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연갤 - 꿀
- 꿀갤
https://hygall.com/503093562
view 3018
2022.10.19 13:46
압해 1
https://hygall.com/502999164
루스터는 완벽을 추구했다.
그의 피앙세는 항상 자신더러 느림보라고 놀려댔지만 사실 루스터 역시 5G를 기본으로 견디며 나는 것이 익숙한 탑건이었고, 누구보다 느리지 않았다. 그는 느린 게 아니라 정확한 한발을 노렸다.
루스터에게 주어진 자원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난하진 않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의 곁에선 도전과 시도를 지지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행복했지만 빠르게 잃은 부모와 언제나 곁에 있을 것 같았으나 결국은 답 없이 자신을 반려했던 대부를 보며 좌절했고 결국 루스터는 자기 스스로 어떻게든 길을 내 성취하는 것으로 자신을 구성했다.
그의 절친한 친구였던 피닉스는 에고이스트 덩어리들 사이의 유니콘이라고 자신을 칭했지만 글쎄, 루스터는 자기가 쌓아올린 성에서 자신이 살고 있음을 알았다. 본인은 알게 모르게 집착과 고집이 있었고 돌아가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는걸, 루스터 스스로가 가장 잘 알았다. 그저 조용히 때를 기다려서 남들이 모를 뿐.
그런 루스터에게 행맨은 너무 자유분방했고, 가벼워 보였고, 그래서 거슬렸다. 지금도 그렇지만 더 어린 시절의 행맨은 진짜 지독하게 날라다녔다. 거기가 포탄이 떨어지는 이라크건, 핵발전소 근처이건 마치 위험을 쫓아다니듯 날았고 그건 언제나 미세하게 루스터를 자극하는 그의 대부-매버릭을 생각나게 했다.
넌 죽고 싶은거야? 그러면 차라리 니 이름처럼 목을 매달아, 몇천만원 짜리 비행기 날리지 말고! 파병지에서 어느때처럼 다투며 소리질렀을때, 일순간 허물어진 입술선이, 갑자기 눈물이 차올라서 반질하게 코팅된 초록색 눈알이, 그리고 뜻밖에
난 .. 난 죽으면 안돼. 걔들은 내가 없으면-
같은 말을 하다가 갑자기 나가버리는 뒷모습에서 루스터의 지독한 관찰과 집착이 시작됐다.
귀하신 도련님이라 이런 싸구려 음식은 못먹는거냐며 주위에서 이죽일때 루스터는 행맨이 몇가지 음식만 가리는 걸 파악했고 이내 치즈류-아마도 유당 소화에 문제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가 비행하기 전 가슴께를 툭툭 두드리는 걸 알았고 남들에게 관물대 안을 들키지 않으려 조심하길래 진짜 남들이 말하는, 그 세러신 집안의 약혼녀라도 있는 건가 싶었지만 찰나에 보았던건 우습게도 모자를 쓴 작은 금발머리 남자애와 이쁘장하게 생긴 여자애의 사진-누가봐도 제이크 세러신 판박이인 동생들의 사진인 것도. 가끔 자신이 잠들었는지 수십번 확인한 후 이불을 덮어 통화를 한 뒤엔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기까지 했다.
루스터는 제이크가 자신에게 둘러쌓인 오해들에 변명하지 않는 것들을 지켜봤다.
그렇게 기민한 루스터가, 자신을 바라보는 제이크 눈에 점점 애정이 들어차는걸 모를 수 없었다.
나쁜 놈처럼 들리지만 루스터는 그것을 모른척했다. 연애 감정 그것도 같은 남성 파일럿 사이에서? 배부른 소리였다. 자신은 대부에게, 사실 그를 떠난 모든 가족에게 증명해야 할 것들이 잔뜩 남아있었다.
같은 파병지에서 복귀해 항모에서 내리기 직전 밤, 도둑고양이처럼 살그머니 내려와 입술까지 떨어가며 도둑키스를 하는 행맨을 느꼈음에도, 걔의 반듯한 뒷머리를 눌러 혀를 넣을까 말까 수십번 고민했지만 결국에는 모르는척 했고 그렇게 헤어졌다.
돌고 돌아 겨우 다시 만난 제이크를 보면서 루스터는 그제서야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고 자각했다.
자신은 제이크를 사랑했다.
심한 말을 해놓곤 결국엔 저 주변을 빙빙 돌아다니는 그가 귀여웠고, 멋없는 자신의 칭찬에도 뿌듯해하면서 귀를 붉히는 것도 귀여웠다. 하드덱에서 조촐하게 열린 미라클 미션의 뒷풀이에서, 약간 취해 놀랍게도 좋아했‘었’단 말을 떨면서 전한 제이크의 입술을 내리눌러 막으면서 그때부터 얘를 내 옆에 앉혀야겠다고 결심했다.
너에겐 둘러댔지만, 사실 사귀기로 한 첫날부터 너와 결혼을 꿈꿨어.
“등..나무 멋지지!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해”
다이닝에서 야외결혼은 자신의 취향임을 고백한 이후로 계속해서 제이크가 중얼거렸다. 귀여워가지곤, 피식 웃으면서 핸들을 몰지 않는 한쪽 손으로 그의 귓볼을 훑었다.
“난 진짜 다 괜찮아, 루스터. 알지?”
“알지, 그래서 다 좋다고 카달로그에 표시해서 찰리가 너 죽이겠다는 거 내가 겨우 말렸잖아.”
야, 그건, 누가 청첩장 종이 종류만 54가지를 고민하냐! 결국 행맨에게서 짜증을 내게 만들고 나서야 손을 뗐다. 그래, 그렇게 귀찮고 짜증만 부려도 너는 결혼식에 하나 둘씩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멋지게 브롱코를 주차하고, 제이크 입술가에 뽀뽀를 한 후 씩 웃자 뭐라고 왈왈 거리던 제이크의 입술이 다물어졌다. 이제서야 좀 새신랑 답네. 결혼하자는 말에 예스라고 대답해놓곤 모르는 척 흘려 보내던 제이크는 이제 없다. 자신이 왜 웃는지도 모르면서 얼굴을 조금 붉히더니 이내 얼른 들어가자고 채근하는 볼이 귀엽다.
제이크가 자신을 꽤 오래 좋아했음에도 적극적으로 욕심내지 않았던 걸 안다. 행맨은 생각보다 비행을 제외한 모든 것에 그랬다. 관사도 너무 깨끗해 사람이 머무는지조차 티나지 않았고, 다른 동기들과의 관계에도 연연하지 않았으며-사실 제이비 마차도를 제외한 모두를 쳐냈다고 보는게 맞다-무엇도 남기거나 흔적을 두려고 하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그건 사귀는 사이임을 공인했어도 변하지 않았고 그건 꽤 루스터를 초조하게 했다. 헤어지기를 기다리는 사람 같아. 하지만 루스터는, 한번 둥지를 틀면 거길 떠나고 싶지 않았고 기어코 행맨을 거기에 주저앉힐 셈이었다.
언젠가 사적인 연락이 완전히 끊겨있던 시절의 대부가 세번째 이라크 파병을 나갔을때 화를 내며 3성 장군 아이스의 오피스를 멋대로 쳐들어갔던 적이 있다.
‘당신은 매버릭이 죽어도 좋아?! 왜 그렇게 그냥 보내는 거냐고!!’
‘브래들리.’
‘그래, 입이 있으면 말을 해!’
‘너는 아직도 모르는구나. 이게 매버릭을 살리는거야.’
노화가 오기 시작한다며 안경을 쓴 아이스가 차분히 말을 이었다. 내가 걔를 그냥 보낸다고? 천만에.
‘그래야 다시 내 품으로 돌아오지.’
‘…’
‘무작정 앉히면 내 곁에 있겠니, 맵이?’
내가 죽게 놔두지 않을테니 걱정마렴.
그리고 아이스는 정말로 매버릭을 길들였고 품에 넣었지. 행맨은 매버릭을 닮았다. 그리고 자신은 아이스를 닮았지.
그때부터 차분히 준비를 시작했다. 너도 모르게 나와 영원을 약속하도록.
너가 조금 더 애정을 욕심내고, 사랑이 많아지고, 그래서 지상이 무거워서 날다가도 계속 돌아오도록. 나그네의 윗옷을 벗긴 건 결국 햇빝이었다지 아마, 재빨리 그들의 집으로 들어가버리는 작은 뒷통수를 보며 루스터가 윗입술을 핥았다.
결코 안한다던 제이크의 결혼식이 약 3달 남은 시점이었다.
대체 뭐가 뭔지도 모르겠는 선택들의 연속에서 그들의 청첩장이 나왔고 예복을 맞추었으며 당장 내일, 브래들리 브래드쇼와 제이크 세러신의 결혼이 열린다.
제이크는 달력을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아 이마를 문질렀다.
“제이키!! 팩 건들지 말라구! 얼른 다시 누워!”
벼락같이 레지나가 다가와 물흐르는 주짓수 동작을 사용해 그를 쇼파에 눕혀버렸다. 생각보다 사뿐히 넘어가 뒷통수가 아프진 않았으나 갑자기 뒤집힌 세상에 어이가 없어서 주위를 보니 이미 자신의 옆 리클라이너엔 눈에 오이까지 붙인 루스터-신이시여-가 곱게 누워있었다. 세상에, 레지나! 진짜 짱이다! 사기그릇과 붓을 가져오던 찰리가 신이나서 뺙뺙 소리를 질렀고.
“비서일 때려치고 그냥 예식회사 차릴까봐. 이게 체질에 맞아.”
“너 하루에도 수십번 제이키 죽이고 싶다며. 그러다 손님들 죽이는거 아니야?”
“그거야 뭐.. 그건 옛날에도 그랬으니까..”
“얘들아.눈을 가린 거지 귀는 다 들린단다.”
낄낄대는 소리에 낮게 쿡쿡거리는 루스터의 웃음 소리도 섞인다. 매번 셋이서 실없는 소리를 했는데 다른 목소리가 섞이는게 생경하다. 하지만 꽤 나 빼고 셋이 많이 친해져서.. 죽도 잘맞는 것 같고.. 어차피 요즘은 부부가 헤어져도 애들이나 가족들하곤 연락하니까?
“형은 안떨려?”
“응?”
“루스터 형은 아까 갑자기 토할거 같다던데. 형은 안떨리냐고.”
“나는.. 나는 글쎄..”
부유하던 생각을 찰리의 목소리가 가르고 들어왔다. 떨리나? 글쎄.. 여전히 별 생각이 없는 것 같지만. 애들은 모두 수고 했으니까.
“떨리지, 이거 두번 하라그러면 어떻게 하냐. 한번으로 끝내야 되는데.”
“와, 진짜 최악. 결혼 전날에 저런말 하는 사람이 어딨어?”
“루스터, 진짜 마지막 충고인데 헤어져요. 지금이면 50퍼센트는 환불받을 수 있어.”
“안돼..”
우우, 루스터 아까워 소리지르는 둘 목소리 사이로 루스터가 괜찮아, 제이크는 이쁘잖아 까지 덧붙였다. 둘다 쌍으로 최악이라며 찰리가 욕을 했고 레지나는 오이로 루스터 입을 때리기 시작했다.
모르긴 몰라도 이렇게 모이는 땡스기빙데이나 크리스마스는 꽤 즐거울 것이다. 아마도 여전히 철없는 매버릭과도 애들은 잘 맞을거고.
찰리가 상사 루디의 힘을 빌려 데려온 유명 연예인들의 코디를 전담한다던 스타일리스트가 입혀준 흰 양복과 메이크업, 머리를 마치고 그 난리를 피운 등나무가 멋들어지게 서있는 결혼식장 앞에, 이미 눈물을 글썽이는 매버릭과 그 옆의 여전히 어려운 아이스맨, 피닉스와 밥과 코요테, 그리고 다른 영건과 친우들을 보며,
기어코 루스터와 행맨이 섰다.
https://hygall.com/502999164
루스터는 완벽을 추구했다.
그의 피앙세는 항상 자신더러 느림보라고 놀려댔지만 사실 루스터 역시 5G를 기본으로 견디며 나는 것이 익숙한 탑건이었고, 누구보다 느리지 않았다. 그는 느린 게 아니라 정확한 한발을 노렸다.
루스터에게 주어진 자원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난하진 않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의 곁에선 도전과 시도를 지지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행복했지만 빠르게 잃은 부모와 언제나 곁에 있을 것 같았으나 결국은 답 없이 자신을 반려했던 대부를 보며 좌절했고 결국 루스터는 자기 스스로 어떻게든 길을 내 성취하는 것으로 자신을 구성했다.
그의 절친한 친구였던 피닉스는 에고이스트 덩어리들 사이의 유니콘이라고 자신을 칭했지만 글쎄, 루스터는 자기가 쌓아올린 성에서 자신이 살고 있음을 알았다. 본인은 알게 모르게 집착과 고집이 있었고 돌아가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는걸, 루스터 스스로가 가장 잘 알았다. 그저 조용히 때를 기다려서 남들이 모를 뿐.
그런 루스터에게 행맨은 너무 자유분방했고, 가벼워 보였고, 그래서 거슬렸다. 지금도 그렇지만 더 어린 시절의 행맨은 진짜 지독하게 날라다녔다. 거기가 포탄이 떨어지는 이라크건, 핵발전소 근처이건 마치 위험을 쫓아다니듯 날았고 그건 언제나 미세하게 루스터를 자극하는 그의 대부-매버릭을 생각나게 했다.
넌 죽고 싶은거야? 그러면 차라리 니 이름처럼 목을 매달아, 몇천만원 짜리 비행기 날리지 말고! 파병지에서 어느때처럼 다투며 소리질렀을때, 일순간 허물어진 입술선이, 갑자기 눈물이 차올라서 반질하게 코팅된 초록색 눈알이, 그리고 뜻밖에
난 .. 난 죽으면 안돼. 걔들은 내가 없으면-
같은 말을 하다가 갑자기 나가버리는 뒷모습에서 루스터의 지독한 관찰과 집착이 시작됐다.
귀하신 도련님이라 이런 싸구려 음식은 못먹는거냐며 주위에서 이죽일때 루스터는 행맨이 몇가지 음식만 가리는 걸 파악했고 이내 치즈류-아마도 유당 소화에 문제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가 비행하기 전 가슴께를 툭툭 두드리는 걸 알았고 남들에게 관물대 안을 들키지 않으려 조심하길래 진짜 남들이 말하는, 그 세러신 집안의 약혼녀라도 있는 건가 싶었지만 찰나에 보았던건 우습게도 모자를 쓴 작은 금발머리 남자애와 이쁘장하게 생긴 여자애의 사진-누가봐도 제이크 세러신 판박이인 동생들의 사진인 것도. 가끔 자신이 잠들었는지 수십번 확인한 후 이불을 덮어 통화를 한 뒤엔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기까지 했다.
루스터는 제이크가 자신에게 둘러쌓인 오해들에 변명하지 않는 것들을 지켜봤다.
그렇게 기민한 루스터가, 자신을 바라보는 제이크 눈에 점점 애정이 들어차는걸 모를 수 없었다.
나쁜 놈처럼 들리지만 루스터는 그것을 모른척했다. 연애 감정 그것도 같은 남성 파일럿 사이에서? 배부른 소리였다. 자신은 대부에게, 사실 그를 떠난 모든 가족에게 증명해야 할 것들이 잔뜩 남아있었다.
같은 파병지에서 복귀해 항모에서 내리기 직전 밤, 도둑고양이처럼 살그머니 내려와 입술까지 떨어가며 도둑키스를 하는 행맨을 느꼈음에도, 걔의 반듯한 뒷머리를 눌러 혀를 넣을까 말까 수십번 고민했지만 결국에는 모르는척 했고 그렇게 헤어졌다.
돌고 돌아 겨우 다시 만난 제이크를 보면서 루스터는 그제서야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고 자각했다.
자신은 제이크를 사랑했다.
심한 말을 해놓곤 결국엔 저 주변을 빙빙 돌아다니는 그가 귀여웠고, 멋없는 자신의 칭찬에도 뿌듯해하면서 귀를 붉히는 것도 귀여웠다. 하드덱에서 조촐하게 열린 미라클 미션의 뒷풀이에서, 약간 취해 놀랍게도 좋아했‘었’단 말을 떨면서 전한 제이크의 입술을 내리눌러 막으면서 그때부터 얘를 내 옆에 앉혀야겠다고 결심했다.
너에겐 둘러댔지만, 사실 사귀기로 한 첫날부터 너와 결혼을 꿈꿨어.
“등..나무 멋지지!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해”
다이닝에서 야외결혼은 자신의 취향임을 고백한 이후로 계속해서 제이크가 중얼거렸다. 귀여워가지곤, 피식 웃으면서 핸들을 몰지 않는 한쪽 손으로 그의 귓볼을 훑었다.
“난 진짜 다 괜찮아, 루스터. 알지?”
“알지, 그래서 다 좋다고 카달로그에 표시해서 찰리가 너 죽이겠다는 거 내가 겨우 말렸잖아.”
야, 그건, 누가 청첩장 종이 종류만 54가지를 고민하냐! 결국 행맨에게서 짜증을 내게 만들고 나서야 손을 뗐다. 그래, 그렇게 귀찮고 짜증만 부려도 너는 결혼식에 하나 둘씩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멋지게 브롱코를 주차하고, 제이크 입술가에 뽀뽀를 한 후 씩 웃자 뭐라고 왈왈 거리던 제이크의 입술이 다물어졌다. 이제서야 좀 새신랑 답네. 결혼하자는 말에 예스라고 대답해놓곤 모르는 척 흘려 보내던 제이크는 이제 없다. 자신이 왜 웃는지도 모르면서 얼굴을 조금 붉히더니 이내 얼른 들어가자고 채근하는 볼이 귀엽다.
제이크가 자신을 꽤 오래 좋아했음에도 적극적으로 욕심내지 않았던 걸 안다. 행맨은 생각보다 비행을 제외한 모든 것에 그랬다. 관사도 너무 깨끗해 사람이 머무는지조차 티나지 않았고, 다른 동기들과의 관계에도 연연하지 않았으며-사실 제이비 마차도를 제외한 모두를 쳐냈다고 보는게 맞다-무엇도 남기거나 흔적을 두려고 하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그건 사귀는 사이임을 공인했어도 변하지 않았고 그건 꽤 루스터를 초조하게 했다. 헤어지기를 기다리는 사람 같아. 하지만 루스터는, 한번 둥지를 틀면 거길 떠나고 싶지 않았고 기어코 행맨을 거기에 주저앉힐 셈이었다.
언젠가 사적인 연락이 완전히 끊겨있던 시절의 대부가 세번째 이라크 파병을 나갔을때 화를 내며 3성 장군 아이스의 오피스를 멋대로 쳐들어갔던 적이 있다.
‘당신은 매버릭이 죽어도 좋아?! 왜 그렇게 그냥 보내는 거냐고!!’
‘브래들리.’
‘그래, 입이 있으면 말을 해!’
‘너는 아직도 모르는구나. 이게 매버릭을 살리는거야.’
노화가 오기 시작한다며 안경을 쓴 아이스가 차분히 말을 이었다. 내가 걔를 그냥 보낸다고? 천만에.
‘그래야 다시 내 품으로 돌아오지.’
‘…’
‘무작정 앉히면 내 곁에 있겠니, 맵이?’
내가 죽게 놔두지 않을테니 걱정마렴.
그리고 아이스는 정말로 매버릭을 길들였고 품에 넣었지. 행맨은 매버릭을 닮았다. 그리고 자신은 아이스를 닮았지.
그때부터 차분히 준비를 시작했다. 너도 모르게 나와 영원을 약속하도록.
너가 조금 더 애정을 욕심내고, 사랑이 많아지고, 그래서 지상이 무거워서 날다가도 계속 돌아오도록. 나그네의 윗옷을 벗긴 건 결국 햇빝이었다지 아마, 재빨리 그들의 집으로 들어가버리는 작은 뒷통수를 보며 루스터가 윗입술을 핥았다.
결코 안한다던 제이크의 결혼식이 약 3달 남은 시점이었다.
대체 뭐가 뭔지도 모르겠는 선택들의 연속에서 그들의 청첩장이 나왔고 예복을 맞추었으며 당장 내일, 브래들리 브래드쇼와 제이크 세러신의 결혼이 열린다.
제이크는 달력을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아 이마를 문질렀다.
“제이키!! 팩 건들지 말라구! 얼른 다시 누워!”
벼락같이 레지나가 다가와 물흐르는 주짓수 동작을 사용해 그를 쇼파에 눕혀버렸다. 생각보다 사뿐히 넘어가 뒷통수가 아프진 않았으나 갑자기 뒤집힌 세상에 어이가 없어서 주위를 보니 이미 자신의 옆 리클라이너엔 눈에 오이까지 붙인 루스터-신이시여-가 곱게 누워있었다. 세상에, 레지나! 진짜 짱이다! 사기그릇과 붓을 가져오던 찰리가 신이나서 뺙뺙 소리를 질렀고.
“비서일 때려치고 그냥 예식회사 차릴까봐. 이게 체질에 맞아.”
“너 하루에도 수십번 제이키 죽이고 싶다며. 그러다 손님들 죽이는거 아니야?”
“그거야 뭐.. 그건 옛날에도 그랬으니까..”
“얘들아.눈을 가린 거지 귀는 다 들린단다.”
낄낄대는 소리에 낮게 쿡쿡거리는 루스터의 웃음 소리도 섞인다. 매번 셋이서 실없는 소리를 했는데 다른 목소리가 섞이는게 생경하다. 하지만 꽤 나 빼고 셋이 많이 친해져서.. 죽도 잘맞는 것 같고.. 어차피 요즘은 부부가 헤어져도 애들이나 가족들하곤 연락하니까?
“형은 안떨려?”
“응?”
“루스터 형은 아까 갑자기 토할거 같다던데. 형은 안떨리냐고.”
“나는.. 나는 글쎄..”
부유하던 생각을 찰리의 목소리가 가르고 들어왔다. 떨리나? 글쎄.. 여전히 별 생각이 없는 것 같지만. 애들은 모두 수고 했으니까.
“떨리지, 이거 두번 하라그러면 어떻게 하냐. 한번으로 끝내야 되는데.”
“와, 진짜 최악. 결혼 전날에 저런말 하는 사람이 어딨어?”
“루스터, 진짜 마지막 충고인데 헤어져요. 지금이면 50퍼센트는 환불받을 수 있어.”
“안돼..”
우우, 루스터 아까워 소리지르는 둘 목소리 사이로 루스터가 괜찮아, 제이크는 이쁘잖아 까지 덧붙였다. 둘다 쌍으로 최악이라며 찰리가 욕을 했고 레지나는 오이로 루스터 입을 때리기 시작했다.
모르긴 몰라도 이렇게 모이는 땡스기빙데이나 크리스마스는 꽤 즐거울 것이다. 아마도 여전히 철없는 매버릭과도 애들은 잘 맞을거고.
찰리가 상사 루디의 힘을 빌려 데려온 유명 연예인들의 코디를 전담한다던 스타일리스트가 입혀준 흰 양복과 메이크업, 머리를 마치고 그 난리를 피운 등나무가 멋들어지게 서있는 결혼식장 앞에, 이미 눈물을 글썽이는 매버릭과 그 옆의 여전히 어려운 아이스맨, 피닉스와 밥과 코요테, 그리고 다른 영건과 친우들을 보며,
기어코 루스터와 행맨이 섰다.
https://hygall.com/503093562
[Code: 5b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