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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7 17:31
매버릭이 그 말 듣고 조용하게 물었으면 좋겠다
정말 나를 위한거냐고
그 결혼에 네가 출세하고싶다는 마음이 단 1%도 섞이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아이스는 그 말에 다 너를 위한거라고 똑같이 말하겠지
그리고 그 말 들은 매버릭이 한참이나 고개 숙이고 있다가 결혼하지마. 하고 속삭였으면 좋겠다
결혼하지마, 카잔스키. 날 위해서라면, 정말 날 위한거라면 결혼하지마.
그런데도 아이스는 그냥 같은 말만 반복함 미첼, 당장은 괴로울지 몰라도 곧 이해하게 될거야. 널 위한 길은 이것 밖에 없어. 난 권력이 필요해.

결국 둘은 그렇게 아무도 모르던 자신들만의 만남의 끝을 고하겠지
서로 아무 말 없이 자기들 몫으로 나온 차를 끝까지 마시고 그렇게 헤어지려는 순간 매버릭이 아이스 불러세울거임
그리고 자기들이 군번줄에 나눠꼈던 반지를 자기가 맡아놓고 있겠다고 하겠지
아이스는 가만히 매버릭 바라보다가 자기 목에서 군번줄 빼고 투박한 디자인의 반지를 손에 건네줄거임
그리고 그렇게 서로 각자 방향으로 헤어짐
멀어져가는 매버릭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서로 죽고 못 살던 때가 얼핏 머릿속으로 스쳐갔지만 애써 무시했겠지
앞으로 자기 손에 쥐어질 권력과 명예 때문에 바빠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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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매버릭이 죽었다는 소식은 이튿날 바로 귀에 들어올거임
평소 자기가 가장 좋아해서 자주 입었던 청바지에 하얀 티셔츠를 입고, 아버지의 유품인 항공 점퍼를 입은 채 욕조에서 손목을 그었다고
너무 편안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었다고
찬물을 틀어둔 채로 자살해서 현관 밖 복도에까지 물이 넘쳤는데 그걸 보고 신고한 이웃 덕분에 발견된거였겠지
누가봐도 정황이 명확하고 책상에 자기는 스스로 자살한것이니 부검하지 말아달라고 쓴 유서까지 나와서 결국 사건은 금방 종결되고 곧 화장될거임
무연고자인 매버릭의 화장일엔 아이스와 몇몇 탑건 동기들이 찾아왔겠지
현실감없이 매버릭이 들어있다는 관을 철문 너머로 떠나보낸 몇시간 후에 시신이 타고 남은 뼈를 확인시켜주는데 그러면서 시신 안에 들어있었던, 살과 함께 타지 않아 뼈 가운데에 남은 무언가를 작은 비닐봉투에 담아 같이 보여줄거임
그리고 그건 아이스가 마지막 날 헤어지기 전 매버릭에게 돌려주었던 자신들의 반지 한쌍이었으면 좋겠다
분명 욕조에서 발견 된 매버릭의 손엔 반지가 없었는데도

그리고 그걸 본 아이스 머릿속에 정말 날 위한거냐고, 네 이기적인 마음은 정말 아무것도 없냐는 물음이 다시 떠오르고 자기 시체를 부검하지 말라는 매버릭의 마지막 짧은 유서에까지 생각이 닿고 나서야, 정말 그제야 자기 앞에 닥친 모든 현실이 실감 나기 시작해서 바닥에 주저앉아 비명처럼 울기 시작하는 톰 카잔스키가 보고싶다



아이스매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