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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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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마티건은 아침 새소리에 눈을 떴어.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자마자 보인 것은 자신이 눕혀놓았던 침대 구석에 무릎을 모으고 몸을 잔뜩 웅크린 요정의 모습이었지. 자세 때문에 안 그래도 작은 요정의 몸이 더욱 작아보였어. 

"괜찮아? 어디 아픈 데는 없어?"

매드마티건이 입을 열자 요정이 흠칫 놀랐어. 겁을 잔뜩 집어먹은 표정. 왜 아닐까. 매드마티건은 잘생기긴 했지만 그거랑은 별개로 꽤나 무서운 인상의 남자야. 덩치도 위협적이고 하고 다니는 꼴은 더욱 그렇지. 

하지만 요정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호기심도 담겨 있었어.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구해준 이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는 듯 수정구슬같은 눈으로 매드마티건을 강렬하게 응시하고 있었지. 자신을 바라보는,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요정의 커다란 눈을 보면서 매드마티건은 마법에 걸린 사람 마냥 요정의 눈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어. 눈을 감은 모습도 너무 예뻤는데 눈을 뜬 모습은 더 기막혀서 보고 있으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지. 이렇게 생긴 존재는 죽어서 천국에라도 가야 비로소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진심 이 천박한 지상에 저렇게 아름다운 존재가 있어도 되는 걸까.

매드마티건은 요정에게 겁을 주고 싶지 않았어. 잔뜩 웅크린 몸은 안쓰러웠지. 

"편하게 있어도 돼. 해치지 않아."

그렇게 말한다고 믿을까. 동족이 그토록 잔인하게 몰살당했는데 말 한 마디로 요정의 경계를 풀기는 힘들 게 뻔했어. 그래도 어쩔 수가 없었지. 신뢰는 한 순간에 생기는 게 아니니까.
일단 뭘 좀 먹여야겠다고 생각했어.

"쉬고 있어. 먹을 것 좀 준비할테니까."

매드마티건은 일어나 아궁이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어. 제멋대로 찌그러진 냄비에 콩과 채소와 고기를 넣고 수프를 끓이기 시작했지. 아, 그런데, 평소에 혼자 이렇게 먹을 땐 아무렇지 않았는데 뭔가 창피하기도 하고 죄스럽기까지 해. 찌그러진 냄비 꼬라지부터 자신의 형편없는 요리 실력까지. 그래도 굶기는 것보다야 낫겠지 싶어서 되는대로 최선을 다해 요리를 했어. 

"...내가 요리는 잘 못하는데 그래도 먹어봐."

요정은 얌전히 수프 그릇을 받아들었어. 매드마티건이 먼저 수프를 한 술 입에 떠넣자 요정도 이내 따라 먹기 시작했지. 그래도 순순히 받아먹는 걸 보니 내가 아주 나쁜 놈으로 보이진 않았나보네 싶어 다소 안심하는 매드마티건이야. 그런데 수프를 입에 떠넣은 요정이 한 입을 맛보고 삼키더니 입술을 앙 다문채 살짝 웃어보여. 더 크게 웃고 싶은데 참는 것 같아. 

매드마티건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어.
맛있어서 웃는 게 아니라, 맛없어서 웃는구나. 너 정말 요리 못하네 뭐 그런 표정. 갑자기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그래도 내가 평소에 먹던 것보다는 훨씬 맛있게 한 건데.
근데 웃음을 참는 요정이 정말 못견디게 예뻐.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신음소리가 나올 정도로.

그때였어. 
요정이 갑자기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는가 싶더니 이내 눈을 뜨고 그릇에 무언가를 뿌리는 시늉을 했지. 보일듯말듯 반짝거리는 가루가 떨어지는 것 같았어. 요정은 말없이 매드마티건에게 손을 내밀었어. 매드마티건의 그릇도 달라는 뜻이었지. 매드마티건은 홀린 듯 자신의 수프 그릇을 내밀었어. 요정은 똑같이 그의 그릇에도 무언가를 뿌렸지.

'저게 혹시...말로만 듣던 페어리 더스트인가?'

매드마티건은 요정에게 그릇을 돌려받고 수프를 다시 맛보았어.
와아, 이건, 천상의 맛이야. 마을에서 가장 소문난 요리사의 음식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 굉장하구나, 너.
수프의 맛에 황홀해진 매드마티건이 웃으며 요정을 바라보았어. 그 새 경계심이 많이 풀어진 요정은 자신이 업그레이드한 수프를 신나게 먹고 있었지. 
귀여워.
매드마티건은 생각했어.
힘든 일이 많았을텐데, 상처도 많을 텐데, 그 와중에도 저런 생기를 유지하다니 놀라워. 기특해.

수프를 다 먹은 매드마티건은 갑자기 예전에 마을 잔치 때 받아두었던 사탕이 생각났어. 매드마티건 본인은 단 걸 좋아하지 않아서 그냥 쳐박아뒀던 건데, 웬지 이 요정은 좋아할 것 같은 느낌이야. 

"저기, 혹시 사탕 좋아해?"

사탕이란 말을 들은 요정의 눈이 어린아이처럼 즐겁게 빛나. 토끼 이빨이 살짝 보이게 웃으면서 고개를 크게 끄덕여. 이내 요정은 매드마티건에게 받아든 사탕을 볼에 넣고 그에게 씩 웃어보였어.
매드마티건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것만 같아.
아, 저 요정을 너무 많이 보면 제 명에 못 죽을지도 몰라. 너무 예뻐서 감히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천벌받을 것 같아. 적당히 조금씩만 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말은 한 마디도 안 하네.
듣기는 다 듣는 것 같은데, 말을 못 하나?

"난 매드마티건이야."

요정은 매드마티건을 말똥말똥 쳐다보고 있었지만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매드마티건."

매드마티건은 혹시 요정이 잘 못 알아들었나 싶어서 다시 말해주었어. 

"...매드마티건."

요정이 아주 작게 그의 이름을 따라불렀어. 말을 못하는 건 아니구나. 
이윽고 요정이 자신을 가리키며 정말 모기 소리보다 아주 조금 큰 목소리로 말했어.

"...잭."
"잭?"

요정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어.
잭. 그게 네 이름이구나. 잭은 분명히 말을 알아듣고 할 수도 있었지만 말하는 걸 불편해하는 것 같았어. 뭔가 대화다운 대화를 해 본 경험이 없거나 굉장히 오래된 것 같았지. 이상한 일은 아니야. 동족은 거의 다, 어쩌면 잭 빼고는 전부 다 죽었고 인간은 요정을 사냥감으로 볼 뿐이니까.

매드마티건은 가슴 한쪽이 아려왔어. 온갖 해결사 노릇을 해오면서 인간의 밑바닥에 대해서는 전문가라 할 만큼 많은 걸 보아온 매드마티건은 잭이 겪은 인간의 잔인함에 대해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어. 얼마나 외로웠을지도. 본인도 늘 외롭게 살아왔으니까.
매드마티건은 한 번도 감상적으로 자신의 외로움에 대해 반추하거나 남에게 토로한 적이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뭔지 느끼지도 못했던 건 아니야. 그는 잭이 느낄 막막한 고립감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어.

일단 밥을 먹이고 나니까 매드마티건은 잭의 옷차림이 마음에 걸렸어. 곧 겨울이 오는데 잭은 웬 넝마같은 민소매의 짧은 옷을 입고 있었거든.
매드마티건은 창고에서 그동안 모아두었던 토끼 가죽들을 꺼냈지. 웬만한 건 자급자족할 줄 아는 매드마티건이라 옷도 웬만큼은 만들 줄 알았거든.
별로 예쁜 옷이 되지는 않겠지만 일단 급하게 보온을 해 줄 외투 정도는 만들 수 있었어.

"너 그렇게 입고 돌아다니면 얼어 죽어."

매드마티건은 제법 능숙한 솜씨로 토끼 가죽을 기워내기 시작했어. 잭은 신기한 듯이 눈을 빛내며 매드마티건 옆에 바싹 다가앉았어. 

"어...음...너무 가까이 앉으면 안 좋을 거 같은데."

매드마티건은 뒤로 살짝 물러앉으며 거리를 두려고 했어. 매드마티건은 요정을 가까이에서 본 적은 없지만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 그들이 얼마나 섬세한 존재인지도. 나쁜 기운을 받으면 병이 드는 존재,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면 육체적으로도 금세 쇠약해지는 존재, 사악한 자 곁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존재, 그게 요정이라고 했어. 자신같이 짐승같은 놈과 너무 가까워지면 잭도 그렇게 되는 게 아닐까 싶었어. 웬지 자신이 잭을 오염시킬 것만 같았지. 

잭은 이해를 못 하는 것 같았어.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매드마티건에게 가까이 다가앉았지. 

후아. 

...잭이 걱정되는 것도 걱정되는 건데 잭이 이렇게 가까이 앉아서 쳐다보고 있으면 매드마티건 본인도 힘들었어. 정신이 홀리는 것 같았거든. 
열심히 부정하고 있었지만 아까부터 은근히 다리 사이가 묵직해지는 것 같은 느낌도 불편했어. 원래도 짐승같은 놈인 자신이 그런 것까지 느끼고 있다면 더더욱 요정한테 안 좋을 것 같았지. 매드마티건은 어떻게든 나름 경건한(?) 마음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 바느질에만 매진했어.


'와 완전 토깽이가 따로 없네.'

완성된 옷을 입은 잭을 보며서 매드마티건은 생각했어. 안 그래도 앞니가 토끼마냥 귀엽게 살짝 돌출된 잭이 토끼털 옷을 입으니까 그렇게 보일 수밖에. 진심 머리털 나고 본 것들 중 제일 귀여운 것 같아. 매드마티건은 자기도 모르게 바보같이 웃었어. 매드마티건이 웃으니까 잭도 따라 웃었어. 잭의 그런 반응에 매드마티건은 심장이 떨렸지. 

매드마티건은 자기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키며 눈을 내리깔아. 너무 아찔해서. 가슴 속에서 지진이 일어나고 용암이 치솟는 것 같아.
잭을 만난지 하루만에 매드마티건의 세상은 완전히 뒤집히고 있었어.


아이스매브 마티건잭
 
2022.11.17 15:27
ㅇㅇ
하ㅠㅠㅠㅠ 너무 예뻐서 보고있는것만으로도 수명이 줄어들것같은 존재가 있다??ㅠㅠㅠㅠㅠㅠㅠ 하지만 마티건은 짐승같은 체력으로 이겨내서 잡아먹어라ㅠㅠㅠㅠㅠㅠㅠ
[Code: 9861]
2022.11.17 15:34
ㅇㅇ
얘네 둘이 자급자족하는 삶이 너무 잘어울려... 마티건이 뭘 잡아와도 요정가루로 msg칠수있다니 천생연분이네ㅠㅠㅠ 둘이 앞으로 함께할 대서사시가 너무 기대돼ㅠㅠㅠㅠ 꼭 대서사시여야해 알겟지 센세 천년만년 사는 마티건잭 가보자고
[Code: 9861]
2022.11.17 15:28
ㅇㅇ
모바일
아 너무 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0185]
2022.11.17 15:31
ㅇㅇ
모바일
존나 커엽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d619]
2022.11.17 15:40
ㅇㅇ
모바일
아 수프 맛있어지는거 개귀여워ㅠㅠㅠㅋㅋㅋㅋㅋ
[Code: fbfd]
2022.11.17 15:50
ㅇㅇ
모바일
요정 가루 ㅠㅠㅠ 얘네 살림하는거 개커엽다ㅠㅠㅠ
[Code: acce]
2022.11.17 16:22
ㅇㅇ
모바일
아으으 간질간질ㅠㅠㅠㅜㅜ
[Code: e7ec]
2022.11.17 16:25
ㅇㅇ
모바일
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귀여워ㅠㅠㅠㅠㅠ
[Code: 7861]
2022.11.17 16:27
ㅇㅇ
모바일
너무좋아ㅜㅜㅜㅜㅜㅡ하 마티건 바보같이 웃는거 왤케 돌쇠같고 귀엽냨ㅋㄱㅋㅋㅋ
[Code: a600]
2022.11.17 18:50
ㅇㅇ
모바일
동화다 ㅜㅜㅜㅜㅜㅜ 아름답다
[Code: c6be]
2022.11.17 20:50
ㅇㅇ
모바일
하...숫자 달아줘서 고마워 센세....진짜 너무좋아 마티건잭ㅜㅜㅜ마티건은 이미 감겼으니 잭이 감길일만 남았네 흑흑
[Code: 38ba]
2022.11.17 21:58
ㅇㅇ
모바일
으아악.. 너무너무 귀여워.. 마티건 너무 다정하다..
[Code: f72e]
2022.12.06 15:33
ㅇㅇ
마티건 잭 이런 맛이구나 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Code: 992b]
2022.12.09 12:16
ㅇㅇ
모바일
흐악 뚝딱뚝딱 토끼털옷 만들어주는 마티건과 그거 입은 토끼같은 요정잭이라니 진짜 대박ㅜㅜㅜㅜㅜㅜㅜㅜ
[Code: 47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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