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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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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 때였어. 애들이 시끄럽게 떠들면서 음식을 가지고 장난치는걸 혼내고, 입가에 묻히고 흘린 걸 닦아주면서 리처의 신경이 몽고메리에게 향했어. 하지만 몽고메리는 그저 담담하게 제 앞에 놓인 접시를 비우기 바빴지. 그렇게 얼추 식사가 마무리 짓자 몽고메리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자신의 찬을 포크로 두들겼어. 애들이 삽시간에 조용해졌어. 몽고메리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말했어.

"오늘 너희들에게 공지할 것이 있다."

잠시 말을 멈춘 몽고메리가 선언하듯이 말했어.

"아침을 마지막으로, 고기 말고 다른 식량들이 떨어졌다."

아이들이 포크와 나이프로 식탁을 두들기면서 환호성을 질렀어. 이런 일이 처음인 리처는 눈을 깜빡이며 이게 무슨 일인지 파악하고 있는데, 몽고메리가 말을 이었어.

"그래서 너희가 이 섬을 돌아다니면서 떨어진 식량들을 구하러 다녀야 해. 열매를 따고 나물을 캐면서 말야. 구할만큼 다 구하고 .연구소로 돌아오는거다. 이번에는 리처씨도 계시니까 낚시를 하러 가도 된다-아이들이 더 큰 환호성을 질렀어-. 한 일주일정도 야영하면서 구하면 되겠지? 리처 선생님 말 잘 듣고, 말썽부리지 말고. 섬 밖으로 나가지 말고. 바닷가 조심하고, 구덩이 조심하고. 리처씨 말 잘 듣고. 만약 말 잘 안 듣고 다쳐오면 치료는 해줄테니지만 아주 아프게 해줄거야. 알겠지?"
"몬티, 앤은?"

양손이 곰의 형태를 띈 한 네이선이 손을 들고 물었음.

"앤은 아픈데, 앤도 식량을 구하러 가야 해?"
"앤은 아프니까 내가 보고 있을거야. 그래서 나도 여기에 남을거다. 부탁합니다, 리처씨."
"......그러죠."
"아깝다~"
"앤도 같이 가면 좋을텐데!"
"몬티한테서 치료를 받으면 다음에는 앤도 같이 갈 수 있을거야!"
"그러면 이제 짐을 싸가지고 출발하고, 리처씨한테 가면서 설명해주도록 해라."
"네~"
"리처 선생님, 빨리 가요!"
"먼저 짐 싸는 사람이 낚시하러 가기!!!!"

아이들이 리처의 손을 잡고 끌고 갔어. 리처는 끌려가면서 몽고메리를 살폈어. 몽고메리는 평소처럼 뚱한 얼굴로 손을 흔들고 있었어. 마치 어제 있었던 일은 정말로 리처의 꿈인 것처럼 말야.

아이들이 왜 식량을 구하러 간다는 말에 환호했는지 리처는 나오고서야 알았어. 말이 식량을 구한다는 중차대한 임무였지 애들이 산과 들을 뛰어다니면서 노는 시간에 가까웠거든. 특히 낚시에서 말야. 애들은 낚시대를 챙겨나오긴 했지만 그걸 곧장 내팽겨치고 바닷물에 뛰어들어서 물놀이를 하길 바빴어. 리처는 애들이 내팽겨친 낚시대를 정리하고 있는데 침팬지의 하체를 가진 가장 나이가 많은-그래봤자 13살인-셰카이나가 리처의 곁으로 와서 같이 정리하기 시작했어. 리처가 고맙다고 하면서 말했어.

"이래서 애들이 낚시를 하러가려고 했구나."
"몬티는 애들이 바닷가에 가는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게다가 고기는 어차피 몬티가 다 구하니까요. 그래서 우리 같은 어린애들이 섬에서 야영해도 안전한거에요. 위험한 동물들은 다 몬티가 처리했으니까요. 그리고 우리는 생선은 왠만하면 잘 안 먹어요. 가시가 목에 걸릴 수도 있어서."
"셰카이나는 언제부터 여기 있었니?"
"음, 지금보다 더 어렸을때부터.....? 잘 기억이 안나요."

셰카이나가 고개를 갸우뚱 했음.

"그러면 여기.....나말고 어른이 온 적이 있니?"
"없어요. 부모님들이 여기에 애들 맡기려고 온다는데, 사실 아는 애들은 다 알아요. 부모님들은 우리를 죽이려고 버린거고 몬티가 우리 구해준거라는거. 몬티가 우리를 치료해준다고 하고 또 몬티 말대로 치료가 되어서 나간 애들도 있긴한데, 사실 전 치료받기 싫어요."

셰카이나가 리처에게 속삭였음.

"여기서 나가면 몬티도 애들도 다 못 만나는거잖아요. 아, 이제 리처 선생님도 있구나. 그래서 전 치료받아도 여기 남을거라고 몬티한테 그럴거에요. 몬티처럼 공부해서 몬티 조수로 있을거에요."
"셰카이나는 몬티가 좋구나."
"그럼요."

셰카이나가 씩 웃었어.

"리처 선생님도 몬티가 좋죠?"

리처는 대답하지 못했어.

결국 첫번째 날은 바닷가에서 놀기만 하다가 저물어버렸어. 아이들은 텐트를 쳤고 리처는 불을 피웠어. 그리고 모닥불을 둘러싸고 앉아 몽고메리가 챙겨준 도시락을 먹으면서 노래를 불렀지. 캠핑 온 것처럼 각자의 텐트 속에 들어가 소곤소곤 떠들던 아이들의 목소리가 서서히 잦아들고 새근거리는 숨소리와 벌레 우는 소리만 가득해지자 리처는 몸을 일으켜 텐트 밖으로 나갔어. 밤하늘에는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별빛이 반짝여 마치 쏟아질 것만 같았지.

리처는 몽고메리와 이야기를 해보기로 결정했어. 어제 자신이 보았던 것에 대해서 말야. 그리고 이 섬에 대해서도. 리처도 군인 출신으로 신병들 훈련에도 참여해본 사람이야. 그래서 알았어. 이 섬은 이상해. 아무리 개인 소유의 섬이고 몽고메리가 관리한다고 하지만 생태계 자체는 완벽한데 위험한 동물들은 몽고메리가 다 처리해놨다? 그러면 결코 이런 생태계가 유지될 수가 없어. 몽고메리가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지는 리처에게는 관심대상이 아니었어. 하지만 만약 그게 아이들이나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라면.....몽고메리를 막아야 했어.

리처는 아이들이 다 잠이 든걸 확인하고 연구소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어. 연구소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리처는 뭔가 잘못된걸 알았어. 연구소 안은 피비린내로 가득했으니까. 리처는 허리춤을 만지자다가 아차 싶었어. 이 섬에 들어와 치료 받으면서 총을 빼놓은 다음 단 한번도 차지 않았거든. 리처답지 않은 행동이었지. 리처는 예전에 몽고메리가 총을 어디다 두겠다고 말했는지 기억하려다가 갑자기 들려온 비명소리에 생각을 멈췄어. 앤의 비명소리였지. 리처는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뛰었어. 그곳은 몽고메리의 실험실이 있는 곳이었지.

그리고 리처가 그 앞에 도착한 순간 앤이 뛰어나왔어. 하지만 앤의 모습은 끔찍했어. 피투성이였고, 앤의 꼬리와 귀가 없어졌고, 그리고......한쪽 다리가 없었어. 뛰쳐나오면서 바닥에 엎어진 앤이 손을 뻗었어.

"사....살려......."

앤은 말을 마치지 못하고 목이 잘렸어. 데구르르 구르는 앤의 머리가 리처의 발에 닿았고 몽고메리가 피투성이가 되서 앤의 몸통을 발로 밟았어. 무표정한 얼굴로 몽고메리가 말했어.

"보셨군요."

몽고메리가 담담하게 말했어.

"어제처럼."

그리고 그순간 리처는 몽고메리에게 달려들었어.

아이스매브
몽고메리리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