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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0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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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징은 침상에 아이들을 눕히고 가슴팍까지 이불을 덮어주었음. 세상 모르고 잠든 아이들을 보니 한숨이 저절로 나왔음. 침상에 드리운 휘장을 걷어내자 망기가 기다렸다는듯이 아이들은 괜찮냐고 묻는데 강징이 그 말에 대답은 하지 않고 싸늘한 표정으로 망기를 노려보곤 뺨을 세게 후려침.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이건 지난 수년동안 나를 농락한 대가라고 말하고 다른쪽 뺨을 또 후려침. 이건 내 아이들이 부친의 정을 모르고 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방관한 대가요. 강징이 울먹이면서 그동안 즐거웠소? 매달 보름마다 사람의 온기를 황제의 애정을 갈구하는 나를 보고도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강징이 울컥해서 또 한번 뺨을 때리려고 하니 망기가 분이 풀릴때까지 실컷 때려도 좋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면 그대의 손으로 나를 죽이라고 품안에 있던 단검을 꺼내 강징의 손에 쥐어줌.





강징이 단검을 멀리 던져버리고 어쩌자고 이런 짓을 벌였습니까. 당신의 아이들이 찬탈자의 자식으로 역사에 길이 남길 바란겁니까! 악에 바쳐 소리를 지르는데 망기가 폐주의 자식으로 비참하게 살거나 황권에 위협이 되는 존재로 여겨져 평생 감시를 받거나 목숨을 위협받으며 사는것보다 낫다 여겼으니까. 그대와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그게 무엇이든 할수 있다고 말함. 강징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폐하는? 폐하께선 살아계신겁니까? 뒤늦게 황제의 안위에 대해 묻자 폐하께서는 이미 폐위되어 황궁을 나가셨다고 대답함. 강징이 벌개진 눈으로 그럼 이제 저는 어찌 되는겁니까? 폐하께서 황위에서 내려오셨으니 저도 폐하를 따라 황궁을 나가야 하는것이 아닙니까? 하고 물음. 망기가 고개를 저으며 황후께서는 앞으로도 쭉 육궁의 주인으로 계실것이라고 함. 강징이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으려다가 뭔가 짐작가는 바가 있는지 헛웃음을 터뜨리곤 운몽 강씨의 세력이 미약하여 새로운 황제의 뒷배가 되어드릴수는 없을거라고 말함. 망기가 뭐라고 말하려는 그때 휘장 너머 침상에서 공주가 우는 소리가 들림.





강징이 휘장을 걷어내고 우는 아이를 안고 살피다가 아이가 배가 고파서 우는것을 알곤 모유를 먹이려고 함. 망기가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보니까 잠시 자리를 비켜달라고 부탁하는데 이미 숱하게 몸을 섞었고 아이들까지 있는데 꺼릴게 뭐가 있냐고 함. 강징이 몸을 섞은게 아니라 그대가 나를 겁탈하여 억지로 아이들을 가지게 한것입니다. 내가 필요했던건 내 부군인 황제의 아이였지. 찬탈자의 아이가 아니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고성에 잠들어 있던 태자가 놀란건지 울면서 일어남. 어마마마하고 안기려는 아이를 강징이 안아서 달래기도 전에 망기가 아이를 안아서 능숙하게 달램. 아윤 아비가 여기 있다. 울지 말거라. 망기가 친히 이름을 지어준 태자는 그 말을 듣고 울음을 뚝 그치고 너른 가슴팍에 얼굴을 묻음. 강징은 수뿌가 윤이 아바마마냐고 묻는 아이한테 고개를 끄덕이는 망기를 보고 화를 냄. 철없는 어린것에게 무슨 말을 하는겁니까. 내 아이들이 왜 당신의 자식입니까. 이 아이들을 사생아로 만들 생각입니까? 도대체 이제와서 사실을 밝히는 이유가 뭐냐고 소리를 지르니까 두 사람의 품에 안긴 아이들이 놀라서 울기 시작함.




망기가 아무런 말도 못하니까 강징이 날이 밝으면 아이들과 함께 궁을 나가겠습니다. 궁밖에 아이들과 지낼만한 거처를 마련해주세요. 그외엔 어떠한 특혜도 필요없습니다. 내 아이들은 지금처럼 부친의 정을 모르고 자랄겁니다. 누가 뭐래도 아이들의 부친은 폐위된 황제이고 폐주의 자식으로 사람들에게 서서히 잊혀지는 것이 아이들에게도 좋을테니 허튼 생각일랑 하지 마세요. 당신이 아이들의 부친임을 주장한다고 해도 누가 믿어주겠습니까. 강징이 보란듯이 공주에게 모유를 먹이면서 그리 말하자 망기가 내 아이들이 더이상 부친의 정을 모르고 자라는 일이 없게 하려고 손에 피를 묻히면서까지 황위에 오르려고 했다고 말하는데 강징이 도대체 왜요! 왜 그렇게까지 하는거냐고 소리를 지름. 망기가 십년이 넘는 세월동안 당신과 함께 하는 삶을 꿈꿔왔으니까!!! 강징이 비웃으면서 나를 연모한다 그리 말씀하고 싶으신겁니까. 몸정을 연정으로 착각하기엔 당신의 나이가 적지 않다고 말하곤 휘장을 쳐버림. 망기가 긴 한숨과 함께 품안에서 울고 있는 태자를 안고 어르는데 누가 보아도 생김새가 남망기와 똑닮은 아이겠지. 제 품에 안긴채 수뿌하고 서럽게 우는 아이를 달래다가 안이 조용해서 휘장을 걷어보니 강징이 어깨를 드러낸채 숨죽여서 흐느끼고 있었어. 망기는 칭얼거리는 아이를 침상에 내려놓고 휘장을 다시 치고는 아무런 말없이 밖으로 나가버렸음.




강징은 마치 어린 짐승처럼 제 품을 파고드는 태자와 품안에서 잠든 공주를 보며 중얼거림. 이제와서 연모가 다 무슨 소용입니까. 첫정에 가슴 설레하던 소년은 이미 죽고 없는것을. 강징은 제가 낳은 아이들을 무척 사랑했음. 오랜 산고 끝에 낳은 아이들이 저를 닮은 구석이라곤 전혀 없는게 실망스럽지도 아쉽지도 않았지. 아이들은 강징의 부군인 황제를 닮았지만 그 부군보다는 다른 이를 더 많이 닮았으니까. 강징은 눈물 범벅인 아이의 뺨을 쓸어주고 등을 토닥임. 태자는 강징의 품에 안겨서 정말 숙부가 아바마마냐고 물음. 강징이 숙부가 아버지였으면 좋겠냐고 물었다가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의 뺨을 슬쩍 꼬집음. 그리고 장난스럽게 이를 어쩌지? 우리 윤인 특별한 아이라서 어미 혼자 품고 낳아서 길렀단다. 이 어미가 아버지 대신에 말타기도 가르쳐주고 헤엄치는 방법과 활쏘기도 가르쳐주마. 뱃속에 있는 동생이 태어나면 우리 네식구 연화오에 가서 살자꾸나. 그리 말하며 달래는데 부친의 부재가 익숙해서 그런지 더이상 칭얼거리지 않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임. 강징은 아직 어린 태자와 태어난지 일년도 채 안된 공주 그리고 뱃속의 아이까지 건사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하기만 함. 강징은 잠든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휘장을 살며시 걷고는 굳게 닫힌 문을 한참동안이나 쳐다보았음.




그 다음날 새벽에 강징은 앉은채로 잠이 들었다가 바깥이 소란스러워서 잠에서 깸. 휘장 너머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자 아이들을 끌어안는데 칼을 찬 군사 하나가 휘장을 걷고는 태자와 공주를 강징의 품에서 빼앗아감. 강징이 감히 내궁에 칼을 차고 들어오다니 그러고도 살아남을성 싶으냐고 태자와 공주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냐고 소리를 지르려는데 말이 나오지 않아서 당황함. 군사를 붙잡고 매달리다가 바닥에 나동그라지면서 비명을 지르는데 눈을 떠보니 침상의 위였음. 마음이 불안해서 꿈을 꾼 모양이었음. 강징은 곤히 잠든 아이들을 보고 이불을 덮어준 다음에 자리에서 일어났음. 지난 밤의 난리로 황후궁의 궁인들을 모두 피신시킨터라 저와 아이들의 시중을 들어줄 이가 없었거든. 저는 하루 정도 끼니를 걸러도 괜찮지만 아직 어린 아이들을 굶길수는 없기에 손수 식사를 준비할 생각이었음.


강징이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문이 제대로 열리지 않아서 보니 누군가 문앞에 앉아있었음. 억지로 문을 열었다가 망기가 문에 기대어 있는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쉬었음. 밤새 문앞을 지키고 있었던 모양이었어. 자신이 아이들을 데리고 달아나기라도 할까봐 지키고 서있었던걸까? 저도 모르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뺨을 슬쩍 만졌다가 소스라치게 놀라 뒷걸음질을 치다가 뭔가를 밟고 미끄러질뻔함. 악하는 소리에 망기가 눈을 뜨고 주위를 살피는데 강징이 서 있는걸 보고 자리에서 일어남. 강징이 괜찮은건지 이리저리 살피고 뱃속의 아이에게 이상이 있을까 부른 배를 쓰다듬는데 강징이 그 손길에 울컥해서 주먹을 말아쥐고 어깨를 때림. 강징은 이 다정한 손길의 주인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음. 첫아이를 가졌을때도 밤마다 이렇게 배를 쓰다듬어주었었거든. 그 손길이 너무 다정해서 밤이 오기만을 기다렸었었지. 강징이 말없이 눈물을 뚝뚝 흘리니까 망기가 의아해하다가 품에 안고 달래기 시작함. 강징이 계속 울기만 하자 망기가 끊임없이 미안하다 사과를 하는데 그에 대한 미움과 원망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이고 하늘이 원망스럽기만 해서 더 눈물이 났음.



망기강징 망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