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왜 그렇게 나를 도와줘? 라는 매버릭의 질문에 좀처럼 대답하지 않는 아이스맨이었겠지 구스를 잃고 제 살을 깎아먹는듯한 상실감을 이를 악물고 극복해내는 매버릭의 옆에서 그 누구보다 살뜰히 매버릭을 살피고 돌보면서도 정작 이유는 말해주지 않을거야

물론 우여곡절 끝에 마음을 터놓은 소중한 동료라곤 하지만 그걸로도 설명되지 않을만큼 헌신적인 아이스맨이 가끔 고맙고도 의아한 매버릭일듯... 막막한 밤을 이불을 뒤집어쓰고 견디다못해 망설이며 전화하면 아무리 깊은 밤에도 졸음기 하나 없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다정한 목소리, 캐롤도 브래들리도 없는 휴일이면 어떻게 알았는지 찾아와서 짐짓 뚱한 표정으로 건네는 케이크, 새로 나온 모터사이클 잡지, 영화표 두 장 같은 것들

대답하지 않는 아이스맨한테 매버릭이 다시 말하곤 하겠지 너도 구스 때문에 슬프구나. 하고.
여전히 대답 없는 아이스맨이지만 매버릭이 구스는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다들 구스를 좋아했잖아. 너도 그렇고. 하고 재차 말하며 동의를 구하듯 바라보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일거야... 그럼 매버릭이 조금 웃겠지. 슬픈 웃음이지만 어딘지 자랑스러워보이는 낯으로... 다음에 구스 보러 같이 가자. 캐롤도 반겨줄거야. 브래들리도. 라고 말하면서... 항상 그런 식이었을거야

그러다 매버릭이 동료를 구하려고 무리하게 비행하다 심하게 다친 날이 있었겠지...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가 눈을 떴는데 병실 침대맡에서 자길 지켜보는 아이스맨을 보고 조금 놀랐으면 좋겠다 아직도 조금 욱신거리는 팔을 겨우 들어서 멍하니 자길 바라보는 아이스맨의 부스스한 머리와 핏발선 눈 앞에 대고 흔들면서 농담하겠지 아이스,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 나보다 네가 더 아파보여.
그럼 아이스맨이 조금 더 멍하니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매버릭 손 잡았으면 좋겠다... 한참이나 손을 만지작거리다가 혼잣말하듯이 말하겠지 네가 좋은 사람이라서 그랬어. 하고

무슨 소리야? 하고 묻는 매버릭에게 시선도 맞추지 못하고 매버릭 손만 뚫어져라 바라보면서 계속 말할거야
구스 때문이 아니야. 네가 좋은 사람이라서 그랬어. 나는... 나는 네가 아픈 게 싫어서 그랬어. 네가 슬퍼하는 게 싫어서. 실망하지 마. 나는 네가 좋아서 그랬어. 네가 좋아서, 죽는 게 싫어서... 죽지 마 미첼, 실망하지 마...

한참이나 정적이 흐르겠지... 그치만... 그치만 구스는 좋은 사람이었어. 하는 매버릭의 중얼거림이 그 정적을 깰 거야 여전히 고개를 숙인채로 아이스맨이 속삭이듯 대답하겠지 알아. 하지만 너도 좋은 사람이야.

또 한참이나 정적이 흐르고 여전히 자기 손을 부여잡은채로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이스맨한테 매버릭이 다시 말 건네면 좋겠다. 다음엔... 우리 다음에는 너희 집에서 보자. 한 번도 초대해준 적이 없잖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