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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1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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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는 몽고메리의 말처럼 새로운 아이들이 해변가에 종종 나타났음. 그중에 리처가 제일 마음 쓰는 아이는 앤이었는데, 앤은 고양이의 귀와 꼬리가 달린 아이였음. 앤은 말수도 적고 숫기도 없어서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게다가 밤에 발작을 일으키며 자주 아팠음. 그래서 몽고메리도 앤을 안아들고 가 매일 치료했지만 차도가 없는거 같았음. 리처도 앤을 걱정했고 몽고메리가 앤을 안고 치료실로 들어가면 앤을 걱정하는 애들을 안고 달래기 바빴음. 그러다보니 점점 몽고메리와의 술자리가 줄다가 아예 없어져버렸지.

그래서 그런지 점점 생각이 많아지는 리처였어. 몸은 이제 다 나아가고 섬 밖으로 돌아가야할 때야. 하지만 이상하게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거야. 선생님 하면서 웃으면서 달려오는 아이들의 웃는 얼굴이며, 항상 생각을 읽기가 어렵고 무표정하지만 자세히 보면 미세하게 기분에 따라서 표정이 변하는 몽고메리의 얼굴을 관찰하는게 서서히 즐거워지는 참이었거든. 그렇다고 해서 이 섬을 아예 나가지 않으면 밖에서는 계속 연쇄 납치 사건이 벌어질게 뻔했지. 그날도 침대에 누워서 생각하다가 이대로는 밤을 새겠다고 생각해서 몸을 일으켰어. 산책이라도 하면 좀 잠이 올까 싶어서.

그러고보니 이 시간대에 깨어 있는 것도 오래간만이야. 섬에 들어와서 아이들에 맞춰 생활하다보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잠이 드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된 리처였거든. 항상 이 시간대는 리처도 술기운과 피로로 지쳐서 잠이 드는 시간이고 오로지 몽고메리만 깨어 있어야 했지. 그런데.

왜 말소리가 들리지?

혹시 침입자라도 있는건가 싶어 리처의 신경이 곤두섰어. 그것도 그럴 것이 하나는 낯선 목소리고, 다른 하나는 몽고메리의 목소리인데 잔뜩 날이 서 있었거든. 요양과 섬 생활에 익숙해져 말랑해진 리처는 다시 맹수로 돌아갔어. 온몸이 흉기나 다름없는 리처는 몸을 낮추고 살금살금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어. 그 곳은 몽고메리의 연구실이었지. 그리고 리처의 눈에 보인 것은......

"차라리 죽여, 시발!!!!!!!!!!!!!!!"

산 채로 해부당하는 한 남자와.

"그건 너무 관대하지 않나? 밥버러지에 기생충. 차라리 이렇게라도 인류에 공헌하는게 어때?"

빈정거리면서 그를 해부하는 몽고메리. 언제나 무표정한 얼굴에 활짝 미소를 지으며 즐겁게 남자를 난도질 하는 모습에, 리처는 자기도 모르기 입을 가로막고 뒤로 물러섰음. 평소의 리처였다면 당장 달려들어 몽고메리를 때려눕히고 남자를 구했을거임. 하지만.....

해부하는 사람이 몽고메리잖아.

그렇게 아이들에게 다정하던 몽고메리잖아.

자기를 치료해준 몽고메리잖아.

그 감정들이 리처의 눈을 가렸고 리처는 애써 몸을 돌려 남자가 지르는 소리를 무시했어. 잘못 들은거야. 동물 소리일거야. 잘못 들은걸꺼야.

그 생각을 하며 리처는 몸을 돌렸어. 하지만 그게 착각이라는걸 깨닫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지.

아이스매브
몽고메리리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