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연갤 - 중국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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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날 수 없는 아침이 있듯 잠들 수 없는 밤도 있는 법이다. 나의 잠들 수 없는 밤은 사랑하는 가족들 그리고 비와 함께이다.
어릴 적 나는 비가 오는 것이 좋았다. 비를 맞는 것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따뜻하고 안락한 가내에서 두툼한 침의를 걸치고 앉아 창 너머로 바라보는, 비 오는 풍경이 좋았다. 나를 침범할 수 없는 창밖의 재난. 그리고 그 재난은 어린 나에게 머나먼 이야기였다.
잠들 수 없는 밤은 항상 예고 없이 나를 집어삼킨다. 특히 비가 오는 밤의 나는 범람하는 파도에 쓸려 나가버리고 만다. 창밖의 비, 운몽의 호수에 그득히 들이차다 못해 기어이 게걸스럽게 운몽의 땅까지도 집어삼키던 바로 그 창밖의 재난.
-끼이이...이이이아아...아아에에엑
-사형..사형 너무 아파요
-소종주..... 너무 아파요... 너무 고통스럽습니다....살려주세요...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파 너... 아...파 너무... 아파
-끼야아아아아악
찢어지는 혼백의 비명소리에 울음 섞은 신음이 섞여 희미하게 귀를 파고든다. 연화오에 마르지 못할 피를 뿌린 가솔들의 목소리다. 이렇게라도 들을 수 있는 형제들의 목소리가 반갑고 정겹다. 반가운 목소리에 히죽히죽거리며 웃다 침의를 팽개치고 훌쩍 창을 넘어 운몽의 호수로 발을 재게 옮겼다.
호수 위로 쏟아지는 비가 차디찬 탓인지, 옷을 모두 적신 비에 몸이 차진 것인지 호수에 담근 팔 하나에도 이가 덜덜 떨릴 만큼 한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좋지. 호수에 몸을 던지고 아래로, 아래로, 호수의 바닥까지 열심히 헤엄쳐 내려갔다.
물은 본디 모든 것을 비춰내는 거울이요, 모든 것을 연결하는 문이라 했던가.
-복수해 복수해 전부 죽어 전부 죽여 다 죽어버려 끄그그그그극그그
-아파요 아파요 아파요 사형 너무 아파요 제 팔이 없어요 아파요 아파요 아파요
물 속에 들어오니 풍경소리마냥 희미하던 가족들의 목소리가 선명해져 마음이 흡족했다.
-끼야야야야이이이이이이엑
-끼이이이이으으으으으흐ㅡ흐흐흐흑 너무 아파
-소종주 어디계세요 살려주세요 끼야아야아아아아악
-내 다리가...다리가 없어 아아아아악 아파 아파 아파 찾아줘 찾아줘
-온가 놈들이 내 눈을 뽑아갔어 돌려줘 돌려줘 돌려줘 돌려줘
쏴아아아-
호수 표면을 때리는 장대비 소리와 사랑하는 가족들의 목소리가 안온하여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점점 가라앉는 몸이 느껴졌지만 나가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사랑하는 이들의 말소리에 잠겨 죽고 싶었다.
풍덩 -
이질적인 소리에 반쯤 뜬 눈을 떴다. 그 사이로 호수를 침범하는 시커먼 인영이 보였다. 호수 위로 비치는 희미한 빛을 등대 삼아 눈을 가늘게 떠보니, 어린 사제가 호수 밑바닥을 향해 헤엄쳐 오는 것이 보였다.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몸도 성치 못한 것이 이 추운 날 호수에 뛰어든 것이 못마땅하기 그지없었다. 당장 훈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눈꺼풀이 너무 무거웠다. 아주 조금만 조금만 있다 깨어나 저놈의 나쁜 버릇을 고쳐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깨어나지 못한데도 좋을 것 같았다....
“문을 닫아라!”
날카로운 목소리가 연화오의 밤을 깨웠다.
지시를 내리는 부사를 필두로 하여 연화오의 가솔들이 모두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의원을 부르고 뜨거운 물을 가져와!”
부사의 품에 안긴 인영의 축 늘어진 사지가 보는 이로 하여금 섬뜩함을 느끼게 했다. 서둘러 종주를 침상에 뉘인 강선의 뒤로 시종과 의원이 분주히 움직였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제자들이 강선에게 달려와 숨을 헐떡이며 횡설수설했다.
“사숙..... 종주께서는..종주께서는 무사하십니까? 분명히... 분명히 침실에 드시는 것을 저희가..”
“저희가..제가 확인을 했습니다... 분명 숨이 고르시고... 분명 잠이 드신 것 같았습니다...”
강선이 횡설수설하는 사질들의 말을 중간에 갈랐다.
“그래. 분명히 확인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종주께서는 지금 사경을 헤매고 계시지. 더 이상의 말은 듣지 않겠다.”
“종주께서 이미 호수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셨다. 여죄는 추후에 물을 것이니 너희는 당장 연화오의 모든 문을 걸어잠그고 연화오의 모든 출입을 막는데 힘을 보태라. 그리고 너희의 사형들을 불러모아 연화오의 경계를 지켜.”
“사숙... 어쩌지요.. 종주께서 혹시라도..”
“그만!”
울먹이는 사질들에 대한 분노가 강선의 손끝까지 저리게 했지만 강선은 일의 순서를 알았다.
“경계로 가라. 가서 연화오를 지켜. 오늘밤은 그 누구도 이 연화오에 들 수 없고, 그 누구도 나갈 수 없다. 너희 사형들을 깨워 함께 가거라. 배운대로, 연습한대로 하면된다. 나는 해야할 일이 있다. 내 말을 명심하고 너희들이 모든 말을 전해야한다. 알겠느냐.”
이를 악물고 참담함을 삼켜내며 뱉어내는 강선의 말에 제자들이 눈물을 죽죽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하지만 사숙, 사숙께서 가시면 종주님 곁은 누가 지킨단말입니까.... 저희를 두고 어디를 가십니까...”
강선은 손과 품에 닿았던 종주의 차가운 몸이 아직도 살갗에 닿아있는 것만 같은 선득함에 멈칫했다. 그의 사형은.. 희미한 숨을 제외하면 마치 시체와도 같았다...
사질들을 앞에 두고 차마 언어가 되지 못한 말을 삼켜낸 강선이 간신히 답했다.
“인간의 힘으로만은 종주를... 사형을 이곳에 붙들기 어려울 것 같다.”
강선은 검에 올라타 사질들을 뒤로 했다. 그리고 연화오 상공에 올라 가솔들 모두가 들을 수 있게 소리쳤다.
“그 누구도! 연화오에 들 수 없다! 그 누구도! 오늘밤 연화오에서 나갈 수 없다. 수사들은 연화오의 경계를 지켜라! 나는 이릉노조와 함께 돌아오겠다!”
상공을 가르며 운심부지처로 날아가는 강선의 머릿속을 과거의 상념이 메웠다.
대사형을 절벽에서 보내고 연화오에 들어와 소리없이 비명을 내지르던 종주의 얼굴을 기억한다. 그 때는 이미 제 몸을 단도리 할 수 있는 자들은 연화오를 떠난 지 오래였다. 연화오를 떠날 수 없는 자들만이 연화오에 남았다... 어린 종주는 그런 식솔과 가솔들을 이끌어야했고, 그들을 보살피고 가문을 일으키기 위해 밤도 낮도 없이 힘썼다... 하지만 대사형이 죽은 날. 그날부터 종주는 비가 오는 날이면 호수 바닥으로 끝없이 가라앉는 기행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아침에 이르러서는 지난 밤을 기억하지 못했다. 강선은 그 때 제 사형이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몇 남지 않은 어린 식솔들은 비가 오는 날이면... 오들오들 어린 몸들을 떨어대며 종주의 방 앞을 지켰다...
어두운 상공을 가르며 날아가면서 상념은 점차 깊어져.. 기어이 강선이 아주 오래 전의 일을 되새기게 했다.
불에 타던 연화오... 갈기갈기 찢겨 죽어간 사형들... 대들보에 매달려 흔들리던 사부님과 사모님의 다리.... 바닥을 나뒹굴던 신.... 사람의 살이 불에 타들어가며 나던 코를 찌르는 냄새... 온가의 개들의 손속에 튀어나오던 찢어지는 듯한 비명들...
연꽃과 나무가 타는 냄새, 그리고 사람의 살이 타들어가는 냄새가 다시 나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부모의 시신 앞에서 비통함과 참담함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절규하던 어린 종주의 얼굴을 기억했다. 연화오의 호수가 피로 물든 날, 살아남은 자들은 극소수였으며 대부분 무공을 익히지 않은 식솔이거나 아주 어려 그 가진바 무예의 신휘가 보잘 것 없는 제자들뿐이었다.
강선도 그 중 하나였다. 온가의 개들은 고문하는 보람이 있는 수사들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리라 강선은 짐작했다.
온가의 개들의 웃음소리가 빗소리 너머로 희미하게 들리는 것만 같았다, 강선은 입 안의 살을 사려물고 죽죽 흐르는 눈물이 비와 함께 흘러내리는 것을 내버려두고 속도를 높이는데 집중했다.
남희신 안나온거 실화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