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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3 01:28
루스터행맨 루행
다름아닌 루스터가 페이스톡을 걸어오다니. 감회가 새롭다. 그와 연애를 시작한지는 어느덧 햇수로 4년을 훌쩍 넘어갔다. 일수로는 1672일, 자그마치 서른 번의 휴가와 다섯 번의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낸 둘은 남들이 보기에도, 스스로 느끼기에도 빈틈없이 맞물린 한 짝이다.
3년. 이렇게 되기까지 자그마치 3년이 걸렸다. 말이야 쉽지. 그간 행맨은 소령으로 진급했으며, 루스터는 두 번의 파병을 다녀왔다. 대외적으로만 바뀌었냐하면 당연히 아니다. 본디 변덕스러운 행맨이야 그렇다쳐도 ‘그’ 루스터가 아주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피닉스는 둘을 볼 때마다 이야기를 했다.
“제이크, 자기야. 뭐해?”
전화를 받아보니 액정 속의 루스터는 운전 중이다. 차체가 높은 브롱코에 올라 앉은 그의 느긋한 옆모습이 보이고, 뒤편으로 석양이 드리운 들판이 길을 따라 스쳐지나간다. 언젠가 행맨이 선물했던 거치대에 휴대폰을 고정해둔 모양이었다. 화면 너머로 낡은 올드팝이 흘러나오고, 풍경은 휙휙 바뀌며 물결처럼 흘러간다.
“어어, 나 청소중. 커피 쏟아서.”
때마침 행맨은 거실에 주저앉아 테이블과 바닥을 닦는 중이었다. 내용물은 아이스 카페라떼였던 것. 후면 카메라로 바꾸어 엉망인 거실을 보여주니 루스터가 큽, 하고 웃음을 참는다. 고생이네, 우리 자기. 가는 길에 커피 사가야겠다. 입꼬리를 올린 루스터는 다정한 말을 줄줄 쏟아낸다.
연애 초반. 루스터는 끽해야 하루 세 번 메세지를 보냈었더라지. 아침에 한 번, 점심에 한 번, 자기 전에 한 번. 야, 저녁 때는 왜 안보내? 행맨이 묻자 루스터는 이렇게 대답했었다. 어엉, 제이크 자기. 밥 먹을때만 연락하면 서운할까봐. 그때 행맨이 지었던 표정을 루스터는 요즘도 종종 이야기를 했다. 진짜 무서웠어, 달링.
두 명분의 손가락을 다 합쳐도 셀 수 없을 만큼 헤어졌고, 그것보다 몇 십배는 더 많이 싸웠다. 그때마다 루스터는 약속을 하나씩 늘려나갔다. 더 많이 연락할게. 잠들기 전엔 꼭 전화할게. 한 달에 한 번은 찾아갈게. 그렇게 리스트업된 약속들을 에이포 용지에 적어보자면 꼭대기부터 바닥까지 꽉 채우고도 모자랄 테다.
연애 4년차에 접어든 지금, 행맨은 잊어버린 수많은 약속들을 루스터는 착실하게 지켜나갔다.
“그나저나 빈 속에 커피 마시지 말라니까.”
“셰이크 먹었어. 아, 빵도 한 쪽 먹고.”
“Good boy. 가는 길에 커피 사갈게.”
드라이빙 선글라스를 쓴 루스터가 슬쩍 화면을 쳐다보며 입꼬리를 올린다. 버지니아에서 캘리포니아까지, 비행기에서 렌트카로 갈아타 거진 열 시간 째 이동중인 루스터는.
행맨이 기억하는 몇 안되는 둘 사이의 약속 중 하나.
7. 브래들리 브래드쇼는 감정을 숨기지 말 것, 제이크 세러신이 그러하듯이.
위의 규칙을 정한 건 3년 전, 행맨이 파병지로 가는 차 안에서 루스터에게 전화를 걸었던 날에 만들어졌다. 브래디, 이번 임무 끝나면 2주짜리 휴가 받는대. 여행 갈래?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 정적은 행맨이 찬 파일럿 시계의 초시계가 두 바퀴를 돌아갈 동안 이어졌다. 불현듯 인내심이 바닥난 행맨은 초조하게 다시 물었다. 루스터? 그러자 대답 대신 작게 코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 행맨, 네가 다칠까봐 아무 말도 못하겠어.
질문에 대답하는 것과 제이크가 전쟁에서 부상을 입는 것에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음에도, 하여간 루스터는 그렇게 대답했다.
그 당시 즈음의 둘의 관계를 설명해보자면, 행맨은 루스터가 자신을 동료로 생각하는지 연인으로 생각하는지 헷갈려했다. 사귄지 일 년이나 되었음에도 말이다. 그도 그럴것이 자신에게 다정한 만큼 동료들에게도 다정했으며, 동료들에게 장난스레 사랑한다고 농담을 늘어놓는 것보다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는 횟수가 더 적었으니까.
그런 루스터가 행맨의 파병 소식에 쿨찌럭대며 울음을 참고 있다. 네가 다칠까봐 아무 말도 못하겠어. 행맨은 그 대꾸에서 세 가지를 깨달았다. 첫째, 이 미련한 수탉 새끼는 진지한 관계에는 염 젬병이라는 사실. 둘째, 브래들리 브래드쇼는 자신을 아주 많이 사랑한다는 것. 셋째, 이런 그조차 사랑스러운 걸 보면 저에게도 큰 문제가 있다는 점.
안 다치고 돌아갈게, 루스터. 그 말을 남기고 행맨은 정말 상처 하나 없이 귀국했다. 행-맨, 진짜 안다치고 왔네. 공항에 찾아와 평소처럼 느긋하게 웃으며 저를 안아드는 브래들리에게, 행맨은 한마디 쏘아붙였다. 자기새끼야, 걱정되면 걱정된다고 죄다 말해줘. 안그러면 내가 오해할지도 모르니까.
80kg가 넘는 장정을 한 품에 껴안은 루스터는 그에게 가볍게 입을 맞춰오며 고개를 까딱였다. 응, 약속할게.
다시 현재로 돌아와 덜컹이는 브롱코 안, 을 비추는 화면 속. 루스터는 늘 자신과 가까워질수록 잘 웃고 말이 많아졌다. 꼭 생일 파티를 앞두고 신이 난 어린 애처럼 말이다.
브래들리 브래드쇼는 감정을 숨기지 말 것, 제이크 세러신이 그러하듯이.
“제이크, 사실 아직 두 시간은 가야하는데. 너무 보고 싶어서 전화해봤어.”
행맨은 대답한다. 엉, 나도 보고싶지. 바닥 청소에 집중하느라 짧둥해진 대답에도 루스터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간다. 그는 행맨과 가까워질 수록 차오르는 애정을 견딜 수 없다는 듯이 말을 늘어놓는다.
저녁에는 뭐 먹을래? 야식도 미리 시켜둘까? 자기 지난번에 피자먹고 싶다고 했잖아. 내가 식물성 치즈 쓰는 곳 찾아놨어, 자기 집에서 배달 되더라고.
맞다, 오늘은 야식도 미리 시켜두자. 우리 지난 번에 뒹굴다가 새벽에 쫄쫄 굶었잖아. 아, 장도 좀 볼까? 제이크, 자기 집에는 빵이나 풀떼기밖에 먹을 게 없잖아.
난 가끔 자기가 영양실조로 쓰러지는 게 아닐까 걱정돼. 물론 건강하게 관리한다는 거 아는데, 오늘도 셰이크랑 빵 한쪽만 먹고.
안그래? 되물으며 루스터는 그제야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이미 테이블도, 바닥도 다 닦은 행맨은 쇼파에 기대앉아 가만히 웃고 있었다.
“빨리 와.”
행맨의 대답에 루스터는 또 드라이빙 선글라스 너머로 씩 웃어보인다. 응, 한 시간 안에 갈게. 길게 뻗은 고속도로 위를 파란 브롱코가 달린다. 행선지는 캘리포니아, 바닷가가 보이는 제이크 세러신의 집.
일수로는 1672일. 태생부터 환경, 하다못해 대학부터 부대까지 겹치는 거라고는 해군 파일럿 하나인 두 사람이 완전히 맞물리기에는 충분한 시간인 모양이다.
안정적인 연애 하는 루행 보고싶었다 ㅠㅠㅠㅠㅠ영사해 루행
다름아닌 루스터가 페이스톡을 걸어오다니. 감회가 새롭다. 그와 연애를 시작한지는 어느덧 햇수로 4년을 훌쩍 넘어갔다. 일수로는 1672일, 자그마치 서른 번의 휴가와 다섯 번의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낸 둘은 남들이 보기에도, 스스로 느끼기에도 빈틈없이 맞물린 한 짝이다.
3년. 이렇게 되기까지 자그마치 3년이 걸렸다. 말이야 쉽지. 그간 행맨은 소령으로 진급했으며, 루스터는 두 번의 파병을 다녀왔다. 대외적으로만 바뀌었냐하면 당연히 아니다. 본디 변덕스러운 행맨이야 그렇다쳐도 ‘그’ 루스터가 아주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피닉스는 둘을 볼 때마다 이야기를 했다.
“제이크, 자기야. 뭐해?”
전화를 받아보니 액정 속의 루스터는 운전 중이다. 차체가 높은 브롱코에 올라 앉은 그의 느긋한 옆모습이 보이고, 뒤편으로 석양이 드리운 들판이 길을 따라 스쳐지나간다. 언젠가 행맨이 선물했던 거치대에 휴대폰을 고정해둔 모양이었다. 화면 너머로 낡은 올드팝이 흘러나오고, 풍경은 휙휙 바뀌며 물결처럼 흘러간다.
“어어, 나 청소중. 커피 쏟아서.”
때마침 행맨은 거실에 주저앉아 테이블과 바닥을 닦는 중이었다. 내용물은 아이스 카페라떼였던 것. 후면 카메라로 바꾸어 엉망인 거실을 보여주니 루스터가 큽, 하고 웃음을 참는다. 고생이네, 우리 자기. 가는 길에 커피 사가야겠다. 입꼬리를 올린 루스터는 다정한 말을 줄줄 쏟아낸다.
연애 초반. 루스터는 끽해야 하루 세 번 메세지를 보냈었더라지. 아침에 한 번, 점심에 한 번, 자기 전에 한 번. 야, 저녁 때는 왜 안보내? 행맨이 묻자 루스터는 이렇게 대답했었다. 어엉, 제이크 자기. 밥 먹을때만 연락하면 서운할까봐. 그때 행맨이 지었던 표정을 루스터는 요즘도 종종 이야기를 했다. 진짜 무서웠어, 달링.
두 명분의 손가락을 다 합쳐도 셀 수 없을 만큼 헤어졌고, 그것보다 몇 십배는 더 많이 싸웠다. 그때마다 루스터는 약속을 하나씩 늘려나갔다. 더 많이 연락할게. 잠들기 전엔 꼭 전화할게. 한 달에 한 번은 찾아갈게. 그렇게 리스트업된 약속들을 에이포 용지에 적어보자면 꼭대기부터 바닥까지 꽉 채우고도 모자랄 테다.
연애 4년차에 접어든 지금, 행맨은 잊어버린 수많은 약속들을 루스터는 착실하게 지켜나갔다.
“그나저나 빈 속에 커피 마시지 말라니까.”
“셰이크 먹었어. 아, 빵도 한 쪽 먹고.”
“Good boy. 가는 길에 커피 사갈게.”
드라이빙 선글라스를 쓴 루스터가 슬쩍 화면을 쳐다보며 입꼬리를 올린다. 버지니아에서 캘리포니아까지, 비행기에서 렌트카로 갈아타 거진 열 시간 째 이동중인 루스터는.
행맨이 기억하는 몇 안되는 둘 사이의 약속 중 하나.
7. 브래들리 브래드쇼는 감정을 숨기지 말 것, 제이크 세러신이 그러하듯이.
위의 규칙을 정한 건 3년 전, 행맨이 파병지로 가는 차 안에서 루스터에게 전화를 걸었던 날에 만들어졌다. 브래디, 이번 임무 끝나면 2주짜리 휴가 받는대. 여행 갈래?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 정적은 행맨이 찬 파일럿 시계의 초시계가 두 바퀴를 돌아갈 동안 이어졌다. 불현듯 인내심이 바닥난 행맨은 초조하게 다시 물었다. 루스터? 그러자 대답 대신 작게 코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 행맨, 네가 다칠까봐 아무 말도 못하겠어.
질문에 대답하는 것과 제이크가 전쟁에서 부상을 입는 것에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음에도, 하여간 루스터는 그렇게 대답했다.
그 당시 즈음의 둘의 관계를 설명해보자면, 행맨은 루스터가 자신을 동료로 생각하는지 연인으로 생각하는지 헷갈려했다. 사귄지 일 년이나 되었음에도 말이다. 그도 그럴것이 자신에게 다정한 만큼 동료들에게도 다정했으며, 동료들에게 장난스레 사랑한다고 농담을 늘어놓는 것보다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는 횟수가 더 적었으니까.
그런 루스터가 행맨의 파병 소식에 쿨찌럭대며 울음을 참고 있다. 네가 다칠까봐 아무 말도 못하겠어. 행맨은 그 대꾸에서 세 가지를 깨달았다. 첫째, 이 미련한 수탉 새끼는 진지한 관계에는 염 젬병이라는 사실. 둘째, 브래들리 브래드쇼는 자신을 아주 많이 사랑한다는 것. 셋째, 이런 그조차 사랑스러운 걸 보면 저에게도 큰 문제가 있다는 점.
안 다치고 돌아갈게, 루스터. 그 말을 남기고 행맨은 정말 상처 하나 없이 귀국했다. 행-맨, 진짜 안다치고 왔네. 공항에 찾아와 평소처럼 느긋하게 웃으며 저를 안아드는 브래들리에게, 행맨은 한마디 쏘아붙였다. 자기새끼야, 걱정되면 걱정된다고 죄다 말해줘. 안그러면 내가 오해할지도 모르니까.
80kg가 넘는 장정을 한 품에 껴안은 루스터는 그에게 가볍게 입을 맞춰오며 고개를 까딱였다. 응, 약속할게.
다시 현재로 돌아와 덜컹이는 브롱코 안, 을 비추는 화면 속. 루스터는 늘 자신과 가까워질수록 잘 웃고 말이 많아졌다. 꼭 생일 파티를 앞두고 신이 난 어린 애처럼 말이다.
브래들리 브래드쇼는 감정을 숨기지 말 것, 제이크 세러신이 그러하듯이.
“제이크, 사실 아직 두 시간은 가야하는데. 너무 보고 싶어서 전화해봤어.”
행맨은 대답한다. 엉, 나도 보고싶지. 바닥 청소에 집중하느라 짧둥해진 대답에도 루스터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간다. 그는 행맨과 가까워질 수록 차오르는 애정을 견딜 수 없다는 듯이 말을 늘어놓는다.
저녁에는 뭐 먹을래? 야식도 미리 시켜둘까? 자기 지난번에 피자먹고 싶다고 했잖아. 내가 식물성 치즈 쓰는 곳 찾아놨어, 자기 집에서 배달 되더라고.
맞다, 오늘은 야식도 미리 시켜두자. 우리 지난 번에 뒹굴다가 새벽에 쫄쫄 굶었잖아. 아, 장도 좀 볼까? 제이크, 자기 집에는 빵이나 풀떼기밖에 먹을 게 없잖아.
난 가끔 자기가 영양실조로 쓰러지는 게 아닐까 걱정돼. 물론 건강하게 관리한다는 거 아는데, 오늘도 셰이크랑 빵 한쪽만 먹고.
안그래? 되물으며 루스터는 그제야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이미 테이블도, 바닥도 다 닦은 행맨은 쇼파에 기대앉아 가만히 웃고 있었다.
“빨리 와.”
행맨의 대답에 루스터는 또 드라이빙 선글라스 너머로 씩 웃어보인다. 응, 한 시간 안에 갈게. 길게 뻗은 고속도로 위를 파란 브롱코가 달린다. 행선지는 캘리포니아, 바닷가가 보이는 제이크 세러신의 집.
일수로는 1672일. 태생부터 환경, 하다못해 대학부터 부대까지 겹치는 거라고는 해군 파일럿 하나인 두 사람이 완전히 맞물리기에는 충분한 시간인 모양이다.
안정적인 연애 하는 루행 보고싶었다 ㅠㅠㅠㅠㅠ영사해 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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