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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5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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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업 가보자고~~~~~~~~~












차만 후딱 마시고 나오려던 생각은 이미 날아가 버린 지 오래였다. 어느새 디저트까지 다 먹은 후 일어나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식사 자리로 잡을 걸 그랬나. 가만, 그러고 보니까 나 약혼 파토 내려온 거 아니었나?
 
제기랄!

 
"그저 예쁜 것만 보면 환장해서는..."
"네?"
"석양이 참 예쁘다고요. 저기 좀 보세요."

 
되는대로 지껄이는데 도가 튼 허니 비. 장하다 허니 비. 잘한다 허니 비. 아니 근데 정말 석양이 너무 예쁘지 않습니까? 

 
".. 그러네요. 아름답군요."

 
처음으로 동조해 주는 말에 허니는 입술을 깨물고 필사적으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억눌렀다. 잠시 멍한 얼굴로 석양을 바라보는 얼굴이 예쁜 탓도 있었다.

 
"마차를 불러드릴까요? 아니면.. 실례가 아니라면 제 마차로 모셔다드리겠습니다."
"남작께서?"
 
 
의아한 얼굴로 허니를 돌아보았다. 허니는 예의 빙긋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조금 구겨진 모자를 반듯하게 피며 마부에게 손짓했다. 

 
"네, 어차피 그리 멀지도 않고.. 아니, 멀어도 상관없죠. 어차피 마차를 타고 가는 길인데. 제가 베질웨더에 들어가는 걸 원치 않으신다면 저택 대문 앞까지만 모셔다드리겠습니다."
"..."
"실례일까요?"

 
열린 마차 문을 중간에 두고 튜크스베리는 말이 없었다. 그저 물끄러미 허니를 바라볼 뿐. 허니는 재촉 없이 부드럽게 눈가를 접고 미소 지었다. 
 
 
잠시간의 시간이 지난 후 마침내 넉넉하고 아늑한 마차의 한공간에 몇 시간 전에 만난 두 남자가 나란히 앉게 되었다. 석양이 지나고 어느새 푸르스름한 밤이 내려앉을 시간이었다.
 
 
 
 
 
 
 
 
 
 
 
 
 
 
일정하게 마차가 흔들리는 소리를 제외하고는 침묵이 감돌았다. 마차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초저녁 하늘에 시선을 두고 있던 튜크스베리는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옆을 돌아보았다. 허니 또한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가 자신을 돌아보는 시선에 고개를 돌리고 마주 보았다. 딱히 할 말이 없어 어색하게 눈동자를 굴리던 튜크스베리는 문득 처음 본 사람이랑 너무 생각 없이 마차를 같이 탔나라는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저는 지금 이 시간이 좋습니다."
"뭐,라고.. 하셨죠?"
"지금 이 시간이 좋다구요."

 
여전히 얼굴에 은은한 미소를 지은 채 허니가 대답했다. 튜크스베리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이 갑작스러운 말에 어찌 대답해야 할지를 몰라 다시 눈동자를 도륵- 굴렸다.

 
"꼭 새벽과도 같거든요."
"네?"
"늦은 오후에 석양이 지면서 밤으로 변하는 이 시간은, 늦은 밤에서 새벽과 아침으로 변하는 시간의 하늘이랑 같습니다."
"..."
"하루가 두 번 나누어져 있다는 게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 같죠."

 
밤에서 새벽과 아침으로. 오후에서 저녁으로. 허니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었다. 오늘도 하루를 보람차게 시작한다는, 보람차게 하루를 마무리했다는, 그런 사소한 의미를 부여하며 올려다보는 하늘은 끝내주게 아름다웠으니까.

 
"그러고 보니까 이 시간에 누군가와 함께한 건 처음이군요."
".. 그런가요?"
"네. 전 늘 이 시간에 혼자 있는 걸 좋아해서."
"그럼 지금 방해받는 거 아닌가요?"
 
 
푸흐, 하고 바람 빠진 소릴 내며 살짝 웃은 허니는 눈썹을 가볍게 찡그리는 고운 얼굴을 발견하고는 재빨리 표정을 갈무리했다.
 
 
"오히려 더 좋습니다."
"뭐가 말이죠?"
"튜크스베리 후작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오."
"..."
"제가 좀 낭만적이라서."
 
 
초면에 너무 실례일까요? 그러면서 찡긋 웃는 얼굴이 꽤나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도착했다는 마부의 목소리와 함께 둘의 짧은 대화는 그렇게 끝났다. 

 
저택의 대문 앞에 당도한 마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가볍게 악수를 했다. 원래 혼사가 오가는 알파와 오메가는 사소한 몸가짐도 조심해야 했지만, 튜크스베리는 아직 오메가로 발현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게 낯설고 아직 내려놓지 못한 자존심도 있었기에 밖에서는 그저 신사로서의 예의를 지키고 싶어 했다. 허니는 눈치가 몹시 빠른 남자였고 어렵지 않게 그의 의도를 알아채고 정중히 손을 맞잡았다. 처음으로 맞잡은 손을 몹시 보드랍고 고왔으며 깨끗했다. 마치 그의 얼굴처럼 손도 티 없이 예뻐서 허니는 슬며시 웃었다. 

 
"조만간 다시 뵙겠지요?"
"아마도."
"그럼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네, 조심히 가세요."
 
 
깔끔한 인사가 조금은 아쉬웠으나 허니는 미련 없는 태도로 마차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문을 닫기 전에 아직 바라보고 있던 튜크스베리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혹시 꽃 좋아하세요?"
"네?"

 
조금 놀란 표정으로 되묻는 것에 허니는 의아함을 가졌다. 꽃 좋아하냐는 말이 그렇게 놀랄 일인가?

 
"아, 신사분에게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나요?"
"그건.. 아니지만.."
"그랬다면 죄송합니다. 저는 꽃에는 숙녀분도 신사분도 다 상관없이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하하, 이 질문은 그냥 잊어주세요."
"아니, 아닙니다."
 
 
튜크스베리는 고개를 살짝 흔들며 대답했다. 당황한 것 같기도 하고 조금 놀란 것 같기도 한 표정.

 
"그게 왜 궁금하죠?"
"별건 아니고..."
"..?"
"다음번에 만날 때는 꽃을 들고 와도 될까요? 실례가 아니라면."
 
 
꼭 드리고 싶거든요.
 
 
 
 
 
 
 
 
 
 
 
 






고작 재업인데 갈길이 멀다...
이럴줄알았으면 시즌2 먼저 재업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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