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 : 다이어트라도 하냐?! 이 돼쥐가 그새 말라가지고!

같이 보면 좋은 편
?? : 나 좋아하지 마.

크리스에게 잡혀 몽고메리 도넛가게 앞까지 온 배리가 자리에 멈춰 조금 힘을 주고 버텼음. 들어가기 싫다는 무언의 반항이었지.

도넛 별로냐?

그런 건 아니구..

이 집 도넛 먹고 싶다며. 그때도 못 먹었잖아.

설마. 이미 먹어본 건가? 어떤 새끼랑?! 이라고 묻고 싶은 걸 꾸욱 참은 크리스에게 배리는 뭘 고민하는지 눈만 도르르 굴렸음. 성격상 답답한 건 못 참는 크리스가 눈썹을 까딱 들어 올림.

그럼 왜.

...아니야. 들어가자.

도넛가게 사장님한테 쥐새끼만하다고 놀림당한 게 빡쳐서 그렇다는 얘기는 차마 쪽팔려서 못하고, 달리 둘러댈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야. 짤랑-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마자 달달한 슈가파우더 냄새가 코끝을 스쳐. 사장님이 놀린 거고 뭐고 이미 광대가 뽕긋 솟아오르기 시작한 배리.

안녕하세요...

오호.. 안녕-

속마음을 이미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이 씨익 웃은 사장님이 손까지 살랑살랑 흔들었음. 사장님을 피해 얼른 도넛을 고르려 등을 돌린 배리랑, 왠지 저 사장이 배리에게 아는 체를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 않은 크리스는 그 시야를 가리기 위해 배리의 뒤에 바짝 붙어 섰음.

골라.

너는?

됐어. 너 먹고 싶은 걸로 골라.

응-

일단 딸기크림도넛이랑.. 초코파운드... 아! 글레이즈는 무조건이지. 헉 먼치킨도 맛있겠다. 작은 거 하나만.. 그리고 어... 어...

뭘 고민해?

이거...

뭐.

우유크림이랑.. 바나나 커스타드중에 뭐 먹지...?

둘 다 사.

그치만 크림 도넛만 세개-

실례- 바나나 크림은 품절입니다 손님.

네에?!

떡하니 도넛이 진열되어 있는데 어째서 품절이에요! 갑자기 뒤에서 불쑥 나타난 사장님이 바나나 커스타드 크림이 듬뿍 들어간 도넛의 진열대 뚜껑을 닫았음. 먹고 싶었던 건데... 꾸깃 꾸겨지는 배리의 얼굴을 보며 크리스가 손가락으로 도넛을 가리켰지.

하나 남았는데요.

아무튼 품절.

씨잉...

하나 더 만들어주시면 안 됩니까.

엉. 안돼요.

얄밉게 쏠랑 진열장을 통째로 들고 카운터로 가버리는 사장님에 배리가 힝, 하는 소리를 내며 우유크림도넛을 집었음.

야. 저건 다음에 사줄 테니까 오늘은 그거 먹어.

웅...

그때 다시 한 번 짤랑- 하고 종소리가 울렸음. 분명히 여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어쩐지 찬바람을 몰고 들어오는 것 같은 남자였지. 어디서 많이 봤다 했는데. 전에 도넛가게 앞에서 배리를 기다릴 때 봤던, 배리와 닮았지만 분위기는 전혀 달랐던 그 사람이었음.

자기 오늘은 일찍 왔네요?

......너, 또.

사장님이 들고 있는 도넛 진열장과 그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번갈아가며 본 ‘자기’라고 불린 남자는 눈으로 한숨을 쉬고 사장님 손에서 진열장을 빼앗았음.

자기...!

아가리. 넵. 눈빛 한방으로 사장님의 입을 다물게 한 남자가 트레이를 들고 있는 크리스에게 다가왔음. 그 위압감에 배리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지. 이 분... 크리스보다 더 무서워... 아니다 크리스랑 비교도 안 되는 분이다...

학생.

네, 넵!

먹고 싶어요?

아, 아뇨! 아뇨! 괜찮아요!

...정말?

네, 네네 안 먹어도 괜찮...

주세요.

양옆으로 머리통을 휘휘 저어대는 배리 대신 크리스가 배리의 손에서 집게를 빼냈음. 남자는 진열장의 뚜껑을 열어 주었지. 크리쓰으...! 배리가 안 먹어도 된다고 뒤에서 허리를 쿡쿡 찔렀지만, 크리스는 도넛을 꺼내 트레이에 올려놓았음. 감사합니다아.. 배리의 작은 인사에 남자가 고개를 까딱하더니 진열장을 원래 자리에 올려두고 카운터로 돌아갔지.

다 못 먹겠으면 포장하면 되잖냐.

그런, 그런 게 아니라...!

저 남자분이 무서워서 안 먹으려던 거야! 도넛 한 개쯤이야 당연히 더 먹을 수 있지! 어쨌든 결국 우유크림도넛이랑 바나나 커스터드 도넛 둘 다 먹을 수 있게 됐어. 우와 너무 좋아..(╹ڡ╹ )🌸

하나밖에 안 남아서 자기 주려고 남겨둔 건데... 자기가 좋아하는 바나나 크림...

장사 똑바로 해라.

.......

대답 안 해?

예에..

...오늘은 도넛 말고 네가 만든 꽈배기가 먹고 싶었어.

..! 금방 만들어 줄게요!

카운터에서 사장님과 남자분의 대화 소리가 작게 들려와도 크리스는 눈앞에 있는 배리만 보였지. 아기자기한 도넛들이 종류별로 쫘악 깔렸으니 배리 씰이 온 행복을 다 끌어안은 얼굴을 하는 건 당연해.

돼쥐야.

응?

너 아침은 먹고 나왔냐.

어.. 아니...

먹지 말고 기다려.

응? 어어.

지갑을 챙겨 다시 카운터로 간 크리스가 메뉴판을 보더니 콘스프를 추가 주문했음. 빈속에 단 것부터 들어가면 또 탈이 날 게 분명하니까. 계산하기 위해 지갑을 열자 사장님이 됐다고 손을 저었음.

서비스. 내가 약속한 게 있어서.

예?

남자친구한테 물어봐요.

.......

아니라고는 안 하네?

킬킬 웃으면서 묘하게 신이 난 얼굴이... 따악히 좋아 보일만 한 약속은 아닌 것 같은데. 카운터에 몸을 기대고 선 남자도 아마 크리스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게 분명했지. 금방 나온 따끈따끈한 콘스프를 테이블에 내려놓기 전.

너 저 사장이랑 무슨 약속 했어.

응...?

서비스라는데.

켁!

이거봐라. 무슨 서비스인지 알고 있는 눈치다?

그런 거 없어!

없으면. 웬 서비스냐고.

그냥.. 사장님이 나 귀엽다고 서비스 주신 거겠지 뭘!

뭐?

뭐!

허. 이제 막 소리도 지르네? 이 돼쥐가 지 얼굴 귀여운 건 알아서. 피식 웃은 크리스는 스프를 배리의 앞으로 밀어주었음.

그래 귀여운새끼야. 너 다 먹어라.

빈속에 밀가루 넣으면 속 버려. 스프부터 먹어. 그 말에 왜 귀 끝이 빨개지는 건지. 배리도, 크리스도 몰랐을 거야. 꾸물꾸물 크리스 눈치를 보면서 콘스프 한 그릇을 뚝딱 비운 배리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딸기크림도넛을 한입 앙 베어 물었어.

허억-

왜. 맛없어?

슈슈한테 사진 찍어서 보낸다는 거 깜빡했다..

별짓을 다 하네. 그치만 슈슈가 추천해준 도넛인걸... 이미 한입을 먹어버렸는데 이걸 찍어서 보내줄 수도 없고. 근데 딸기크림 엄청 맛있따...

폰 줘봐.

웅. 여기.

좀 잠가놔라.

볼 사람도 없는데 뭘..

카메라 봐.

아?

걔한테 사진 보내주고 싶다며. 먹고 있는 모습이라도 보내.

그렇긴한데... 어! 나 아직 준비 안 됐어! 준비되면 찍어야지! 너무해! 하나둘셋 해줘! 씨발 진짜 가지가지...

하나- 둘- 셋.

한 장 더!

지랄한다. 얼굴 안 보여. 도넛 더 내려봐.

이렇게?

어. 찍는다.

두 학생이 귀엽게도 구는 걸 지켜보던 남자-리처는 피식 웃으며 럼이 살짝 섞인 아이스라떼를 호록 마셨음. 좋을 때다.

귀엽네.

내가요?

따끈따끈하게 구운 꽈배기에 설탕을 듬뿍 묻혀서 들고 나온 몽고메리를 보며 허, 하고 어처구니없는 헛웃음을 흘린 리처가 쟁반에서 꽈배기 하나를 집었지.

그래. 네가.


급식 크리스배리는 인소갬성 쌉가능999999999이라고 본다 반박안받음
아이스매브 몽고메리리처 킬머탐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