 아닌지 걱정 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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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그럼 삼촌이 대신 해주면 안 될까? 삼촌이 일 끝나면 마중 갈 테니까 같이 집에 오고. 또 같이 맛있는 카페 가고. 아, 영화도 같이 보러 가고.

그, 그러니까 삼촌이랑 같이 하자.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삼촌이 같이 해줄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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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리는 거 아니구. 그냥 그런 별로인 애 때문에 속상해 하지 말았으면 해서 그래. 삼촌이 보기엔 허니가 아까우니까. 객, 객관적으로 말이야. 허니는 예쁘니까 금방 딴 애들도 다가올 거야. 어쩌면 그 애 때문에 못 다가왔던 걸지도 모르고. 그러니까 그동안은 삼촌이랑 기분 전환하자."

엄청 좋아했던 건 아닌데, 당황하면서도 진지하게 말하는 존햄이 좋고 놀리고 싶어 허니는 고개를 끄덕였지.

그리고 약속한 날. 허니는 나름 첫 데이트랍시고 예쁘게 입고 나타났지. 존햄도 평소 캐주얼한 옷차림이 아닌 면바지에 니트 차림으로 문앞에 마중나와 있었어. 그는 허니의 모습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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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네. 그럼 가볼까?"

존햄이 내민 손 위로 허니는 제 손을 얹었지. 그리고 그의 큰 손이 부드럽게 감싸는 걸 느끼며 살며시 웃었어. 나름 많이 컸다고 생각했는데 그에 비해선 여전히 멀은 것 같았거든.


시내에 새로 생긴 영화관까지 같이 걸으며, 둘은 곧 보게될 영화에 대해 얘기했어.

"인기 많은 거라 구하기 힘들었을 텐데."

"네가 좋아하는 감독이잖아. 얼마 전에 아는 사람이 취재하고 받았다고 해서 얻어왔어."

지나가는 얘기였을 텐데 그걸 기억하고 있단 게 더 놀라웠지.

영화관에 들어가 자리에 앉으려는데 존햄이 허니의 어깨를 잡았어.

"통로라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딪힐 수 있으니까 삼촌이랑 자리 바꿔 앉자."

그러더니 존햄은 잠깐 기다리란 말을 남긴 후 나갔다 왔어. 양손 가득 팝콘과 콜라를 들고서.

"너 좋아하는 게 뭔지 몰라서. 다음엔 그걸로 사올께."

그렇다고 오리지널 맛과 카라멜 맛 팝콘을 둘 다 사오나? 그것도 제일 큰 걸로. 서툴지만 허니는 그런 존햄이 좋았어.

"삼촌 우리 영화 끝나고 밥 먹자며. 배부르겠다."

"남겨도 되니까. 없으면 심심할 수도 있고. 그보다 허니 잠깐 있어봐."

존햄은 겉옷을 벗어 허니의 무릎 위로 덮어주었지.

"영화관이 에어컨을 세게 트네. 감기 걸릴까봐."

살짝 말려 올라간 치마 때문인 걸 아는데. 뻔히 보이는 거짓말도 싫지 않았어.

영화를 보는 내내 허니는 영화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인데도 자꾸만 그에게 눈길이 향했지. 그러다 시선을 느꼈는지 존햄이 고개를 틀어 눈을 맞춰 왔을 때. 그리고 자신을 보며 싱긋 웃어줄 때. 그 순간 허니는 생각했어. 앞으로도 그와 같이 영화를 보고 싶다고.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조명이 환하게 커졌지만, 허니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어. 일어나는게 왠지 너무 아쉽게 느껴졌지.

"영화 좋았지? 다음에 VOD나오면 같이 보자."

다음이 있단 말에 허니는 가슴 속이 뭉글하게 끓어오르는 것 같았어.

"계단 조심해."

존햄의 손을 잡고 내려가다 허니는 멈췄어.

"그 애랑 안 봐서 다행이야. 삼촌이랑 같이 보길 잘했어."

"그래? 그렇게 좋았다니 다행이네."

다른 사람 같은 건 이제 필요없어.

"또 같이 보러오자. 이제 곧 블록버스터 영화들 많이 나온다는데 그것도 재밌을 것 같아."

"알았어. 삼촌이 시간 내볼께."

"삼촌은 연애할 생각 없어?"

"글쎄. 삼촌이 일 외에는 좀 별로라. 아마도 당분간은 힘들지 않을까?"

그 말에 허니는 안도했어. 아직 자신에게 시간이 있다는 말처럼 들렸거든.

그에게 좋은 사람이 나타나질 않기를. 그리고 언젠가 지금 자라나는 이 마음을 그가 온전히 받아줄 수 있을 있기를...

그의 손을 잡고 뒤따라 걸으며 허니는 간절히 바랐지.




존햄 너붕붕

자각없이 다정한 존햄 삼촌이랑, 짝사랑이자 첫사랑을 하게 되는 허니 bgs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