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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1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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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밀이 그것을 집어들자 얼음처럼 차가운 기운이 손가락에 번졌다.
그것은 그녀의 손에 들어왔고 떠났던 물건이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다.
수선자가 아니라 이게 도대체 어떤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뒷목이 서늘했다.
허밀은 일단 옥을 소매에 집어넣었다. 이것은 여인이 제게 주는 실마리다. 지금까지 겪은 그 모든 일의 원인을 찾을지도 모르는 실마리.
그리고 허밀을 그 실마리를 쫒아가고 싶었다.
번개가 그치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이 왔구나.
허밀은 그제서야 마음이 놓이면서 몹시 피곤해졌다.
몸이 금방이라도 쓰러질것 같아 자리에 앉아 벽에 몸을 기댔다. 잡을것이 없어 허우적거리던 손이 힘을 잃었다.
젖은 몸이 식으면서 온기를 뺏어가 절로 손발이 떨렸다.
몸상태는 놀라울만큼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너무나 빠른 변화에 허밀 자신도 놀랄만큼, 가슴은 답답하고 등에서는 식은땀이 나는 가운데 온몸의 피는 제멋대로 돌아다니는지 정신을 차릴수 없었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가운게 누군가 그녀를 일으켜주려고 했다. 하디만 조금의 힘도 들어오지 않았다.
겨우 보이는건 하얀 소매. 다년간의 경험으로 수놓은 구름무늬가 작고 조밀한것이 아주 정교하다는 건 보였다.
등을 넓고 부드러운 손이 다가와 쓸어준다.
허밀은 속에서 구역질이 올라와 입을 가렸다.
크게 두어번 기침하는데 순간 무언가 불같은것이 목구멍에서 치밀어 오르더니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새빨간 피가 튀어나왔다.
새하얀 소매에 마치 붉은 꽃잎이 떨어진듯 핏방울이 떨어졌다. 한방울 한방울마다 진짜 꽃잎마냥 달콤한 향기를 풍겼다.
오래도록 억눌린 형질은 기회를 피어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런데 만개한 향을 도로 억누르려 하니 좋지않은 몸상태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형질에 반발이 일어난 것이다.
새벽중의 호된 몸살로 끝나던 반발은 이젠 내상을 입혔다. 허밀은 가슴을 쥐여잡고 다시 핏방울을 뱉었다. 푸르고 흰 구름이 붉게 물들었다
그 후 그녀의 기억은 끊겼다. 겨우 눈이 떠질때는 주변이 소란스럽고 눈앞의 사람이 바뀌었다. 가슴은 찟어질듯 아플때마다 기침이 자꾸 일어났다.
누군가 그녀를 품에 안고 걷는다는게 느껴졌다.
문득 연등축제때 춥고 외롭게 생사를 오고가던 저를 구해준 이인가 싶었지만, 시원하고 부드러운 향이 느껴지고 뺨에 닿은 심장고동이 꽤나 빠른걸 보아 다른 사람인듯 했다.
허밀은 저도 모르게 실망했다.
떠다니는 먼지처럼 가볍디 가벼운 마음이었고, 손짓과 시간에 쉬이 흩어지는 상념이기에 허밀은 그저 모든 고통과 시름이 흘러가게 두었다.
허밀은 복잡한 시장에 있었다. 가을쯤인가.
찬바람 사이로 붉은 등불이 흔들리고 사람들은 그녀를 허깨비 보듯 지나쳐간다. 모든게 흐릿하다.
허밀은 낡은 소맷단에 팔꿈치에 기운 자국이 가득한 옷을 입은 평소대로 시장을 걸었다. 그렇게 허밀은 걷고 걷다 한무리의 사람들을 보았다.
북과 피리소리가 들렸고 쟁반을 두드리는 소리도 났다. 궁금해져서 가까이 다가가니 한창 연극이 펼쳐지고 있었다.
창백하게 분칠하고 온통 검고 붉은것이 무섭게 화장한 남자 장군이 검을 들고 노래했다.
-비단소매에 가린 미인의 붉은 뺨
-그것 참 곱기도 해라
-깊은 규방의 주렴 너머 향기는
-담장너머 예까지 오건만
-애타는 마음은 닿지 않으니
-사내의 가슴은 타들어가는구나
-불에 데이고 칼에 베인듯
-애간장이 녹아 잠도 오지않네
-천리마를 타고 달려도
-미인의 마음에 닿지 않고
-밝은 달아래 금 소리 홀로 쓸쓸하네
-촛불이 재가 되고
-눈물조차 마르면
-화촉을 피우고 홍등을 올려
-향기만 내는 그대와 다시 만날까
-그댈 위해 검을 들어
-옥을 깨고 비단을 태우니
-담장너머 주렴속에서
-그대 부디 돌아오소서
검이 용처럼 춤을 추었다. 박수소리와 북소리가 커지고 쟁 소리는 깨질듯 했다. 검은 소매가 바람처럼 휘날렸고 환호성은 높아졌다.
사내의 얼굴은 주름살같은 화장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허밀은 그 배우와 눈이 마주쳤다. 무시무시한 눈이었다.
허밀은 도망치고 싶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사내가 검무를 이어가며 계속 노래했다. 사람들이 호응했다.
-어서 돌아오소서.
-어서!
-어서 돌아오소서.
-어서!
-어서 돌아오소서!
애원으로 부르는 재촉이 아닌 광기에 찬 호령이었다.
누구를 그리 겁박하는지. 오던 이도 도망갈것 같았다.
한편 무대에는 새로운 배우들이 들어왔다. 각양각색의 여자들은 모두 흰 얼굴에 흰 옷을 입고 하얀 연꽃을 품에 가득 안고 있었다. 허밀은 그중 가장 마지막에 들어오는 여자를 보고 깜짝놀랐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백옥같이 하얀데 표정 또한 백옥같이 아무런 상념도 없었다. 그녀는...
-그대만 돌아온다면
-강산의 꽃을 모두 뽑고
-산을 깎고 바다를 메워
-천하를 거스르고 더럽힐테니
높이 치켜든 검이 날아가며 여자들을 베어넘겼다. 비명이 북과 피리소리에 묻혔다.
한 소절, 한 소절을 할때마다 쓰러진 여자들의 시체로 무대가 가득했다. 이제 살아남은 여자는 한명뿐이었다.
검이 마지막 여자의 가슴에 정확히 찔렀다. 피가 흰 옷을 붉게 물들였다. 연꽃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말았다.
어느세 관객은 사라지고 무대는 피범벅이었다.
검에 찔린 여인은 한숨처럼 속삭였다. 소리가 작았지만 꼭 귓가에 귀신이 바로 속삭이듯 들려왔다.
-무상한 시간이 흘렀는데
-여름 연꽃은 무성하네
-그 향기 아무리 좋아도
-진흙과 시간에 묻혀 흩어지네
-물길따라 언제 다시 만나려나
-깊은 산중의 냇물은 끊겼구나
-깨진 옥은 하나 될 수 없고
-흩어진 향기는 돌아오지 않네
이 끔찍하고 이상한 극은 끝날 기미가 없었다. 허밀은 어느세 무대위에 올라와있었다. 핏방울이 튀어 더욱 흉한 분장이 된 사내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
분명 허밀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쳐야 했다. 하지만 몸이 묶인듯 꼼짝하지 않는다.
다가오는 검이 번뜩, 하늘위로 올라가고 벼락같은 빛이 반짝이며 허밀은 잠에서 깨어났다.
허밀이 그것을 집어들자 얼음처럼 차가운 기운이 손가락에 번졌다.
그것은 그녀의 손에 들어왔고 떠났던 물건이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다.
수선자가 아니라 이게 도대체 어떤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뒷목이 서늘했다.
허밀은 일단 옥을 소매에 집어넣었다. 이것은 여인이 제게 주는 실마리다. 지금까지 겪은 그 모든 일의 원인을 찾을지도 모르는 실마리.
그리고 허밀을 그 실마리를 쫒아가고 싶었다.
번개가 그치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이 왔구나.
허밀은 그제서야 마음이 놓이면서 몹시 피곤해졌다.
몸이 금방이라도 쓰러질것 같아 자리에 앉아 벽에 몸을 기댔다. 잡을것이 없어 허우적거리던 손이 힘을 잃었다.
젖은 몸이 식으면서 온기를 뺏어가 절로 손발이 떨렸다.
몸상태는 놀라울만큼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너무나 빠른 변화에 허밀 자신도 놀랄만큼, 가슴은 답답하고 등에서는 식은땀이 나는 가운데 온몸의 피는 제멋대로 돌아다니는지 정신을 차릴수 없었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가운게 누군가 그녀를 일으켜주려고 했다. 하디만 조금의 힘도 들어오지 않았다.
겨우 보이는건 하얀 소매. 다년간의 경험으로 수놓은 구름무늬가 작고 조밀한것이 아주 정교하다는 건 보였다.
등을 넓고 부드러운 손이 다가와 쓸어준다.
허밀은 속에서 구역질이 올라와 입을 가렸다.
크게 두어번 기침하는데 순간 무언가 불같은것이 목구멍에서 치밀어 오르더니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새빨간 피가 튀어나왔다.
새하얀 소매에 마치 붉은 꽃잎이 떨어진듯 핏방울이 떨어졌다. 한방울 한방울마다 진짜 꽃잎마냥 달콤한 향기를 풍겼다.
오래도록 억눌린 형질은 기회를 피어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런데 만개한 향을 도로 억누르려 하니 좋지않은 몸상태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형질에 반발이 일어난 것이다.
새벽중의 호된 몸살로 끝나던 반발은 이젠 내상을 입혔다. 허밀은 가슴을 쥐여잡고 다시 핏방울을 뱉었다. 푸르고 흰 구름이 붉게 물들었다
그 후 그녀의 기억은 끊겼다. 겨우 눈이 떠질때는 주변이 소란스럽고 눈앞의 사람이 바뀌었다. 가슴은 찟어질듯 아플때마다 기침이 자꾸 일어났다.
누군가 그녀를 품에 안고 걷는다는게 느껴졌다.
문득 연등축제때 춥고 외롭게 생사를 오고가던 저를 구해준 이인가 싶었지만, 시원하고 부드러운 향이 느껴지고 뺨에 닿은 심장고동이 꽤나 빠른걸 보아 다른 사람인듯 했다.
허밀은 저도 모르게 실망했다.
떠다니는 먼지처럼 가볍디 가벼운 마음이었고, 손짓과 시간에 쉬이 흩어지는 상념이기에 허밀은 그저 모든 고통과 시름이 흘러가게 두었다.
허밀은 복잡한 시장에 있었다. 가을쯤인가.
찬바람 사이로 붉은 등불이 흔들리고 사람들은 그녀를 허깨비 보듯 지나쳐간다. 모든게 흐릿하다.
허밀은 낡은 소맷단에 팔꿈치에 기운 자국이 가득한 옷을 입은 평소대로 시장을 걸었다. 그렇게 허밀은 걷고 걷다 한무리의 사람들을 보았다.
북과 피리소리가 들렸고 쟁반을 두드리는 소리도 났다. 궁금해져서 가까이 다가가니 한창 연극이 펼쳐지고 있었다.
창백하게 분칠하고 온통 검고 붉은것이 무섭게 화장한 남자 장군이 검을 들고 노래했다.
-비단소매에 가린 미인의 붉은 뺨
-그것 참 곱기도 해라
-깊은 규방의 주렴 너머 향기는
-담장너머 예까지 오건만
-애타는 마음은 닿지 않으니
-사내의 가슴은 타들어가는구나
-불에 데이고 칼에 베인듯
-애간장이 녹아 잠도 오지않네
-천리마를 타고 달려도
-미인의 마음에 닿지 않고
-밝은 달아래 금 소리 홀로 쓸쓸하네
-촛불이 재가 되고
-눈물조차 마르면
-화촉을 피우고 홍등을 올려
-향기만 내는 그대와 다시 만날까
-그댈 위해 검을 들어
-옥을 깨고 비단을 태우니
-담장너머 주렴속에서
-그대 부디 돌아오소서
검이 용처럼 춤을 추었다. 박수소리와 북소리가 커지고 쟁 소리는 깨질듯 했다. 검은 소매가 바람처럼 휘날렸고 환호성은 높아졌다.
사내의 얼굴은 주름살같은 화장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허밀은 그 배우와 눈이 마주쳤다. 무시무시한 눈이었다.
허밀은 도망치고 싶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사내가 검무를 이어가며 계속 노래했다. 사람들이 호응했다.
-어서 돌아오소서.
-어서!
-어서 돌아오소서.
-어서!
-어서 돌아오소서!
애원으로 부르는 재촉이 아닌 광기에 찬 호령이었다.
누구를 그리 겁박하는지. 오던 이도 도망갈것 같았다.
한편 무대에는 새로운 배우들이 들어왔다. 각양각색의 여자들은 모두 흰 얼굴에 흰 옷을 입고 하얀 연꽃을 품에 가득 안고 있었다. 허밀은 그중 가장 마지막에 들어오는 여자를 보고 깜짝놀랐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백옥같이 하얀데 표정 또한 백옥같이 아무런 상념도 없었다. 그녀는...
-그대만 돌아온다면
-강산의 꽃을 모두 뽑고
-산을 깎고 바다를 메워
-천하를 거스르고 더럽힐테니
높이 치켜든 검이 날아가며 여자들을 베어넘겼다. 비명이 북과 피리소리에 묻혔다.
한 소절, 한 소절을 할때마다 쓰러진 여자들의 시체로 무대가 가득했다. 이제 살아남은 여자는 한명뿐이었다.
검이 마지막 여자의 가슴에 정확히 찔렀다. 피가 흰 옷을 붉게 물들였다. 연꽃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말았다.
어느세 관객은 사라지고 무대는 피범벅이었다.
검에 찔린 여인은 한숨처럼 속삭였다. 소리가 작았지만 꼭 귓가에 귀신이 바로 속삭이듯 들려왔다.
-무상한 시간이 흘렀는데
-여름 연꽃은 무성하네
-그 향기 아무리 좋아도
-진흙과 시간에 묻혀 흩어지네
-물길따라 언제 다시 만나려나
-깊은 산중의 냇물은 끊겼구나
-깨진 옥은 하나 될 수 없고
-흩어진 향기는 돌아오지 않네
이 끔찍하고 이상한 극은 끝날 기미가 없었다. 허밀은 어느세 무대위에 올라와있었다. 핏방울이 튀어 더욱 흉한 분장이 된 사내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
분명 허밀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쳐야 했다. 하지만 몸이 묶인듯 꼼짝하지 않는다.
다가오는 검이 번뜩, 하늘위로 올라가고 벼락같은 빛이 반짝이며 허밀은 잠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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