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08517414
view 24879
2022.11.20 02:53
ㅅㅈㅈㅇ
안 봐도 상관 없는 BGSD




pexels-dids-26750611.jpg



#01.

“야 거기 균형 안 맞잖아. 잘 좀 달아 봐.”

“좀 낮나? 위로 올릴까?”

“얘들아, 여기 있던 가위 어디 갔어?”

“풍선 3개만 더 불어주라!”



아침 7시 30분, 평소 등교 시간보다 한참 이른 때. 고요한 학교에서 유독 한 교실만이 소음으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풍선이 교실의 벽을 장식하고, 선물 꾸러미와 케이크가 협탁 위에서 아슬하게 자리를 지킬 동안 다섯 아이들은 늦가을의 날씨에 땀까지 흘려가며 교실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요즘 10대 무섭다, 장난 아니다 하는 괴담들이 떠돌지만서도 이런 꼴을 보면 영락없는 애들이었다. 학교의 선생님들이 이 모습을 봤다면 기특하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줬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 사람 빼고.







#02.

“야! 왜 이제... 와.......”

“너희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급하게 벌컥 열린 문에 다섯 쌍의 시선이 약한 짜증을 담아 일제히 한 곳을 향했다. 툴툴거리는 투정은 덤이었다. 물론 열린 문 앞에 서 있는 여자를 보고 약속이라도 한 듯 다 같이 입을 다물긴 했지만.

단단히 화가 난 듯한 얼굴의 여자는 몇 명에게는 익숙한 인상이었고, 나머지 몇 명에게는 영 흐릿한 사람이라.

정적이 감도는 교실에 긴장한 얼굴이 3개, 어리둥절한 얼굴이 2개. 자신의 몸집보다 큰 더플백을 매고 손에는 신발과 몽키스패너를 쥔 여자가 한숨을 푹 쉬었다.

니들 지금, 아니다. 조용히 하고 쌤 따라와.







#03.

쌤. 생명쌤. 허니쌤. 허니 선생님. 교사 허니 비.

그 중 허니가 가장 좋아하는 호칭은 허니쌤이었다. 쌤은 너무 가볍고, 생명쌤은 스무 살 넘어 억지로 갖게 된 꿈이라 내키지 않고. 허니 선생님은 길고 교사 허니 비는 무거웠다. 그렇다고 쌤이라는 말이 안 붙으면 좀... 버릇없어 보이지, 아무래도.

허니쌤은 월급쟁이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아침 일찍 눈을 뜨고 자신의 차에 올라탔다. 오늘도 열심히 돈 벌고 오자. 아자아자 파이팅.

무미건조한 목소리에 그 어떤 파이팅도 담겨 있지 않았지만, 허니쌤은 오늘도 파이팅을 외쳤다. 그냥 이게 허니쌤의 하루 루틴인 것처럼.



허니쌤은 스스로를 좋은 선생님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등장하는, 뭐, 아이들을 바른길로 이끌어주고 마음으로 교감하고 어쩌고 저쩌고 그런 거. 애초에 애들한테 애착이나 애정이 가지도 않았는데 뭘.

다른 동료 교사들이 동양인이라 얕잡아 보일까 봐 더 무뚝뚝하게 구시는 거냐고 물어본 적도 있을 정도로 허니쌤은 과하게 무신경한 감이 있었다. 돌려 까는 건가? 허니쌤은 입꼬리만 당겨 웃어 보였다.

허니쌤의 직업 소신에 남들의 짐작처럼 따로 거창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가진 성격이 원래가 좀... 그랬다. 교사도 뜻이 있던 건 아니고 그때의 허니가 가진 선택지 중 가장 괜찮고 합리적인 선택지가 임용이었기 때문에 덜컥 직업을 갖게 된 것이었다.

그럼 뭐로 일하냐고, 이젠 교직에서 물러난 은사님이 물어본 적은 있었다. 허니쌤이 짧은 고민 끝에 내놓은 대답은 그냥... 알량한 책임감? 그리고 더 알량한 봉급으로 학교에 출석 도장을 찍는 것이었다. 물론 은사님께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뭐라고 그랬더라. 하하하, 찾아봐야죠. 그랬었나.







#04.


재생다운로드1467947482.gif

저 선생님이 왜 이 시간에 학교에 있지?

리지의 기억에 남은 생명 담당 허니 비 선생님은 늘 느긋한 얼굴이었다. 그걸 느긋하다고 표현해도 될 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허니 선생님은 목소리에 고저가 없는 만큼 표정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담담한 표정으로 교실에 들어와 가볍게 인사를 마치면 잡담 없이 곧장 수업이 시작됐다.

그런데 그 선생님이 다급하게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도 모자라 야차 같은 얼굴로 학생들을 끄집어내고 있다니. 친구들을 불러 모은 반장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리지가 열심히 상황을 설명하려 했지만, 선생님의 굳은 표정은 전혀 돌아오지 않았다.






재생다운로드tumblr_ok7ik1WDUh1twi2hjo4_r1_400.gif

“선생님, 저희가 나쁜 짓을 한 게 아니라요...”

“알아. 혼내려는 거 아니고... 학교 상황이 안 좋아서 그래.”



입으로는 화가 난 게 아니라고 하시는데... 얼굴은, 아닌가? 정말 화가 안 나신 건가? 사실 리지도 이젠 조금 헷갈렸다. 허니 선생님 표정은 원래 저렇게 딱딱했던 것 같기도 하고.



“가면서 설명해줄 테니까 큰 소리 내지,”

“키에엑!”



다급한 손에 붙잡혀 복도로 반쯤 나왔을 때였다. 제 덩치의 2배쯤 되는 남학생들까지 억지로 복도로 끌어내던 선생님이 괴상한 소리에 바짝 굳더니, 반대로 학생들을 밀어 넣기 시작했다.

저건 무슨 소리지? 짐승? 학교에 짐승이라도 들어온 건가?



“ㅆ, 들어가. 빨리. 교실로 들어가.”



그런데 선생님 방금 욕 하려고 하신 건가?







#05.

허니쌤이 액셀을 밟은 지 30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거의 깡시골에 위치한 학교라 차 막힐 걱정은 없었지만, 그만큼 기상천외한 상황이 언제 벌어질지도 모르는 게 시골 도로라는 것을 허니쌤도 이젠 잘 알고 있었다. 저번엔 소 떼를 만나서 지각을 했지...

말은 이렇게 해도 이른 시간의 쾌적한 도로를 밟는 건 꽤나 상쾌한 기분이라 창문을 내리고 속도를 높였다. 오늘도 좀 일찍 출근하겠네.



...아니네.

여기가 응급실도 아니고, 아르바이트 중인 패스트푸드 전문점도 아닌데. 한가하겠다는 말 한마디 했다고 예의 그 ‘기상천외한’ 상황이 곧장 벌어지는 건 너무하지 않나?

허니쌤이 미간을 좁혔다. 100M 정도 떨어진 도로의 옆에 사람 하나가 비틀거리며 서 있었다.

배낭여행을 온 히치하이커나 마을의 양아치 취객이 도로를 지키고 서 있는 경우는 사실 허다했기에 허니쌤도 처음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이구, 여기 차도 안 다닐 텐데.

그런데 차를 달려 그쪽으로 점점 가까이 다가갈수록 허니쌤의 표정도 굳어졌다. 뭐 저래? 옷이랑 머리가 왜, 피 아니야? 다쳤나? 반사적으로 휴대폰 키패드에 911을 누르면서 액셀을 밟았다. 부상자라면 상태가 심각해 보였다. 팔 한쪽이 없는 것 같은데... 마음이 다급해졌다.



허니쌤이 무던한 성격인 건 맞았지만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저버리거나 최소한의 양심이 없는 인간은 아니었다. 세상엔 그런 어른들이 더 많아야 한다는 게 허니쌤의 생각이었다. 할 수 있는 일은 좀 하고 살자, 좋진 않아도 나쁘지도 않은 어른들아.

특히나 그 사람이 입은 옷이 환자복 같은 차림이라 더 마음이 급해졌다. 가까이에서 보니 위아래로 갖춰 입은 흰옷은 흰 부분보다 붉은 부분이 더 많아 보였다. 차를 멈추기 위해 허니쌤이 서서히 속도를 줄일 때였다. 근처 집에서 웬 남자 한 명이 튀어나와 그 사람에게로 향했다. 아, 다행이다. 허니쌤이 딱 한시름 정도 놓고 있는데,



“괜찮으십니까?”

“키아악!”

“으악!! 뭐 하는 짓이에요!”



열린 창문으로 바깥의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으적으적. 난생 처음 듣는 소리였다. 사람의 살이 사람의 치아에 짖이겨지다 못해 끊어지는 소리.

환자가 남자에게 달려들더니 남자의 목을 마구잡이로 물어뜯었다.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고, 환자는 여전히 남자를 물고 있고, 허니쌤은 굳어 있고.

차 앞 유리 너머에서 벌어지는 광경이 고작 오늘의 기상천외한 일 리스트에 들어갈 정도의 일은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허니쌤의 손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통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06.

...9초, 10초.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시간을 체크하는 건 허니의 오랜 습관 같은 것이었다. 정확히 10초 후 환자, 아니지. 살인자 아래 깔려 축 늘어져 있던 남자가 심한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살인자는 곧바로 몸을 일으키더니 도로 반대편으로 뛰어가 버렸다. 저걸, 쫓아가야, 그런데 저 사람은. 도와줘야 하는데. 몸이 굳어 움직이질 않았다.



사실 꼭 긴장감에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어떤 본능 같은 것이 허니에게 제발 가만히 있으라고 고함을 질러대고 있었다. 가만히, 지켜봐. 그렇게 10초. 다시 10초.

발작은 거짓말처럼 멎었다. 그리고 남자가 척추를 이상한 각도로 꺾으며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아... 이 익숙한 전개 뭐냐?



허니는 상황 판단이 빠른 편이었다. 창문을 올리고 차에서 작게 흘러나오던 음악도 꺼버렸다. 시동은 끄지 않았다. 숨죽이고 휴대폰 시계를 확인했다. 911에는 여전히 신호만 가고 연결은 되지 않은 상태였다. 불안감이 엄습했다. 남자가 물리고 2분이 흘러 있었다. 굳어버린 머리를 어떻게든 굴리기 시작해야 하는 타이밍이었다. 설마, 정말?

잠깐 현실을 부정해보고 싶었지만, 허니는 괜히 그러다 모 영화 속 엑스트라들처럼 일찍 죽고 싶진 않았다. 남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차에 있던 물건들을 떠올렸다. 생수 2병, 담요, 가방, 미니 공구 상자, 쓰레기 한 뭉치... 가족과 친구는 전부 바다 건너 고향에 있으니까. 일단 메시지는 남겨두고. 또, 또 뭘 해야 하지? 도망치기?



남자는 여전히 아스팔트 바닥에 등을 비벼대고 있었다. 이대로 도망칠지 망할 호기심을 위해 조금만 더 지켜볼지 결정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에, 허니는 제 뺨을 두어 번 내리치고 핸들을 잡았다. 조금만 지켜보는 거야. 조금만.

지금처럼 유리한 상황일 때 상황 파악을 해두는 게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이었다. 저런 남자 100명 정도가 꿈틀거리는 모습을 잠시 상상한 허니가 고개를 젓고 시계를 확인했다. 난 차에 있고, 저건 아직 혼자야. 4분 38초, 911은 여전히 응답이 없었다.



“키엑, 그으, 그어억...”



창문을 닫아뒀음에도 불구하고 싸구려 경차는 소음을 걸러주지 못했다. 5분을 조금 넘길 무렵엔 허니의 손 아래 핸들 가죽이 이미 땀으로 축축했다. 허니의 등도 마찬가지였다. 늦가을의 찬바람도 긴장감까지 씻어내 주진 못했다. 후... 작게 한숨을 내쉴 때였다.

‘그것’이 몸을 일으켰다. 저 정도 피가 흘러나왔으면 분명히 죽었을 테니까 굳이 사람이라고 불러주고 싶진 않았다. 정말 감염인가?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허니가 이를 악무는 순간 눈에 초점도 없는 그것이 주변을 휙휙 둘러보다 한 곳으로 무작정 달렸다.

덜렁거리는 목이 인상적인 폼이었다-는 감상을 남기기도 전에 허니가 경적을 울리며 악셀을 밟았다.

꺄르륵- 하고, 듣는 사람 기분까지 좋아지는 맑은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린 탓이었다.



텅!

사람을 치는 건 이런 기분이군. 허니가 푹 숙였던 고개를 들며 생각했다. 본능적으로 움직인 몸이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렸지만, 허니는 굴하지 않고 앞 유리 너머를 쳐다봤다.

죽은 건지 뭔지 얌전히 누워서 꿈틀거리기는 하는데... 영화처럼 저거 다시 일어나면 진짜 답 없는 거다. 허니의 눈이 번뜩였다. 액셀을 밟을 때부터 기왕 이렇게 된 거 저 불쌍한 걸로 알 수 있는 정보는 다 빼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07.

그리고 싸구려 경차 밖에서 아기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허니쌤이 급하게 정신을 다잡고 주변을 둘러봤다. 건너편 집 마당에서 아이들이 놀라 울고 있었다. 아까 처음에 본 그게 아직 근처에 있을 수도 있는데...! 얼른 창문을 내리고 소리쳤다.



“집에 들어가!”



고함에 놀란 아기들이 더 큰 비명을 질러댔다. 덩달아 당황한 허니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주택의 현관은 금방 열렸다. 아이들의 부모로 보이는 사람들이 헐레벌떡 아이를 안아들고 놀란 눈으로 시선만 이리저리 옮겨댔다.

허니쌤, 피가 묻은 허니쌤의 차, 저기서 꿈틀거리는 핏덩이.

일반인의 사고를 어렵지 않게 짐작한 허니가 부모보다 먼저 입을 연 건 꽤 괜찮은 판단이었다.



“애들 조용히 시키고 집 문 다 닫아요. 그리고 저 꿈틀거리는 건 집 안에서 지켜보고 나머지는 알아서 판단하세요. 아까 웬 미친놈이 저 사람 목을 물어뜯었거든요? 무슨 말인지 알겠죠?”

“네? 그게 무슨...”

“키에, 에엑!”



어른들끼리 지성인의 대화 좀 하겠다는데 거 더럽게 보채네. ...그나저나 정말로 일어났다고?

벌떡 일어나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오는 시체를 보고 부모가 혼비백산해서 더 크게 비명을 질러대기 전, 허니쌤이 다시 액셀을 밟았다. 퉁! 핏덩이가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씨발... 기분 더럽네, 이거.



“당신, 저 남자를, 다, 당신...”

“이게 사람 같습니까? 영화도 안 봐요?”

“...”



허니쌤의 날카로운 일갈에 부모가 입을 헙 다물었다. 아이들도 심하게 놀랐는지 부모의 눈치를 보며 울음을 그치고 있었다. 인상을 있는 대로 찌푸린 허니쌤이 한숨을 푹 쉬었다. 단란한 가족이 현관 속으로 점점 파고들어 가고 있었다.



“문 닫아요.”

“크어-”

덜컹, 꾸지지직-



씨이이이발...







#08.

어쩌지? 일단 집에 가자. 인생은 독고다이지.

‘그것’ 하나를 어렵게 처리한 허니의 머릿속에 남은 생각은 저 정도가 전부였다. 피가 잔뜩 묻은 자동차가 신경 쓰이긴 했지만, 우선 핸들을 크게 돌리는 게 먼저였다.



‘그런데 혼자 얼마나 버티려나, 장도 안 봐뒀는데...’

‘마트부터 들릴까.’

‘이 동네에서 이 시간에 열 만한 마트가...’

‘지금 시간이 문제는 아니지. 우선 마트 주인이 문 잠그고 있을 걱정부터 해야 해.’



흔한 재난 영화의 인트로를 떠올리던 허니가 다시 핸들을 돌렸다.

학교로 가자. 여기서 집까진 차로 30분, 학교까진 5분. 큰 마트도 전부 학교 근처에 있었다. 혼자 아무것도 없는 집에 박혀 있느니 둘러라도 보는 게 나을지도.

다행인지 불행인지 마을은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조용했다. 길거리에도 평소에 보이던 떠돌이 강아지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잠깐만.



무의식적으로 이런 동네에 그런 게 갑자기 생겼을 리 없다는 태평한 생각을 한 게 문제였다.

아까 도망친 그 새끼를 확실하게 잡아 족쳤어야 했는데. 그게 최초 보균자 같은 거였다면... 이미 마을이 잡아먹힌 이후라면? 지금 습격당하는 중이라면?

그 순간이었다. 마을 여기저기서 기이한 비명이 산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아까 ‘그게’ 내던 소리와 같은 소리였다. 숫자로 봐서는 그 환자복 ‘그게’ 유일한... ‘존재’는 아니었던 것 같네. 조용한 건 잠복기 때문이었나?

너무 비현실적인 상황에 떨어지면 좀 침착해지는 부류가 있다. 허니는 비명에 몸을 잠깐 떨긴 했지만 그대로 학교로 향했다. 드라이브용 음악이 나오던 오디오는 어느새 라디오 채널에 맞춰져 있었다.



'...수도는 새벽 5시경 봉쇄되었습니다. 국가는 즉각적인 비상 계엄령을 선포했으며 현재 사태가 대륙적인 재난 사태로 접어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

감염자들의 숫자는 현재 파악 중이지만, 수도에 있는 주요 정부 기관 업무의 절반이 마비된 관계로 처리가 조금씩 늦어지고 있습니다. 감염자에 한한 경찰 및 군인의 발포 권한에 대해서는 회의를 마치는 대로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

국민 여러분께서는 외출을 삼가시고 감염자를 발견하는 즉시 신고해주시길 바랍니다. 현재 밝혀진 감염자들의 특징은......'







#09.

아까 전 몇 번의 비명을 끝으로 다시 정적에 휩싸인 마을을 뚫고 도착한 학교는, 마을보다 더 조용하고 더 음침했다. 하긴, 아직 7시 30분인데 사람이 있을 리가. 차라리 아무도 없는 게 나았다.

조용히 차 문을 열고 나온 허니가 곧장 트렁크로 다가가 더플백에 닥치는 대로 물건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평소 들고 다니는 핸드백은 그대로 어깨에 걸고 차량용 담요, 뒷좌석에 굴러다니던 물병 2개, 늦가을 추위를 대비한 겉옷 한 벌에 공구 상자... 까지 집어넣던 허니는 매고 뛸 수 없을 정도로 부피를 키운 더플백을 다시 내려뒀다.

다시 차로 돌아올 테니까 간단하게만 챙기자, 간단하게. 공구 상자에서 가장 쓸만한 몽키스패너만 하나 꺼내 손에 쥔 채 곧장 향한 곳은, 당연하게도 학교 부속 건물에 있는 매점이었다.



덜컹덜컹.

그렇지. 잠겼겠지, 당연하게도!

매점의 셔터는 굳게 닫혀 있었다. 잠깐 손에 들고 있는 스패너로 자물쇠를 내려칠 수 있을지 고민했지만, 허니는 무릎을 털고 금방 일어났다.

차라리 경비실을 가보자. 이미 학교 정도는 털 각오를 한 참이었다. 여기서 도덕성 챙기다 물려 죽는 것도 아니고 굶어 죽긴 싫으니까. 학교에 나뿐이라 다행인가...



혹시 조금 전에 셔터에서 난 소음 때문에 ‘그것’들이 몰려올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발소리를 죽여 부속 건물을 빠져나온 허니가 조심스럽게 본관의 유리문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바로 걸음을 멈췄다.


학교가, 아주 조용히, 울리고 있었다.


...있나?


아주 조용한 소음이었지만 무시할 정도로 작진 않았다. 허니가 숨을 죽였다. 비명은 없었다. 그것보단 조금 더 밝고, 생활감이 있는... 그런 소음이... 설마. 이 철부지 애새끼들이 설마.

모르는 척 경비실만 털고 나갈까 잠깐 고민했지만, 이곳은 학교였다. 허니쌤이 신발을 손에 들고 웃음소리까지 미약하게 들리는 2층 교실을 향해 달렸다.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훈훈한 공기가 새어 나왔다. 벽에 바짝 기대 몸을 숨기고 내부를 확인하자마자 허니의 눈에 보인 건,



선생님 생신 축하해요



하... 존나 착하고 성실한 학생들아......







#10.

온갖 파티용품으로 알록달록하게 꾸며진 교실은 살벌하고 싸늘한 공기만이 맴돌았다. 덩칫값 못하는 남학생들은 제 체구의 반 정도 되어 보이는 선생에게 겁이라도 먹었는지 입술을 꾹 붙이고 서 있었고, 그나마 뭐라도 해보려는 듯 몸을 움찔거리던 여학생은 비명 소리가 들린 창문 쪽으로 몇 걸음 옮겨보려다 그 선생에게 한 손이 꼭 붙잡힌 채였다.



“떨어져. 쌤 말 들어.”

“네?”

“바깥 보지 말라고. 설명해줄게.”



딱딱한 선생님의 분노, 야차 같은 표정, 거기다 조금 전 들려온 사람 같지 않은 비명까지.

아이들이 흉흉한 분위기에 소름이 쭈뼛 돋은 목덜미를 쓸어내리지도 못하고 바짝 얼어 있는 동안 허니쌤은 창가로 다가가 운동장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쯧,

체감상 10분 정도 -30초였다- 가 흐른 후 허니쌤이 교실 창가에 달린 커튼을 모두 치고 뒤돌았다. 그때까지도 얌전히 입을 다물고 있어 준 학생들을 잠깐 애틋하게 쳐다보나 싶더니 또 잇새로 한숨을 푹푹 흘렸다.



하... 어떡하지.

너무 어려.



고향에 두고 온 동생보다도 앳된 얼굴들을 보니 앞길이 막막했다. 일단 운동장에 ‘저거’ 피해서 차까지 데려간 다음, 각자 집에 떨궈주고... 할 수 있을까.

굴러다니기도 버거워하는 경차가 잠깐 떠올랐지만, 고개를 짤짤 저어 걱정을 쫓아냈다. 쟤들 안심시켜줘야지 뭐 하는 거야 허니 비 선생님. 할 수 있다. 아자아자 파이팅.






교주너붕붕으로 좀아포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는 허니쌤

수정하다보니 건드린 게 너무 많아서 그냥 재업함... 노간지 그자체

https://hygall.com/508794667

약 빌슼너붕붕 칼럼너붕붕 해숙너붕붕 토모너붕붕 리지너붕붕 리지올슨너붕붕 + ???너붕붕 X 6
2022.11.20 02:56
ㅇㅇ
모바일
내센세 왔다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ㅠㅠㅜㅜㅜ 첫댓 따묵
[Code: b622]
2022.11.20 03:35
ㅇㅇ
모바일
허니쌤 어떡하냐..ㅜㅜㅜ 그래도 상황판단하고 앞으로 가는게 존나 쩔고 재밌고 미칠 것 같음.. 존나 착하고 성실한 학생 아ㅜㅜㅜㅜㅜㅜㅜㅜㅠㅜ 리지 반장 나름 설명하려고 허니한테 해명하는 것도 어울리고 걍 반장 그 자체라 존나 좋다.. 개재밌다 진짜.. 재업ㅇ라니 행복해.. 센세 억나더까지 같이 가자
[Code: b2ff]
2022.11.20 02:58
ㅇㅇ
모바일
좀아포 개좀잼
[Code: 923b]
2022.11.20 04:35
ㅇㅇ
모바일
미친 센세 ㅠㅠㅠㅠㅠㅠㅠ
[Code: 86e2]
2022.11.20 04:47
ㅇㅇ
모바일
센세 재업은 사랑이고 간지입니다ㅠㅠㅠ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재미있으니까 그런말 하지 말아요ㅠㅠㅠㅠ
[Code: 8fb8]
2022.11.20 05:48
ㅇㅇ
모바일
노간지..? 뻐킹예스간지 ㅠㅠㅠㅠ 수정재업은 사랑이야ㅠ센세 ㅠㅠㅠ
[Code: a450]
2022.11.20 09:21
ㅇㅇ
모바일
재업이라니 나 오늘부터 크리스마스야 센세ㅠㅠㅠㅠㅠ
[Code: 57f3]
2022.11.20 12:21
ㅇㅇ
모바일
센세 재업은 사랑!
[Code: 337c]
2022.11.21 12:02
ㅇㅇ
미친 나 이거 왜 이제 봤지 센세 너무 고마워 재업 사랑해 정말ㅠㅠㅠㅠ
[Code: d4c9]
2022.11.21 22:09
ㅇㅇ
모바일
미친 센세!
[Code: d222]
2022.11.22 00:21
ㅇㅇ
모바일
아 대박 내 센세다 존잼
[Code: dd0f]
2022.11.22 04:22
ㅇㅇ
모바일
와 현장이 내가 상상하며 시뮬돌리던 거랑 비슷하다 허니 대박 꼼꼼하네 좀비가 어디서 텨나올까봐 쫄리고 언제 어떻게 피해서 집에 가나 막막하다 ㅋㅋㅋㅋ
[Code: b411]
2023.01.17 18:07
ㅇㅇ
모바일
개존맛도리다...
[Code: debf]
2023.02.12 02:41
ㅇㅇ
모바일
센세 뭐야 언제 압해한거야..? 사랑해
[Code: 8e8e]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