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연갤 - 꿀
- 꿀갤
https://hygall.com/503668048
view 1605
2022.10.23 00:07
사랑하는 루, 네가 이걸 읽을 때쯤이면 아마 내 중간 미션이 끝이 났겠지? 원래는 안 쓰려고 했는데 막상 여기 와서 생각해보니 네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절반은 사랑 고백이지만 그래도. 결국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됐네. 몇 번이고 썼다 지웠다 하는 바람에 조금 더러울 수도 있겠다. 그래도 네가 이해해줄 거라고 믿어. 너는 내 루스터니까. 그리고 몰래 내 집까지 찾아와서 기다릴 만큼 깜짝 이벤트 좋아하잖아. 사실 그날 아닌 척하긴 했어도 기분 좋았어. 너도 아버지랑 형들 사이에서 나 기다리느라 고생했고. 그분들이 좀 차가운 기색이 있잖아? 덜덜 떨고 있다는 게 한눈에 보이는데 나 보자마자 아무렇지도 않은 척 내 손 잡아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우리 둘이 손잡고 걸을 때, 네 심장 소리가 내 심장박동이랑 겹쳐서 천천히 뛰는데 우리가 정말 운명 아닐까 싶었다니까.
그날 나는 내가 너에게 속절없이 빠져들었다는 걸 제대로 인정하기로 했어. 물론 운명도 맞지. 만약 우리가 운명이 아니라면 대체 누가 운명이겠어? 아니라고 해도 난 널 놓아줄 생각 따윈 없는걸. 네가 나를 떠나가려 하지 않는 이상 난 항상 너의 곁에 있을 거야. 이건 조금 낯간지러운가? 하지만 루스터, 난 너를 못 본 지 벌써 2주나 지났다고. 보고 싶어서 하는 애인의 투정인 걸로 받아들여 줘. 네가 나를 이렇게 미치게 만들었어. 불덩이처럼 달아올라 자꾸만 사랑 속에서 허덕이게 돼. 네가 나를 이렇게 만든 거야.
사실 이렇게 되기 전에 헤어질까 생각도 해봤어. 너 하나 때문에 바뀐 내가 무서워서, 눈 딱 감고 이별을 말하려고 했어. 그런데 차마 입이 안 움직여서 못 하겠더라. 이 행맨님이, 천하에 못 하는 게 있다니 놀랍지 않아? 그때가 아마 나도 모르는 내 결혼이 논의되고 있었을 즈음일 거야. 심장을 꾹 누르고 아버지가 정해주는 사람과는 결혼 못 하겠다고 밝히는데 갑자기 뺨이 훅 돌아갔어. 눈물이 핑 돌았지. 셋째 형이었어. 해군도 아닌 주제에 손만 매워서...
하여튼 네가 집에 온 날 얼굴이 밴드로 덮여있었던 이유는 그래. 너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지만 궁금해했을 거 다 알아. 내가 설마 너를 모를 리가 없잖아. 네가 두 분이라고 했던 형은 사실 세 명이었고, 그날 아버지는 내가 어디까지 버티나 시험해보고 계셨어. 네가 오지 않았다면 아마 더 길어졌겠지? 어쩌면 그냥 잘못했다고만 말하면 되는 걸 왜 그렇게 미련하게 있었냐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루스터, 나는 절대 그러지 않았을 거야. 숨어서가 아니고 떳떳하게, 너와 행복해지고 싶었으니까. 이번 기회만 버티면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았어. 집을 나와서 너랑 사는 미래를 꿈꿀 수도 있겠다 싶었지. 그래서 둔탱이처럼 버티고 있었어. 그리고 나는 기어코 이겨냈어.
너와 눈을 맞출 때마다 무턱대고 지르고 싶은 걸 참고 또 참다가 여기서야 겨우 말할 수 있게 됐네. 돌아가면 집을 나와서 너에게 프러포즈를 할까 해. 멋없는 고백은 여기에 전부 했으니까 이제는 함께 근사하게 살아도 봐야겠지. 맞아, 기대하라고 미리 말하는 거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파일럿으로 만들어줄게.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라는 건 아니고, 당연히 너도 준비하고 있어야 해. 나도 기대하고 있을게.
사랑해
P.S 다음 편지는 직접 손으로 건네줄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루스터는 장례를 다 치르고 나서야 도착한 편지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피닉스, 나 사람을 죽일 거야
루스터행맨 루행
우리 둘이 손잡고 걸을 때, 네 심장 소리가 내 심장박동이랑 겹쳐서 천천히 뛰는데 우리가 정말 운명 아닐까 싶었다니까.
그날 나는 내가 너에게 속절없이 빠져들었다는 걸 제대로 인정하기로 했어. 물론 운명도 맞지. 만약 우리가 운명이 아니라면 대체 누가 운명이겠어? 아니라고 해도 난 널 놓아줄 생각 따윈 없는걸. 네가 나를 떠나가려 하지 않는 이상 난 항상 너의 곁에 있을 거야. 이건 조금 낯간지러운가? 하지만 루스터, 난 너를 못 본 지 벌써 2주나 지났다고. 보고 싶어서 하는 애인의 투정인 걸로 받아들여 줘. 네가 나를 이렇게 미치게 만들었어. 불덩이처럼 달아올라 자꾸만 사랑 속에서 허덕이게 돼. 네가 나를 이렇게 만든 거야.
사실 이렇게 되기 전에 헤어질까 생각도 해봤어. 너 하나 때문에 바뀐 내가 무서워서, 눈 딱 감고 이별을 말하려고 했어. 그런데 차마 입이 안 움직여서 못 하겠더라. 이 행맨님이, 천하에 못 하는 게 있다니 놀랍지 않아? 그때가 아마 나도 모르는 내 결혼이 논의되고 있었을 즈음일 거야. 심장을 꾹 누르고 아버지가 정해주는 사람과는 결혼 못 하겠다고 밝히는데 갑자기 뺨이 훅 돌아갔어. 눈물이 핑 돌았지. 셋째 형이었어. 해군도 아닌 주제에 손만 매워서...
하여튼 네가 집에 온 날 얼굴이 밴드로 덮여있었던 이유는 그래. 너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지만 궁금해했을 거 다 알아. 내가 설마 너를 모를 리가 없잖아. 네가 두 분이라고 했던 형은 사실 세 명이었고, 그날 아버지는 내가 어디까지 버티나 시험해보고 계셨어. 네가 오지 않았다면 아마 더 길어졌겠지? 어쩌면 그냥 잘못했다고만 말하면 되는 걸 왜 그렇게 미련하게 있었냐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루스터, 나는 절대 그러지 않았을 거야. 숨어서가 아니고 떳떳하게, 너와 행복해지고 싶었으니까. 이번 기회만 버티면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았어. 집을 나와서 너랑 사는 미래를 꿈꿀 수도 있겠다 싶었지. 그래서 둔탱이처럼 버티고 있었어. 그리고 나는 기어코 이겨냈어.
너와 눈을 맞출 때마다 무턱대고 지르고 싶은 걸 참고 또 참다가 여기서야 겨우 말할 수 있게 됐네. 돌아가면 집을 나와서 너에게 프러포즈를 할까 해. 멋없는 고백은 여기에 전부 했으니까 이제는 함께 근사하게 살아도 봐야겠지. 맞아, 기대하라고 미리 말하는 거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파일럿으로 만들어줄게.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라는 건 아니고, 당연히 너도 준비하고 있어야 해. 나도 기대하고 있을게.
사랑해
P.S 다음 편지는 직접 손으로 건네줄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루스터는 장례를 다 치르고 나서야 도착한 편지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피닉스, 나 사람을 죽일 거야
루스터행맨 루행
https://hygall.com/503668048
[Code: 47f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