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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7 01:34
선술집에서 알딸딸하게 취한 매드마티건이 숲 속 자신의 오두막으로 돌아가기 위해 문을 나섰어.
오늘은 기분이 사뭇 좋은 날이야. 악질 도박꾼에게 빚을 받아낸 댓가를 꽤 두둑히 받았거든.

처리해달란 일을 처리해주고 그 댓가를 정당하게 받고, 자신이 좋아하는 검술 사냥술이나 실컷 연마하고 뽐낼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한, 인생에 다른 건 필요도 없고 거추장스럽기만 한, 그런 단순한 남자가 바로 매드마티건이야.

숲 속 오두막에서 홀로 산 지 오래된 그는 늑대들이 키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거칠고 야성적인 데다 사람들 사이의 복잡한 감정 놀음에 끼어들지 않기로 유명했지. 딱히 친구도 연인도 없었어. 거칠지만 잘생긴 외모, 최고의 검술과 싸움 실력 덕분에 마을 사람들의 주목을 꽤나 받았고 어떤 마을 유지들은 꽤 높은 정기 보수를 제안하며 자신들의 고정 해결사로 그를 고용하려 했지만 매드마티건은 그 어떤 좋은 제안도 거절했어. 사람들과 얽히는 걸 질색하는 것 같았지. 누구도 매드마티건에게 개인적으로 접근할 수 없었고 그의 사생활에 대해 알 수도 없었어.

자신의 오두막이 있는 숲의 초입에 들어선 매드마티건은 바닥에 쓰러진 누군가를 세 명의 사람이 둘러싸고 있는 것을 보았어. 그들은 쓰러진 사람을 막대기로 성의없게 쿡쿡 찔러대고 있었지.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아니었어. 가축을 대하는 태도에 가까웠다고나 할까.

싸운 것일까.
매드마티건은 보통 남의 일에 상관하지 않아. 그럴 이유도 모르겠고 일단 귀찮으니까.
하지만 한 명이 보기에도 섬뜩한 도살장용 칼을 꺼내는 걸 보자 매드마티건은 흠칫할 수밖에 없었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보니 쓰러진 이에게는 투명한 날개가 달려있었지.

'요정이잖아. 아직도 남아있는 요정이 있었나?'

한때 요정들이 인간들과 사이좋게 공존하는 시절도 있었다지만 그 시절이 정말 있었는지는 몰라. 이야기로만 전해져올 뿐이지. 
매드마티건이 어릴 때부터 아는 세상은 인간들이 다들 요정 사냥과 납치에 눈이 멀어있었던 세상 뿐이야. 요정은 아름답고, 비행 능력이 있고, 무엇보다 그들의 날개는 특효약이라고 알려져 있지. 거의 모든 요정들이 인간들에게 사냥을 당해 날개를 잘리고 노예로 팔려나갔어.

폭력적인 사냥 과정에서 죽은 요정도 많았지만, 용케 목숨을 부지한 요정들도 결국은 다 금세 죽고 말았지. 그래서 이제 더이상 남은 요정은 없다고 알려져 있었어. 최근에는 요정을 봤다는 사람들도 없었지. 왜냐하면 요정은 섬세한 영적 존재거든. 그들은 적대적인 환경에서, 사랑이 없는 폭력적 환경에서는 살 수 없어. 자신들을 향한 경멸과 무시가 가득한 환경에서는 영혼이 시들고, 영혼이 시든 요정은 육체도 소멸하게 되지.

그럼 저 자는 마지막 남은 요정인가?

매드마티건은 일종의 용병 노릇으로 먹고 살았지만 그 동안 한 번도 요정 사냥 따위에는 참여해 본 적이 없었어. 비위상했거든. 매드마티건이 아무리 무심하고 냉정하고 개인주의적이라지만, 그에게는 아무도 모르는 기준이 있었는데 그건 그가 쓸데없이 잔인한 살육 같은 건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거였어. 싸움다운 싸움, 해결할만한 문제가 아니면 매드마티건은 굳이 폭력을 쓰고 싶지 않았지. 그건 자신의 실력 낭비와도 같으니까.

그러니까, 아무리 남의 일에 관심 없는 매드마티건이라 해도,
저기 저 도살자처럼 흉측한 칼을 들고 요정을 도륙하려는 자를 눈 앞에서 허용할 수는 없었어. 몰랐다면 모르겠지만 내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은 다르지. 게다가 매드마티건은 저 돼지같은 3인방 정도는 문제 없이 혼자 쫓아낼 힘이 있었고.

"어이, 뭘 하려는 거지?"

거북유방단처럼 생긴 3인방이 매드마티건을 발견하고 흠칫 놀랐어. 웬만한 마을 사람들은 매드마티건이 누구인지 알아. 그들은 겁을 먹은 게 분명했지.

"...우리가 먼저 발견했는데."

그들은 매드마티건이 값비싼 요정을 가로채려는 걸로 생각했어. 그러거나 말거나, 그들의 겁먹은 말투는 이미 거북유방단 3인방에게 전의 따위는 없다는 것을 알려주었지. 

"너희가 먼저 발견했다고? 정말로?"

매드마티건이 그들에게 성큼 다가서며 위협적으로 물었어. 바람에 휘날리는 그의 장발과 밤중에도 번뜩이는 회색 눈동자는 그를 성난 짐승처럼 보이게 하기에 충분했지. 그 말 한 마디로 그들을 쫓아낼 수 있다는 걸 매드마티건은 잘 알고 있었어.

"...아, 아니. 생각해보니까 네가 먼저 본 거 같네."

3인방은 눈치를 보며 마을 쪽으로 황급히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음.

등쪽을 보이며 옆으로 누워 쓰러져 있는 요정은 추운 날씨에도 헐벗은 차림이었어. 숨을 고르는 움직임이 미약하게 보이고 있었지. 매드마티건은 순간 이제 내 할 일 다 했으니 그냥 갈까 싶기도 했지만 그랬다간 또 이 무방비 상태의 요정이 누군가에게 발견되는 건 시간 문제라는 건 당연했어. 

"에이씨."

누군가 다른 존재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는 건 상상도 못해 본 매드마티건인데, 데려가서 앞으로 뭘 어째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일단 오늘밤은 데려가는 거 말고는 다른 방법이 보이질 않았어. 매드마티건은 요정을 어깨에 들쳐맸지. 가벼워라. 나름 성체 요정인 거 같긴 한데 참 작고 가볍네. 가녀린 요정의 몸이 자신의 신체에 닿자 매드마티건은 자신의 내면에서 웬지 모를 보호본능이 스멀스멀 자라나는 걸 느꼈어.

오두막에 도착한 매드마티건은 자신의 간이 침대에 요정을 눕혔어.

"...하아...미친."

들쳐매고 오는 동안에도 한 번도 못봤던 요정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는 순간 매드마티건이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어.
그래, 요정들은 다 예쁘지. 요정이 예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어. 하지만 이 요정은 요정이라는 걸 감안해도 너무 예뻤어. 매드마티건은 이런 미모는 직접 본 적도 없는 것은 물론,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었지. 이런 아름다운 존재를 자신처럼 짐승같은 놈이 짐짝처럼 들쳐매고 왔다는 사실, 그리고 이 누추한 오두막의 간이 침대에 눕혔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질 지경이었어. 요정의 목숨을 구해준 건 자신인데, 요정이 자신에게 고마워해야하기보다는 자신이 요정에게 미안해해야 할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

매드마티건은 잠자리에 들기 위해 대충 침대 옆 바닥에 자리를 잡고 곰가죽을 덮었어. 난생 처음 느끼는 이상한 기분을 억제하려고 노력하면서. 어둡고 좁은 동굴 속에 찬란한 태양이 통째로 들어온 느낌,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이렇게 벅찬 기분은 처음이었어.
 

- 예전에 비슷한 내용 짧게 올린 적 있는데 살 붙여보고 싶어서 무작정 쓰기 시작함

아이스매브 마티건잭
2022.11.17 01:35
ㅇㅇ
모바일
1이라니..1이라니..사랑해 센세..
[Code: 2050]
2022.11.17 01:37
ㅇㅇ
아아아아아ㅏ가ㅏ가아가아가아ㅏ악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요정 줍줍한 마티건ㅠㅠㅠㅠㅠ 존재만으로도 양심을 찔리게만드는 요정 잭ㅠㅠㅠㅠㅠㅠ 마티건 백그라운드가 그려지니까 더 생생한거같고 와 너무좋아미친ㅠㅠㅠㅠㅠ 나 이 센세를 사랑한다 아무도 막지못한다
[Code: 969a]
2022.11.17 01:39
ㅇㅇ
잭 눈뜨고나서 둘이 처음으로 하는 대화가 뭘지 너무너무너무너무궁금하다고 잠이 안와!!!!!!! 너무행복해진짜༼;´༎ຶ ۝ ༎ຶ༽ ༼;´༎ຶ ۝ ༎ຶ༽
[Code: 969a]
2022.11.17 01:48
ㅇㅇ
모바일
센세가 마티건잭을 쪄와주셨다!!!!내센세야 아무도 넘보지마!! 진짜 너무 두근두근거린다ㅠㅠㅠㅠㅠ심지어 1이라니 너무행복해ㅜㅠㅜ
[Code: 0074]
2022.11.17 10: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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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센세 와 대작의 시작에서 📸📸📸
[Code: 6c94]
2022.11.17 10: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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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1이라니ㅠㅠㅠㅠㅠㅠㅠ센세 사랑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잭이 눈뜨고 어떤 반응을 할지 궁금해요 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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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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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 나 너무 행복해 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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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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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아아ㅏㅏㅏㅏㅏㅏ 넘좋다 ㅠㅠㅠ 요정 잭 끝까지 지켜줘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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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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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건잭이라니ㅠㅠ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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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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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나 판타지 좋아하네 요정나오는거 환장하는구나 센세의 글을 보고 깨달았어... 이거완전 동화책으로 출판해야 하는거 아니냐고
[Code: 9130]
2022.11.18 22: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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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3편 보고 정주행 중... 너무 좋다
[Code: c1a0]
2022.11.25 10: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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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행 시작! 센세 사랑해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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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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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너무 재밌다...정주행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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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3 09: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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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을…. 뵙습니다셍세…………
[Code: 28cd]
2022.12.06 15:22
ㅇㅇ
와 금같은 무순이 있었네 . 정주행 시작
[Code: 992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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