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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1 00:10
리처가 머무는 도시에 연쇄 실종 사건이 생김. 하지만 생각보다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그 피해자들이 바로 노숙자, 길거리의 창녀들, 그리고 고아원의 고아들이었기 때문이었지. 정의감에 불타는 한 검사만이 혼자서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했음. 리처는 그걸 알고 검사를 도와주기로 하고 검사의 조사원이 되서 수사를 시작함.

그렇게 무적의 주먹 리처 센세의 손에 분쇄되는 폭력조직들인데, 정작 연쇄 실종 사건에 대해서는 실마리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상태였음. 그날도 리처가 폭력조직 하나 때려부수고 길가에 앉아서 잠깐 쉬고 있는데, 누가 다가와서 물어봄.

"당신이 요근래 이 일대의 폭력조직들을 때려부수는 사람인가요?"
"그렇습니다만, 누구시죠?"

리처는 고개를 들었음. 눈이 부시게 반짝이는 금발을 한, 어딘가 이질적인 느낌을 한 남자였음. 그 남자는 리처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물었음.

"왜 그러는건가요? 다른 조직의 히트맨인가요?"
"그건 아니고, 이 도시에서 벌어지는 연쇄 실종사건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 사건을 조사하고 있거든요."
"그러면 정말 번지를 잘못 찾으셨네요."

남자가 말했음.

"저기 보시면 햄버거 가게가 있어요. 저 햄버거 가게는 정상적인 가게로 위장하고 있지만, 사실 이 연쇄 실종사건의 행동대장 같은 곳이죠. 배고프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공짜로 햄버거를 준다고 꾀서 납치를 하는거에요."
"그렇게 잘 아시면 경찰에 신고를 하지 그러십시오."

리처가 말했음.

"그러면 수사가 쉬워질 겁니다."
"유감스럽게도 그럴 수가 없어요."

남자가 슬프게 말했음.

"그러니까 일어나서 저리로 가요, 잭 리처. 일어나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리처는 눈을 떴음. 어느새 졸다가 꿈을 꾼 모양이었음. 하지만 정말 생생한 꿈이었고, 심지어 꿈 속의 남자가 지목한 햄버거 가게가 바로 앞이었지. 문득 그걸 보고 햄버거가 먹고 싶어진 리처는 그 가게로 들어섰어.

하지만 정말 놀라운 일이지, 그 가게는 꿈 속의 남자가 말한 대로 연쇄 실종사건의 행동대장 격인 곳이었어. 배고프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공짜로 음식을 나눠준다고 하고 납치를 하는거였지. 리처가 들어오자 지레짐작으로 자기들이 들켰다고 생각한 그들은 리처를 공격했고 결국 리처의 손에 뭉개졌어. 하지만 그들은 결코 진술을 하지 않았지. 레스타 드 리용쿠르에게 영광이 있기를! 이게 그들이 남긴 유일한 말이었고 리처는 또다시 진술을 해줄만한 친구들을 찾아 나서야 했지.

그런데 정말 기묘하게도, 리처의 꿈에 나타나 햄버거 가게를 알려준 남자가 종종 리처의 꿈에서, 아니면 비몽사몽한 순간에 나타났어. 그리고 연쇄 실종사건의 범인 패거리들을 지목했지. 리처가 그 꿈을 믿고 가면, 영락없이 그들을 잡았어.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리처는 의아해했지. 리처는 이런 류의 초능력은 한번도 본적도, 느낀적도 없었거든.

하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리처도 결국 당하는 날이 있었어. 리처의 소식을 들었는지 온갖 중무장을 한 놈들의 공격에 리처는 부상은 입었지만 물로 뛰어들어 탈출하는데 성공했지. 그리고 의식을 잃었어.

리처가 눈을 뜬건 어린아이들의 목소리 때문이었어. 리처를 콕콕 찌르면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거든.

"어른이 떠내려 온건 처음 봐!"
"이 아저씨는 인간 같이 생겼네!"
"우리랑 달라!"
"죽었나? 살았나?"
"살아있어!"
"그런데 왜 눈을 감고 있지? 아픈가?"
"그럼 몬티한테 데려가자! 몬티가 치료해줄거야!"

리처가 눈을 떴을때 리처는 경악했어. 눈앞의 어린아이들은 다양한 연령대였지만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아이도 13살은 넘지 않아 보였어. 리처를 경악하게 만든건 그 아이들이 다 인간의 형태가 아니었기 때문이야.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사람처럼 말하고 걷긴 하는데, 신체의 일부분이 다 동물이었어. 리처는 눈을 부볐어.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하고 말야. 하지만 이건 생시였고, 아이들은 어른이 깼다!며 꺄꺄 비명을 지르며 달려갔어. 잠시 후 아이들은 한 안경 낀 남자와 되돌아왔어.

"몬티, 몬티, 봐봐. 사람이야!"
"몬티처럼 어른이야!"
"그런데 아픈거 같아!"
"몬티, 치료해줘. 의사잖아!"
"얘들아, 조용히."

몬티-안경 낀 남자-가 입을 열자 아이들이 입에 지퍼를 채우는 시늉을 하고 가만히 있었어. 리처가 몸을 일으키려다가 몰려오는 통증에 인상을 찌푸렸어. 몬티가 이리저리 촉진을 하다가 리처에게 말했어.

"갈비뼈가 여러 대 부러졌군요. 일단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같이 가시죠."
"여긴 어딘가요?"
".....여긴 제 개인 섬입니다. 이름도 없는 무인도죠."
"여긴 우리 집이에요!"
"우린 아파서 이렇게 되었는데-말을 한 아이는 토끼 귀가 달렸고 양 손도 토끼 발이었어-몬티가 우리 고쳐주려고 하고 있어요!"
"다 나으면 섬 밖으로 나갈 수 있어요! 그런데 난 여기서 안 나가고 싶어!"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면서 재잘거리자 몬티가 다시 한번 얘들아, 지퍼. 라고 짤막하게 말했어. 아이들이 다시 입에 지퍼를 채우는 시늉을 하고 조용히 하자 몬티가 다시 말했어.

"저는 몽고메리 박사입니다. 아이들 말대로 여기서 의학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일단 제 연구소로 가서 치료를 받으시고 다 나으시면 그 때 섬 밖으로 나가시지요. 배는 제공하겠습니다. 저는 이 섬 밖으로 자주 나가서 배가 여럿 있거든요."
"아이들은 왜....이런 모습인가요?"
".....이 지역의 풍토병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 일대의 풍토병이겠지요. 아이들은 병에 걸리면 동물의 형태가 몸에 나타나고, 그러면 부모들은 이 섬에 아이들을 데려온답니다. 안 그러면 금방 죽는데 이 섬의 기후 덕인지 환자들이 더 오래 버티거든요. 그래도 병에 걸린 아이들이니 그런 아이들을 두고 볼 수가 없어 여기서 치료법을 찾고 있는겁니다."
"......알겠습니다, 따라가도록 하죠."
"제가 부축할게요!"
"내가 할래! 내가!!!"
"괜찮아, 혼자 걸을 수 있어."

리처는 최대한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음. 그런 리처를 아이들이 둘러싸고 재잘거렸고 몽고메리는 안경 너머 날카로운 눈으로 계속 리처를 관찰했음.

시간은 빠르게 흘렀음. 리처는 이 섬 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했음. 처음에는 몽고메리의 인상이 안 좋아서 의심했는데, 몽고메리는 정말로 아이들의 병을 고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는것처럼 보였음. 몽고메리는 낮의 절반은 연구에, 낮의 절반은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지식을 가르치는데에 보냈고 저녁에는 아이들과 잠깐 놀아준 다음 아이들을 재우고 밤늦게까지 연구에 매진하는걸로 보였음. 어느정도 갈비뼈가 붙자 리처는 재활을 겸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데에 자원했음. 몽고메리는 몸을 움직이는 신체활동이 필요한 체육은 전혀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에-리처가 왜냐고 묻자 몽고메리는 뚱한 표정으로 자기는 필요할때 빼고 땀 흘리는게 싫다고 대답했음-리처는 자기가 체육을 가르치겠다고 했고 섬에는 어느새 간이 농구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과 간이 축구장이라고 부를 수 있는게 생겼음. 거기서 리처는 아이들에게 체육을 가르쳤음.

그러다보니 리처는 신기한걸 발견했음. 바로 동물로 변한 아이들의 신체 능력이 마치 그 동물과 비슷한 수준이라는거였음. 토끼와 섞인 아이들은 토끼처럼 잘 듣고 점프했고, 치타와 섞인 아이들은 정말 잘 뛰었음. 고릴라와 섞인 아이들은 힘이 쎘음. 전직 군인이었던 리처조차도 때론 체력이 딸릴 정도였음. 리처는 생각했음. 몽고메리가 고생이 많았겠구나. 리처는 최소한 자기가 집안일이나 요리를 하고 싶어했지만 몽고메리는 당신은 손님이라며 그걸 막았음. 자기도 모르게 섭섭함을 느끼던 리처는 자기가 왜 섭섭함을 느끼는지 몰라 고개를 저었음. 그래도 몽고메리는 집안일은 아이들과 분담해서 했지만 요리만큼은 몽고메리가 직접 했지. 리처는 아이들과 함께 식사를 기다리면서 아이들에게 몽고메리 자작 동화-하드코어해서 애들 정서에 좋을까 염려스러울 정도로-나 리처가 기억을 뒤져서 나온 야매 동화 이야기를 해줬음. 그 뒤에 애들하고 뛰어놀면서 애들을 지치게 한 다음 애들을 재우고, 지친 몸에 에너지를 충전할 겸 몽고메리가 담근 술을 한 두 잔정도 마신 다음 리처는 자러가고 몽고메리는 연구실로 들어가는게 이제 섬의 일상이었음.

"왜 애들을 고치는 연구를 하세요? 이 지역의 풍토병이고 치사율도 높다면 이 지역 밖으로는 전염가능성이 없잖아요."
"저희 어머니가 언제나 그러셨지요. 아이들은 항상 행복해야 한다고."

어느날 가진 술자리에서 리처가 한 질문에 몽고메리가 대답했음.

"이 병이 계속되는 한 아이들은 언제 발현될지 모르는 불안함에 떨면서 살아가야 해요. 수명도 짧아지고요. 저는 그걸 아예 없애고 싶을 뿐입니다."

리처는 생각했음. 몽고메리는 참 선량한 사람이구나. 하지만 그 생각을 깨부순건 리처의 뼈가 다 붙어 슬슬 섬 밖으로 나가도 될 시기에 벌어졌음.

아이스매브
몽고메리리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