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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6 20:57
행맨은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말이었단 말임. 침대에 앉아서 루스터 기다리다가 갑자기 문득 생각난 친구의 연애사 때문에.
"뭐해?"
바지에 손을 닦으며 들어오는 루스터한테 행맨이 장난으로 툭 던져보겠지.
"루스터. 네가 바람 피운 거 알아."
"...갑자기 무슨 소리야?"
당황하는 걸 보니 좀 놀려보고 싶은 거야.
"너 바람 피운 거 다 안다고. 왜 그랬어?"
"제이크, 갑자기 무슨..."
"거짓말 할 생각 하지 마. 이미 다 들었으니까."
근데 그랬더니 사색이 된 루스터가 고개를 푹 숙임.
"미안해."
"뭐?"
"실수...였다고 하는 건 변명이겠지. 근데 정말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닌데... 미안."
그러더니 저렇게 말하는 거임. 행맨 잠깐 멍해져서 루스터 빤히 쳐다봄. 루스터는 그런 행맨 한 번 쳐다보더니 다시 고개를 푹 숙임.
"루스터."
"응."
"그래서 왜 속인 거야?"
행맨은 차분히 이 상황을 파악하려 노력했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굴어서 질문할 건 많지 않았음.
"정말 실수였으니까."
"누가 실수로 바람을 피워."
"...그렇게 될 줄 몰랐어. 나도 많이 놀랐었고..."
이제 행맨은 어처구니가 없음. 그냥 장난 한 번 쳐보려던 건데 이게 진짜 이렇게 된다고? 얘 지금 장난인 거 알고 일부러 이러는 건가? 근데 루스터는 이런 장난 칠 놈이 아니란 말임. 행맨이야 장난으로 어나더급 어그로를 끌지만 루스터는 절대 이런 걸로 어그로 끌 놈이 아니거든.
"왜 그랬어?"
"......."
"왜 그랬냐고."
행맨의 어투가 점점 차가워지고 딱딱해졌음.
"외로웠어."
그리고 루스터는 나지막이 한 마디 하겠지.
"너무 외로웠어. 너는 바쁘고 나 한 번 쳐다볼 시간 없는데 나는 너 하나만 바라보고 여기까지 왔더니 너무 외로웠어. 친구도 동료도 집도 동네도 다 뒤로 하고 너만 보고 왔는데 너도 없으니까 진짜 너무 외롭더라. 같이 사는데도 너랑 얼굴 마주볼 시간도 별로 없고 제대로 된 이야기 할 시간도 별로 없어서. 그래서 외로웠어. 그래서 그랬던 거 같아."
"......."
"네 잘못이라는 얘기 아니야. 그냥 내가 외로워서. 그래서 그랬다는 얘기야.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고 나도 금방 정신 차리고 끊어냈어. 진짜야. 서로 깊은 사이가 되고 그러진 않았어. 이것도 변명 같겠지만... 그래도 네가 싫어서 그런 건 아니라고... 그냥 너는 잘못 없다고..."
행맨은 이제 어질어질 함. 쟤가 바람 피웠다는 것도 충격이고 이유가 고작 저런 거라는 것도 충격임.
"그럼 말을 하지 그랬어. 같이 있어달라고."
"했지. 근데 넌 항상 바빴잖아. 오늘 저녁엔 일찍 들어오냐고 물으면 운동 갔다가 9시 넘어서 온다고 했고. 내일 저녁엔 일찍 들어오냐고 하면 친구들이랑 약속 있다고 했고. 집에 일찍 들어와서 같이 시간 좀 보내려고 하면 넌 꼭 할 일이 있었으니까. 주말에 같이 영화 보러 가자고 해도 10에 9번은 일정이 있었고 데이트도 항상 어쩌다 밥 한 끼 먹고 들어오는 게 다였잖아."
"그래. 내 잘못이네."
"나는 다 이해해. 넌 항상 열심히 살았고, 여기 오래 지냈으니 친구도 많고 동료도 많을 거니까."
"......."
"그냥 내가 적응하지 못한 거야. 네 잘못 아니야."
결국 행맨이 집 나가고 루스터는 못 쫓아옴. 행맨 길거리로 나오자마자 눈물 주륵주륵 흐르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라서 그냥 그 길 위에 쪼그려 앉은 채로 하염없이 우는 거 보고 싶어. 루스터는 오늘 조금 쌀쌀한데 얘 어디 가 있을지 걱정하고 있고.
저런 거 보고 싶다. 루스터 행맨 하나만 바라보고 르무어로 전출 왔는데 오히려 더 외로워지는 거. 루스터는 버지니아에 친구도 동료도 동네도 집도 다 두고 행맨 하나만 바라보고 온 거였음. 근데 행맨 갓생에 인싸라 루스터를 챙길 시간이 너무 없는 거지. 오히려 같이 산다는 데에서 위안까지 오는 바람에 더 무신경한 것도 있었을 듯. 그래도 같이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훨씬 더 많아졌으니까 행맨은 둘의 연애가 순조로운 줄 알았겠지. 아침에 모닝 키스 하고 같이 시리얼 말아먹으면서 수다 떨고. 같이 출근하고 퇴근 후에 각자 일정을 마친 뒤 집에서 보고. 그리고 잘 준비 마치면 침대 위에서 그날 하루 얘기 하다가 잠들고. 주말엔 시간 널널하게 남는 날엔 밖에서 외식 한 번 하고. 그런 소소한 연애를 즐겼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루스터는 전혀 아니었던 거지.
얘는 행맨 아니면 친구도 동료도 아무것도 없음. 물론 아는 동료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수시로 불러서 같이 놀 만한 동료가 있는 건 아님. 게다가 이 도시에 친구? 하나도 없음. 버지니아에 다 두고 옴. 행맨은 좋아하는 카페, 좋아하는 음식점, 자주 가는 산책 코스, 주말에 자주 가서 시간 보내던 베이글집, 갑자기 심심해졌을 때 불러서 맥주 한 잔 할 동네 친구들 여럿, 자주 가는 바 등등 이 도시에 그리고 행맨이 사는 동네에 여러 장소들이 있단 말임. 그래서 그냥 가기만 해도 안락해지고 위안이 되는 그런 장소들.
근데 루스터한테는 그런 것도 없음. 버지니아에 다 두고 왔으니까. 좋아하던 드라이브 코스, 좋아하던 펍, 좋아하던 타코 가게, 좋아하던 조깅 코스, 하와이안 셔츠를 사던 좋아하던 옷 가게, 요즘은 잘 없는 카세트 테이프도 같이 파는 좋아하던 엘피 가게 같은 것들. 정말 제이크 세러신 단 하나만 보고 그 모든 것들을 다 뒤로 한 채 떠나왔는데 정작 현실은 너무 외로웠던 거지. 이 집에서 나가도 할 게 없고, 제이크 없다고 만날 친구도 없고.
그래서 혼자 어떻게든 시간 보내보려고 갔던 바에서 몇 번 마주쳤던 사람이랑 그렇게 눈빛 나누고 만나서 대화하고 시간 보내고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지. 행맨이랑 있을 때보다 이 사람이랑 있을 때 더 즐겁고 많이 웃는 것 같다고. 숨통이 트이고 행복하다고. 그때쯤이면 루스터도 죄책감이 밀려오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친구 사이일 뿐이라고 자기 위안 하는데 결국 둘이 산책하다가 손등 스치고 손 잡고 그러다보니 입도 맞추게 되고. 미안하다고 떨어져 나와놓곤 다음 만남 때 또 그러고. 그거 3번 정도 하면 루스터가 먼저 미안하다고, 이건 아닌 거 같다면서 관계 끊어냈을 듯. 또 다시 외로워지는 게 무서웠지만 그래도 제이크 있으니까. 자긴 제이크만 있으면 되니까. 근데 이젠 그마저도 없게 될까 봐 진짜 무섭고 후회되는 루스터일 거임.
반면 행맨은 루스터 말이 다 맞는 말이라. 바람 피운 건 루스터 잘못이지만 자기 때문에 다 버리고 온 루스터한테 너무 무관심 했던 거 같아 그건 또 미안해서. 그래서 죄책감이랑 배신감 동시에 느끼느라 혼란스러웠음 좋겠음.
그 뒤는 뭐... 다 큰 어른 엘리트 파일럿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
루스터행맨
"뭐해?"
바지에 손을 닦으며 들어오는 루스터한테 행맨이 장난으로 툭 던져보겠지.
"루스터. 네가 바람 피운 거 알아."
"...갑자기 무슨 소리야?"
당황하는 걸 보니 좀 놀려보고 싶은 거야.
"너 바람 피운 거 다 안다고. 왜 그랬어?"
"제이크, 갑자기 무슨..."
"거짓말 할 생각 하지 마. 이미 다 들었으니까."
근데 그랬더니 사색이 된 루스터가 고개를 푹 숙임.
"미안해."
"뭐?"
"실수...였다고 하는 건 변명이겠지. 근데 정말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닌데... 미안."
그러더니 저렇게 말하는 거임. 행맨 잠깐 멍해져서 루스터 빤히 쳐다봄. 루스터는 그런 행맨 한 번 쳐다보더니 다시 고개를 푹 숙임.
"루스터."
"응."
"그래서 왜 속인 거야?"
행맨은 차분히 이 상황을 파악하려 노력했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굴어서 질문할 건 많지 않았음.
"정말 실수였으니까."
"누가 실수로 바람을 피워."
"...그렇게 될 줄 몰랐어. 나도 많이 놀랐었고..."
이제 행맨은 어처구니가 없음. 그냥 장난 한 번 쳐보려던 건데 이게 진짜 이렇게 된다고? 얘 지금 장난인 거 알고 일부러 이러는 건가? 근데 루스터는 이런 장난 칠 놈이 아니란 말임. 행맨이야 장난으로 어나더급 어그로를 끌지만 루스터는 절대 이런 걸로 어그로 끌 놈이 아니거든.
"왜 그랬어?"
"......."
"왜 그랬냐고."
행맨의 어투가 점점 차가워지고 딱딱해졌음.
"외로웠어."
그리고 루스터는 나지막이 한 마디 하겠지.
"너무 외로웠어. 너는 바쁘고 나 한 번 쳐다볼 시간 없는데 나는 너 하나만 바라보고 여기까지 왔더니 너무 외로웠어. 친구도 동료도 집도 동네도 다 뒤로 하고 너만 보고 왔는데 너도 없으니까 진짜 너무 외롭더라. 같이 사는데도 너랑 얼굴 마주볼 시간도 별로 없고 제대로 된 이야기 할 시간도 별로 없어서. 그래서 외로웠어. 그래서 그랬던 거 같아."
"......."
"네 잘못이라는 얘기 아니야. 그냥 내가 외로워서. 그래서 그랬다는 얘기야.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고 나도 금방 정신 차리고 끊어냈어. 진짜야. 서로 깊은 사이가 되고 그러진 않았어. 이것도 변명 같겠지만... 그래도 네가 싫어서 그런 건 아니라고... 그냥 너는 잘못 없다고..."
행맨은 이제 어질어질 함. 쟤가 바람 피웠다는 것도 충격이고 이유가 고작 저런 거라는 것도 충격임.
"그럼 말을 하지 그랬어. 같이 있어달라고."
"했지. 근데 넌 항상 바빴잖아. 오늘 저녁엔 일찍 들어오냐고 물으면 운동 갔다가 9시 넘어서 온다고 했고. 내일 저녁엔 일찍 들어오냐고 하면 친구들이랑 약속 있다고 했고. 집에 일찍 들어와서 같이 시간 좀 보내려고 하면 넌 꼭 할 일이 있었으니까. 주말에 같이 영화 보러 가자고 해도 10에 9번은 일정이 있었고 데이트도 항상 어쩌다 밥 한 끼 먹고 들어오는 게 다였잖아."
"그래. 내 잘못이네."
"나는 다 이해해. 넌 항상 열심히 살았고, 여기 오래 지냈으니 친구도 많고 동료도 많을 거니까."
"......."
"그냥 내가 적응하지 못한 거야. 네 잘못 아니야."
결국 행맨이 집 나가고 루스터는 못 쫓아옴. 행맨 길거리로 나오자마자 눈물 주륵주륵 흐르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라서 그냥 그 길 위에 쪼그려 앉은 채로 하염없이 우는 거 보고 싶어. 루스터는 오늘 조금 쌀쌀한데 얘 어디 가 있을지 걱정하고 있고.
저런 거 보고 싶다. 루스터 행맨 하나만 바라보고 르무어로 전출 왔는데 오히려 더 외로워지는 거. 루스터는 버지니아에 친구도 동료도 동네도 집도 다 두고 행맨 하나만 바라보고 온 거였음. 근데 행맨 갓생에 인싸라 루스터를 챙길 시간이 너무 없는 거지. 오히려 같이 산다는 데에서 위안까지 오는 바람에 더 무신경한 것도 있었을 듯. 그래도 같이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훨씬 더 많아졌으니까 행맨은 둘의 연애가 순조로운 줄 알았겠지. 아침에 모닝 키스 하고 같이 시리얼 말아먹으면서 수다 떨고. 같이 출근하고 퇴근 후에 각자 일정을 마친 뒤 집에서 보고. 그리고 잘 준비 마치면 침대 위에서 그날 하루 얘기 하다가 잠들고. 주말엔 시간 널널하게 남는 날엔 밖에서 외식 한 번 하고. 그런 소소한 연애를 즐겼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루스터는 전혀 아니었던 거지.
얘는 행맨 아니면 친구도 동료도 아무것도 없음. 물론 아는 동료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수시로 불러서 같이 놀 만한 동료가 있는 건 아님. 게다가 이 도시에 친구? 하나도 없음. 버지니아에 다 두고 옴. 행맨은 좋아하는 카페, 좋아하는 음식점, 자주 가는 산책 코스, 주말에 자주 가서 시간 보내던 베이글집, 갑자기 심심해졌을 때 불러서 맥주 한 잔 할 동네 친구들 여럿, 자주 가는 바 등등 이 도시에 그리고 행맨이 사는 동네에 여러 장소들이 있단 말임. 그래서 그냥 가기만 해도 안락해지고 위안이 되는 그런 장소들.
근데 루스터한테는 그런 것도 없음. 버지니아에 다 두고 왔으니까. 좋아하던 드라이브 코스, 좋아하던 펍, 좋아하던 타코 가게, 좋아하던 조깅 코스, 하와이안 셔츠를 사던 좋아하던 옷 가게, 요즘은 잘 없는 카세트 테이프도 같이 파는 좋아하던 엘피 가게 같은 것들. 정말 제이크 세러신 단 하나만 보고 그 모든 것들을 다 뒤로 한 채 떠나왔는데 정작 현실은 너무 외로웠던 거지. 이 집에서 나가도 할 게 없고, 제이크 없다고 만날 친구도 없고.
그래서 혼자 어떻게든 시간 보내보려고 갔던 바에서 몇 번 마주쳤던 사람이랑 그렇게 눈빛 나누고 만나서 대화하고 시간 보내고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지. 행맨이랑 있을 때보다 이 사람이랑 있을 때 더 즐겁고 많이 웃는 것 같다고. 숨통이 트이고 행복하다고. 그때쯤이면 루스터도 죄책감이 밀려오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친구 사이일 뿐이라고 자기 위안 하는데 결국 둘이 산책하다가 손등 스치고 손 잡고 그러다보니 입도 맞추게 되고. 미안하다고 떨어져 나와놓곤 다음 만남 때 또 그러고. 그거 3번 정도 하면 루스터가 먼저 미안하다고, 이건 아닌 거 같다면서 관계 끊어냈을 듯. 또 다시 외로워지는 게 무서웠지만 그래도 제이크 있으니까. 자긴 제이크만 있으면 되니까. 근데 이젠 그마저도 없게 될까 봐 진짜 무섭고 후회되는 루스터일 거임.
반면 행맨은 루스터 말이 다 맞는 말이라. 바람 피운 건 루스터 잘못이지만 자기 때문에 다 버리고 온 루스터한테 너무 무관심 했던 거 같아 그건 또 미안해서. 그래서 죄책감이랑 배신감 동시에 느끼느라 혼란스러웠음 좋겠음.
그 뒤는 뭐... 다 큰 어른 엘리트 파일럿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
루스터행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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