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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4 20:46
향밀안봤음 노잼 캐붕 오타 띄어쓰기 맞춤법 소설체 퇴고안함 급전개 모두 ㅈㅇ
전전전편 https://hygall.com/512553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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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https://hygall.com/513382617
“안녕!”
“안녕”
월요일 아침부터 골골대던 학생들의 시선이 일순간 한 곳으로 집중되었다. 모두 같은 생각에 빠진 채였다. 방금 욱봉, 쟤가 인사 받아준 거야? ... 에이, 설마- 그들은 자신이 헛것을 본 것이라 판단하려 했다. 욱봉이 누구인가. 지난 이주 간 전학생의 인사를 대차게 씹어 먹은 개싸가지 아닌가. 그러나 전학생의 다음 행동이 헛것이 아님을 나타냈다.
“... 욱봉이 너 지금 내 인사 받아준 거야...?”
전학생이 감격에 젖어 입을 틀어막았다. 이주 만에 내 인사를 받아주다니. 이건 기적이야! 전학생이 욱봉의 자리를 뱅뱅 맴도는 게, 호들갑도 그런 호들갑이 없었다. 학생들은 결국 한소리를 하고 마는 욱봉과 그럼에도 방실거리는 전학생을 번갈아보며 생각했다. 저 두 사람, 뭐야?
그건 뒤늦게 반에 들어서던 고상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침잠이 많아 거의 잠결에 걷던 고상이 눈을 부릅떴다. 고상은 이 상황의 진위를 알 수 없어 자신의 볼을 꼬집어보았다. 힘 조절을 실패한 탓에 더럽게 아프기만 했다. 그럼 이게 진짜라고? 고상은 고심하다가 결론을 도출했다. 사람이 갑자기 변했다면 답은 이것뿐이다.
“욱봉, 너 곧 죽어?”
“아침부터 뭔 소리야.”
“그게 아니면 왜 갑자기 사회화된 인간처럼 굴어? 너 방금 강징 인사 받았잖아. 그렇게 개무시를 하더니.”
고상은 봐버렸다. 욱봉이 두근거림을 숨기지 못하는 전학생을 힐끔 살핀 후 귀가 불그스름해진 것을. 욱봉과 거의 친남매처럼 큰 고상에게는 아주 소름끼치고, 기겁할 만한 광경이었다. 얘네 뭐야? 대체 뭐야?! 입을 떡 벌린 채 두 사람을 번갈아보던 고상을 향해 욱봉이 말했다.
“친구하기로 했거든.”
친구. 욱봉의 입에서 나온 그 단어는 반을 경악에 빠뜨리기 충분했으며, 오직 전학생만이 희희낙락거렸다.
오전 내내 자신의 짝과 뒷자리 놈의 상관관계를 고심하던 고상은 한계에 도달해버렸다. 자의는 아니었지만, 인간관계를 조지고 살던 인간이 하루아침에 친구를 사귄 것만으로도 놀랄 일인데, 지금은 무려 식당에서 합석까지 하고 있었다. 약 11년 동안 혼자 밥 먹던 놈이! 죽을병 걸린 것도 아니라면서! 호기심 따위 못 참는 고상은 이 두 사람의 관계를 파헤쳐야만 속이 풀릴 것 같았다. 그래서 원래도 두꺼운 낯짝에 철판을 깔기로 마음먹었다.
“강징, 너 욱봉을 대체 어떻게 구워삶은 거야?”
고상이 자신의 옆에서 한창 밥을 먹고 있던 전학생에게 물었다. 전학생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상이 젓가락으로 전학생의 앞에 앉은 욱봉을 콕콕 가리켰다. 예절을 밥 말아먹은 행동에 욱봉이 낯을 구겼지만 제 알 바 아니었다.
“쟤는 원래 혼자 밥 먹거든. 내가 몇 번을 같이 먹자고 했는데도 다 씹었어. 싸가지 없는 새끼.”
“지는.”
고상이 눈매를 치켜떴다. 콱. 젓가락으로 찌르는 시늉을 하자 욱봉도 참지 않고 숟가락을 휘두르는 시늉을 했다. 전학생을 살필 때의 신중은 전혀 찾을 수 없는, 모두가 익히 아는 욱봉의 모습이었다. 두 사람의 공기 중 대결을 말리기 위해 전학생이 대답했다.
“어제 내가 욱봉한테 친해지고 싶다고 했어.”
“고작 그걸로 쟤가 이런다고?”
흐음. 고상이 의심 가득한 눈으로 욱봉을 훑었다. 욱봉은 아무렇지 않은 듯 했지만, 고상의 눈에는 보였다. 욱봉은 전학생의 말에 수줍어하고 있었다. 살다 살다 쟤가 저러는 꼴을 다 보네. 어휴, 징그러워. 고상은 원하는 대답을 확실히 얻지 못했음에도 오늘은 그만하기로 했다. 캐내려 해봤자 얘들은 똑같은 이야기만 할 게 뻔했다.
“어쨌거나, 내기한 애들만 아쉽게 됐네.”
“내기? 무슨 내기?”
“3학년 애들이 너네 가지고 내기했거든. 욱봉이 강징의 인사를 받아줄 것인가, 아닌가.”
“진짜? 왜 난 몰랐지?”
사람과 담 쌓은 욱봉이야 둘째 치고, 모두와 잘 어울리는 전학생마저 처음 듣는 것이었다. 고상은 별 거 아니라는 식으로 뱉었다.
“그야- 당사자가 알면 재미없잖아.”
“너도 했어?”
“물론이지. 나 그런 거 완전 좋아해.”
“어디 걸었는데?”
“난 당연히-”
전학생이 마치 주인을 올려다보는 강아지 마냥 반짝거리는 시선으로 답을 기대했다. 이 주제에 아무 관심 없는 듯 밥에 집중한 욱봉을 본 고상이 당당히 말했다.
“안 받아 준다에 걸었지.”
“에이...”
“실망하지 마. 거의 다 그쪽에 걸었으니까.”
“너무해.”
“누가 알았겠냐고. 욱봉이 너한테 항복할 줄. 그것도 이렇게 빨리.”
그 말이 기분 좋은지 전학생이 싱글거렸다. 누구 씨와 확연히 비교될 정도로 화사한 웃음이었다. 고상은 그런 전학생을 곁눈질하는 욱봉을 보며 생각했다. 무슨 일이 있었건 욱봉이 벽을 허물어서 다행이라고.
2주에 한 번, 술이 들어오는 날이면 욱봉은 술 나르기에 여념이 없어 그날만큼은 공부를 하지 못했다. 때문에 욱봉은 학교를 마치기 직전 전학생에게 통보했다. 오늘은 공부 못할 것 같으니까 오지 마. 분명 전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당연히 슈퍼에 없을 줄 알았는데.
“욱봉이 왔냐.”
“왔어?”
슈퍼 아저씨와 전학생이 나란히 욱봉을 반겼다. 끈질긴 건 알았지만 제멋대로인 건 또 처음 알아서, 머리를 짚은 욱봉에게 전학생이 당당하게 말했다.
“손님으로 온 거니까 쫓아내지 마!”
손님으로 왔다던 이는 과자를 몇 개 사더니 슈퍼에 눌러 앉았고, 결국 욱봉은 전학생과 함께 술을 받았다. 돕겠다며 팔을 걷어붙인 전학생은 트레이를 요령 없이 옮겼다. 펜션에서 산다고 할 때부터 알아보긴 했지만 이런 잡일을 전혀 안 해본 티가 났다. 한 번에 트레이를 두 개씩 옮기는 욱봉의 곁에서 전학생이 트레이 한 개를 힘겹게 옮겼다. 가만있으라니까. 몇 번이나 말했음에도 전학생은 굴하지 않았다. 덕분에 빨리 끝나긴 했다. 전학생이 너무 끙끙거려서 문제지.
“괜찮아?”
욱봉은 전학생의 팔을 주물렀다. 근육통이 처음이라던 전학생이 앓는 소리를 냈다. 왜 사서 고생을 해. 욱봉의 잔소리에 전학생이 눈을 예쁘게 접었다. 그래도 재밌었어. 얼씨구. 아주 자원봉사 납셨네. 그 말을 뱉는 대신 욱봉은 슈퍼 구석에 처박혀있던 파스를 가져와 뿌렸다. 전학생이 코를 막으며 외쳤다. 냄새 이상해! 아닌 척 하면서도 걱정스레 전학생을 보던 욱봉은 작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두 사람은 오늘 공부를 접었다. 만난 지 이주 만에 처음으로 두 사람은 공부 외의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과자를 나눠먹고, 라디오를 틀고, 슈퍼 안쪽에 있는 구식 텔레비전의 몇 개 없는 채널을 돌리고. 그러다 오후 10시가 되자 전학생은 시간을 보지 못한 것처럼 딴청을 피웠다. 집에 가기 싫다는 티가 명백했다. 욱봉은 잠시 고민했으나 오늘만큼은 전학생이 원하는 대로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가라고 안 할게.”
그렇게 오늘도 욱봉은 전학생을 데려다주었다. 어두운 하늘에 뜬 선명한 달과, 달빛을 반사하는 아름다운 연화호, 그리고 고요 속에서 종알대는 전학생. 이 세 가지의 조합이 평온을 이끌었다. 문득 욱봉은 어느샌가 전학생이 귀찮지 않음을 깨달았다. 오히려 함께 있으면 즐겁다. 그건 제 인생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감정이었다. 그래서일까?
“데려다줘서 고마워. 잘 가.”
펜션 앞에 다다라 인사하는 전학생을 향해 욱봉은 약간의 용기를 내었다.
“잘 자. 강징.”
욱봉이 처음으로 부른 제 이름에 전학생, 강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금 뭐라고 했어?
“잘 자라고.”
“그 다음에!”
“... 강징.”
“한 번만 더 불러줘.”
“강징.”
“한 번만 더.”
“강징.”
강징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입을 틀어막고, 오두방정을 떨었다. 욱봉은 그의 이름을 몇 번이나 더 불러줘야 했다. 번거로운 일이지만, 싫지 않았다. 아마 강징이 설레어하는 게 뻔히 보였기 때문이겠지.
“이제 들어가.”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 강징.”
강징이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웃었다. 어느 누구도 그에게 반할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미소였다. 자신도 모르게 넋을 놓고 있던 욱봉은 마지막 인사말에 정신을 차렸다. 조심히 가, 욱봉. 강징이 여느 때처럼 손을 나풀나풀 흔들었다. 조금 빠르게 흔들리는 강징의 손을 따라 욱봉의 심장도 조금 빠르게 뛰었다.
욱봉강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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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안녕”
월요일 아침부터 골골대던 학생들의 시선이 일순간 한 곳으로 집중되었다. 모두 같은 생각에 빠진 채였다. 방금 욱봉, 쟤가 인사 받아준 거야? ... 에이, 설마- 그들은 자신이 헛것을 본 것이라 판단하려 했다. 욱봉이 누구인가. 지난 이주 간 전학생의 인사를 대차게 씹어 먹은 개싸가지 아닌가. 그러나 전학생의 다음 행동이 헛것이 아님을 나타냈다.
“... 욱봉이 너 지금 내 인사 받아준 거야...?”
전학생이 감격에 젖어 입을 틀어막았다. 이주 만에 내 인사를 받아주다니. 이건 기적이야! 전학생이 욱봉의 자리를 뱅뱅 맴도는 게, 호들갑도 그런 호들갑이 없었다. 학생들은 결국 한소리를 하고 마는 욱봉과 그럼에도 방실거리는 전학생을 번갈아보며 생각했다. 저 두 사람, 뭐야?
그건 뒤늦게 반에 들어서던 고상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침잠이 많아 거의 잠결에 걷던 고상이 눈을 부릅떴다. 고상은 이 상황의 진위를 알 수 없어 자신의 볼을 꼬집어보았다. 힘 조절을 실패한 탓에 더럽게 아프기만 했다. 그럼 이게 진짜라고? 고상은 고심하다가 결론을 도출했다. 사람이 갑자기 변했다면 답은 이것뿐이다.
“욱봉, 너 곧 죽어?”
“아침부터 뭔 소리야.”
“그게 아니면 왜 갑자기 사회화된 인간처럼 굴어? 너 방금 강징 인사 받았잖아. 그렇게 개무시를 하더니.”
고상은 봐버렸다. 욱봉이 두근거림을 숨기지 못하는 전학생을 힐끔 살핀 후 귀가 불그스름해진 것을. 욱봉과 거의 친남매처럼 큰 고상에게는 아주 소름끼치고, 기겁할 만한 광경이었다. 얘네 뭐야? 대체 뭐야?! 입을 떡 벌린 채 두 사람을 번갈아보던 고상을 향해 욱봉이 말했다.
“친구하기로 했거든.”
친구. 욱봉의 입에서 나온 그 단어는 반을 경악에 빠뜨리기 충분했으며, 오직 전학생만이 희희낙락거렸다.
오전 내내 자신의 짝과 뒷자리 놈의 상관관계를 고심하던 고상은 한계에 도달해버렸다. 자의는 아니었지만, 인간관계를 조지고 살던 인간이 하루아침에 친구를 사귄 것만으로도 놀랄 일인데, 지금은 무려 식당에서 합석까지 하고 있었다. 약 11년 동안 혼자 밥 먹던 놈이! 죽을병 걸린 것도 아니라면서! 호기심 따위 못 참는 고상은 이 두 사람의 관계를 파헤쳐야만 속이 풀릴 것 같았다. 그래서 원래도 두꺼운 낯짝에 철판을 깔기로 마음먹었다.
“강징, 너 욱봉을 대체 어떻게 구워삶은 거야?”
고상이 자신의 옆에서 한창 밥을 먹고 있던 전학생에게 물었다. 전학생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상이 젓가락으로 전학생의 앞에 앉은 욱봉을 콕콕 가리켰다. 예절을 밥 말아먹은 행동에 욱봉이 낯을 구겼지만 제 알 바 아니었다.
“쟤는 원래 혼자 밥 먹거든. 내가 몇 번을 같이 먹자고 했는데도 다 씹었어. 싸가지 없는 새끼.”
“지는.”
고상이 눈매를 치켜떴다. 콱. 젓가락으로 찌르는 시늉을 하자 욱봉도 참지 않고 숟가락을 휘두르는 시늉을 했다. 전학생을 살필 때의 신중은 전혀 찾을 수 없는, 모두가 익히 아는 욱봉의 모습이었다. 두 사람의 공기 중 대결을 말리기 위해 전학생이 대답했다.
“어제 내가 욱봉한테 친해지고 싶다고 했어.”
“고작 그걸로 쟤가 이런다고?”
흐음. 고상이 의심 가득한 눈으로 욱봉을 훑었다. 욱봉은 아무렇지 않은 듯 했지만, 고상의 눈에는 보였다. 욱봉은 전학생의 말에 수줍어하고 있었다. 살다 살다 쟤가 저러는 꼴을 다 보네. 어휴, 징그러워. 고상은 원하는 대답을 확실히 얻지 못했음에도 오늘은 그만하기로 했다. 캐내려 해봤자 얘들은 똑같은 이야기만 할 게 뻔했다.
“어쨌거나, 내기한 애들만 아쉽게 됐네.”
“내기? 무슨 내기?”
“3학년 애들이 너네 가지고 내기했거든. 욱봉이 강징의 인사를 받아줄 것인가, 아닌가.”
“진짜? 왜 난 몰랐지?”
사람과 담 쌓은 욱봉이야 둘째 치고, 모두와 잘 어울리는 전학생마저 처음 듣는 것이었다. 고상은 별 거 아니라는 식으로 뱉었다.
“그야- 당사자가 알면 재미없잖아.”
“너도 했어?”
“물론이지. 나 그런 거 완전 좋아해.”
“어디 걸었는데?”
“난 당연히-”
전학생이 마치 주인을 올려다보는 강아지 마냥 반짝거리는 시선으로 답을 기대했다. 이 주제에 아무 관심 없는 듯 밥에 집중한 욱봉을 본 고상이 당당히 말했다.
“안 받아 준다에 걸었지.”
“에이...”
“실망하지 마. 거의 다 그쪽에 걸었으니까.”
“너무해.”
“누가 알았겠냐고. 욱봉이 너한테 항복할 줄. 그것도 이렇게 빨리.”
그 말이 기분 좋은지 전학생이 싱글거렸다. 누구 씨와 확연히 비교될 정도로 화사한 웃음이었다. 고상은 그런 전학생을 곁눈질하는 욱봉을 보며 생각했다. 무슨 일이 있었건 욱봉이 벽을 허물어서 다행이라고.
2주에 한 번, 술이 들어오는 날이면 욱봉은 술 나르기에 여념이 없어 그날만큼은 공부를 하지 못했다. 때문에 욱봉은 학교를 마치기 직전 전학생에게 통보했다. 오늘은 공부 못할 것 같으니까 오지 마. 분명 전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당연히 슈퍼에 없을 줄 알았는데.
“욱봉이 왔냐.”
“왔어?”
슈퍼 아저씨와 전학생이 나란히 욱봉을 반겼다. 끈질긴 건 알았지만 제멋대로인 건 또 처음 알아서, 머리를 짚은 욱봉에게 전학생이 당당하게 말했다.
“손님으로 온 거니까 쫓아내지 마!”
손님으로 왔다던 이는 과자를 몇 개 사더니 슈퍼에 눌러 앉았고, 결국 욱봉은 전학생과 함께 술을 받았다. 돕겠다며 팔을 걷어붙인 전학생은 트레이를 요령 없이 옮겼다. 펜션에서 산다고 할 때부터 알아보긴 했지만 이런 잡일을 전혀 안 해본 티가 났다. 한 번에 트레이를 두 개씩 옮기는 욱봉의 곁에서 전학생이 트레이 한 개를 힘겹게 옮겼다. 가만있으라니까. 몇 번이나 말했음에도 전학생은 굴하지 않았다. 덕분에 빨리 끝나긴 했다. 전학생이 너무 끙끙거려서 문제지.
“괜찮아?”
욱봉은 전학생의 팔을 주물렀다. 근육통이 처음이라던 전학생이 앓는 소리를 냈다. 왜 사서 고생을 해. 욱봉의 잔소리에 전학생이 눈을 예쁘게 접었다. 그래도 재밌었어. 얼씨구. 아주 자원봉사 납셨네. 그 말을 뱉는 대신 욱봉은 슈퍼 구석에 처박혀있던 파스를 가져와 뿌렸다. 전학생이 코를 막으며 외쳤다. 냄새 이상해! 아닌 척 하면서도 걱정스레 전학생을 보던 욱봉은 작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두 사람은 오늘 공부를 접었다. 만난 지 이주 만에 처음으로 두 사람은 공부 외의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과자를 나눠먹고, 라디오를 틀고, 슈퍼 안쪽에 있는 구식 텔레비전의 몇 개 없는 채널을 돌리고. 그러다 오후 10시가 되자 전학생은 시간을 보지 못한 것처럼 딴청을 피웠다. 집에 가기 싫다는 티가 명백했다. 욱봉은 잠시 고민했으나 오늘만큼은 전학생이 원하는 대로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가라고 안 할게.”
그렇게 오늘도 욱봉은 전학생을 데려다주었다. 어두운 하늘에 뜬 선명한 달과, 달빛을 반사하는 아름다운 연화호, 그리고 고요 속에서 종알대는 전학생. 이 세 가지의 조합이 평온을 이끌었다. 문득 욱봉은 어느샌가 전학생이 귀찮지 않음을 깨달았다. 오히려 함께 있으면 즐겁다. 그건 제 인생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감정이었다. 그래서일까?
“데려다줘서 고마워. 잘 가.”
펜션 앞에 다다라 인사하는 전학생을 향해 욱봉은 약간의 용기를 내었다.
“잘 자. 강징.”
욱봉이 처음으로 부른 제 이름에 전학생, 강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금 뭐라고 했어?
“잘 자라고.”
“그 다음에!”
“... 강징.”
“한 번만 더 불러줘.”
“강징.”
“한 번만 더.”
“강징.”
강징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입을 틀어막고, 오두방정을 떨었다. 욱봉은 그의 이름을 몇 번이나 더 불러줘야 했다. 번거로운 일이지만, 싫지 않았다. 아마 강징이 설레어하는 게 뻔히 보였기 때문이겠지.
“이제 들어가.”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 강징.”
강징이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웃었다. 어느 누구도 그에게 반할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미소였다. 자신도 모르게 넋을 놓고 있던 욱봉은 마지막 인사말에 정신을 차렸다. 조심히 가, 욱봉. 강징이 여느 때처럼 손을 나풀나풀 흔들었다. 조금 빠르게 흔들리는 강징의 손을 따라 욱봉의 심장도 조금 빠르게 뛰었다.
욱봉강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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