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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1 01:24
군인의 날이라든지 그런 데서 재회하는 거 보고싶다


식순에 적힌 모든 행사 끝나서 귀빈 취재진 전부 빠져나갔고 군인들이랑 그 가족들만 남아있는 거. 다들 풀어진 얼굴로 먹고 마시고 있는데 루행 바로 옆에 자리한 각자의 테이블에서 별말 없고 간간이 웃고 샴페인 한 모금씩 넘기고 있을 뿐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행맨 잠시만, 자리에서 일어나 루스터 뒤로 지나가고 루스터 그런 행맨 뒷모습 바라보다가 제 잔에 남아있는 거 전부 입 안으로 털어 넣고 엉덩이 뗌.


떨어져서 걷는 두 사람. 행사장 메인 스테이지 뒤 인적 드문 곳 도착하고서 행맨 걸음 멈추면 내내 따라붙던 발소리도 멈춤.

"잘 지내?"
마주 본다. 루스터 대답 없고. 키 차이 나는 둘. 한 사람은 내려보고 한 사람은 올려봐야 눈동자 두 쌍 만날 수 있지.
"나는 불행해."
그 말은 누구 하나가 조금이라도 더 내려보거나 조금이라도 더 올려보면 서로의 눈을 똑바로 볼 수 없다는 말이다. 루스터 두 번째로 익숙한 위치에 시선 두기로 한다. 그럼 초록색 눈동자 대신 입술이 시야에 들어옴. 어떤 감촉인지 너무나 잘 아는.

"나 때문이야?"
"응."
너무 빨리 돌아온 답변에 루스터 급하게 숨 들이켰다가 천천히 내쉼.
"확실해?"
"..."
"제이크 세러신의 삶에 내가 없어서, 그래서 불행한 거라 확신하냐고."
"자꾸 물어보니까 아니라고 하고 싶네. 아니라고 하고 싶은데. 그럼 멍청한 누구가 정말 그렇게 생각해버릴 것 같아서 거짓말도 못하겠어."

몇이나 알까 행맨 울음 참는 표정. 그 표정 앞에 두고 루스터 머릿속으로 몇 장면들 지나감. 검은 양복 입은 사람들 질 좋은 코트를 걸친 중년 남성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 수화기 너머 낯선 목소리 세러신나이미래행복결혼아이가정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 가져. 그리고 행복해."


퍽 큰 소리 내면서 루스터에게 떨어지는 행맨. 1년 만에 안아본 사랑은 루스터 기억보다 더 얇고. 더 따뜻하고...
"근데 너 키가 줄었어?"
"... 네가 큰 거 아니고?"
"아닐걸?"
"너무 슬프면 키가 작아질 수도 있나."
"그럼 나는 지금 5피트 정도 되어야 하는데."
"못 본 사이에 거짓말이 많이 늘었어, 수탉."
"정말로."
두 번은 놓지 않는다고.

어깨 위 축축해지는 거 느끼는 루스터. 주위 환해진다. 제 품 안에 있는 행맨 귀 양 손바닥으로 가리는 루스터 옆얼굴 빠르게 번쩍거림. 불꽃놀이가 시작되었음.



루행

반나절? 있으면 강파월 생일이네 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